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80화 (48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80화>

쿵-

오리배가 높게 쌓인 콘크리트 잔해에 닿는 순간.

천문석은 번개같이 강철봉을 잔해에 꽂아 오리배를 고정하고 외쳤다.

“바로 내리세요!”

김철수 발명가가 잔해 위로 뛰어내리는 동시에.

으핫-

기합을 지르며 몸을 던지는 천문석.

쿠르르르릉-

천문석이 내리는 순간 격류에 요동치던 오리배는 거센 물살에 떠내려갔다!

상관없다.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으니까.

천문석과 김철수 발명가는 산산이 부서진 격류가 쏟아지는 잔해를 올라갔다.

높게 쌓인 잔해 정상에 오르자 보였다!

서울역!

드디어 수몰 지역을 벗어났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어?! 사람이다!”

“아니, 저 물살을 어떻게 뚫고 온 거야?!”

“마포! 지금 마포랑 용산 상황 어떤가요?!”

천문석과 김철수 발명가를 본 경찰과 소방관, 일반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천문석의 시선은 광화문 방향에 고정돼 있었다!

아직 1월 1일, 해가 지기도 전이다.

EMP 마력 폭풍이 터지는 1월 3일까지는 시간이 넉넉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사건·사고가 터지는 양상이 심상치 않았다.

삼겹살 구워 먹다가 서울 사태가 터져, 랩터와 생사 대결을 벌였던 그 날처럼, 촉이 꿈틀거리며 말한다!

심상치 않다고!

최대한 빨리 광화문 빌딩으로 돌아가서 2020년으로 넘어가라고!

그래서 천문석은 김철수 발명가에게 외쳤다.

“눈 감으세요!”

“뭐, 눈은 왜……?”

김철수 발명가가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며 묻는 순간.

쾅-

마른하늘에 뇌성이 터지고 섬광이 번쩍였다.

굉천수가 터지는 순간.

달려들던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시야를 상실했다.

낮이고 위력을 낮춘 굉천수라 시야를 상실한 건 10여 초 정도였다.

그러나 10초면 충분했다.

몰려드는 사람들을 뚫고,

방치된 자전거 잠금장치를 끊고,

김철수 발명가를 자전거에 태우고 출발하는 데는!

천문석과 김철수를 태운 자전거는 순식간에 서울역을 빠져나와 광화문 방향으로 달렸다.

광화문에 도착하면 이번 난장판도 끝난다!

천문석은 아낌없이 내력을 끌어올려 전력으로 페달을 돌렸다.

기잉, 기이잉, 기이잉-

자전거는 엄청난 속도로 도로를 달려 7분 후.

광화문 빌딩에 도착했다!

* * *

위이잉-

마법 도르래를 잡고 단숨에 빌딩 옥상으로 올라온 천문석과 김철수 발명가.

“왔구나! 갑자기 통신 연결이 끊겨서 걱정했잖아!”

옥상에 오르는 순간 안테나를 잡은 추이린이 버럭 외쳤다.

추이린은 안테나를 잡고 계속 통신을 넣고 있던 상황.

상황을 파악한 김철수 발명가가 한달음에 달려가며 외쳤다.

“지금 마력장이 요동쳐서 통신이 자꾸 끊기고 있다! 안테나 내가 조정하겠다!”

김철수 발명가가 안테나를 조정할 때.

천문석은 옥상을 확인했다.

추이린, 서리 늑대, 김철수 발명가.

레이 실트!

레이 실트가 없다!

“추 수석님 레이 님은요? 아직인가요?!”

추이린은 북한산을 가리켰다.

“레이 마지막으로 연락 왔을 때, 저기 북한산에서 출발한다고…… 어, 시발! 저거 뭐야!?”

추이린이 경악해서 외치는 순간.

천문석과 김철수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북한산으로 향했다.

추이린이 경악한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북한산 전체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붉은색, 푸른색, 보라색…….

수없이 많은 색으로 물든 거대한 태양 아래.

북한산 전체에 불꽃의 태풍이 몰아치는 듯한 엄청난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장관인 ‘노을‘이 북한산에 지고 있었다.

멋진 ‘노을’이 지고 있었다!

‘노을’…….

‘아니, 갑자기 노을 보고 왜 소리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려 어이없음을 지우며 말했다.

“하하하- 오늘 노을이 멋지기는 하네요! 과연 추 수석님! 감수성이 대단하시네요!”

“뭐?! 야, 그게 아니라…….”

“뭘요. 저도 감탄했는데요! 이런 장관은 처음입니다! 자, 그럼 노을도 봤으니까. 우리 빡세게 좌표 따고 바로 돌아갈 준비 하죠! 레이 님 오시면 바로 넘어가는 겁니다!”

“야, 자세히 봐봐! 노을이 아니라 태양! 아니, 저거 태양도 아냐!”

“네?”

반문하는 순간 한달음에 달려온 추이린의 천문석의 얼굴을 빙글 돌리며 외쳤다.

“태양은! 저기 있잖아!

서쪽으로 돌아간 얼굴에 보이는 거대한 빛.

태양!

서쪽에 아직 지지 않은 태양이 떠 있다!

“뭐!!??”

경악한 천문석은 번개같이 고개를 돌려 북한산을 봤다.

북한산 하늘에 불꽃의 태풍이 몰아치는 듯한 노을이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여전히 있었다.

붉은색, 푸른색, 보라색…….

수많은 색으로 명멸하는 태양이!

북한산 위!

북쪽에 태양이 떠 있었다!

“시발! 태양이 왜 두 개야!?”

* * *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동시에 터져 나온 김철수 발명가의 외침.

“EMP 마력 폭풍!!”

김철수 발명가는 홀린 듯 북한산에 펼쳐진 노을을 바라보며 말을 쏟아 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왜 벌써 EMP 마력 폭풍이 터져!? 나비 효과? 그럴 리가! 내가 한 일 중에 EMP 마력 폭풍에 영향을 준 건 없을 텐데?! 수첩, 내 수첩!? 시계 어디 있어?!”

당황한 김철수 발명가가 과거의 자신에게 준 시계와 수첩을 찾아 정신없이 주머니를 뒤질 때.

추이린은 넋 나간 얼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EMP 마력 폭풍.”

“EMP 마력 폭풍?”

“EMP 마력 폭풍!”

“EMP 마력 폭풍?!”

점차 표정이 일그러지던 추이린이 외쳤다.

“EMP 마력 폭풍이라고?!”

“시바! 왜 지금 저게 터져!?”

“끝장이야! 우린 이제 끝장이라고!”

“진짜로 20년 버티기를 해야 한다고!?”

으으으윽-

비틀거리던 추이린이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김철수 발명가과 추이린 수석 연구원, ‘문’을 열어야 할 마력 각성자 둘 다 패닉에 빠진 상황!

그러나 천문석은 냉철함을 유지했다.

전생부터 현생까지, 수많은 사건과 위기에서 죽도록 굴러서 단련된 강철 같은 멘탈이 제정신을 차리게 했다.

지금 할 일은 놀라는 게 아니라 상황을 파악하는 거다!

천문석은 남은 내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북한산 하늘을 향해 기감을 뻗었다!

빛보다 빠른, 마음의 속도로 뻗어 나간 기감으로 전해진다!

수많은 색이 명멸하는 태양.

그 아래 일렁이는 마력 불꽃의 태풍.

느껴졌다!

명멸하는 태양은 천천히 지상으로 떨어지고,

마력 불꽃의 태풍은 너울거리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이 태양과 불꽃의 태풍에서 너무나 익숙한 기운이 전해졌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명멸하는 태양 - 각성력.

지상에서 솟아오르는 마력 불꽃의 태풍 - 재의 기사.

뜬금없이 튀어나온 각성력과 재의 기사의 힘!

‘아니, 저게 왜 저기서 나와?!’

잊고 있던 재의 기사의 힘이 EMP 마력 폭풍을 일으키는 어이없는 상황!

그러나 수없이 하늘이 준비한 마장, 사건·사고에서 구른 천문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하늘의 인과는 사람의 인지로 헤아릴 수 없는 법!

원인과 결과.

어떤 원인이 얽혀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원인이 아닌 결과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명멸하는 태양.

지상에서 솟아오르는 마력 불꽃의 태풍.

둘이 만나는 순간 EMP 마력 폭풍이 터진다는 결과!

그러나 명멸하는 태양과 마력 불꽃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거리’는 곧 ‘시간’이다!

즉, 아직 시간이 있었다!

하늘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고,

2020년 귀환계획도 끝장나지 않았다.

아직은 20년 존버 계획을 실행할 때가 아니다!

천문석은 천둥 같은 고함을 질렀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어, 무슨?!”

“너 방법 있어?!”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 수석 연구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천문석은 난간에 뛰어오르며 외쳤다.

“상황이 변한 건 아닙니다!”

천문석은 위로 든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 그 아래 손바닥을 펼친 오른손을 놨다.

“이 주먹이 저 태양이고! 이 손바닥이 북한산에 몰아치는 마력 태풍입니다!”

외침과 동시에 천천히 가까워지는 주먹과 손바닥.

“…….”

“이 상황에 뭐 하는 거야?!”

“잘 보세요!”

의아한 얼굴로 천문석을 보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탄성을 터트렸다.

“어……!?”

“앗!?”

김철수, 추이린 모두 마력 각성자!

천문석이 말하려는 걸 바로 알아챘다.

가까워지는 주먹과 손바닥!

명멸하는 태양과 마력 불꽃의 태풍!

그러나 아직 닿지는 않았다.

즉, 둘이 충돌해 EMP 마력 폭풍이 터질 때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그렇다.

상황이 완전히 엎어진 건 아니다.

EMP 마력 폭풍이 터질 때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김철수와 추이린의 눈빛이 살아나자,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다시 한번 말했다.

“판이 완전히 엎어진 건 아닙니다!”

“단지 데드라인이 앞당겨진 것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준비를 끝냈습니다!”

순간 천문석, 김철수, 추이린 셋의 시선이 동시에 움직였다.

-빌딩 옥상에 새겨진 마법 회로!

-마법 회로 중앙, 마력 파동 발생장치!

-마력 파동 발생장치에서 솟은 안테나!

-안테나가 솟은 하늘에 남아 있는 차원 좌표!

마지막으로 옥상 구석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서리 늑대까지!

이심전심!

모두의 머릿속에서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필요한 건 모두 준비가 끝났다!’

‘EMP 마력 폭풍이 터지기 전에 좌표를 따서 넘어가면 된다!’

생각과 동시에 세 사람은 잇달아 외쳤다.

“안테나 조정하고 바로 좌표 따겠다! 마력장이 불안정해서 시간이 좀 더 걸릴 거야!”

“파동 발생장치 조정할게요!”

“레이 님에게 연락하고, 서리 늑대 상태 확인하겠습니다!”

김철수 발명가, 추이린 수석 연구원, 천문석 셋은 바로 움직였다.

데드라인이 앞당겨진 것뿐!

상황이 완전히 변한 건 아니다!

명멸하는 태양과 마력 불꽃이 만나기 전!

EMP 마력 폭풍이 터지기 전에 넘어가면 된다!

천문석은 인이어를 눌러 레이를 부르며 서리 늑대를 향해 달려갔다.

“레이님! 레이님 들리세요! 데드라인이 앞당겨졌어요! 당장 오셔야 해요!”

=치익, 치이익

* * *

광화문 빌딩 위 천문석이 잡음 속에서 레이 실트를 부를 때.

초대형 뱁새의 다리에 잡혀 북한산 위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는 두 사람이 있었다.

레이 실트로 위장한 아리엘 무겐다흐와 에코.

두 사람은 넋 나간 표정으로 북한산을 바라봤다.

댐이 무너지지 않게 보강을 끝내고 북한산을 가로질러 광화문으로 가던 중에 갑자기 하늘로 솟아올랐던 마력 불꽃!

폭풍처럼 몰아친 마력 불꽃이 하늘을 물들인 순간.

마력장이 폭풍우 치는 바다라도 되는 것처럼 요동쳤다!

그때 아득한 천공에 드리워진 장막이 마력장에 날아가고, 아리엘과 에코 두 사람은 느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명멸하는 태양!

강대한 마력의 결집체,

불의 씨앗을!

“어, 어어어어!? 저건 또 뭐야?!”

갑자기 툭 튀어나온 강대한 마력의 결집체, 불의 씨앗을 본 순간.

에코는 바로 움직였다.

허공에 손을 긋는 동시에 회중시계를 꺼내 용두에 손을 올린다!

팟, 차르르르-

공간에서 튀어나온 책이 저절로 펼쳐져 넘어갈 때.

찰칵, 찰칵-

마력 결집체를 ‘관측’하며 회중시계 용두를 누른다!

차르르르륵, 팟-

순간 저절로 넘어가던 책이 멈췄다.

에코는 바로 책을 확인했고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펼쳐진 책 대부분에 검은 선이 그어져 알아볼 수 있는 단어가 몇 개 없다!

그러나 보이는 단어들이 심상치 않았다.

불의 서약.

개화.

각성력.

마력 폭풍.

마력 폭풍!

갑자기 요동치던 마력장은 마력 폭풍의 전조 현상이다!

천천히 떨어지는 태양과 하늘로 솟아오르는 마력 불꽃을 다시금 보는 순간.

에코는 깨달았다.

둘이 만나는 순간 행성 규모의 마력 폭풍이 몰아친다!

이 정도 마력 폭풍이 몰아치면, 차원 좌표의 흔적 같은 건 단숨에 날아가 버린다.

김철수 발명가가 2020년으로의 탈출구 ‘문’을 열지 못하게 되는 거다!

“아리엘님! 바로 움직여야 합니다! 저거 터지면 행성 규모 마력 폭풍이 몰아쳐요!”

다급한 외침에 고개를 돌리는 아리엘.

그러나 아리엘의 얼굴은 환희에 차 있었다!

“에코 저거 몰라보겠어!? 저 거대한 태양! 자세히 봐봐! 저거 불의 씨앗이야!”

“네? 불의 씨앗이요?”

에코가 반문하는 순간 책에 그어진 검은 줄 일부가 사라지고 단어가 생겨났다.

[불의 씨앗]

순간 아리엘은 명멸하는 태양을 가리키며 외쳤다.

“불의 씨앗!”

“마탑의 대마법조차 아득히 초월하는!”

“세계 자체를 변혁시키는 마법 중의 마법!”

하하하-

아리엘은 돌연 웃음을 터트리더니 빛나는 눈으로 세계를 바라봤다.

“그랬어!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게이트가 생겨났다고, 그런 ‘편리한 힘’이 저절로 생겨날 리가 없지!”

하하하하하하-

아리엘은 불의 씨앗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리엘님! 무슨 말이세요? 편리한 힘이요?! 뭐가 생겼다고요?!”

“각성력!”

크게 외친 아리엘은 격동으로 몸을 부르르 떨며 주위를 가리켰다.

“에코! 여기야 바로 지금 이곳이라고!”

“여기서 저 불의 씨앗으로 이 세계에 각성력이 생겨난 거야!”

“우리는 처음부터 목적지, 있어야 할 장소에 있던 거야!”

“바로 이곳 북한산이 우리가 찾아야 할 장소였어! 바로 앞에 두고도 몰라본 거야!”

하하하하하-

아리엘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트렸다.

에코는 깨달았다.

마도구 제작자로 마도 전쟁에 끌려들어 다른 마도왕들을 압도하고 승리 일보 직전까지 갔던 27개 마탑의 지배자!

마도왕 무겐다흐의 모습이 깨어났다!

지금 아리엘은 뭐라고 말해도 설득이 먹히지 않는다.

에코는 바로 뱁새에게 명령했다.

“야, 파트너! 바로 광화문으로…….”

그러나 아리엘의 다음 말이 들려오는 순간 에코는 굳어 버렸다.

“불의 씨앗은 모든 지성체의 약속, 대협약을 세계에 새긴 마도 제국의 시작을 알린 마법!”

마도 제국의 시작을 알린 마법?!

“어, 어어?! 설마?!”

경악한 에코의 시선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명멸하는 태양에 못 박힌 순간.

아리엘 무겐다흐는 확신을 담아 외쳤다.

“마도 황제! 마도 제국의 황제 폐하가 지금 이곳 북한산에 계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