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59화 (46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59화>

쿠아아아앙-

거친 엔진음과 함께 기동하는 전차!

철판을 단 전차 3대가 버려진 차량을 좌우로 밀어내며 올라왔다.

쿠르르릉, 쿵쿵쿵-

버려진 차량들은 엄청난 힘에 찌그러지며 밀려났고 도로 중앙에 길이 뚫렸다!

이렇게 뚫린 길로 장갑차와 군용 트럭이 호위하는 승용차 10여 대가 이동하고 있었다.

이 차량 행렬 뒤 전차가 만들어 낸 뻥 뚫린 도로가 보였다.

원래 이 도로에 있어야 할 시민들은 물이 차오른 간선 도로 위로 대피했거나 제방을 기어 오르고 있었다.

“하- 이 또라이 새끼들!”

이때 길을 뚫는 전차 확성기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러서세요! 긴급임무 중입니다! 접근하지 마세요!]

전차 3대는 그대로 성수대교를 통과하려는지 계속 밀고 들어왔다.

성수대교로 올라가는 진입로에는 버려진 차량이 가득했다.

여기에 전차 3대의 하중이 실리자 도로가 쩍쩍 갈라지고 진입로를 받치는 기둥에 무리가 가고 있었다.

발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에서 철근 콘크리트가 뒤틀리는 느낌이 왔다!

이대로 전차가 계속 올라오면 진입로가 아작난다!

그 전에 막아야 했다!

천문석이 바로 움직이려 할 때.

무전을 하던 소위가 트레일러 위로 올라와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전차 멈춰라! 여기부터 안전하다! 당장 이동 중지하고 하차해라! 진입로 무너진다!]

그러나 전차는 멈추지 않았다.

소위는 무언가 결심한 표정이 되어 메고 있던 소총을 하늘을 향해 당겼다.

타다당-

총성이 울리는 순간 밀고 들어오던 전차가 마침내 멈췄다.

그리고 군용 트럭 확성기에서 욕설이 쏟아졌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어디서 아군한테 총질이야!]

소총을 당겨 전차 행렬을 멈춘 소위는 바로 대답했다.

[당장 전차 멈추세요! 이대로 진입하면 교각 무너집니다!]

군용 트럭 운전석 위로 올라서는 중령 계급장의 군인.

“충성!”

소위가 반사적으로 경례하는 순간.

중령은 외쳤다.

“너 이 새끼! 관등 성명! 어디서 멈추라 마라야!”

“충성. 소위 박찬석!”

“소위? 어디서 까마득한 새끼가! 너 육사 몇 기야!?”

“ROTC 출신입니다!”

“뭐? 허허허-.”

김 중령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 순간.

박찬석 소위는 재빨리 외쳤다.

“중령님. 지금 이 진입로! 버려진 차량으로 엄청난 하중이 걸렸습니다! 전차 세 대가 동시에 올라오면 위험합니다. 전차는 세워두고 하차해서 이동…….”

이때 박찬석 소위의 말을 끊는 목소리가 있었다.

“김 중령 무슨 일이야?”

장갑차 뒤를 따르던 자동차에서 내린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

김 중령은 재빨리 트럭에서 내려 남자에게 달려갔다.

“박 의원님. 여기서부터는 아무래도 전차는 세워두고 내려서 이동하시는 게…….”

빡-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 의원이 김 중령의 다리를 걷어찼다.

“윽-.”

김 중령이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순간 사납게 외치는 박 의원.

“지금 저 차에 탄 분이 누군지 몰라!? 그 난장판을 간신히 빠져나왔는데 맨몸으로 이동하자고!?”

“시정하겠습니다!”

김 중령이 외치는 순간 박 의원은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잘하자! 김 중령아!”

그리고 박 의원이 차에 들어가는 순간 김 중령이 명령했다.

“야, 그냥 밀어 버려!”

쿠아아아앙-

다시 전차가 기동하려는 순간.

박찬석 소위는 외쳤다.

“아니 시발! 그대로 올라오면 진입로 무너진다니까! 자살하는 거라고! 이 미친 새끼들아!”

박찬석 소위의 거친 욕설에 전차 밖으로 몸을 내민 전차장들이 몸을 돌려 김 중령을 봤다.

“…….”

김 중령은 갈등 어린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성수대교 진입로는 높이가 10미터가 넘는다.

이 진입로가 무너지면 차량에 탄 사람들은 모조리 몰살이다.

게다가 지금 뒤에서 달려오는 수많은 시민이 성수대교로 가는 길도 끊겨 버린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지금 당장 전차와 차량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했다.

그러나 지금 호위하고 있는 승용차 안에는 간신히 난장판에서 구해 낸 VIP들이 타고 있었다.

이들의 말 한마디면 자신은 100% 날아간다.

무너질지 버틸지 모르는 교각.

확실히 날아가는 자신의 목.

“…….”

잠시 고심했지만,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김 중령은 눈을 딱 감고 외쳤다.

“일자로 한 대씩 지나가면 괜찮다! 밀어붙여라!”

이렇게 역사에서 일어난 수많은 황당한 사건·사고가 그랬던 것처럼 무모한 삽질이 시작됐다.

쿠아아아앙-

전차가 다시금 밀어붙이려는 순간.

사람의 외침이 아닌 음파 폭탄이 터진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세기가 나타났다!]

쾅, 콰아앙-

버려진 자동차 유리창이 깨져나가고.

쿠르르르르르-

당장이라도 도로가 무너질 듯 떨렸다.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귀를 막았던 사람들의 시선이 굉음이 터진 곳으로 모였다.

화물차 위!

가죽 재킷을 입고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손을 번쩍 들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소총을 겨눴던 병사들이 총구를 내릴 때.

귀를 막았던 김 중령이 얼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이세기가 누군데?”

천문석은 친절하게 대답했다.

“나다. 씹새끼들아.”

그리고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번쩍 든 손으로 번개같이 박수를 쳤다!

콰아아아아앙-

* * *

처음 당하면 99% 걸려 드는 굉천수가 터졌다!

사물의 형체를 지워 버리는 섬광이 쏟아지고.

모든 소리를 삼켜 버리는 굉음이 폭발했다!

섬광이 시야를 지우고, 굉음이 청각을 삼켜 버렸다!

순간적으로 감각이 무너진 병사들이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쓰러질 때.

천문석은 움직였다.

레이 실트의 강철봉을 들고 단숨에 뛰어내려 돌진한다.

목표는 3대의 전차!

강철봉으로 60톤이 넘는 전차를 단숨에 때려 부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완전히 박살 낼 필요는 없다.

기동력만 죽이면 된다!

쿵, 쿵, 쿵-

전차 측면으로 접근.

내력이 실린 강철봉으로 현가장치를 내려찍는다!

콰드드득-

현가장치가 찌그러지고 궤도가 출렁이는 순간 궤도를 내려찍는 강철봉!

쾅, 쾅, 쾅-

강철 궤도는 단숨에 뚝뚝 잘려 나갔다!

전차 3대의 기동력을 죽이고 재빨리 움직여 장갑차와 트럭, 승용차의 바퀴를 터트렸다.

빵, 빠앙, 빠아앙-

쉴 새 없이 타이어 가 터져 나가고 자동차가 주저앉았다.

모든 차량을 아작냈는데도 아직 정신을 차린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 할 일이 있었다.

콰드드득-

승용차 문을 뜯어내 던져 버리고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을 끄집어냈다.

하나, 둘, 셋, 넷…….

모두 15명의 남녀!

“눈! 눈이 안 보여!”

“내가 누군 줄 알아!?”

“커억- 숨이 안 쉬어져!”

“잠깐만 원하는 게 뭐야!?”

……

다급히 외치며 악을 쓰는 15명의 남녀.

몇 사람은 눈에 익은 금배지를 달았고, 몇은 평생을 남 위에 선 사람 특유의 여유와 부가 느껴졌다.

천문석은 이 남녀를 보는 순간 감이 왔다.

이놈들을 그냥 놔두고 가면 초대박 민폐를 끼칠 것 같다는 예지에 가까운 감이!

“귀찮은데 그냥 던져 버릴까?”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악을 쓰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놀라운 생존 본능!

이때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미친 새끼들아!”

“너희 때문에 죽을 뻔했잖아!”

“거기 그대로 있어라!”

“뭐 긴급임무! 긴급하게 박살을 내주마!”

……

질주하는 전차와 차량 행렬을 피해 사방으로 나뒹굴었던 시민들이 달려 오고 있었다.

머리끝까지 분노한 모습으로!

천문석은 바닥을 기고 있는 사람들과 미친 듯이 달려오는 시민들을 번갈아 봤다.

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본 게 달려오는 시민들이다.

그 처분도 시민들에게 맡기는 게 당연했다!

하하하하하-

시원한 웃음을 터트린 천문석은 재빨리 강철봉을 들어 나뒹구는 사람 앞에 글자를 새겼다.

[범인들.]

그리고 몸을 돌려 달려가며 외쳤다.

“야! 너희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자!”

“해도 될까 말까? 고민되면 하면 안 되는 거다!”

“특히 김 중령! 너 이 새끼. 알고도 한 네가 제일 나쁜 놈이야!”

천문석은 김 중령을 스쳐 지나가며 오랜만에 전법륜인 딱밤을 날렸다.

끄아아아아악-

김 중령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잠시 후.

분노한 시민들이 달려와 쓰러진 VIP와 김 중령을 밟기 시작했다.

* * *

순식간에 위기를 정리한 천문석은 한달음에 성수대교 입구 바리케이드를 지나 달렸다.

좀 전보다 성수대교로 들어오는 인파가 더 많다.

강변북로, 뚝섬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수가 몇 배로 늘었다!

당연히 성수대교 다리 위를 이동하는 사람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천문석은 인파를 헤치고 달리며 일행을 찾았다.

얼핏 두 사람이 보였다.

커다란 해머를 어깨에 걸친 남자.

석궁을 등에 짊어진 여자.

장철과 장민!

점점 늘어나는 인파에 장철과 장민은 아직 1/3도 다리를 건너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다리에 올라온 이상 더는 위험이 없어 보였다.

‘그냥 여기서 헤어질까?’

생각과 동시에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특급 헌터와 키즈 카페에 놀러 갔다가 장민 대표에게 붙잡혀 참석한 헌터업 관계자 파티.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장철 헌터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한강을 넘어가는 게 정말 힘들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장철, 장민, 아이까지 모두가 한강을 넘어가는 모습을 볼 때까지는 동행한다!

마음의 결정을 한 천문석은 달렸다.

앞세운 손으로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물 흐르듯 사람 사이를 통과해 달려 나가는 천문석!

원을 그리는 손에서 생겨난 힘이 같은 극성의 자석처럼 사람들을 밀어냈다.

이렇게 생긴 틈으로 계곡으로 쏟아지는 물처럼 달린다!

천문석은 곧 인파 속에서 천천히 걷는 장철과 장민 뒤에 도착했다.

툭-

가볍게 어깨를 짚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 왔습니다! 제 뒤로 바짝 붙으세요! 길 뚫겠습니다!”

“오셨습니까!?”

“…….”

장철의 반가운 외침이 들려올 때.

천문석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손으로 원을 그리며 달렸다.

사람들이 밀려나며 길이 열리자 걷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어느새 천문석과 일행은 인파 사이로 달리듯 빠르게 걸었다.

천문석은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건너가시면 아마 택시 같은 운송수단이 몰려 있을 겁니다. 어떻게 움직이실지 생각해 두셨나요?”

장민이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몇 배를 부르던 그대로 내고 택시를 대절할 생각이에요. 바로 서울 중앙 병원으로 이동해서 새언니와…….”

이때 들려오는 아이의 신난 목소리.

“엄마! 우리 엄마 보러 가는 거야!?”

“맞아. 이제 엄마 보러 갈 거야. 조금만 참으면 돼.”

장민은 조카의 등을 쓱쓱 쓰다듬고 바로 말을 이었다.

“새언니와 만나면 바로 김포 공항으로 이동해서 말씀하신 그곳으로 출발할 생각이에요.”

고개를 돌리자 장민이 입 모양으로 말했다.

‘제. 주. 도.’

장철도 동생과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가능한 오늘 안에 출발하셔야 합니다.”

몇 번이나 강조한 이야기라 부연 설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장민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늦어도 12시 전에는 제주도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도착하면 바로 말해 주신 대로 움직일 생각이에요. 그런데 저…….”

장민은 말을 끌었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장민은 장철을 힐끗 보더니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모든 것에 어떻게 보답을 해 드려야 할지…….”

장민의 곤란한 표정을 보는 순간.

천문석은 갑자기 생각나는 기억에 웃음이 났다.

저 곤란한 표정은 몇 달 전 자신이 지었던 표정이다.

어떻게 갚을지 난감할 정도로 큰 호의를 보여 준 장민 대표 앞에서.

곤란한 표정을 짓던 자신과 묘한 웃음을 보이던 장민 대표.

이제는 어린 장민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자신이 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삶이란 역시 예측할 수 없었다.

장민 대표에게 받은 호의를 과거의 어린 장민에게 갚다니!

문득 지금 할 말이 생각났다.

예전에 장민 대표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면 된다.

“좋은 친구를 사귀게 돼 기쁘네요.”

“네?”

“…….”

황당해하는 얼굴로 반문하는 장민과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장철.

천문석은 손을 내밀어 장민, 장철과 악수하고.

“저요! 저랑도 악수해요!”

번쩍 손을 내미는 아이와도 악수했다.

작고 따뜻한 손을 잡는 순간 아이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포대기 안에서 꼬옥 안고 있던 인형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얘는 곰곰이에요! 제 소중한 친구예요!”

“곰곰이. 너도 반갑다!”

마지막으로 곰 인형과 악수했을 때.

성수대교 중앙에서 경계 중인 군인과 경찰들이 보였다.

벌써 다리 반을 건넜다!

다리를 완전히 넘어가면 장철 가족은 안전하다!

“이제 다 왔네요!”

천문석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외치는 순간 굉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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