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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66화 (46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66화>

후우웅-

쇠파이프가 살벌한 기세로 떨어지는 순간.

천문석은 칼잡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왼팔로 앞으로 그었다.

끄어어억-

머리카락이 잡힌 칼잡이가 가볍게 하늘로 날아올라 살벌한 기세로 떨어지는 쇠파이프를 맞았다!

까아앙-

“형님!”

쇠파이프를 휘두른 놈이 깜짝 놀라 칼잡이를 잡으려 할 때.

천문석은 오른손을 횡으로 휙 그었다.

툭-

손가락에 걸린 옷깃!

손가락을 당기는 동시에 몸을 빙글 돌려 던져 버린다!

공깃돌처럼 날아가 다른 조폭들과 뒤엉키는 놈!

탓, 탓, 탓-

천문석은 가볍게 뛰어들어가 제기 차듯 올려 찼다!

꺼어억-

사람이 장난감처럼 떠오른 동시에 뻗어 나가는 손바닥!

파아앙-

폭음이 터지고 조폭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엄청난 피를 바닥에 쏟아 냈다.

으아악-

순간 악을 쓰며 달려들어 각목, 자전거 체인을 내려치는 조폭들.

“잡았다!”

“죽어라!”

“뒤져라!”

이때 다시 한 번 휘둘러지는 인간 방패, 칼잡이!

칼잡이의 전신에 각목, 자전거 체인이 떨어졌다.

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조폭들이 움찔 할 때.

천문석은 장난치듯 로우킥을 갈겼다.

휙, 휙, 휙-

무언가 닿는 느낌이 전해지는 동시에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은 조폭들!

조폭들은 처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는 순간 깨달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

다리가 부러진 수수깡처럼 덜렁거린다!

“어, 어어어!?”

“이게 왜 이래!?”

조폭들이 당황하는 순간.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끄어억-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나뒹구는 조폭들!

조폭들은 멍한 눈으로 싸움을 봤다.

상대는 꼬맹이가 동네 아이들과 노는 것처럼 가볍게 움직였다.

제기 차듯 몸통을 걷어차고, 장난치듯 다리에 로우킥을 갈긴다.

가볍게 손을 뻗어 빙글 팔을 돌리고 귀를 찢고 손가락을 부러트린다.

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 움직임에 닿는 매 순간!

물풍선이 터지듯 엄청난 피를 토하고.

나무젓가락이 부러지듯 팔다리가 부러져 나간다!

어깨가 빠져 비명을 지르는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귀를 찢어 버리고 발을 짓뭉갠다!

피가 쏟아지고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질 때.

이 남자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단 하나.

지루함!

어느새 조폭들은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고 있었다.

이들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달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같은 인간이 아니었다.

밤새 쏟아진 수많은 괴물!

이 남자는 그 괴물들보다 더한 괴물이었다!

이때 남자의 등 뒤로 칼을 들고 발작적으로 달려드는 조직원이 보였다.

“으아악- 죽어랏!”

그러나 어느새 몸을 돌린 남자가 휙 손을 젓는 순간.

칼은 남자의 손에 넘어가 있었다.

“어, 어어어어!?”

당황한 조폭이 얼떨결에 뒷걸음질 치는 순간 어깨에서 느껴지는 타는 듯한 통증!

문득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칼날이 어깨 안으로 끝까지 들어가 있었다!

흐어, 흐어어억-

칼을 맞은 조폭이 한발 늦게 비명을 지를 때 장난처럼 날아오는 따귀.

짝-

그리고 지루한 듯한 목소리가 어느새 전투가 끝난 전장에 울려 퍼졌다.

“조용 해라.”

“네, 네네네네!”

어깨에 칼이 박힌 놈이 덜덜 떨며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일 때.

사방에 나뒹굴며 비명을 지르던 조폭들도 다급히 비명을 삼켰다.

천문석은 칼잡이의 머리카락을 잡고 있던 왼손을 놓았다.

손안에 남은 피 묻은 머리카락을 탁탁 털어 내자, 칼잡이의 억눌린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이 새끼! 내가 죽여 주…….”

퍽-

말이 끝나기도 전에 떨어지는 주먹.

“시발놈아! 어디 있더라도 찾아서…….”

퍽-

“지금이라도 빌면……!”

퍽-

“죽여봐라!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죽……!”

퍽-

칼잡이가 분통을 터트릴 때마다.

천문석은 가볍게 주먹을 들어 내려쳤다.

이 주먹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힘이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

아이가 장난하듯 휘두르는 것 같은 가벼운 주먹이었다.

그렇기에 칼잡이는 주먹을 맞을수록 기세가 살아나 살벌한 협박을 이어 갔다.

그러나 주위에 쓰러진 조폭들은 점점 더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칼잡이가 외쳤다.

“이 새끼 조져 버려! 일제히 달려들어!”

그러나 조직원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경악한 얼굴로 칼잡이를 바라봤다.

“뭐야!? 왜 가만히 있어! 새끼들아! 으아악!”

칼잡이는 분통을 터트리며 일어나려는 순간 깨달았다.

손이 붉었다!

아니 손뿐만이 아니다!

손, 팔, 다리, 목, 가슴, 얼굴!

전신에서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어, 어어어어!?”

공포에 질려 주춤주춤 물러서다가 고인 물에 주저앉는 순간.

물 위로 퍼져 나가는 엄청난 피!

“안 돼. 안 돼! 이러면 안 돼…….”

완전히 정신이 나간 칼잡이가 전신에서 쏟아지는 피를 막으려 허우적거릴 때.

천문석은 문득 주위를 돌아봤다.

수백 명의 인파가 모여 있는데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시선이 닿는 순간 총이라도 맞은 듯 깜짝 놀라 물러서는 사람들.

이들에게서 너무나 익숙한 감정이 느껴졌다.

공포, 경악, 두려움.

인간이 아닌 괴이(怪異)를 보는 듯한 눈!

어이없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꺼웠다.

문득 인간의 피로 물든 주먹을 내려다보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하-

살기 어린 웃음이 터지는 순간.

하늘이 무너질 듯 울리고 물이 가득 찬 한강이 요동쳤다.

유형화된 살기가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순간 주위의 모든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명과 암.

우도와 좌도.

동전의 앞면과 뒷면.

세상이 둘로 나뉘어 보이고, 마음속 심마(心魔)가 속삭인다.

‘마음의 장애를 모두 벗어던지고 나아가라.’

이미 한번 극을 넘어섰기에, 지금 상황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았다.

선연(善緣)의 역(逆), 악연(惡緣)이다!

심마의 속삭임은 마음의 장애, 법(法)을 벗어던지고.

역천!

마선(魔仙), 마불(魔佛)의 길로 나아가란 속삭임이다.

육체가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피를 보자 마음의 틈으로 심마가 새어 들어왔다.

처음 피를 본 무인을 피의 광기에 빠트리는 심마가!

“하. 이제는 별게 다 튀어나오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왼손으로 지권인을 짚고 오른손으로 전법륜인을 짚어 스스로의 이마를 때렸다.

따악-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을 때리는 충격이 몰아치는 순간.

마음에서 자라나던 심마가 산산이 흩어지고 유형화된 살기가 녹아내린다.

둘로 나뉜 세상이 하나로 합쳐질 때 문득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

툭, 툭, 툭-

누군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연신 어깨를 때리며 뭐라고 외치고 있었다.

천문석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심마가 새어 들어와 생겨난 유형화된 살기!

심약한 사람은 이 살기에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

기겁해서 떼어 놓으려 할 때.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정신 차리세요.”

무모하게도 자신의 팔을 때리던 사람은.

장민이었다.

* * *

장민!

검게 죽은 얼굴과 총기가 사라진 눈동자.

파르르 경련하는 몸에서 생기가 흩어지고 있다!

천문석은 재빨리 장민의 맥문을 잡고 일기공과 일원공의 진기를 흘려 넣었다.

마른 땅에 물이 스며들 듯이 진기가 스며들고 파르르 떨리던 몸이 안정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눈에 총기가 돌아오지 않는다.

천문석은 장민의 몸 안에 스며든 일기공과 일원공의 진기로 원을 그렸다.

땅의 일기공과 하늘의 일원공이 태극을 그려내는 순간 격발시킨다!

하늘과 땅을 잇는 일기일원공!

“컥-.”

말문이 터지고 눈에 총기가 돌아오는 순간.

장민은 손을 뻗으며 외쳤다.

“……한강을 넘어가야.”

장민의 손을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

이 손끝에는 장철이 태워진 오리배가 있었다.

어느새 사방에서 사람들이 밀려 와 차지하려는 싸우고 있는 오리배가!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장민은 훅- 갈뻔하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는데,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반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의지력이 미친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무골 중의 무골(武骨)!

장민은 천검 이세기 못지않은 자질을 가졌다.

“와! 진짜 무공 가르치고 싶네!”

“……네? 무공이요?”

완전히 정신을 차린 장민이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건물주랑 고수랑 고르면?”

“건물주……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오리배! 우리 오리배가!”

다급히 외치며 달리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장민.

천문석은 장민을 번쩍 안고 오리배를 향해 달렸다.

건물주란 대답을 들으니 장민이 더 마음에 들었다.

전생에 어쩌다 보니 마도 18문의 지존 천마까지 됐었지만, 무공 자체가 목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무공은 옷이고 밥이고 집이다.

꼭 필요하지만, 이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삶은 사라지고 무공만 남는다.

무림 제패의 꿈에 부푼 마도 18문의 마인.

온종일 싸울 생각만 하는 무림맹의 무인.

이들처럼 말이다.

장민은 무공과 각성력 보다 더 강한 힘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냉철한 판단력과 강철 같은 의지력!

게다가 엄청난 금력도 곧 손에 넣게 된다.

그런데도 장민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이때 오리배가 가까워지고 장민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물러나세요! 건너가서 바로 배 돌려보내 줄 테니 줄 서고 물러나세요!”

그러나 몰려든 사람들은 서로 오리배를 차지하려 드잡이질을 하느라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천문석은 힐끗 장민을 봤다.

안절부절못하는 표정.

흉기를 든 조폭들 앞에서도 강단 있던 장민이 일반인 앞에서는 갈등하고 있었다.

천문석은 안고 있던 장민을 내리고 내력을 실어 외쳤다.

“야! 꺼져라!”

폭탄이 터지는 듯한 외침에 반사적으로 귀를 막는 사람들.

천문석을 보는 순간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사색이 된 얼굴로 오리배를 붙들고 늘어졌다.

“당신들……!”

장민이 입을 열자 사방에서 쏟아지는 목소리들

“같이 좀!”

“같이 탈 수 있잖아요!?”

“두 자리만! 아니 한자리라도!”

……

조폭한테는 끽소리도 못하던 놈들이, 만만해 보이는 장민에게 다급하게 부탁하고 있다.

이런 놈들에게는 직방인 게 있었다.

천문석은 말없이 품 안에 손을 넣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 수단을 꺼냈다.

장총신 리볼버.

총이 튀어나오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흩어졌다.

천문석은 장민을 바로 오리배에 태우고 안을 확인했다.

겁먹은 중년 남자와 아들.

엉망이 된 모습으로 기절한 장철.

자신이 시킨 대로 눈을 꼭 감고 손으로 귀를 가린 채 크게 거꾸로 숫자를 세는 세린이.

“……서른셋, 서른하나, 서른둘, 서른다섯…….”

세린이는 끝나지 않는 숫자세기를 하고 있었다.

천문석은 웃음을 삼키며 장민에게 물었다.

“준비됐냐?”

“네! 어서 타세요! 제가 밀게요!”

“……저도 도울게요.”

다급히 오리배에서 내리려는 장민과 청년.

탕-

천문석은 오리배를 두들기며 외쳤다.

“야, 됐어. 혼자서도 충분하다. 그보다 이거 받아라!”

천문석은 잡낭에서 포션을 무더기로 꺼내 장민에게 건넸다.

하급 포션.

부작용, 포션 쇼크의 강도와 지속 시간이 긴 포션이다.

하지만, 외상 치료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천문석은 정신을 잃은 장철을 가리켰다.

“이 약 쓰면 상처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약 부작용이 사용 후 48시간 안에 기절하듯 잠드는 거야. 그거 꼭 생각하고 써야 한다.”

“알겠어요!”

장민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포션을 받았다.

“꽉 잡아라! 출발한다!”

휘이이이익-

천문석은 휘파람을 불며 오리배를 밀었다.

쓰으으윽-

빠르게 한강으로 밀려나는 오리배!

한강이 가까워지자, 장민이 손을 내밀며 외쳤다.

“올라타세요!”

이때 오리배 지붕에 무언가 올라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쿠쿵-

깜짝 놀란 장민이 석궁을 잡을 때.

천문석은 외쳤다.

“내 친구다. 한강 건널 때까지 지켜 줄 거야.”

“네……?”

반문하던 장민은 깨달았다.

“설마!?”

이때 한강으로 이어진 계단이 나타났다.

이야압-

기합을 지른 천문석은 전력을 다해 오리배를 밀었다.

계단 위를 엄청난 속도로 미끄러진 오리배는 순식간에 한강으로 밀려들어갔다!

촤아아아악-

거센 물보라가 일어나고 오리배가 물 위로 미끄러질 때.

장민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지금 무슨 생각이세요! 돌아갈 테니까 바로 타세요!”

“난 여기서 할 일이 있어! 장민! 만나서 반가웠다! 아니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갑작스러운 존댓말에 담긴 뉘앙스에 장민이 멈칫할 때.

천문석은 크게 손을 흔들며 잇달아 외쳤다.

“내가 한 말 꼭 기억하세요!”

“세린이한테서 절대 눈을 떼지 마세요!”

“그럼 곧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때 다시 봐요!”

……

“…….”

장민이 멍하니 천문석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급히 외쳤다.

“이름! 이름이 뭐예요!”

장민의 외침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뭔가 세계의 비밀을 한 조각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 장민에게 자신은 처음 만난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장민 대표를 만났었다.

과거 현재 미래.

자신의 꼬리를 문 거대한 뱀처럼 맞물린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건들.

어디가 시작이고 무엇이 처음일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2020년 키즈카페.

비정규직 부사장 겸 알바가 처음 장민 대표를 만났던 날을 생각하면, 지금 해야 할 대답은 하나였다.

하하하-

천문석은 시원한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이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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