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74화 (47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74화>

서리 늑대를 찾으러 북한산으로 갔다가 연이어 터진 사건·사고, 인과에 휘말렸던 천문석.

천문석이 마침내 모든 사건·사고, 인과를 마무리하고 전리품까지 획득해서 광화문을 향해 이동할 때.

청명한 북한산 하늘에선 신나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킼기키, 킼키킼키킼-!

‘다했다! 일이 다 끝났다!’

이곳 좌표에서 해야 할 일을 끝낸 황금 다람쥐가 신나게 울었다!

하지만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는 몸을 돌려 북한산을 날며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첫 번째 의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선배들의 말을 떠올린 것이다.

혹시나 컴플레인이 들어오지 않게, 완벽하게 끝내야 했다!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차원 용병은 거대한 강과 폭포가 흐르는 광활한 북한산 국립공원을 쓱 훑으며 의뢰 내용과 대조했다.

커다란 놈.

커다랗고 뾰족한 놈.

작고 시끄러운 놈.

아주 작고 느릿느릿한 놈.

……

능선과 골짜기, 봉우리마다 거대 괴수와 마수와 몬스터가 널브러져 있었다!

탈진한 모습으로 널브러져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엄청난 수의 마수와 몬스터!

이런 마수와 몬스터를 차원 용병은 낮게 날며 하나하나 다시 확인했다.

휘이이잉-

무시무시한 폭군이 낮게 날자 숨소리마저 죽이는 마수와 몬스터들!

차원 용병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킥, 키키킼키키키킼-!

‘의뢰인이 요청대로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제 다음 좌표로 도약할 때였다

킥, 킼키킥-!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는 도약하기 위해 의뢰서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킥, 키킼키킥키-!

3개! 차원 좌표가 3개밖에 안 남았다!

앞으로 3번만 더하면 의뢰가 다 끝난다!

게다가 다른 차원 좌표는 이곳처럼 할 일이 많지도 않았다!

곧 의뢰가 완료되고 의뢰금을 받는다!

차원 용병의 눈앞에 시원한 바람이 불고 햇볕이 잘 드는 뽀송뽀송한 보금자리, 높은 나무가 아른거렸다!

순간 샘솟는 의욕!

킥, 키키킼키키킼-!

차원 용병은 바로 다음 좌표로 도약하려 했다.

이때 자신도 모르게 하늘로 시선이 향했다.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는 애써 외면하던 하늘을 홀린 듯이 바라봤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서 빛나는 씨앗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 씨앗 안에는 케페니안의 빛에 버금가는 빛이 가득가득 들어 있었다!

빛이 가득 들어 있는 씨앗이 너무나 탐스럽게 보였다.

킥, 키키킥키킼킼-?

‘어차피 마지막인데, 몰래 한 입만 먹어 볼까?’

언제나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새끼 다람쥐는 스스로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이런 나쁜 생각을 하다니!

케페니안 새끼 다람쥐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휙휙- 저어 나쁜 생각을 흩어 버렸다.

이제 임무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착한 다람쥐는 이런 나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성실하고 차근차근 의뢰를 완수해서 내 집을 장만하는 거다!

그러나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빛의 씨앗으로 향하는 시선.

쓰으읍-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침을 삼키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새끼 다람쥐는 반사적으로 도약을 했다.

파스스슥-

케페니안의 빛이 터지는 순간 새끼 다람쥐는 차원을 뛰어넘어 사라졌다.

폭군이 사라진 북한산 국립공원에 거칠게 흐르는 물소리와 사방에 널린 거대 괴수와 마수, 몬스터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잠시 후 한 바위 봉우리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아리엘님! 진짜 진짜로! 바로 넘어갈 수 있는 거죠!? 정말로 마법 회로랑 서리 늑대 준비 끝난 거 맞죠!?”

은신처에서 나온 마법사 에코가 불안한 얼굴로 하늘을 살피며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리엘 무겐다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당연하지! 마법 회로는 1, 2시간? 마무리 작업만 남았었으니까. 추이린이랑 김철수가 작업 끝냈을 거고!”

“서리 늑대는 천문석이 찾으러 갔어. 천문석 걔 실력이 장난 아냐.”

“내가 레이 실트의 강철봉까지 빌려 줬으니까. 벌써 서리 늑대 데려 와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네? 레이 실트의 강철봉이요? 우레 폭풍의 마도왕 레이(電) 님이요?”

에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 순간.

아리엘은 아차 했다.

‘레이 실트로 위장한 걸 스스로 말해 버렸다!’

아리엘은 재빨리 말을 돌렸다.

“야! 우리 이럴 때 아냐! 차원 깡패 돌아오기 전에 튀어야지! 우리 걸리면 끝장이야! 같이 노역장 끌려 간다니까!”

악명높은 케페니안 노역장!

에코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리엘님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할 때가 아니었다!

차원 용병이 너무 꼼꼼하게 의뢰를 수행해서 은신처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남은 의뢰는 3개의 차원 좌표뿐!

그러나 이 의뢰들은 뺑뺑이를 돌리는 게 목적이라, 언제 차원 용병이 낌새를 눈치채고 추적을 시작할지 모른다!

차원 용병에게 잡히면 끝장이다!

그전에 광화문 빌딩 옥상에 열릴 ‘문‘으로 튀어야 했다!

에코는 바로 외쳤다.

“뱁새! 파트너! 얼른 나와! 급해!”

외침과 동시에 은신처 깊숙한 곳에 누워 있던 초대형 뱁새가 움직였다.

데굴, 데굴, 데굴-

마치 초대형 짐볼이 굴러 오듯 굴러 와 휙- 하늘로 날아오른다.

히리히리히리-

초대형 뱁새는 피리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를 내며 하늘에 크게 원을 그렸다!

휘이이이이잉-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활강하며 낚아챘다.

마법사 에코만.

“어!?”

“어……!?”

초대형 뱁새에게 잡힌 에코와 봉우리에 남겨진 아리엘 사이에 순식간에 거리가 벌어졌다.

“에코! 너 이 새끼! 이걸 노린 거였냐!?”

아리엘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에코는 재빨리 손을 저으며 외쳤다.

“아닙니다! 제 의도가 아니에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에코는 다급히 초대형 뱁새에게 외쳤다.

“야! 기다려! 저 사람! 뒤에 저 사람도 태워야 해!”

탓, 탓-

짧은 날개로 ‘X‘자를 만드는 초대형 뱁새.

오랜 시간 파트너로 지내 왔기에 에코는 바로 알아챘다.

“……요금 내라고!?”

휙, 휙-

짧은 삼각형 부리로 ‘O‘자를 그리는 초대형 뱁새!

“와! 이 자본 주의 노예 같으니라고! 야! 인간적으로 네가 먹은 경계석이 내 연봉보다 많아! 너랑 파트너 되고 빚을 갚는 게 아니라! 빚이 늘고 있다고!”

분노를 담아 외쳤지만, 묵묵부답!

초대형 뱁새는 아리엘 위에서 빙글빙글 커다란 원을 그렸다.

에코는 분통이 터졌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이동하다가 차원 용병이 추적을 시작하면 순식간에 노역장으로 끌려 간다!

지금은 어떻게든 초대형 뱁새를 달래야 했다!

“돌아가서 경계석 한 개 추가로 줄게!”

초대형 뱁새는 바로 몸을 돌려 활강하더니, 분통을 터트리던 아리엘을 낚아챘다.

휘이이이잉-

엄청난 속도로 하늘로 날아오른 초대형 뱁새!

훙훙, 훙훙훙-

초대형 뱁새는 짧은 날개를 열심히 휘저으며 광화문을 향해 날아갔다.

에코는 불안한 눈으로 은신처를 보다가 아리엘에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리엘님! 진짜 진짜로! 광화문 빌딩에 도착하면 바로 넘어갈 수 있는 거 맞죠!?”

하-

아리엘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에코! 오랫동안 갇혀 있어서 그래? 너, 왜 이리 소심해졌어?”

“…….”

“내 동료들 믿을 만해! 김철수, 추이린, 천문석. 게네들 이미 준비 끝내고! 나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리엘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에코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 있었다.

아리엘님의 동료 중 천문석이 아마도 천운의 헌터 같았다.

그렇다면 가능한 한 얽혀서는 안 된다!

에코는 잠시 고심하다가 말했다.

“아리엘님. 죄송하지만 동료분들한테는 저를 소개하지 않아 주실 수 있을까요? 이름, 관계 모든 걸 좀 비밀로 해 주시면…….”

아리엘은 내심 반색했다.

자신이 바라던 걸 에코가 먼저 말했다!

그렇게 진행되면 자신이 레이 실트를 사칭한 게 걸릴 일이 없다!

아리엘은 내심을 숨기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 사정이 있나 보네? 그래 그렇게 해 줄게. 그럼 문을 넘어갈 때까지 우리 처음 만난 사이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에코와 아리엘은 초대형 뱁새에게 잡혀 광화문으로 날아갔다.

2020년으로 탈출할 ‘문‘을 열 준비를 끝냈을 광화문 빌딩 옥상을 향해서.

그러나 아리엘의 예상과 달리 광화문 빌딩 옥상에 남아 있는 동료는 한 명뿐이었다.

쉴 새 없이 뇌전을 쏟아부어 기절하듯이 잠든 하얀 번개 추이린.

김철수 발명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천문석은 서리 늑대를 데리고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 광화문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2020년으로 돌아갈 준비도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마법 회로 조정은 거의 끝난 상황.

마력 파동 발생장치를 작동시킬 서리 늑대도 오고 있었다.

EMP 마력 폭풍이 발생할 데드라인, 1월 3일까지는 30시간 이상 남아 있고.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는 뺑뺑이 임무를 하기 위해 차원 도약으로 사라졌다.

천문석, 추이린, 김철수 발명가, 아리엘 무겐다흐, 에코.

모두가 광화문 빌딩으로 모이면 오래 걸리지 않아 2020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 모두에게서 잊힌 존재가 움직이고 있었다.

재의 기사.

거대 괴수와 몬스터를 쫓아 북한산을 오른 재의 기사가 움직였다.

* * *

재의 기사는 텅 빈 투구 속에 생겨난 이글거리는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능선과 계곡, 평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마수와 몬스터가 널브러져 있었다!

진혼진군가를 쫓아 쏟아지는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를 향해 돌진했다.

불의 서약까지 어기고 달려왔으나, 제대로 싸우기도 전에 케페니안의 빛을 머금은 존재가 상황을 정리했다.

어느새 진혼진군가의 노랫소리가 사그라지고 서약의 힘이 도전자의 위치를 가리킨다.

남쪽!

그러나 북한산에 멈춰 선 재의 기사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진혼진군가를 듣는 순간.

돌과 철의 맹세가 살아났다.

그렇기에 재의 기사는 두 마법사가 전혀 느끼지 못한 걸 느꼈다.

재의 기사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

검은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그것!

불의 씨앗!

재의 기사는 보는 순간 불의 씨앗의 정체를 깨달았다.

제국의 기사라면 그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악신과 고대신이라는 어둠을 불태우고 대륙에 밝혀진 문명의 빛!

마도 제국의 시작이자 모든 것.

마도 황제 폐하!

불의 씨앗에 담긴 건 마도 황제 폐하의 힘이었다!

어떻게 이 세계에 빛의 길을 올라 승천하신 황제 폐하의 힘이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마도 황제 폐하의 힘이 담긴 ‘불의 씨앗‘아래 자신이 있었다!

잠재력을 깨우는 힘, ‘불의 서약‘의 힘이 몸 안에 이글거리는 자신이!

재의 기사는 운명을 느꼈다.

자신이 가진 ‘불의 서약‘의 힘이라면 마도 황제 폐하의 힘이 담긴 ‘불의 씨앗‘을 더 빨리, 더 넓게 개화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개화한 ‘불의 씨앗’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에게 힘을 줄 것이다.

마수와 몬스터, 세계의 이면에 숨어든 허신들과 싸울 힘을!

자신이 서약한 그대로 이 세계에 헤아릴 수없이 많은 불꽃 지기, ‘기사‘가 태어나는 거다!

그러나 그렇게 불의 서약의 힘을 모두 잃으면, 재만 남은 영혼육백은 산산이 흩어지리라.

순간 한가지 감정이 재 속에서 살아나 불티처럼 흩날렸다.

웃음.

재의 기사는 웃었다.

그것이야말로 바라 마지않는 결말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하이브리온!

자신은 황제 폐하의 검이자 문명의 불꽃을 지키는 불꽃 지기, 기사였으니까.

재의 기사는 움직였다.

쿵, 쿵, 쿵-

느리나 결코 멈추지 않는 걸음으로 불의 씨앗에 가장 가까운 곳!

북한산 최고봉을 향해서!

마수와 몬스터와 싸워 문명의 빛을 지킬, 마도 황제 폐하의 힘을 이 세계의 모든 생명체에게 전해 주기 위해서!

쿵, 쿵, 쿵-

재의 기사의 육중한 발걸음이 북한산에 울려 퍼졌다.

하늘의 인과는 인지로는 헤아릴 수 없는 법.

수많은 우연과 필연이 겹쳐, ‘불의 서약’을 한 옛 제국의 기사가 마도 황제의 힘이 담긴 ‘불의 씨앗’을 만났다.

불의 씨앗이 불의 서약의 힘으로 강제로 싹을 틔우고 개화하는 순간 각성력이 태어난다.

지구에서 태어난 모든 생명체의 잠재력을 개회시키는 힘, 각성력이!

이 각성력은 거대한 마력 폭풍에 실려 지구 전체로 퍼져 나갈 것이다.

EMP 마력 폭풍!

각성력의 폭풍이 몰아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의 예상보다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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