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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63화 (46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63화>

쿠르르, 쿠르르릉-

한강으로 거친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왔다.

부유식 선착장이 거친 파도에 요동치고, 밧줄이 끊긴 오리배가 흩어져 떠내려갔다.

촤아아아-

하얗게 부서진 파도가 한강 변으로 쏟아질 때.

장철은 쏟아지는 파도를 맞고 달리며 외쳤다.

“장민!”

“장민!”

“장민!!”

……

그러나 높은 파도에 장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장철은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동생보다 먼저 깨닫고 달려가야 했다.

다 왔다고 안도한 순간 모든 게 엉망이 됐다!

이때 포대기 속 세린이가 외쳤다.

“아빠! 저기 고모!”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센 파도 사이로 밀려 가는 오리배 한 척이 보였다!

좌석을 간신히 붙잡고 크게 손을 흔들며 외치는 장민!

“ㅁㅁㅁㅁ!”

“ㅁㅁㅁㅁ!”

“ㅁㅁㅁㅁ!”

……

그러나 몰아치는 파도가 장민의 외침을 삼켜 버린다.

이때 포대기 속 세린이가 다시 한번 외쳤다.

“아빠! 청담대교! 고모가 청담대교래!”

장철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청담대교!

분명 방금 전 청담대교에서 만나자고 했다!

거센 파도가 밀려 가는 곳 영동대교!

그 뒤로 청담 대교가 보였다!

장철은 바로 몸을 돌려 달리며 장민에게 외쳤다.

“알았다!”

“청담대교로 가고 있어!”

“꽉 잡아! 절대 놓으면 안 된다!”

“ㅁㅁㅁ!”

장민을 태운 오리배는 거센 물살을 타고 순식간에 멀어지더니 곧 파도 사이로 사라졌다.

* * *

장철이 파도로 엉망이 된 한강 변을 달리고 있을 때.

천문석은 바위 트롤을 끌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마수와 몬스터가 가득한 시가지 사이 도로를!

쿵, 쿵, 쿵-

도로를 울리며 달리던 바위 트롤이 천문석을 향해 전봇대를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굉음이 터져 나오고 전봇대에 걸린 자동차와 마수, 몬스터가 단숨에 박살 났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미 자동차를 밟고 뛰어 가로수에 올라가 있었다.

바위 트롤이 이 모습을 본 순간.

도로를 내려찍은 전봇대가 횡으로 그어졌다.

쿠르르르르릉-

가로수가 단숨에 부러지고 마수와 몬스터, 버려진 자동차들이 와르르- 밀려나 도로 위가 휑해졌다.

그러나 이미 천문석은 가로수에서 건물로 뛰어 간판을 잡고 있었다.

‘됐다!’

내심 외친 천문석은 바로 간판에서 뛰어내려 중랑천을 향해 달리며 외쳤다.

“바위 트롤 떠나면 바로 대피해라!”

쿵, 쿵, 쿵-

바위 트롤이 천문석을 따라 달릴 때 몬스터 무리에게 포위됐던 건물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한강으로 빠지겠습니다! 대령님!”

군인들이 고립된 시민들을 구해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게 보였다.

이세기 소령이 어느새 대령이 돼버렸다.

이렇게 빠른 승진이라니.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달려가는 군인들에게 크게 손을 흔들었다.

“객기 부리지 말고 꼭 살아남아라!”

하하하-

군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경례하는 모습이 보였다.

천문석이 바위 트롤을 유인해 주위를 청소하면, 군인들이 건물에 고립된 시민들을 구한다.

바위 트롤을 끌고 달리며 몇 번이나 한 일이다.

천문석은 힐끗 주위를 돌아봤다.

벌써 1시간!

저 시민과 군인들이 마지막이다.

시가지에서 고립된 시민과 군인 대부분이 빠져나갔다.

이제 마무리를 지을 때였다.

천문석은 뒤를 쫓는 바위 트롤을 힐끗 보고 중랑천이 있는 제방을 향해 달렸다.

크르르르륵-

바위가 갈리는 듯한 포효를 내지르며 이 뒤를 쫓는 바위 트롤.

천문석은 곧 제방에 올랐고 깜짝 놀랐다.

콰아아아아-

중랑천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물!

범람했을 건 예상했지만, 실제는 예상 이상이었다.

제방 위까지 물이 차올랐다!

중랑천은 더는 작은 하천이 아니었다.

주위 간선 도로를 삼켜 버린 중랑천은 수많은 자동차와 화물차, 부러진 나무와 가로등, 온갖 물체가 밀려오는 거대한 급류가 돼 있었다!

‘완벽하다!’

이 모습을 본 천문석은 몸을 돌려 투지를 실어 외쳤다.

“와라! 정정당당히 붙자!”

도망만 치던 천문석이 쏘아 보낸 투지가 담긴 외침에 바위 트롤이 반응했다!

쿵쿵, 쿵쿵쿵-

다급한 발걸음과 암석질 육체에서 들려오는 돌 갈리는 소리!

한 시간이 넘게 시가지에서 뺑뺑이를 돈 바위 트롤은 완전히 빡친 상태였다!

크르르르르륵-

소름 돋는 포효가 울려 퍼지고.

쿵, 쿵, 쿵, 쿵-

달려오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바위 트롤은 한계 이상의 속도로 달려 단숨에 제방으로 올라왔다.

쾅, 콰아앙, 쾅쾅-

버려진 자동차와 화물차가 장난감처럼 나뒹굴고.

후우우웅-

수십 미터 길이의 전봇대가 하늘 높이 치솟는다!

천문석과 바위 트롤이 제방 위에서 마주 섰다.

뒤는 엄청난 격류가 흐르는 중랑천!

주위는 텅 빈 도로!

지금 천문석은 있는 곳에는 바위 트롤의 시야를 가리고 발을 잡아끌 장애물이 없었다!

마침내 맞이한 1:1 승부의 순간!

크르르르르르륵-

바위 트롤이 포효를 지르며 전봇대를 들고 달릴 때.

“정정당당히 붙자!”

천문석도 마주 외치며 강철봉을 들어 올리고 달렸다!

바위 트롤과 천문석.

둘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전봇대 사거리에 들어가기 직전!

휘이이익-

천문석은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떨어지는 도로를 향해 몸을 던졌다!

바위 트롤의 암석질 눈에 의문이 떠오를 때.

꽈드드득-

물이 찰랑거리던 제방 위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쓰으으으윽-

천문석은 이 빙판을 엄청난 속도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모든일이 일어났다.

-엄청난 기세로 떨어지는 전봇대.

-바위 트롤 다리 사이로 쏙 빠져나가는 천문석.

-전봇대를 휘두르던 기세에 넘어질 듯 휘청이는 바위 트롤.

-제방으로 불쑥 튀어나와 휘청이는 바위 트롤에게 몸통 박치기를 넣는 서리 늑대!

투우우우웅-

거대한 탱탱 볼에 맞은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바위 트롤을 앞으로 고꾸라져 빙판 위로 미끄러졌다!

이 순간 천문석은 번개같이 몸을 일으켜 미끄러지는 바위 트롤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진각을 밟으며 강철봉에 내력을 실어 때렸다!

퉁, 퉁, 투우웅-

하키 스틱으로 아이스하키 퍽을 때리듯이!

바위 트롤은 뭘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얼어붙은 제방을 미끄러져 굴러떨어졌다.

콰아아아아-

굉음을 내며 밀려오는 중랑천의 거친 격류 속으로!

크르르르르륵-

바위 트롤은 소름 돋는 포효를 내지르며 제방 위로 다시 올라오려 했다.

수십 미터 크기에 수십 톤 무게를 가졌으니 평소라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중랑천에는 엄청난 격류가 흐르고 있었다.

가로세로높이 1미터의 정사각형에 담긴 물의 무게가 1톤이다.

지금 중랑천은 수만 톤의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도 자동차와 화물차, 부러진 가로수 같은 온갖 잡동사니를 담고서!

이 엄청난 힘에는 상급 몬스터 바위 트롤조차 저항할 수 없었다.

쿠웅, 쿵, 쿵-

바위 트롤은 둥둥 떠밀려오는 자동차와 가로등에 잇달아 얻어터진 후 격류에 휩쓸려 잡동사니와 함께 한강으로 쓸려 갔다.

천문석의 계획대로!

카캬카카-

통쾌한 웃음을 터트린 천문석은 한강으로 달리며 서리 늑대에게 외쳤다.

“야, 방금 우리가 정정당당히 싸워 이긴 거 봤지?”

컹, 컹컹-

서리 늑대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신나게 울었다!

“이제 사람들이 너 봐도 안 놀라겠다. 바로 한강으로 가자!”

천문석과 서리 늑대는 한달음에 제방을 달려 한강으로 향했다.

생각대로였다.

코볼트, 오크, 트롤, 놀…….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에 기겁했던 사람들은 서리 늑대를 봐도 놀라지 않았다.

마수와 몬스터에 비하면 서리 늑대는 좀 커다란 개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카캬카카-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중랑천 물이 무섭게 불어나 생각보다 더 쉽게 바위 트롤을 처리했다.

이제 장철과 아이, 장민 세 사람이 한강을 잘 넘어갔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이때 제방이 끝나고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이 나타났다.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중랑천에서 쏟아진 거센 격류가 한강으로 흘러들며 내는 굉음이었다.

천문석은 굉음이 일어나는 한강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강에 파도가 치고 있었다.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다처럼 거센 파도가!

바로 감이 왔다.

중랑천에서 쏟아진 격류만으로 이렇게 될 리 없었다!

북한산!

그곳에 생겨난 수원에서 쏟아진 엄청난 물이 강북의 하천을 타고 흘러 모조리 한강으로 모이고 있다.

그 엄청난 물살이 한강에 거센 파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물살에 휩쓸리면 장철 가족은 끝장이다!

천문석은 뚝섬 선착장으로 달리며 외쳤다.

“너! 그 사람들 냄새 기억하지?! 장철, 세린이, 장민! 그 사람들 찾아야 해! 흔적 찾으면 바로 신호해 줘!”

* * *

한강으로 밀려오던 높은 파도는 조금씩 가라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강 수위는 높아져, 어느새 뚝섬 유원지 위까지 물이 차오르려 했다.

장철은 인파로 가득한 영동대교 아래를 힘겹게 지나가며 주위를 훑어봤다.

도로 방향에 만들어진 저지선은 멀쩡하지만, 뚝섬 유원지 위는 난장판이 돼버렸다.

이미 끊긴 다리로 무작정 달리는 가족.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배회하는 사람.

오리배를 구한 사람이 목놓아 가족을 찾을 때.

몇 사람이 다급히 달려가 자신들을 태워 달라고 외치고 있다.

다리는 끊기고 선착장에 있던 수많은 보트는 떠내려갔다.

탈출구가 사라진 뚝섬 유원지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걷기도 힘든 난장판이 되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람선이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보였다.

유람선 한 척이 여의도 방향에서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살았다!”

“여기 사람 있어요!”

“달려! 유람선으로 달려!”

……

유람선이 나타나는 순간 우왕좌왕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유람선을 목표로 달렸다!

주위에 가득한 인파가 일시에 빠져나가고 길이 뚫렸다.

장철은 영동대교를 지나쳐 청담대교 방향으로 달렸다.

총성과 비명.

울음소리와 악쓰는 소리.

다급한 외침과 절박한 목소리.

수많은 사람이 뒤엉켜 달리고, 싸우고, 악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장철은 난장판이 된 주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눈은 파도치는 한강에 고정됐고, 귀는 혹시나 들려올지 모를 동생의 목소리만 쫓았다.

이렇게 영동대교를 지나 청담대교가 눈앞에 나타났다.

청담대교가 보이는 순간 장철은 외쳤다.

“장민! 장민 어디 있어?!”

그러나 청담대교에 있겠다던 장민은 보이지 않았다.

거친 물살이 새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교각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만 보였다!

‘떠내려갔구나!’

상황을 짐작한 장철은 청담대교를 지나쳐 달려가려 했다.

이때 가슴 포대기 속 세린이가 교각을 가리키며 외쳤다.

“아빠! 저기 고모 있어!”

“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순간 보였다.

2번째 교각 뒤!

오리배 한 척이 그곳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장민이 밧줄을 던져 오리배를 교각에 고정하고 있었다.

“장민!”

장철이 외치는 순간 번쩍 고개를 드는 장민.

“ㅁㅁㅁ ㅁㅁ!”

뭐라 소리치지만, 주위에 가득한 외침과 악다구니에 들리지 않는다.

이때 오리배를 본 사람이 다급히 외쳤다.

“배다! 저기 배가 있다!”

“여기 와서 우리 가족 좀 태워 줘!”

“100만원! 아니, 이거 다 줄게 이쪽으로 와!”

몇몇 사람은 헤엄쳐서 오리배를 타려는지 한강으로 몸을 던졌다.

장철도 앞뒤 가리지 않고 한강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한강으로 뛰어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살에 떠내려가는 게 보였다.

파도는 가라앉았어도 물살이 엄청나다.

헤엄치겠다고 들어가는 순간 끝장이다!

“ㅁㅁㅁ! ㅁㅁ!”

이때 장민이 다시 한번 외치고, 세린이가 바로 말했다.

“고모가 앞으로 달리래!”

“뭐?!”

“알겠으면 손으로 동그라미 그리래! 이렇게!”

번쩍 손을 들어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는 세린이.

“……!”

장철은 이 순간 장민의 뜻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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