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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77화 (47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77화>

추이린이 마법 회로를 조정하고, 천문석이 서리 늑대를 달래며 동료들과 연락되기를 기다릴 때.

두 사람이 기다리는 레이 실트, 아리엘 무겐다흐는 국민대가 내려다보이는 북한산 능선에 있었다.

마법사 에코와 함께.

아리엘 무겐다흐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에코! 어때 이 정도면 될 것 같아!”

“1미터 정도!? 좀 더 쌓아야 할 것 같습니다!”

뱁새에 잡혀 빙글빙글 하늘을 돌던 에코가 대답했다.

“알았어!”

아리엘은 외침과 동시에 짧은 마법봉을 움직여 골렘 핵에 명령을 내렸다.

곧 커다란 바위 골렘이 바위와 흙을 밀어붙였다.

쿠르, 쿠르르르-

쭉, 쭉 밀려 가던 바위와 흙이 경사를 타고 와르르 쏟아졌다.

능선 사이 이미 높게 쌓여 있는 바위와 흙, 나무로 이뤄진 댐 위로!

이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에코의 목소리.

“아리엘님. 물길이랑 수위 확인하고 올게요!”

에코를 잡은 뱁새가 댐 위를 한 바퀴 돌아 북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아리엘의 시선이 뱁새를 탄 에코를 따라 움직였다.

능선과 능선이 만나는 좁은 계곡.

이 계곡을 높게 쌓인 바위와 흙이 댐처럼 막아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다.

이 호수가 있는 곳은 국민대 바로 위 북한산이었다.

하아-

아리엘은 이 모습을 보며 한숨 쉬었다.

“아니, 일이 왜 이렇게 꼬여…… 언제 차원 깡패놈이 나올지 모르는데…… 혹시 벌써 문 열고 돌아간 건 아니겠지?”

아리엘은 불안한 눈으로 북동쪽과 남서쪽을 번갈아 봤다.

북동쪽.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가 차원 도약해 사라진 장소.

남서쪽. 천문석과 동료들이 ‘문’을 열 준비를 하는 광화문 빌딩 위.

불안했다.

너무나 불안했다!

분노한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가 불쑥 튀어나올까 봐!

동료들이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고 2020년으로 돌아갔을까 봐!

아리엘은 다시 한 번 인이어에 손을 올리고 동료들을 불렀다.

“천문석! 김철수! 야, 추이린!”

그러나 인이어, 마력장 통신기는 여전히 먹통인 상황!

“마력장 생겨났는데! 왜! 도대체 왜! 작동을 안 해! 하, 시바- 추이린한테 작별 인사하는 게 아니었는데! 이 호수만 아니었으면!”

아리엘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눈앞의 호수를 바라봤다.

2시간 전 아리엘은 에코와 뱁새를 타고 광화문 빌딩으로 날아가다가 이 호수를 발견했다.

그리고 발견 즉시 이 호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북한산에 생겨난 수원에서 쏟아진 엄청난 물이 계곡과 능선을 타고 모였다!

이 물살에 쓸려 온 흙과 바위, 나무가 능선 사이 좁은 계곡을 댐처럼 막았다!

문제는 이 댐이 흙과 바위, 나무가 뒤엉켜 만들어진 언제 무너질지 모를 부실한 댐이라는 사실이다.

그냥 흘러갔으면 시가지에 홍수가 나는 정도로 끝났을 물이, 입구가 막혀 흘러나가지 못하자 고이고 고여 거대한 호수를 만들어 냈다!

아리엘의 시선이 거대한 호수 반대쪽, 국민대와 그 뒤 시가지 방향으로 향했다.

넓게 펼쳐진 캠퍼스와 건물들!

수많은 사람이 남쪽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무기를 손에 쥐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등 뒤 북한산에 언제 무너질지 모를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부실한 댐이 무너지는 순간 끝장이었다.

거대한 호수에 가득한 엄청난 물!

이 정도 규모의 물이 쏟아지면 건물 한두 채 무너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시가지 전체가 아작나고, 싸울 준비를 하는 수많은 사람이 쓸려 나간다!

눈앞에 보이는 시가지 전체가 괴멸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다!

뱁새를 타고 광화문 빌딩으로 날아가던 아리엘과 에코는 이 댐과 호수를 본 순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리엘은 천공탑을 오르는 자의 의무가 있었고, 에코는 아리엘의 지시를 거부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리엘과 에코는 이곳에 만들어진 댐을 보수하고 있었다.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크고 튼튼하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었다.

이미 댐의 기초는 만들어져 있었고, 두 사람 모두 경지에 오른 마법사였다.

게다가 북한산에서 쏟아지는 물길은 이곳으로만 이어진 게 아니었다.

즉, 일정 수위 이상으로는 이 호수로 물이 흘러들지 않는다.

그 일정 수위만 버틸 수 있게 댐을 보강하면 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제약이 걸려 있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분노한 차원 용병!

-언제 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동료들!

차원 용병이 나타나 잡혀도 끝장.

동료들이 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가도 끝장이었다.

마력장 통신기라도 연결되면 상황을 전할 수 있을 텐데, 여전히 마력장 통신기는 먹통인 상황.

하아-

아리엘이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쉴 때.

멀리서 뱁새를 탄 에코가 돌아오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리엘님! 2미터! 2미터 정도만 더 쌓으면 끝나겠어요! 흘러들어오는 물 거의 멈췄어요!”

“알았어! 빨리 끝내고 넘어가자!”

“네! 저도 댐 위를 날면서 냉기 마법을 뿌릴게요!”

에코는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살피더니 댐 위를 지나가며 냉기 마법을 뿌렸다.

뱁새가 날아가는 경로를 따라 새하얀 눈이 떨어져 댐과 호수의 경계에 닿았다.

콰드드득-

눈이 닿는 순간 단숨에 물이 얼어붙고 얼음 덩어리가 곳곳에서 떠올랐다!

떠오른 얼음 덩어리가 이어지더니 댐 앞이 점차 빙판으로 변해 갔다.

이때 아리엘이 마법봉을 휘둘러 다시 한 번 바위 골렘에게 명령을 내렸다.

쿵, 쿵, 쿵-

댐 위에서 흙을 다지던 바위 골렘이 능선 위로 올라와 바위와 흙을 밀고 달리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릉-

흙과 바위가 능선을 타고 내려가 댐 위에 쌓였다.

에코가 댐 주위를 얼려서 보강하는 사이, 바위 골렘은 흙과 바위를 댐 위로 쏟아붓고 밟아 단단히 다졌다.

빠르게 댐이 높아지고 있었다!

“끝나기 전에 차원 용병 놈이 튀어나오는 건 아니겠지?”

아리엘이 초조하게 말할 때.

냐아, 냐아아-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문득 고개를 내리자, 로브 자락을 잡고 우는 새끼 고양이가 보였다.

“너 또 왔냐?”

아리엘은 새끼 고양이를 로브에서 떼어 냈다.

댐을 만들기 시작할 때 숲에서 사뿐사뿐 걸어 나와, 발 앞에 발라당 누워 데굴데굴 굴렀던 새끼 고양이.

먹을 것을 줘서 돌려보냈던 새끼 고양이가 다시 돌아왔다.

냐아아-

아리엘에게 들린 새끼 고양이는 팔다리를 쭉 펴며 부르르 떨다가 혀를 내밀어 손을 핥았다.

날름, 날름-

손을 핥는 새끼 고양이의 모습에 아리엘은 감탄했다.

따뜻한 체온.

작은 몸과 팔다리.

보들보들한 삼색의 털.

애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분홍색 작은 혀를 내밀어 손을 핥는 순간.

반드시 뭔가를 줘야만 한다는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얼굴이 흐물흐물 풀려 버린 아리엘은 재빨리 칼로리 바를 꺼내 새끼 고양이에게 내밀었다.

할짝, 할짝-

새끼 고양이가 칼로리 바를 작은 혀, 작은 입으로 열심히 핥아 먹기 시작했다.

“넌 이름이 뭐니?”

나야-

“내가 멋진 이름 지어 줄까?”

냐아아-

말할 때마다 대답하듯이 우는 새끼 고양이.

어떤 이름을 지어 줄까 고심할 때,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타이탄과 마탑의 힘으로 대륙에 문명의 빛을 밝히고, 인간으로 태어나 정명한 빛의 길을 걸어 승천한 그분의 이름!

마탑의 마법사 중에도 아는 이가 거의 없고.

아는 이는 소리 내어 말하는 것조차 불경하다 하여, 두 상징 타이탄과 마탑, 강철과 보석의 황제라 불리는.

마도 황제 폐하!

문득 아리엘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작고 귀여운 새끼 고양이에게, 마도 황제 폐하의 이름을 붙이다니 참으로 불경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아리엘 무겐다흐는 이 이름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흐흐흐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분이 만든 천공탑에서 개고생해서는 아니다.

출구가 사라진 극한의 냉기 지대에서, 얼어붙은 곰고기만 먹으며 수십 년을 헤맸지만!

하여튼 그것 때문은 아니다!

아리엘은 칼로리 바를 핥는 새끼 고양이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언령(言靈)을 실어 말했다.

“지금부터 네 이름은…….”

치이이익-

순간 귀에 꽂힌 인이어에서 들려오는 잡음!

마력장 통신기가 작동한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는 순간.

인이어에서 잡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 님! 들리세……!? 치이이- 어디세요!? 치이익- 준비 거의 끝나……!?

천문석!

아리엘은 바로 대답했다.

“들려! 듣고 있어! 준비 끝나간다고!? 우리 지금 북한산에 댐 만들고 있어! 곧 끝나! 2시간! 아니 1시간! 1시간 안에 갈게! 꼭, 절대, 반드시 갈게! 절대 나 버리고 가면 안 돼!”

* * *

레이 실트와 통신이 끝난 순간 천문석은 추이린에게 외쳤다.

“추 수석님. 레이 님이랑 연락됐어요! 북한산에서 댐 만들고 있데요! 1시간 안에 돌아오신대요!”

추이린은 마법 회로 조정을 끝냈는데도 마력장 통신기가 작동하지 않아 안테나를 잡고 마력을 흘러 넣고 있었다.

그렇게 간신히 통신을 이은 추이린이 벙찐 표정으로 되물었다.

“댐? 물을 가두는 댐? 아니 북한산에 댐은 왜 만들어!? 나비 효과 몰라!? 무슨 사고를 그렇게 쳐!”

추이린이 분통을 터트릴 때.

비슷한 일을 했던 천문석은 차마 맞장구를 칠 수가 없었다.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피치 못할 사정은 무슨! 걔 분명…….”

치이익-

이때 인이어에서 잡음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이- 천문…….

김철수 발명가의 목소리!

“추 수석님! 남쪽 남쪽으로 안테나 움직여 주세요! 김철수 발명가님 목소리 들려요!”

“알었어!”

추이린은 안테나 방향을 천천히 남쪽으로 움직였다.

=치이이익- 천…….

=치이익- 들려…….

=치이- 들리냐!?

잡음이 점차 사라지고 목소리가 선명히 들려오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신호했다.

“정지! 거깁니다!”

추이린이 멈춘 순간 인이어에서 김철수 발명가의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문석, 추이린? 들리냐?

“네 들립니다! 지금 어디세요!? 지금 마법 회로 조정도 끝나고 서리 늑대도 도착했는데 어디세요!?”

=……

짧은 침묵 후 깊은 한숨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지금 마포구 빌딩에 갇혀 있어.

“네!? 빌딩에 갇혔다고요? 마포 쪽에도 몬스터 웨이브가 몰려 왔습니까!? 탈출이 힘드세요!?”

“몬스터 웨이브라고!?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어!?”

천문석의 외침을 들은 추이린이 깜짝 놀라 외쳤다.

이때 인이어에서 이어지는 목소리.

=물…… 홍수가 나서 빌딩에 고립됐어…….

“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마력 각성자가 홍수 때문에 고립됐다고요!?”

어이없어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팟, 팟, 팟-

번개가 치듯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사실들!

-마포구를 흐르는 홍제천!

홍제천도 중랑천과 마찬가지로 북한산 수원과 연결된 상태다! 당연히 범람했을 거다.

-둑을 쌓고 중랑천 제방을 터트려 몬스터 웨이브를 쓸어버리는 자신의 계획!

한강 수위가 확 올라갔을 거다.

-홍제천과 중랑천은 한강으로 이어져 있다!

한강 수위가 올라가면 홍제천 수위도 올라간다.

천문석은 순식간에 인과관계를 깨달았다.

자신이 한강 동쪽에서 굴린 스노우볼이 한강 서쪽, 마포구와 용산구에 눈사태를 일으켰다!

‘마력 각성자가 움직이기 힘들 정도는 아닐 텐데!?’

천문석은 다급히 통신기에 외쳤다.

“마력 각성자가 뚫지 못할 정도의 홍수가 났다고요!? 어디까지 잠겼는데요? 무릎? 가슴? 광화문 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리는데요!?”

=……

좀 더 긴 침묵 후 김철수 발명가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슴 높이 정도가 아냐. 힘든 게 아니라. 이동이 불가능하다.

“네……?”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중랑천 제방을 무너트린 연쇄작용이 일어났어도 그럴 리가 없었다!

그래서 천문석은 인이어 통신기에 외쳤다.

“정확한 위치가 어디세요! 제가 가겠습니다!”

=효창 운동장 아래 빌딩인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고…….

천문석은 바로 김철수 발명가를 찾아 마포구로 달렸다.

그리고 30분 후 숙명 여대 건물 옥상에서 효창운동장을 바라보며 외쳤다!

“한강이 왜 여기까지 올라왔어!?”

효창운동장이 물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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