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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81화 (48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81화>

마도 황제!

에코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마도 제국의 초대 황제 폐하요!?”

“그래! 바로 이곳 북한산에 마도 황제가 계시다!”

“황제 폐하를 찾으면 모든 문제가 한 방에 해결돼!”

“우리는 이제 더는 케페니안 깡패 놈들을 피할 필요가 없어!”

하하하하하하-

아리엘이 웃음을 터트릴 때.

에코는 등줄기로 흐르는 전율을 느꼈다.

돌과 철!

보석과 강철!

마탑과 타이탄!

수많은 이명으로 불리는 마도 황제!

세계의 나무에 대륙어 와 금기를 새기고, 살아서 빛의 길을 걸어 승천한 마도 제국의 살아 있는 신!

‘마도 황제 폐하가 여기에 왜 있어!?’

순간 에코는 자신도 모르게 움직였다.

찰칵-

시간 오류 수정자의 시계 용두를 누르고.

휙-

인과를 잇기 위한 시간 오류 수정자의 ‘책’을 불러냈다.

그러나 굳게 닫혀 펼쳐지지 않는 책!

당연했다.

마도 황제는 살아서 승천하여 운명을 벗어난 존재!

시간 오류 수정자의 ‘책’에 기록될 리가 없었다!

시간 오류 수정자.

이름은 거창하지만, 자신은 누군가의 손에 들린 바늘이자 실일 뿐이다.

천, 원인을 이어서.

옷, 결과를 만들어 내지만.

만들어진 결과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마도 황제가 이곳 북한산에 있는지도, 어떻게, 왜 나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리엘 무겐다흐의 말이 맞았다.

마도 황제를 찾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케페니안 황금 일족과의 채무 관계!

-세계의 나무가 뒤엉켜 만들어진 닫힌 세계 문제!

-그리고 자신과 초대형 뱁새가 짊어진 업까지도!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에코는 환희에 차서 웃음을 터트리는 아리엘에게 물었다.

“아리엘님! 마도 황제는 운명을 벗어나서 어떤 마법적 탐지도 먹히지 않을 텐데요!? 찾을 방법이 없어요!”

“난 가능하다!”

아리엘은 확신에 찬 얼굴로 선언했다.

“나한테 천공탑을 오르며 만들어 낸 마도 황제 폐하 탐색법이 있다!”

“이곳 북한산으로 위치가 특정된 이상 시간문제다!”

“내 탐색법을 쓰면 반드시 찾을 수 있다!”

아리엘의 확신에 찬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에코는 결심했다.

아리엘 무겐다흐에게 운명을 걸어 보기로!

“알겠습니다! 바로 움직이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선 불의 씨앗이 내려오는 곳! 저기서부터 시작하자! 원을 그리며 북한산을 낮게 훑으면 돼!”

에코는 바로 지시했다.

하늘에서 원을 그리던 초대형 뱁새는 마력 불꽃이 솟아오르는 곳으로 방향으로 돌렸다.

휘이이이잉-

초대형 뱁새가 빠른 속도로 활강할 때 통신이 들어왔다.

=치이- 레이님! 어디세요!?

천문석!

아리엘은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야! 내가 방법을 찾았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 * *

간신히 연결된 통신에서 들려온 외침.

‘내가 방법을 찾았어! 우리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아니, 레이님은 또 왜 이래!?’

천문석은 머리가 띵 했다!

서리 늑대를 찾아서 광화문 빌딩에 도착하고, 다시 마포까지 내려가 김철수 발명가를 찾아왔어 온 지금까지도!

레이 실트는 온다온다 말만 하고, 아직도 광화문 빌딩에 오지 않았다!

빨리빨리가 체화된 한국 사람 그 자체!

특급 헌터가 여기 있었으면 울화통이 터져 벌써 뒤로 넘어갔을 상황이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가 왜 그렇게 빨리빨리를 강조하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머리가 띵하고, 가슴속에서 열불이 차올랐다!

그러나 분통을 터트릴 수는 없다.

상대는 헌터 귀족 중의 귀족, 캐부자 마도구 제작자다.

그것도 자신에게 강철봉도 빌려 주고 마법 물품도 하나 주기로 약속한 캐부자 인격자 레이님!

천문석은 최대한의 이성을 담아 외쳤다.

“아니, 레이님! 방법이고 자시고! 마력 폭풍 터지면 우리 모두 끝장이에요! 지금 진짜로 20년 존버하게 생겼다니까요! 20년이요! 20년!”

=나한테 시간을 조금만 줘! 지금 마력장 유동 때문에 좌표 잡는데, 시간 걸리잖아!?

=이건 일종의 보험이야! 혹시 차원 도약이 실패해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보험!

‘틀린 말은 아니다!’

빠르게 머리를 굴린 천문석은 바로 김철수 발명가를 향해 외쳤다.

“차원 좌표 따는데! 얼마나 걸리죠!?”

“30분에서 1시간! 마력장이 요동이 심상치 않아! 출발 좌표가 고정이 안 되고 있어!”

천문석은 바로 통신기를 잡고 외쳤다.

“레이님! 좌표 따는데 30분에서 1시간입니다! 그 안에 오셔야 합니다! 꼭이요! 꼭! 재수 없으면 우리 모두 20년 존버예요!”

=고마워! 걱정하지 마! 그 안에 모든 걸 해치울게! 내가 해낸 걸 보면! 너희 모두 진짜 진짜로 깜짝 놀랄 거야! 하하하하하-

레이의 웃음을 마지막으로 통신이 끊긴 순간 천문석은 한숨 쉬었다.

하아-

걱정됐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러나 어차피 레이 실트는 멀리 있었고, 직접 가서 레이 실트를 데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겐 지금 할 일이 있었으니까!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할 일 서리 늑대를 살폈다.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서리 늑대.

서리 늑대는 자신이 김철수 발명가와 돌아왔을 때부터, 삶의 의욕이 사라진 듯 허망한 표정으로 축 늘어진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야, 너 왜 그래!?”

목과 등을 긁어 주고, 손가락으로 쓱, 쓱- 긴 털을 빗질해 줘도 여전히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서리 늑대!

천문석은 배낭에 손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우리 맛있는 ‘최고급 쇠고기 육포’ 먹을까!?”

-……!

서리 늑대는 번쩍 고개를 들었지만, 천문석의 손이 배낭에 들어간 것을 보더니 머리를 돌리고 다시 축 늘어졌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감이 왔다.

‘……건빵을 최고급 소고기 육포라고 구라친 사달이 났구나!’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돌아봤다.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은 차원 좌표를 따는 중이고, 레이 실트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광화문 게이트는 침묵 중이고, 주변 지역에는 마수와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다!

감이 왔다.

나중이면 늦는다.

움직이려면 지금이다!

결심한 순간 천문석은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에게 외쳤다.

“저 육포 좀 찾아오겠습니다!”

“어, 육포?”

“지금 뭐를 찾 아 온다고?”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이 황당해하는 순간.

고개를 돌린 채로 귀만 쫑긋 세우는 서리 늑대가 보였다!

이 귀신 같은 녀석!

예상대로다!

서리 늑대는 이미 ‘건빵’을 눈치채고 있었다!

천문석은 서리 늑대가 들으라는 듯 외쳤다.

“상점에서 완전 맛있는 ‘특급 육포’를 찾아오겠습니다!”

-……

“이 ‘특급 육포’를 먹으면 서리 늑대가 기운을 차리고 서리혼을 줄줄 뽑아낼 겁니다! 그렇지?”

순간 서리 늑대는 언제 축 늘어져 있었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 꼬리를 붕붕 휘저으며 신나게 짖었다.

컹, 컹-

“30분 안에 육포 찾아서 돌아올게요!”

천문석은 단숨에 옥상을 가로질러 마법 도르래를 잡고 난간 아래로 뛰어내렸다.

기이이이잉-

광화문 시가지에 내려선 순간 천문석은 기억을 되짚어 슈퍼마켓을 향해 달렸다.

편의점, 대형 마트, 애완동물 용품점, 동네 슈퍼마켓! 어디서든 육포를 찾아야 한다!

이 ‘육포’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냐 없냐가 달렸다!

어떻게든 육포를 찾아야 한다!

천문석이 육포를 찾겠다고 시가지로 달려가자.

서리 늑대는 어느새 기운을 차리고 신나게 짖으며 옥상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

“…….”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은 멍하니 이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

“……넌 저 말이 이해가 되냐? 육포를 찾아야 서리혼이 나온다고?”

김철수 발명가가 묻는 순간.

추이린은 고개를 저었다.

“이해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세요. 애초에 1999년으로 떨어졌을 때. 아니, 공방 도시부터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어요.”

김철수 발명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추이린의 말이 맞았다.

부산 던전 7층, 공방 도시에 도착한 순간부터. 쉴 새 없이 사건·사고가 터지고, 모든 게 엉망진창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하이라이트를 찍은 게 1월 3일이 아닌 1월 1일에 터지려는 EMP 마력 폭풍!

나비 효과를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도 이미 모든 게 엉망진창 난장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상황이 굉장히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에 와서는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도 없었다.

지금 해야 할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

EMP 마력 폭풍이 터지기 전에, 차원 좌표를 따고 ‘문’을 여는 것!

엉망진창 난장판으로 변한 상황을 바로잡는 건.

동료들을 모두 2020년으로 돌려보내고 하면 된다!

자신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생겨난다.

천문석 말대로 20년 존버를 할 테니까!

지금은 EMP 마력 폭풍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기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너무나 유쾌한 기분에 김철수 발명가는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추이린이 ‘드디어 이 사람도 맛이 갔구나’ 하는 시선을 보냈지만, 이 또한 기꺼웠다.

천문석, 추이린, 레이 실트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건!

오너의 대리인으로 재금 그룹의 점조직을 움직일 때와는 다른 충족감이 들었다.

‘반드시! 어떻게든 모두를 2020년으로 돌려보낸다!’

김철수 발명가는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외쳤다.

“추이린! 좀 더 속도 내자! 천문석, 레이가 돌아오면 바로 문을 열고 넘어가야 한다!”

“아니 속도고 자시고! 마력장 유동 더럽게 심해서 좌표 고정이 안 돼요!”

추이린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김철수 발명가는 손바닥 크기의 보안 상자를 던졌다.

탓-

날아온 상자를 받아 여는 순간 나오는 정제 마석!

수정 기둥 속, 별처럼 빛나는 액화 정제 마석이 흐르고 있다.

추이린은 보는 순간 정체를 깨달았다.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 정제 마석이 아니다!

재금 그룹 본사가 있는 섬, 전능 옥좌를 띄우는 부유 엔진 기관에 사용되는 초고순도 정제 마석!

초고순도 정제 마석 3개가 보안 상자에 들어 있었다!

“아니! 내가 연구에 필요하다고 3년 동안 요청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던…….”

김철수 발명가는 추이린의 말을 끊었다.

“그 정제 마석으로 마력 농도 자체를 높여라!”

추이린도 천재라 불리는 마도 공학자, 김철수 발명가의 말을 바로 알아챘다.

마력 농도, 수위 자체를 높여서 마력장 유동을 막으라는 이야기!

“알겠습니다!”

추이린은 바로 움직였다.

불의 씨앗과 불의 서약이 만나 EMP 마력 폭풍이 터지려는 2000년 1월 1일!

이 시대의 모두가 각자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은 마력장을 안정화하며 차원 좌표를 땄다.

천문석은 서리 늑대에게 줄 육포를 찾아 슈퍼마켓, 구멍가게, 동물병원을 찾아 달렸다.

아리엘과 에코는 모든 문제의 해답, 데우스 엑스 마키나, 마도 황제를 찾기 위해서 불의 서약의 힘이 몰아치는 곳으로 날아갔다.

경복궁에 진지를 만든 국군과 미군은 게이트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걸 관측하고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회사원 김철수와 아내, 아이, 양가 부모님을 모조리 태운 SUV는 부산을 향해 경부 고속도로를 달렸다.

장철과 아내, 아이, 장민을 태우고 김포 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제주 공항에 착륙했다.

취직하자마자 게이트가 열려 없던 일이 된 이태성은 길드원들 들개 마수와 소형 몬스터를 아작내며 아파트 단지를 요새화하고 있었다.

서 병장은 계엄령이 떨어지지 않기를 자신이 부디 제대할 수 있기를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기도했다.

새천 년이 시작된 첫날이자.

지구 최초로 게이트가 열린 날.

여기에 더해 EMP 마력 폭풍까지 일어나려는.

혼돈의 2000년 1월 1일.

이 시대의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소란에서 벗어난 존재가 둘 있었다.

불의 서약의 힘이 몰아치는 북한산인데도. 마치 다른 세상인 것처럼 조용하고 포근하고 따뜻한 바위 위.

“……김밥 맛있어. 음냐…….”

검은 로브를 담요처럼 덮고 잠꼬대하는 꼬맹이.

킥킼! 킼키키키킼키! 킼키-!

‘다했다! 의뢰 다 끝났다! 만세!’

전신에 검댕을 묻힌 채 손을 번쩍 들고, 첫 번째 의뢰 완료를 축하하는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의 새끼 다람쥐.

꼬맹이와 새끼 다람쥐.

두 존재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2000년 1월 1일이라는 난장판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었다.

지금 새끼 다람쥐, 케페니안 차원 용병이 의뢰를 마치고 난장판에 오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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