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61화>
촤아아아아-
육중한 다리 상판이 떨어지자 새하얀 물보라가 높게 솟구쳤다.
멍하니 다리 상판이 잘려 나가는 모습을 보던 모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강북에서 나타난 외계 생명체가 다리를 넘으려 하자 한강에 놓인 다리를 끊어 버렸다!
동호대교, 영동대교, 청담대교 모두!
“야, 이 미친 새끼들아!”
“달려! 다리 끊기 전에 넘어가야 한다!”
……
경악한 시민들의 무작정 달리기 시작할 때.
장교는 무전기를 낚아채 가장 먼저 달려가며 외쳤다.
“성수대교는 제대로 막고 있습니다! 지금 폭파하면 안 됩니다!”
=……
“지원 병력 보내 주시면! 성수대교는 지킬 수 있습니다!”
=……
“야, 이 미친 새끼들아! 정리 거의 다 끝났다니까! 폭파하면 대갈통에 총알 박아넣는다!”
=……
“지금 나 폭약 위에 있다! 발파 스위치 누르면 나도 같이 날아간다!”
=……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던 장교가 몸을 돌리더니 하늘로 총을 발사했다.
타앙-
무작정 달리던 시민들이 총성에 깜짝 놀라 멈추는 순간.
다급히 외치는 장교!
“여기 폭약 설치됐습니다! 잠시만! 제가 해체할 동안 잠시만 기다리세요!”
시민들을 멈춰 세운 장교는 기폭 장치를 향해 달렸다.
이때 멀리 멈춰 선 트럭에서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중위님! 물러서세요! 발파 명령 떨어졌습니다!]
“시바! 누르면 너희들 살인자다! 동료를 죽이는 거야!”
이때 폭음이 터졌다.
콰콰콰콰쾅-
다리 하부에 설치된 도폭선이 터지고 구조물 곳곳에 설치된 폭약이 폭발했다.
교각 사이 상판 앞뒤가 뚝- 잘려 나가고, 50미터가 넘는 상판이 한강으로 떨어졌다.
기폭 장치를 향해 달리던 장교는 상판째로 한강으로 떨어지며 외쳤다.
“시바! 시바! 개시바! 새끼들!”
이때 누군가 장교의 벨트를 낚아채 달렸다!
“누구…….”
말이 끝나기도 전에 떨어지는 상판 위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천문석!
폭약해체는 늦었지만, 장교는 잡았다!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려 떨어지는 상판을 밟고 뛰었다!
쿵-
굉음과 함께 단숨에 솟구치는 몸!
천문석은 다리 구조물을 잡는 순간 장교를 다리 위로 던져 올렸다!
그리고 바로 몸을 던져 다리 위로 올라섰다.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기폭 장치를 끊으려 했는데 한발 늦었다.
성수대교 교각 사이 50미터 정도 되는 상판이 끊어졌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이 넓이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릴라 몬스터 이 교활한 놈들이 다리가 끊기기 전에 낌새를 눈치채고 성수대교 남단으로 넘어갔다는 것!
성수대교 북단에는 더는 고릴라 몬스터가 없었고, 지원 병력이 고릴라 몬스터와 싸우기 시작했다!
이제 성수대교를 지나 한강을 건너는 건 불가능해졌다.
최대한 빨리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멍한 눈으로 끊긴 다리를 바라보는 장교가 보였다.
“괜찮습니까?”
천문석이 묻는 순간 멍한 장교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네, 네! 저는 괜찮습니다!”
장교는 끊긴 상판 너머 전투 중인 장갑차와 군용 트럭을 향해 외쳤다.
“이 미친 새끼들이! 한강 다리를 끊어!? 내가 옷을 벗어도 너희들 전원 군법회의에 올려 주마!”
장교는 몸을 돌려 천문석에게 말했다.
“이제 성수대교로는 탈출할 수 없습니다.”
“한강 상류나 하류에 남은 다리가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여의도 쪽 다리는 살아 있겠지만, 일반인은 통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다리로 이동하면 너무 늦을 겁니다.”
장교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다리를 끊는 건 시민 소개를 끝내고 최후에 쓸 방법이었는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아-
장교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성수대교 동쪽을 가리켰다.
“지금으로선 뚝섬에서 한강을 건너는 게 최선일 겁니다.”
“뚝섬이요?”
문득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게 있었다.
유람선 선착장!
유람선은 없지만, 레저 보트와 오리배가 뚝섬 앞에 남아 있었다!
“뚝섬에서 배를 구해서 바로 넘어가세요.”
장교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첩을 꺼내 빠르게 무언가를 적어 건넸다.
“이걸 가져가시면 선착장을 관리하는 병사가 배를 내줄 겁니다.”
장교가 건넨 종이는 이름과 사인이 적힌 배를 내주라는 명령서였다.
“바로 움직이세요. 이제 곧 다리가 끊겼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모조리 선착장으로 모여들 겁니다.”
“감사합니다!”
천문석은 인사와 함께 달려가다가 문득 돌아봤다.
장교는 멈춰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안 가시나요?”
“먼저 가십시오. 전 제 임무를 모두 마치고 넘어가겠습니다.”
장교는 힘 빠진 얼굴로 대답하고 다급히 달려오는 성난 시민들과 허탈한 표정의 군인들을 바라봤다.
“…….”
장교의 생각을 짐작한 천문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장철을 찾아 달렸다.
* * *
장철과 장민은 다리 중앙 진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강을 건널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천문석은 앞장서 달렸다.
고릴라 몬스터가 나타나며 휑해진 다리로 인파가 다시 밀려 오고 있다.
“다리 끊겼어요! 돌아가세요!”
몇몇 사람이 다리가 끊겼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사람들은 몸을 돌릴 생각을 하지 않고 무작정 다리를 뛰었다.
이들이 이렇게 무작정 달리는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성수대교 진입로에 가까워질 수록 전투 소음이 더 커졌다.
건물 사이, 주요 도로 위, 제방 위!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수백의 랩터 무리가 파도치듯 도로로 밀려 와 화망에 갈려 나가고.
고릴라 몬스터들이 능숙하게 간판을 잡고 건물을 타고 올라 손에 잡히는 모든 걸 던졌다.
고블린 무리가 독침을 쏟아붓고 도망치다가 기관총에 우수수 쓰러질 때.
수십 단위의 오크 무리가 방패를 앞세워 돌진하다가 중앙에 떨어진 수류탄 폭발에 산산이 조각났다.
저지선을 펼친 군인들은 잘 싸우고 있었지만, 몰려드는 마수와 몬스터의 숫자와 질이 확 늘어났다!
화망이 끊기거나 저지선이 뚫리는 매 순간.
한두 마리에서 수십 마리의 마수와 몬스터가 저지선 뒤로 새고 있었다.
한강 교각에 나타난 고릴라 몬스터들도 이렇게 새어 나온 놈들이었다!
한강 곳곳에 쌓아 올린 진지에서 이놈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새어 들어오는 놈들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장교의 말대로다.
멀쩡한 다리를 찾으면 이미 늦다.
보트를 구해서 당장 한강을 넘어가는 게 최선이었다!
천문석은 달리면서 뚝섬 방향을 가리켰다.
“다른 다리도 끊겼습니다. 저쪽 뚝섬 선착장에서 보트를 구해서 넘어가야 합니다!”
“…….”
“…….”
이미 상황을 짐작한 장철과 장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천문석을 따라 뚝섬 방향으로 달렸다.
천문석은 동료들을 살폈다.
안전한 강남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다리가 끊겼는데도, 장철과 장민 모두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신체는 한계에 달했다.
핏발 선 눈과 잘게 경련하는 얼굴.
뻣뻣하게 굳은 팔다리와 가쁜 호흡까지.
밤새 쉴 새 없이 달리고 싸운 두 사람은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가능한 한 빨리 한강을 넘어가야 했다!
천문석은 단숨에 성수대교 진입로를 내려 와 한강 변을 달렸다.
목적지는 뚝섬 선착장!
도로 방향에는 철망과 바리케이드, 윤형 철조망으로 만든 저지선이 펼쳐졌고.
곳곳에 진지가 만들어져 군인들이 한강 변을 지키고 있었다.
진입로를 통해 한두 마리씩 마수와 몬스터가 새어 들어왔지만, 순식간에 정리됐다.
아직 한강은 안전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고 곧 뚝섬 선착장이 보였다.
유람선은 보이지 않지만, 레저 보트와 오리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반색하는 순간.
거친 엔진음이 들려왔다.
쿠아아아아앙-
군용 트럭과 승용차 몇 대가 먼 교차로에서 나타났다.
위이이이잉-
사이렌이 울리고 다급한 경고방송이 시작됐다.
[트럭 우회해라!]
[트럭! 당장 우회해라!]
[지금 사선을 가리고 있다!]
……
몇 번이나 경고방송이 나왔지만, 군용 트럭과 승용차들은 멈추지 않고 도로 위에 흩어진 마수와 몬스터를 깔아뭉개며 달렸다.
사선을 가린 군용 트럭과 승용차 때문에 화력을 쏟아 내던 진지들은 침묵한 상황!
이때 군용 트럭이 튀어나온 교차로에 거대한 거인이 나타났다.
이 순간 군용 트럭은 바로 핸들을 꺾어 뚝섬 입구, 겹겹이 쳐진 차단막을 들이박았다!
콰아앙-
철망이 단숨에 날아가고.
바리케이드가 밀려나는 동시에.
윤형 철조망이 타이어로 빨려 들어갔다!
파아앙-
단숨에 타이어 가 터지고 휠이 작살나는 순간 군용 트럭이 다급히 제동했다.
끼이이익-
뒤따르던 다른 트럭과 승용차들이 연쇄 충돌했다!
군인들이 다급히 구조하러 달려갈 때.
날아가 버린 철망과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크르르르르륵-
교차로에서 나타난 거인이 거대한 바위를 비비는 듯 소름 돋는 포효를 내지르고 높게 솟은 전봇대를 단숨에 잡아 뽑았다!
쿵, 쿵, 쿠웅-
전봇대를 몽둥이처럼 끌고 도로 위를 천천히 걷는 거인!
거인은 연쇄 충돌한 군용 트럭과 승용차 행렬을 향해 걸어왔다!
천문석은 이 거인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챘다.
화강암, 현무암, 사암…….
수많은 바위가 뒤섞인 듯한 육체!
바위 트롤이다!
바위 트롤이 전봇대 몽둥이를 들고 뚝섬 유원지로 다가오고 있다!
곳곳에서 기관총 사격이 쏟아졌지만, 바위 트롤의 단단한 암석질 육체에는 박혀 들지 않는다!
“수류탄 투척!”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바위 트롤이 걷는 도로 주위 건물에서 수류탄이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비산한 파편이 바위 트롤 육체에 쏟아졌지만, 끄떡도 없다!
바위 트롤은 느리지만, 착실히 뚝섬 입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바위 트롤을 이대로 두면 저지선이 뚫린다!
선착장으로 달리던 천문석은 장교에게 받은 명령서를 장철에게 넘겼다.
“저놈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이 명령서 가지고 보트 구하세요! 잠시 후 선착장에서 만나죠!”
“네? 저 돌 거인을 상대한다고요!?”
장철이 얼떨결에 명령서를 받으며 물었다.
“네! 저한테 방법 있습니다! 선착장…….”
천문석은 멈칫했다가 말을 바꿨다.
“생각해 보니. 보트 구하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넘어가세요! 전 다른 계획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위 트롤을 향해 달렸다.
이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장민의 외침.
“끝까지! 끝까지 기다릴 거예요! 돌아오기 전에는 절대 출발하지 않을 거예요!’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외쳤다!
“야! 난 계획이 있어! 한강 너머…… 아니, 제주도에서 보자!”
‘20년 후에 말이지!’
천문석은 뒷말은 마음속으로만 말하고 바위 트롤을 향해 달렸다.
“…….”
장민은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선착장, 한강 너머, 제주도.’
몇 마디 하는 동안 만나자는 장소가 계속 변한다.
이것만으로도 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순간 장민은 가슴속에 커다란 바위가 굴러 와 박힌 것만 같았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며 달려가려 할 때.
팔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장철.
“…….”
장철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세린이의 겁먹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모…….”
장민은 한참을 달려가는 남자와 장철, 세린이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뛰었다.
뚝섬 선착장을 향해서.
* * *
천문석은 뚫린 저지선으로 달려가면 바위 트롤의 상태를 확인했다.
쿵, 쿵, 쿠웅-
육중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접근 중인 바위 트롤!
바위 트롤은 듣던 대로 엄청나게 느렸다!
아직 거리는 충분하다!
바로 유인해서 버리고 오면 된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위험합니다!”
“민간인은 오시면 안 됩니다!”
연쇄 충돌한 군용 트럭과 승용차에서 사람들을 구조 중인 군인들이 다급히 외쳤다.
“나 군인이다!”
크게 외친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가 잡낭에서 헌터 라이선스를 꺼내 군인들 앞에서 스치듯 보여 주며 외쳤다.
“서울 헌터 부대 이세기 소령이다! 저 바위 트롤! 내가 다른 곳으로 유인하겠다!”
“네!?”
“그게 무슨?”
“저놈을 혼자서……?”
반사적으로 경례하려다가 당황한 얼굴이 된 군인들.
“서울 헌터 부대는 대 몬스터 전 특수부대다. 저놈은 나한테 맡기고 귀관들은 인명구조에 전념해라.”
천문석은 군인들의 어깨를 툭 치며 지나치려 했다.
이때 악을 쓰는 외침이 들려왔다.
“이세기! 너! 이세기 이 새끼!”
멈춰 선 군용 트럭에서 부축을 받아 비틀거리며 내려오는 익숙한 얼굴!
전차로 성수대교 진입로를 뚫던 김 중령이다!
“어, 설마!”
천문석은 번개같이 머리를 돌려 연쇄 충돌한 승용차를 확인했다.
승용차에서 구조되는 사람들이 낯익었다.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15명의 남녀!
“하! 시바- 어쩐지 초대박 민폐를 끼칠 것 같더라니!”
천문석이 탄식하는 순간.
김 중령이 으르렁거리듯 외쳤다.
“이세기 이 새끼 잘 만났다! 네놈 때문에 무슨 일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 중령에게 다가가 따귀를 갈기는 천문석.
짜아악-
내력이 실린 따귀에 김 중령이 순간적으로 정신줄을 놓는 순간.
천문석은 멱살을 잡고 흔들며 절정 무인의 살기를 쏘아 보냈다!
“정신 제대로 안 차리지! 관등 성명!”
맹수 앞에 맨몸으로 서 있는 듯한 엄청난 위압감!
절정 고수의 살기를 바로 앞에서 받은 김 중령은 순간적으로 압도됐다.
“중령. 김규철…….”
자신도 모르게 관등 성명을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몰아붙였다.
“멍청한 새끼야! 뒤에 상급 몬스터가 붙으며 바깥쪽으로 유인해야지!”
“상급 몬스터를 저지선으로 데려 와!? 아군을 죽일 생각인가!?”
“장교의 수치 같은 녀석!”
딱-
조인트를 까인 순간.
엄청난 고통에 저절로 허리를 숙이는 김 중령!
천문석은 주위에 몰려든 병사들에게 외쳤다.
“이 멍청한 새끼들 구조할 필요 없다! 전원 저지선으로 복귀한다!”
“알겠습니다!”
살기와 위압감에 압도된 병사들이 다급히 외치며 저지선으로 달릴 때.
천문석은 김 중령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외쳤다.
“뭐 하나! 저지선으로 달려라! 귀관이 뚫은 저지선! 귀관이 끝까지 지켜라!”
“네, 네!”
완전히 정신이 나간 김 중령이 미친 듯이 달려 먼저 뛰어간 병사들을 추월해서 달렸다.
이때 한 병사가 김 중령의 계급장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 방금 뒤에 장교님 소령이라고 하지 않았나? 내가 잘 못 들었나?”
“그렇겠지. 중령이 저렇게 정신없이 달리는데 당연히 대령이겠지!”
“그렇지?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
얼렁뚱땅 김 중령과 병사들을 모조리 저지선으로 보낸 천문석.
천문석은 승용차에서 기어 나온 사람들을 말없이 바라봤다.
몇몇은 주저앉고 몇몇은 엉거주춤 일어서서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15명의 남녀.
“……지금 우리 사이에 오해가 조금 있는 것 같은데…….”
한 사람이 머뭇거리며 말하는 순간.
천문석은 히든 포켓에서 리볼버를 천천히 꺼냈다.
장총신 리볼버가 모습을 드러내자.
흐어업-
숨 삼키는 소리와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해?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순간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나서는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
“네 맞습니다. 오해는 풀어야죠. 전 박 의원…….”
천문석은 리볼버를 까닥여 앞으로 나서는 남자의 말을 끊었다.
“오해는 당연히 이 총으로 풀어야지.”
그리고 리볼버 총구를 남녀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한 자 한 자 끊어 말했다.
“누.”
“구.”
“를…….”
“네?”
“……?”
“지금 뭐하시는……?”
의아한 얼굴을 묻던 남녀는 천문석의 말이 이어지는 순간 사색이 됐다.
“쏴.”
“버.”
“릴.”
“까.”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