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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64화 (46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64화>

“알았어!”

장철은 바로 손으로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고 상류 방향으로 달렸다.

순간 청담대교 교각에 밧줄을 걸고 버티던 오리배가 움직였다.

촤아아아-

물살을 타고 빠르게 상류로 멀어지는 오리배.

장철은 강을 거슬러 오르는 오리배를 따라 달렸다.

중랑천에서 쏟아진 물이 상류로 역류하고, 이 역류하는 물살에 오리배가 실렸다.

그러나 역류하는 물살은 상류, 팔당호에서 내려오는 물살과 만나면 점점 약해질 거다!

결국, 물살은 느려질 테고 곧 오리배의 통제권을 찾을 수 있다!

거기서 한강을 건너가면 된다!

장철은 새삼 감탄했다.

역시, 장민!

순식간에 이 모든 걸 생각해서 움직였다니, 어려서부터 눈치가 남다르고 행동력이 대단한 장민다웠다!

장민은 위기 순간이 되자 누구보다 빨리 움직여 빠져나갈 방법을 찾았다.

‘됐다. 이대로 한강을 넘어가면 된다!’

장철은 환한 얼굴로 잠실 대교 방향으로 달렸다.

주위에 가득한 사람들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멀리 잠실 대교가 보일 때쯤 천천히 떠내려가는 오리배가 나타났다!

“장민!”

“고모!”

장철과 세린이가 외치는 순간 바로 돌아오는 대답!

“오빠! 세린아! 기다려 바로 갈게!”

장민이 페달을 밟는 오리배가 천천히 강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물살이 강해서 오리배가 사선으로 미끄러지고 있다!

“잠실 대교 방향으로 더 달릴까?!”

“아냐! 여기서 타는 게 나아!”

얼핏 고개를 돌리니 멀리 잠실 대교 방향에서 다급히 달려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

장철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배낭에서 밧줄을 꺼내 돌을 달고 매듭지었다.

“이 밧줄 받아서 오리배에 묶어!”

흐앗-

장철은 기합을 지르며 밧줄을 던졌다.

첨벙-

그러나 밧줄은 오리배까지 날아가지 않고 계속 엉뚱한 곳으로 떨어졌다.

점점 가까워지는 인파.

천천히 다가오는 오리배.

오리배에 닿지 않는 밧줄.

장철이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고 계속 밧줄을 묶은 돌을 던졌다.

텅-

그리고 마침내 오리배에 돌이 맞았다!

장민이 떨어지는 돌을 낚아채 순식간에 밧줄을 오리배에 묶었다.

파아아앙-

순간 팔에 걸리는 엄청난 힘!

으아악-

장철은 악을 쓰며 밧줄을 당겼다!

오리배가 가까워지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헉- 도와드리겠습니다!”

“헉, 허억- 우리가 도와줄게.”

청년과 중년의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나타났다.

“세린아 눈 꼭 감아.”

작게 말한 장철은 굳은 얼굴로 등에 짊어진 해머를 잡았다.

쿵-

장철은 피범벅이 된 해머 헤드를 땅에 세우며 단호히 말했다.

“괜찮습니다.”

청년이 움찔하는 순간 중년 남자가 안심하라는 듯 두 손을 들고 빠르게 말했다.

“저 배 뺏으려는 생각 아닙니다. 도와줄 테니까. 저나 아들 한 명만 태워 주시면 됩니다. 어차피 한강만 건너가면 저 오리배는 필요 없잖아요? 그때 오리배를 가지고 돌아와서 가족을 태워 갈 생각입니다.”

중년 남자는 잠실 대교 방향에서 달려오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 도착할 때까지 배에 못 타면 많이 힘들어질 겁니다.”

장철이 느리게 다가오는 오리배와 빠르게 가까워지는 인파를 번갈아 봤다.

중년 남자의 말이 맞았다.

이대로 인파가 밀려오기 전에 배에 못 타면 일이 힘들어진다.

“알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장철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년과 중년 남자가 바로 밧줄을 잡았다.

으아악-

아아악-

세 사람은 악을 쓰며 밧줄을 끌어당겼고 오리배는 빠르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밧줄 잡고 있을 테니까 타세요! 내 아들 데려가 주시고요.”

중년 남자가 외치는 순간 장철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청년에게 외쳤다.

“같이 가시죠!”

“네! 알겠습니다! 건너갔다가 바로 이곳으로 돌아올게요! 아버지.”

아들의 말에 중년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바로 돌아오지 말고 가능한 청담대교 방향으로 눈치껏 움직여. 사람들 몰리면 무슨 일 생길지 모른다.”

“네!”

장철과 청년은 한달음에 오리배로 달려갔다.

“오빠! 빨리 올라타!”

장민이 외치는 순간 장철과 청년이 잇달아 오리배에 탔다.

장철이 해머로 오리배를 밀어 낼 때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어, 어어?! 지금 뭐 하는 거야?! 커억-.”

갑자기 튀어나온 조폭으로 보이는 십여 명의 남자들이 밧줄을 잡은 중년 남자를 두들겨 패고 밧줄을 잡아당겼다.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강 위로 밀려나던 오리배가 멈추는 순간 장민이 외쳤다.

“오빠!”

장철은 재빨리 대검을 꺼내 밧줄을 자르려 했다.

쾅, 콰앙-

이때 날아오는 돌!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순간.

“기다려 새끼야!”

오리배를 향해 몸을 던지는 조폭들!

텅, 터엉-

오리배 곳곳을 잡고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그 손 놔라!”

장철이 손에 든 대검을 위협적으로 휘둘렀으나 오히려 비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 대검으로 찌르게?! 뒤에 우리 조직원들 있다!”

장철이 움찔하는 순간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으아악- 이런 미친년!”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손에 석궁이 박힌 채 굴러떨어지는 조폭!

“숙여!”

장철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순간 석궁을 겨누는 장민이 나타났다.

으아앗-

석궁을 쏘기도 전에 장철을 위협하던 남자는 스스로 손을 놓고 한강에 떨어졌다.

이 순간 장민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장철의 좌석으로 넘어가며 대검을 낚아채 단숨에 밧줄을 자르려 했다.

그러나 한발 늦었다.

쿠우웅-

십여 명의 조폭이 일제히 밧줄을 당겨 오리배가 콘크리트 계단과 충돌했다!

충격에 대검이 밧줄 위에서 미끄러지는 순간 들려오는 외침.

“이 배 놓치면 안 된다!”

“당겨! 일제히 밧줄 당겨!”

으아악-

으아아악-

악을 쓰며 밧줄을 당길 때마다 뒤집힐 듯 당겨지던 오리배는 곧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쓰으으윽-

그리고 곧 도로 위로 완전히 끌려 올라왔다.

장철과 청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때.

장민은 팽팽하게 당겨지는 밧줄을 잡은 채로 재빨리 외쳤다.

“세린아 나중에 보자. 오빠. 내가 내리면 바로 한강으로 이 배 밀고 건너가!”

“뭐, 너 지금…….”

장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장민은 움직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을 단숨에 잘라 버리고.

어어엇-

밧줄을 당기던 조폭들이 뒤로 넘어지는 순간 석궁을 앞세워 뛰어내린다.

“이런 썅!”

푹-

쇠파이프를 들고 달려오는 조폭의 발에 석궁을 발사하고.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조폭의 얼굴에 사커킥을 갈겼다.

빙글빙글 크랭크를 돌려 번개같이 볼트를 장전해 달려드는 조폭의 다리에 겨누는 동시에 쏜다!

푹-

끄아아악-

데굴데굴 바닥을 굴러 와 비명을 지를 때 발로 얼굴을 걷어차고 손을 등 뒤로 움직였다.

어느새 손에 들린 부엌칼 창.

“너 지금 뭐 하려는……?”

밧줄을 당기다가 넘어져 뒤엉킨 한 조폭이 말하는 순간.

휭-

그 얼굴 앞을 창이 휙 지나갔다!

조폭들이 기세에 짓눌리는 순간.

장민은 쓰러진 중년 남자를 낚아채 뒤로 밀어 보내며 외쳤다.

“빨리 움직여!”

청년이 먼저 움직였다.

“아버지!”

청년은 다급히 달려가 아버지를 일으켜 오리배에 태우고 악을 쓰며 배를 밀어붙였다.

“으아악- 도와주세요! 빨리 빼내야 해요!”

이 순간 돌처럼 굳어 있던 장철이 움직였다.

재빨리 포대기를 풀고 눈을 꼭 감고 손으로 귀를 가린 아이를 오리배에 태웠다.

장철은 포대기로 아이를 좌석에 단단히 고정하고 아이를 꼭 안고 말했다.

“세린아 100까지 10번 세는 거야. 그럼 엄마랑 고모 눈앞에 있을 거야! 그때까지는 눈 꼭 감고 귀도 가리고 있는 거야. 알았지?”

“알았어! 걱정하지 마! 나 하나도 안 보이고, 하나도 안 들려.”

아빠를 향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

장철은 잠시 아이를 바라보다가 다시 한번 꼭 안았다.

그리고 해머를 잡고 달려 장민 앞을 막으며 외쳤다.

“세린이 부탁한다!”

“오빠?!”

잠시 당황한 장민.

장민은 장철의 생각을 짐작했다.

지금은 실랑이할 때가 아니다!

장민은 바로 몸을 돌려 달려 오리배를 밀어붙였다.

으아앗-

으아악-

순식간에 장민과 청년이 오리배를 밀고, 장철이 해머를 들고 그 앞을 막은 대치 상황이 됐다.

넘어진 조폭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키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하! 미친놈들!”

“박살을 내주마!”

십여 명의 조폭이 쇠파이프와 각목을 꺼내 들 때 장철은 외쳤다.

“사람들 오는 거 안 보이냐!? 그냥 꺼져라!”

조폭 한 명이 피식 웃으며 잠실 대교에서 밀려오는 인파를 봤다.

“쟤들이 너희 도와줄 거 같냐? 그전에 너희 끝장이야! 야! 잡아라!”

으아악-

순간 십여 명의 조폭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장철은 해머를 어깨에 걸고 스치듯 내려찍었다!

까아앙-

해머에 스친 쇠파이프가 날아가는 순간 안전 장갑을 낀 주먹이 얼굴에 박혔다.

꽈드득-

피가 터져 나오고 눈이 돌아가는 동시에 몸으로 밀고 들어가며 머리를 숙였다.

훙-

머리 위를 스친 야구 배트가 같은 조폭의 어깨를 때린다.

“끄억- 새끼야 제대로 좀 봐!”

비명이 터질 때 해머 자루로 발을 찍고 다리를 잡아 벌떡 일어난다.

으억-

비명을 지르며 등 뒤로 뒤집혀 날아가는 조폭에게 쏟아지는 각목 세례!

장철은 즉시 땅을 박차고 뛰어 해머를 내리찍었다.

후우우웅-

엄청난 기세로 떨어지는 해머에 조폭들이 분분히 물러날 때.

해머를 내려친 빈틈을 노리고 달려드는 녀석이 있었다.

놈이 손에서 은빛 광채가 번쩍였다.

사시미 칼!

장철은 반사적으로 손으로 사시미 칼을 잡았다.

“잡았다! 이 새끼!”

칼잡이는 사시미 칼을 비틀어 손을 엉망으로 만들려 했다.

그르르륵-

그러나 장철의 손에선 쇠 갈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이때 짧게 잡은 해머 자루가 얼굴을 올려쳤다!

재빨리 사시미 칼을 놓고 물러서는 타이밍.

후우우웅-

육중한 해머가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죽는다!’

최후를 직감하고 질끈 눈을 감을 때.

얼굴을 스치듯 지나쳐 땅에 꽂히는 해머!

콰아아앙-

굉음이 터지고 폭발하듯 콘크리트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후드드득-

몸을 때리는 파편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을 뜬 칼잡이는 정신없이 얼굴과 온몸을 확인했다.

‘멀쩡하다?!’

문득 고개를 드니 해머를 짧게 잡고 조직원을 몰아치는 남자가 보였다.

거대한 해머가 원을 그리는 순간 그곳에 걸린 모든 게 박살 난다.

쇠파이프, 각목, 야구 배트!

해머를 내리친 틈을 노리고 달려들면 짧게 잡은 해머 자루로 올려치고 장갑을 낀 손으로 옷을 낚아채 방패로 삼는다!

남자는 혼자서 조직원 10명을 압도하고 있었다!

계속 압도만 하고 있었다!

칼잡이는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왜 마무리를 안 짓지?”

남자는 전후좌우로 능숙하게 움직이며 육중한 해머를 내려찍고, 안전 장갑을 낀 주먹을 날렸다.

무기를 놓친 조직원.

균형을 잃고 넘어진 조직원.

해머 자루에 찍혀 주저앉은 조직원.

모두 몇 번이나 끝장낼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머리, 가슴, 허리 같은 급소로 떨어지는 해머를 비틀어 허공을 때리고 있다.

“……!”

칼잡이는 불현듯 깨달았다.

“이 새끼 초짜다! 그냥 밀어붙여! 이 녀석 사람이랑 처음 싸운다!”

“어?!”

“……!”

“그러고 보니!?”

조폭들은 바로 알아챘다.

후우우웅-

이때 위압적으로 떨어지는 해머!

한 조폭이 몸을 사리지 않고 해머 궤적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장철은 소스라치게 놀라 떨어지는 해머를 비틀었다.

쾅-

장철의 해머가 부자연스럽게 휘어 땅을 때리는 순간 조폭들은 외쳤다.

“진짜 초짜잖아?!”

“그냥 밀어붙이면 이긴다!”

“장갑 조심해라! 저거 칼에 안 뚫린다!”

……

그리고 싸움의 양상이 완전히 변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드는 조폭들.

치명타를 때려 넣길 주저하는 장철.

장철은 배운 대로 주도권과 기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며 해머를 때려 박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주저했기에, 곧 조폭들에게 포위되고 움직일 공간이 모두 사라졌다.

주도권을 잃고 멈추는 순간 기세는 사라지고 해머는 무거운 몽둥이가 될 뿐이다

멈춰 선 장철은 사방에서 밀어붙이는 힘에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하! 이 새끼! 밟아! 완전히 밟아버려!”

“야, 해머는 조심해! 해머 내가 찜했다!”

“난 장갑! 이 새끼 장갑 장난 아냐! 흐흐흐-.”

조폭들이 웃음을 터트리며 장철을 짓밟을 때.

칼잡이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외쳤다.

“그놈 죽이진 마라! 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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