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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76화 (47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76화>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가 추이린 수석 연구원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추 수석님 괜찮으세요!? 정신 드세요!?”

몸이 축 늘어져 기절한 추이린 수석 연구원!

재빨리 맥박과 호흡을 확인했지만, 모두 정상.

얼굴에 수통의 물을 떨어뜨려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기감에 걸리는 껄끄러운 마력장!

은폐 마력장이 옥상 전체를 뒤덮고, 옥상 바닥에는 은은한 빛을 띠는 마력회로가 깔려 있다.

옥상에는 적이 침입한 흔적도 전투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동료들은 모두 사라졌고, 주위의 마력 농도가 이상할 정도로 높다!

게다가 추이린 수석 연구원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

지금은 비상 상황!

추 수석님이 그냥 깨어나길 기다릴 수는 없었다!

천문석은 바로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었다.

“죄송합니다.”

사과와 동시에 전법륜인 딱밤을 갈겼다.

따아아악-

통렬한 딱밤 소리가 터지는 순간.

끄어어억-

추이린은 비명을 지르며 번쩍 눈을 떴다.

“머리! 내 머리를 끄어어어억-.”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데굴데굴 바닥 위를 구르는 추이린.

천문석은 거리를 두고 추이린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데굴데굴 구르던 추이린이 구르기를 멈추고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으으윽- 천문석!?”

“네! 저 맞습니다!”

천문석은 재빨리 다가가 수통을 건네며 물었다.

“지금 어떻게 된 겁니까!? 다른 동료들은요!?”

추이린은 멍청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더니 소스라치게 놀라서 외쳤다.

“어, 어어!? 왜 우리 둘뿐이야!? 지금 몇 시. 아니 며칠이야!?”

“지금 1월 1일 오후 4시 지났습니다!”

순간 추이린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휴- 시간이 많이 지나진 않았구나. 어 그런데 왜 아무도 없어!? 아직 아무도 안 돌아온 거야!?”

“네? 안 돌아왔다고요!? 김철수 발명가님. 레이 실트님 두 분 다 어디 갔다고요!?”

“어, 김철수 발명가님은 어제저녁에 볼일 있다고 자리를 비웠고…….”

추이린은 손을 들어 광화문 게이트 방향을 가리켰다.

“레이 실트는 갑자기 미친놈처럼 외국어로 외치다가 광화문 게이트로 날아갔어.”

‘아니, 이 사람들 왜 이래!?’

천문석은 머리가 띵했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미친 듯이 달려 서리 늑대를 찾아, 서울 북동부를 개고생하며 뚫고 광화문 빌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온 광화문 빌딩에는 동료들이 없는 어이없는 상황!

게다가 추이린의 말에 담긴 뉘앙스를 듣는 순간 감이 왔다!

김철수 발명가 레이 실트 두 사람 모두 과거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아니! 나비효과! 나비효과! 그렇게 강조를 했으면서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와! 도대체 뭘 하느라고 아직도 안 온 거예요!”

천문석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추이린이 바로 맞장구쳤다.

“내 말이! 이 사람들 기본이 안 됐어! 이러다가 나비효과 일어나서 미래가 바뀌면 어쩌려고 이래!”

“그러니까요! 하! 제가 나비효과 때문에 얼마나 조심해서 움직인…….”

분통을 터트리던 천문석의 머리를 스치는 수많은 기억.

북한산에서 서리 늑대를 쫓았고, 장철 가족과 함께 한강으로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한강 변에서 일어나 수많은 사건과 전투.

성수대교 위에서 싸우고, 죽을 뻔한 장교를 구하고, 바위 트롤을 유인해서 달리고, 민폐를 끼친 VIP들을 쫓아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로 한강 위에다가 얼음 다리를 만들었다.

수십만 명의 피난민이 강을 넘어 건너갈 수 있도록!

거기에 더해 군인들에 대 몬스터 전 전술을 가르치고, 둑을 쌓고 중랑천의 물로 몬스터 웨이브를 쓸어버리는 작전까지 세웠다.

어느새 우연히 만난 군인들까지 대 몬스터 전 전문가, 서울 헌터 부대 준장과 초능력 군견 시고르자브르 종의 이름을 아는 상황!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운명을 바꾼 사람의 수는 셀 수도 없었다!

자신이 한 일들은 나비의 날갯짓이 아니었다.

이건 숫제 태풍을 일으킨 거나 마찬가지였다.

“…….”

아무리 생각해도 김철수 발명가, 레이 실트 두 사람이 자신이 한 일보다 더 큰 사고를 쳤을 것 같지는 않았다.

“…….”

천문석은 차마 뭐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추이린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어, 너 왜 말을 하다가 말아? 그 표정은 또 뭐고? 좀 이상한데……!?”

천문석은 웃음부터 터트렸다.

“하하하- 생각해 보니까. 김철수 발명가님. 레이 실트님. 두 분 모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동료라면 그런 것까지 이해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뭐!? 야! 너 갑자기 왜 말이 바뀌는데! 게다가 그 웃음! 너 혹시……!?”

촉이 좋은 추이린이 의심하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말을 돌렸다.

“앗! 이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큰일 났어요! 광화문 게이트를 보세요!”

“뭐!? 게이트에 뭔 일이 일어났어!?”

깜짝 놀란 추이린이 벌떡 일어나 난간으로 달려갔다.

천문석은 추이린을 따라 달리며 빠르게 설명했다.

“도로에 까맣게 탄 마수, 몬스터 사체가 널려 있고!”

“광화문 게이트 앞에 국군과 주한 미군이 쫙 깔렸어요!”

난간 앞에 선 추이린이 광화문 도로와 경복궁을 바라볼 때.

천문석이 그 옆에 서서 말을 이었다.

“국군이 광화문 게이트 1차 웨이브를 막았…….”

하하하하-

순간 추이린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추이린과 천문석이 동시에 말했다.

“하! 내가 뭘 해냈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거다! 내가 게이트 1차…….”

“역사가 변했어요!”

말을 잇던 추이린은 흠칫 놀랐다.

“……!”

‘역사가 변했다!’

순간 추이린의 머릿속에서 지난 밤 자신의 한 일이 스쳐 지나갔다.

원래대로라면 1차 웨이브를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EMP 마력 폭풍이 터지고 국군이 쭉 밀려난다.

그런데 자신이 1차 웨이브를 막아 냈다!

게이트에서 쏟아진 마수와 몬스터를 벼락으로 쉴 새 없이 지져서!

그렇다. 역사가 변한 것이다!

즉, 자신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

“네? 뭘 하셨다고요? 추 수석님?”

천문석이 묻는 순간, 추이린은 웃음부터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아니 갑자기 웃음은 왜?”

돌연한 웃음에 천문석이 반문하는 순간.

주위를 훑는 추이린의 예리한 시선에 무언가 잡혔다!

서리 늑대!

추이린은 바로 말을 돌렸다.

“어, 서리 늑대 왜 한 마리뿐이야!? 다른 애들은 어디 갔어!?”

“…….”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컥 막혔다.

초대형 뱁새와 얽혀서 일어난 그 어이없고 황당한 사건들.

“어이없는 일이 있었어요.”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

“한 마리로도 작동할 수 있다던데…….”

“……가능할까요? 되겠죠? 돼야 하는데……?”

“야, 나는 모르지. 작동 방법은 김철수 발명가님이 아시는데…….”

“…….”

“…….”

천문석과 추이린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2020년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김철수 발명가님만 아시죠?”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듣기는 했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김철수 발명가님만 알지.”

“마법 회로 조정은 끝났나요?”

“거의 다 끝나고 마무리만 남았어. 나 혼자 해도 30분? 그 정도면 끝나.”

“마력 파동 발생장치는?”

“준비 끝나고 좌표 수신용 안테나도 세웠어.”

추이린이 가리킨 마법 회로 한가운데, 정육면체 상자에서 하늘 높게 솟은 안테나가 보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서리 늑대도 돌아왔다.

그런데 정작 있어야 할 동료들이 없는 상황!

“아니, 사람들 왜 이래요…….”

“그러게 말야…….”

하아-

하아아-

천문석과 추이린은 동시에 한숨을 내 쉬었다.

“아니, 아직도 안 돌아오시면 어떡해요…….”

“그러게 말야. 전화도 없는데…… 하, 시바-.”

“전화기…… 어!?”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통신기!

하도 정신없이 굴러서 김철수 발명가가 준 통신기를 잊고 있었다!

“추 수석님 통신기 있잖아요! 김철수 발명가님이 준 마력장 통신기!”

“앗!”

천문석과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추이린!

두 사람은 바로 귀에 꽂혀 있는 인이어 통신기를 사용했다.

“김철수 발명가님!”

“레이 실트! 야, 너 어디 있는 거야!? 천문석 왔어!”

그러나 인이어 통신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아니, 이게 왜 먹통이야!? 분명 게이트 열렸고 마력장도 느껴지는데!?”

추이린은 바로 문제점을 파악했다.

“인이어 통신기 여기 옥상에 마법 회로랑 연동돼서 그래! 30분! 30분이면 마무리 조정 끝난다! 그럼 인이어 사용할 수 있어! 바로 조정 시작할 게!”

추이린은 마로 마법 회로에 달라붙었다.

마법 회로 조정이 끝나고 마력장 통신기 사용이 가능해지면, 김철수 발명가, 레이 실트에게 연락할 수 있다.

동료들이 돌아오면 바로 돌아갈 수 있다!

천문석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서리 늑대!

배낭에 얼굴을 들이민 서리 늑대의 상태를 확인하는 거다!

“그럼 전 서리 늑대, 서리혼 확인할게요!”

“안전장치 해뒀지만, 혹시 모르니까 구석에서 확인해라!”

“알겠습니다!”

천문석은 대답과 동시에 한달음에 서리 늑대에 달려가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이익-

타다다닥-

번쩍 고개를 들고 번개같이 달려오는 서리 늑대!

천문석은 재빨리 서리 늑대의 목을 끌어안고 손으로 털을 쓱쓱 문지르며 옥상 구석으로 이동했다.

“아유! 착하다 착해! 서리혼 조금만 내보내 보자!”

-……

차게 식은 시선이 돌아왔다.

“서리혼 몰라? 그거 있잖아? 물 얼리고, 시원한 그거! 서리혼 조금만 내보내 보자.”

순간 픽- 쓰러져 배를 드러내고 퍼지는 서리 늑대.

“야, 너 왜 이래! 이러면 안 되잖아! 서리혼! 서리혼 잠깐만 보여 줘!”

서리 늑대는 축 늘어진 채로 꼬리만 좌우로 흔들다가, 주르륵- 침을 흘리더니 천문석의 배낭을 바라보며 짖었다.

컹, 커엉-

순간 서리 늑대의 울음소리가 한국어로 번역돼 귀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약속대로 최고급 쇠고기 육포 줘!

“……!”

최고급 쇠고기 육포!

분명 약속했다.

광화문 빌딩에 도착하면 최고급 쇠고기 육포를 주겠다고!

하지만 배낭 안에 남은 육포는 없었다!

자신이 한 말은 어떻게든 서리 늑대를 데려오기 위해 한 공수표였다.

순간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등골을 타고 전율이 흘렀다!

서리 늑대의 기대 어린 눈빛과 입가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군침!

저 눈빛에 실망이 드리우는 순간 일어날 일들이 눈에 선했다!

“……!”

천문석은 번개같이 머리를 굴려 대응책을 세웠다.

하하하하하-

재빨리 웃음부터 터트리고 배낭 안으로 손을 넣으며 말했다.

“알았어! 이제 맛있는 최고급 쇠고기 육포 먹자!”

배낭 안 최고급 쇠고기 육포는 없었지만, 생각했던 그게 손에 잡혔다.

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 단단한 질감의 빵.

건빵!

천문석은 건빵을 감춘 손을 서리 늑대의 입으로 손을 가져가며, 다른 손 손가락을 서리 늑대 눈앞에서 튕겼다.

딱, 따닥-

손끝에서 튕기는 빛과 소리에 서리 늑대의 신경이 쏠린 순간.

재빨리 서리 늑대 입안에 건빵을 밀어 넣으며 말한다!

“맛있는 최고급 쇠고기 육포 먹자! 얼른 씹자! 맛있다!”

콰득, 콰드득-

홀린 듯 입을 움직여 건빵을 씹는 서리 늑대!

“옳지, 옳지! 잘한다!”

천문석은 손자한테 밥을 먹이는 할머니처럼 연신 서리 늑대를 칭찬했다.

그리고 서리 늑대의 등과 목을 긁어 줄 때마다, 아주 미약하게 일으킨 구인창의 경력을 흘려 보내 후각을 교란했다.

맛을 느끼는 감각의 60% 이상이 후각!

게다가 손에 숨긴 건빵을 입안에 쏙쏙 집어넣을 때마다.

딱, 따닥-

눈앞에서 정신없이 손가락을 튕겨 신경을 빼놓는다!

끄응, 끄으응-?

‘서리 늑대가 뭔가 이상한데?’라는 표정을 짓는 순간.

번개같이 수통의 물을 먹여 입안에 남은 건빵이 쑥 목 안으로 넘어가게 했다!

그리고 재빨리 말을 잇는 천문석.

“최고급 쇠고기 육포 맛있지? 이제 서리혼 조금 내 보자?”

-……

서리 늑대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나이키 신발을 사달라고 했는데 나이스 신발을 받은 어린아이와 비슷한 얼굴.

뭔가 이상한데!

분명 다른 걸 알겠는데!?

뭐가 다른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는 그런 표정!?

-……!?

서리 늑대는 연신 고개를 갸웃하다가 결국 서리혼을 뽑아냈다.

화르르륵-

서리 늑대의 몸 주위로 서리혼의 냉기 불꽃이 휘도는 순간.

천문석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안 걸리고 잘 넘어갔다!

여러 번은 안 통해도 한 번 정도는 더 통할 거다!

마법 회로 조정이 끝나고 동료들이 오면, 이 방법으로 마력 파동 발생장치를 작동시키는 거다!

이제 김철수 발명가와 레이 실트만 오면 된다.

그러면 마침내 2020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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