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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83화 (48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83화>

화르르르륵-

폭풍처럼 몰아치는 거대한 마력 불꽃의 폭풍!

훙, 훙, 훙, 훙-

초대형 뱁새는 짧은 날개를 거세게 휘저으며 마력의 격류 속으로 들어갔다!

마력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자 당장이라도 추락할 듯 초대형 뱁새가 비틀거렸다.

“에코! 괜찮은 거 맞아!?”

아리엘의 외침에 에코가 대답하기도 전에 상황이 변했다.

히리히리히리-

피리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팟, 팟, 팟-

초대형 뱁새의 전신에 수많은 인장이 떠올라 빙글빙글 회전했다!

제국 기사의 혼백이 담긴 전투 인장들!

몰아치는 마력이 회전하는 전투 인장에 닿는 순간 마력이 흩어진 바람이 날개를 타고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이 바람에 담긴 힘은 그대로였다.

파아아아앙-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든 엄청난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나 초대형 뱁새는 가장 위험한 전장에서 기사들을 구하던 강습 수송병!

휘이이이잉-

엄청난 바람 속에서도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날기 시작했다!

에코는 실드 마법을 펼치며 외쳤다.

“아리엘님! 오래 버티지 못해요! 바로 탐색법 사용하세요!”

“알았어!”

이미 준비는 끝난 상황!

아리엘은 바로 움직였다.

왼손으로 수인을 짚고, 오른손으로 마법봉을 든다.

수인으로 마나 하트에서 끌어올린 마력이 마법봉에 담기는 순간.

쿵, 쿵, 쿵-

마법봉에 시작된 마력 파동이 주위로 퍼져 나간다!

마법은 세계와 마법사의 약속!

약속의 증표로 이 세계에 새겨진, 레이 실트의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마력장이 움직인다!

파스스슥-

마력 폭풍이 밀려날 정도로 강대한 마력이 마법봉 끝으로 모여들었다!

압축된 빛이 시야를 하얗게 물들이고, 대기를 뒤흔드는 마력 파동에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에코는 감탄했다.

과연 마도왕 무겐다흐의 이름에 걸맞은 엄청난 마력

쿵, 쿵, 쿵, 쿵-

빛에서 생겨난 마력 파동에 거세게 몰아치는 마력 폭풍마저 밀려나고 있다!

아리엘은 마법봉을 뿌렸다.

파아아아앙-

터질 듯 요동치던 빛이 마력 폭풍을 뚫고 직선으로 하늘로 쏘아졌다!

마력 폭풍이 단숨에 밀려나고 텅 빈 하늘이 드러나는 순간.

콰아아앙-

이 텅 빈 하늘에서 굉음과 함께 빛이 폭발했다!

“됐다! 황제 폐하 탐색법을 펼쳤어!”

다급히 외친 아리엘은 바로 아래 북한산 봉우리를 가리켰다.

“에코! 봉우리 위로 낮게! 나선을 그리며 돌아! 이제 북한산에 있을 그분의 ‘반응‘을 찾으면 된다!”

“알겠습니다! 낮게! 이 산 위에서 낮게 날아줘!”

에코는 바로 파트너에게 지시했다.

휘이이이잉-

초대형 뱁새는 날개를 접고 수직으로 떨어져, 스치듯 봉우리와 능선 위를 활강하기 시작했다!

“아리엘님! 뭘 확인하면 되나요!?”

“빡침!”

“……네? 지금 뭐라고…….”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반문하는 순간.

하늘에서 빛이 쏟아져 내렸다.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으로 쉴 새 없이 번쩍이는 빛이!

에코는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봤다.

북한산에 펼쳐진 거대한 마력 폭풍.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불의 씨앗.

불의 씨앗과 마력 폭풍 사이에 아리엘이 쏘아 올린 빛이 있었다.

이 빛은 어느새 대륙어 문장이 되어, 쿵쿵- 마력 파동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 도. 황. 제…….]

“어!?”

소스라치게 놀란 에코는 재빨리 눈을 비비고 하늘을 다시 봤다.

[마. 도. 황. 제. 개…….]

그러나 변하지 않은 대륙어 문장!

쿵쿵, 쿵쿵쿵-

대륙어 문장은 북을 때리듯 마력 파동을 뿜어내며, 유흥가에 걸린 네온사인 간판처럼 정신없이 번쩍이고 있었다!

“…….”

시간 오류 수정자로 수많은 난장판에서 굴렀지만,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저 문장에 써 있는 건 마도 황제다.

세계의 나무에 대륙어 와 마법을 새기고, 타대륙에 가득했던 옛 신들을 박살 낸 마도 제국의 마도 황제 폐하!

악신과 허신, 고대신의 추종자!

신위에 달한 강자라고 해도 이런 미친 짓을 하진 못했다!

걸리는 순간 그 누구라도 아작이 나니까!

상상조차 하지 못한 광경을 보는 순간.

에코는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하늘에 새겨진 문장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제발 이 모든 게 꿈이길 바라며, 제발 저 문장이 지금이라도 변하길 바라면서!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에코! 야, 뭐 하는 거야!? 빨리 지상 훑어! 마도 황제 폐하 찾아야지!”

아리엘의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정지 버튼이 풀린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는 몸과 돌아가는 머리!

에코는 빙글 고개를 돌려 아리엘을 봤다.

“어디야!? 어디 계신 거지!? 이걸 보셨으면 분명 반응이 있을 텐데!?”

아리엘, 마도왕 무겐다흐는 광기 어린 눈으로 북한산을 훑으며 쉴 새 없이 외쳤다.

이 광기 어린 모습을 보는 순간 에코는 깨달았다.

하늘에 새겨진 대륙어 문장은 실수가 아니다.

아리엘 무겐다흐는 진심으로 저 문장을 새긴 거다.

즉, 저 문장이 아리엘 무겐다흐 비장의 마도 황제 폐하 탐색법이다!

순간 에코는 아리엘과 하늘에 떠 있는 대륙어 문장을 번갈아 봤다.

아리엘의 말이 맞았다.

마도 황제가 이곳 북한산에 있다면, 저 탐색법으로 반드시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일어날 일도 눈에 선했다.

분노한 마도 황제 폐하에게 아작이 나겠지!

마도 황제 폐하가 없으면 헛수고를 하다가 차원 용병에게 잡혀가고!

마도 황제 폐하가 여기 계시면 단숨에 아작이 난다!

어떤 결론이 나와도 끝장이 나는 상황!

“으으으- 어떻게 이런 미친 짓을…….”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부여잡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초대형 뱁새를 타고 차원 용병을 고용하러 게이트를 통과할 때 얼핏 봤던 문장!

그 문장과 지금 하늘의 문장이 같다!

에코는 직감했다.

둘 다 아리엘이 한 일이다!

아리엘이 마도 황제 탐색법을 펼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아리엘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렇게 찾아도 우리 끝장이에요!”

에코가 외치는 순간.

아리엘의 광기 어린 대답이 잇달아 들려왔다.

“어차피 지금도 끝장난 건 마찬가지야!”

“황제 폐하를 찾은 후에 용서받으면 돼!”

“에코! 빨리 지상 확인해!”

“케페니안 차원 깡패 나타나면 끝장이야!”

이 순간 에코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아리엘님의 말이 맞다!

옛 제국의 속담대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

주저하다가 차원 용병이 나타나면 끝장이다!

어떻게든 차원 용병이 나타나기 전에 황제 폐하를 찾아야 한다!

마도 황제 폐하라면 직접 아작을 내면 냈지, 케페니안 차원 용병에게 자신들을 넘기진 않으실 거다!

마음의 결정을 한 에코는 재빨리 외쳤다.

“왼쪽! 왼쪽은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알았어! 난 원 안쪽! 오른쪽을 확인할게!”

쿵쿵, 쿵쿵쿵-

하늘 높이 새겨진 [마도 황제 탐색법]이 네온사인처럼 번쩍이고.

휘이이이잉-

그 아래 초대형 뱁새가 마력 폭풍 속을 시계 방향으로 날았다!

EMP 마력 폭풍이 터지려는 위기의 순간!

에코와 아리엘은 원경 마법을 펼쳐 봉우리와 능선을 훑으며 메시지 마법을 뿌렸다!

[마도 황제 폐하!]

[어디 계세요! 하늘 좀 보세요!]

두 사람은 모든 문제의 해답.

데우스 엑스 마키나, 마도 황제 폐하를 애타게 찾았다.

그러나 이들이 애타게 찾는 마도 황제는 하늘에서 네온사인처럼 반짝이는 대륙어 문장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메시지 마법도 인지하지 못했다.

마도 황제는 스스로 힘과 기억을 봉인한 채 검은 로브를 담요처럼 덮고 쿨쿨- 잠들어 있었다.

* * *

으아아악-

난장판이 된 종로 시가지에서 악을 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르르르르르-

슈퍼마켓 입구를 막은 검게 타 버린 화물차와 그 주위에 뒤엉킨 차량이 단숨에 밀려나고 입구가 드러났다!

천문석은 재빨리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가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상품이 모두 사라진 텅 빈 다른 가게들과는 달리, 이 슈퍼마켓에는 물건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생각대로 입구를 막은 불타 버린 화물차가 약탈을 막았다!

천문석은 재빨리 상점 안을 훑어 육포를 찾았다.

그러나 소고기 육포는 없었다.

슈퍼마켓 안에 있는 것은 쥐포, 마른오징어, 버터구이 오징어, 명태포 같은 어포 종류!

지금은 2000년 1월 1일이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서리 늑대에게 줬던 것 같은 쇠고기 육포를 찾을 수는 없었다.

“하- 이거 쥐포나 오징어로 되려나?”

천문석은 쥐포와 오징어를 재빨리 씹어 봤다.

2020년의 얇은 쥐포, 작은 오징어 와는 차원이 다른 두툼한 쥐포, 커다란 오징어는 맛도 훌륭했다.

그러나 최고급 쇠고기 육포에는 미치지 못했다.

당연했다.

자신이 가져온 최고급 쇠고기 육포는 류세연이 가져온 20년 육포 장인이 만든 육포였다!

“처음에 쥐포를 주고, 쇠고기 육포는 나중에 줄걸…….”

뒤늦은 후회를 해 봤자 늦었다.

이미 서리 늑대는 입맛이 고급이 된 상황이다!

천문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광화문 빌딩 옥상에서 육포를 찾아내려온 지 15분!

그동안 상점 넷, 동물 병원 하나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 슈퍼마켓을 제외하면 전부 허탕!

상점과 병원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상점 밖을 봤다.

종로 시가지에는 마수도 몬스터도 없다.

5분이면 광화문 빌딩 옥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직 시간 여유는 있다.

‘좀 더 찾아볼까?’

문득 생각했지만, 바로 고개가 저어진다.

지금은 언제 EMP 마력 폭풍이 터질지 알 수 없는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빡빡하게 움직이지 말고 시간 여유를 둬야 한다!

‘이걸로 어떻게든 해낸다!’

천문석은 찾아낸 쥐포와 마른오징어를 배낭에 챙겨 넣고 광화문 빌딩을 향해 달렸다.

철퍽, 철퍽-

상수도에서 흘러나온 수도물이 강처럼 흐르는 시가지를 달리길 잠시 곧 광화문으로 이어진 세종로가 나왔다.

세종로에 가득했던 마수와 몬스터 사체는 어느새 모두 정리가 끝난 상황!

천문석은 세종로를 가로질러, 동료들이 있는 빌딩을 향해 달리며 기감을 뻗었다.

서쪽, 등 뒤로 태양이 떨어지면서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곧 해가 진다.

그러나 여전히 주위는 어둡지 않았다.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

광화문 앞은 밤의 유흥가처럼 온갖 색으로 물들어갔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돌려 북쪽을 봤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더 분명히 보였다.

북한산 위에 몰아치는 거대한 마력 폭풍.

그 위에서 떨어지는 명멸하는 거대한 빛.

눈으로 봐도 확연히 가까워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천문석은 30분의 시간 동안, 가까워진 거리를 계산했다.

2시간이면 둘이 만난다!

즉, EMP 마력 폭풍이 몰아칠 때까지 2시간 정도 남았다!

생각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2시간이면 EMP 마력 폭풍이 터지기 전에 문을 열고 튀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마침 세종로가 끝나고 목적지 광화문 빌딩이 보였다.

천문석은 마법 도르래가 있는 골목으로 달렸다.

이때 경복궁 방향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팟, 팟, 팟-

용접 불꽃처럼 하얀 잔상을 남기는 빛!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대한 게이트 링 곳곳에서 섬광이 생겨났다.

10개 20개 30개…….

게이트 링 위에 생겨난 섬광이 빠르게 늘어났다!

순간 들려오는 거친 엔진음.

쿠르르르릉-

게이트 주위에 대기 중인 전차와 장갑차가 기동하고, 다급한 군인들의 외침과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움직여…….”

“……작동을 시작했다!”

이때 골목 안쪽, 2미터 높이에 설치된 마법 도르래가 보였다!

탓, 탓-

천문석은 가볍게 벽을 밟고 뛰어 마법 도르래를 잡았다.

기이이이이잉-

마법 도르래가 높이 올라가자 시야가 탁 트이고 광화문 게이트 주위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게이트 링에 생겨난 수많은 섬광이 어느새 하나로 이어져 빛의 원을 만들어 내고.

그 중앙 빈 공간에 물이 차오르듯 수면이 생겨나고 있다.

이 수면에서 느껴지는 마력장과 빛!

EMP 마력 폭풍이 터지기 2시간 전, 광화문 게이트가 작동을 시작했다.

2차 게이트 웨이브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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