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69화 (47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69화>

의인 광장!

거대한 전율이 온몸을 달릴 때.

천문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미래 2020년.

광화문 게이트 지역, 최고의 입지에 자리한 의인 광장!

-과거 2000년.

냉기 불꽃을 휘감은 서리 늑대로 한강을 꽁꽁 얼려 피난민이 탈출할 길을 만들어 준 의인!

-현재 2000년 1월 1일.

게이트가 열린 대한민국 한강에 자신이 있었다!

수많은 피난민과 한강을 얼려 그 위로 달려오는 서리 늑대와 함께!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결론은 하나다!

‘내가 의인이다!’

순간 시간과 공간에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가 머리를 스치고 한 단어가 생각났다.

타임 패러독스!

순간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

“뭔가 이상한데!?”

역사에 기록된 사실과 지금 눈앞의 현실은 디테일이 달랐다.

역사에 기록된 과거 상황.

-냉기 불꽃을 휘감은 서리 늑대 ‘무리’.

-마수와 몬스터에게 ‘점거’된 한강 다리.

-게이트 마력 폭풍이 ‘몰아쳐’ 전자기기가 사용 불능.

지금 마주한 현실.

-서리 늑대 ‘한 마리’.

-폭약으로 ‘끊긴’ 한강 다리.

-EMP 마력 폭풍은 아직 ‘몰아치지 않았다’.

기록과 현실 간에 차이가 있었다!

역사를 쓰는 건 결국 기록자.

기록자의 의도가 담겼다면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돌아보는 순간.

끊어진 한강 다리.

한강 변으로 모여든 수많은 시민.

몬스터와 전투 중인 군인과 예비군.

……

인간의 한계를 넘어 극에 달했고, 극을 넘어 나아갔었던 본질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위화감!

천문석은 이 세계 자체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큰 맥락은 같지만, 디테일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연극, 뮤지컬.

이 감각은 끝없이 반복되는 연극, 뮤지컬의 등장인물이 된 것 같은 위화감이었다.

천문석은 문득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에는 마음이 없으니 그 인과에 선악은 없고, 그 누구의 물음에도 답하지 않는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그러나 천문사(天問寺)를 이어받은 돌멩이, 천문석에겐 그 이름대로 하늘에게 물을 방법이 있었다.

전생의 스승님께 배워 본질에 새겨진 법(法), 수인(手印)!

천문석은 어느새 손으로 열두 수인을 짚으며 소리, 문자, 언어, 감정, 생각 모든 것을 뛰어넘어 마음에서 마음으로 진심을 담은 일심으로 물었다.

‘하늘님…….’

이때 다급한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저기 저 개! 발아래 봐봐!”

“얼음이다! 얼음이 얼고 있어!”

“한강이 얼어붙으면 건너갈 수 있다!”

“한강이 얼어붙다니!”

목소리를 듣는 순간 천문석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한강이 언다!

위화감 따위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하늘에 물어볼 필요도 없다!

지금 중요한 건 땅이다!

땅!

경복궁 안, 광화문 게이트 바로 앞에 있는 최고 입지조건의 땅!

의인 광장!

대형 빌딩 3개는 들어갈 거대한 광장!

지금은 그 땅이 의인 광장이 되는 결정적 순간이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쓸데없는 위화감 같은데 정신을 쏟다니!

천문석은 재빨리 내력을 실어 외쳤다.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일심으로 모인 마음이 외침에 전해져 터져 나왔다.

마음을 울리는 거대한 외침에 한강으로 몸을 내밀던 모든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는 순간.

“그냥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더 크고 두껍게 제대로 얼리겠습니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한강으로 뛰어가 휘파람을 불며 달렸다.

휘이이이이익-

“야! 이쪽으로 달려와!”

서리 늑대가 천문석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저 사람 따라간다!”

“모두 저 사람 쫓아가!”

“달려! 빨리 달려!”

인파가 뒤를 따라올 때,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가능한 평평하고 넓게 트여 얼음 다리로 오르기 쉬운 장소를 찾아야 한다!

곧 적당한 장소가 나왔다.

휘이이이익-

천문석은 서리 늑대에게 휘파람으로 신호하고 마침 보이는 군인을 불렀다.

“거기 병장!”

“네! 병장…….”

관등성명을 대고 재빨리 달려오는 병장.

천문석은 뒤따라 달려오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빠르게 말했다.

“여기에 한강을 건널 얼음 다리를 만들 거다! 동료들 불러서 저기 달려오는 사람들 줄 세우고 질서 유지해라!”

“네? 얼음 다리라고요? 한강예요?”

병장이 얼빠진 표정으로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강철봉으로 시멘트 바닥을 그었다.

크르르릉-

단단한 시멘트 바닥에 깊게 홈이 파이고 선이 그어졌다.

“위험하니까. 내가 신호하기 전에는 이 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라!”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에 깊은 홈이 파이는 순간 병장은 눈앞의 사람의 정체를 깨달았다.

서울 헌터 부대 이세기 준장!

“네, 네! 알겠습니다!”

병장은 재빨리 대답하고 호루라기를 불어 동료들을 불렀다.

다급히 달려온 군인들이 시민들을 줄 세우고 질서 유지를 시작했다.

타다다닥-

이때 서리 늑대가 가까워지고 한강 위를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워지니 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서리 늑대의 발이 닿는 순간 한강이 얼어붙어 얼음 덩어리가 되고 있다!

서리 늑대 무리, 서리 늑대 한 마리.

기록과 현실 간에 차이가 크지만 어떻게든 될 거 같았다!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어떤 식으로 얼음 다리를 만들지 계획이 세워졌다.

이때 펄쩍 뛰어올라 물고 있던 인형을 휙- 던지는 서리 늑대.

천문석은 재빨리 인형을 받았다.

세린이의 친구 곰 인형, 곰곰이.

문득 고개를 들자 강 반대편 택시 앞, 장민에게 잡힌 세린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마주 손을 흔들자 장철과 세린이, 장민 셋은 마지막으로 깊게 고개를 숙이더니 택시를 타고 떠나가는 게 보였다.

하나의 일이 끝났다.

이제 한강을 얼려서 다리를 만들어야 했다!

역사에 기록된 대로 수십만 서울 시민이 탈출할 수 있는 크고 튼튼한 다리를!

천문석은 재빨리 배낭에 곰 인형 곰곰이를 넣고 손을 휘저었다.

‘분명히 남아 있을 텐데……!’

이때 손끝에 걸리는 익숙한 감각!

바로 손을 꺼내 흔드는 순간.

냄새를 맡은 서리 늑대가 깜짝 놀란 얼굴로 달려들어 허겁지겁 손을 핥았다!

최고급 쇠고기 육포!

서리 늑대가 쇠고기 육포를 한 조각 먹을 때 휙- 손을 빼낸다.

끙, 끄으응, 끄응-

연신 끙끙거리며 꼬리를 흔드는 서리 늑대.

서리 늑대의 눈은 천문석의 손에 들린 쇠고기 육포에 꽂혀 있었다.

천문석은 서리 늑대의 목덜미를 긁어 주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일하나같이 하자.”

“전혀. 하나도 어려운 일 아냐.”

“너 방금 건너온 강 보이지?”

바로 고개를 돌려 한강을 보는 서리 늑대.

“맞아! 저 강에다가 작은 다리 하나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일이야!”

-끄으응?

서리 늑대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1km, 1000m가 넘는 한강을 보는 순간.

쓱, 쓱, 쓰윽-

천문석은 서리 늑대의 눈앞에서 최고급 쇠고기 육포를 흔들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서 봐서 멀어 보이지 생각보다 가까워! 얼음 다리 만들면, 이 육포 모두 줄게. 어때?”

-컹, 커어엉, 컹

서리 늑대는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바로 시작하자! 시간 없다!”

그리고 서리 늑대는 얼음 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강, 강폭이 1km가 넘는 거대한 강 위를 수십 번 왕복해서 달리면서!

* * *

헤에엑, 케에엑-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헥헥 거리는 서리 늑대.

수십 번 한강을 왕복한 서리 늑대는 한겨울인데도 혀를 쭉 빼고 힘겨워했다.

이때 천문석이 외쳤다!

“야! 이게 진짜 마지막이야 조금만 더 힘내자!”

순간 서리 늑대의 차게 식은 시선이 천문석에게 향했다.

-……

푸른빛이 일렁이는 서리 늑대의 눈을 보는 순간.

서리 늑대의 생각이 소리가 되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진짜 마지막?

-왜 마지막이 끝나지를 않아!?

-지금 몇 번째 왕복하는 건데!?

-육포 준다며!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찔끔한 천문석은 재빨리 최고급 소고기 육포를 꺼내 흔들었다.

“야, 이번엔 진짜 진짜로 마지막이야! 도착하면 바로 이거 줄게!”

키에에엥-

서리 늑대는 힘겹게 일어나 다시 달렸다.

타다다닥-

강폭이 1km가 넘는 한강 위에 만들어진, 너비 40m가 넘는 거대한 얼음 다리를 단단하게 얼리며!

힘겹게 달리는 서리 늑대 뒤로 천문석이 강철봉으로 얼음 다리를 긁으며 달렸다.

크르르릉-

강철봉에서 흘러나온 내력과 충격파의 반향을 통해 다리의 상태가 들여다보듯이 느껴졌다!

‘됐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마침내 한강 위에 얼음 다리가 완성됐다!

휘이이익-

천문석은 휘파람을 불며 외쳤다.

“이제 됐어! 우리 넘어가자!”

천문석과 헥헥거리는 서리 늑대가 얼음 다리를 달려 강북에 나타나자, 사방에서 다급한 외침과 기대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다리 완성됐습니까!?”

“이제 넘어갈 수 있나요!?”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얼음 다리 완성됐습니다!”

순간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

“됐다!”

“우린 살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밀려 올 때.

천문석은 질서 유지 중인 병장에게 말했다.

“사람들 올려 보내라. 혹시 모르니까. 일행 단위로 10초 간격 두고 올려 보내라!”

군인들이 밀려 오는 사람들을 멈춰 세우고 가족, 일행 단위로 올려 보내기 시작했다.

천문석은 주저앉은 서리 늑대에게 최고급 쇠고기 육포를 물려주고 바로 움직였다.

얼음 다리는 완성됐지만, 자신이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할 일은 얼음 다리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천문석은 재빨리 얼음 다리 입구 옆에 섰다.

첫 번째 가족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부부와 4살 정도 되는 아이로 이뤄진 3인 가족!

3인 가족은 얼음 다리 옆 천문석을 보는 순간 반색해서 외쳤다.

“정말 감사…….”

“조심해서 안전하게 넘어가십시오! 얼음 다리를 만든 ‘의인 이세기’입니다!”

천문석은 재빨리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크게 외쳤다.

“…….”

감사 인사를 하던 가족이 벙찐 표정으로 한강에 얼음 다리를 만들어 낸 자칭 ‘의인’을 봤다.

“아, 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는 순간.

천문석은 아이를 향해 절대 잊지 못할 농담을 던졌다.

“반갑다! 형은 의인 이세기라고 한다! 의원(議員)이 아니라 의인(義人) 이세기!”

“…….”

“…….”

“…….”

마치 얼음이 된듯한 3인 가족.

‘역효과가 났나!? 이 농담은 하지 말걸!?’

뒤늦은 후회를 할 때 질서 유지 중인 군인들이 외쳤다.

“가족분들 빨리 움직여 주세요! 뒤에 대기 중인 분들 많습니다! 이동이 정체되면 안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의인 이세기님!”

화들짝 놀란 가족은 재빨리 인사하고 얼음 다리로 올랐고, 뒤이어 피난민들이 줄줄이 얼음 다리로 다가왔다.

심기일전!

천문석은 사람들이 다가올 때마다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며 잇달아 외쳤다.

“얼음 다리! 의인 이세기입니다!”

“감사합니다! 의인 이세기입니다!”

“꼭 기억해 주십시오! 의인 이세기! 인사드립니다!”

……

“…….”

“…….”

“…….”

사람들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얼굴로 연신 허리 숙여 인사하는 사람을 봤다.

강폭 1km가 넘는 한강에 거대한 얼음 다리를 놓는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해낸 사람!

직접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한강에 모인 모든 사람이 경외심 어린 시선으로 이 사람을 봤다!

그런데 얼음 다리가 완성된 순간.

이 사람은 마치 선거철에 지하철 입구에서 명함 돌리는 국회의원 후보자처럼 연신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얼음 다리를 만든 의인 이세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스스로를 의인(義人)이라고 부르며!

“…….”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맞닥뜨리게 되면 보통 말문이 막힌다.

얼음 다리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그랬다.

말문이 컥 막힌 사람들이 비슷한 얼굴로 자칭 의인을 스쳐 지나갔다.

눈치가 비상한 천문석은 사람들의 분위기를 바로 눈치챘다.

‘이 사람 좀 이상해!?’

라는 얼굴로 자신을 보는 사람들!

그러나 천문석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아니 화가 나기는커녕 가슴이 터질 것처럼 웃음이 차올랐다.

자신의 오랜 야망이 마침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생이 아닌 전생에부터 가졌던 꿈!

객잔 주인을 넘어서는 건물주!

건물주를 넘어서는 땅 주인!

그것도 그냥 자잘한 땅 주인이 아니다!

땅값이 미친 수준을 떠나 아예 거래 자체가 안 되는 땅!

광화문 게이트 지역의 의인 광장!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이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증인이었다!

자신이 광화문 게이트 지역 ‘의인 광장’을 날름 할 수 있게 증언할 증인들!

“……의인 이세기입니다!”

다시 한 번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외치는 순간 가슴속에서 크게 부풀어 오른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카캬카카카컄카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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