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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57화 (45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57화>

“역시, 군인이셨군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소령님!”

경례하며 감사하는 경찰관.

그러나 경찰관은 곧 고개를 갸웃했다.

“……헌터 부대요?”

경찰관의 의아한 시선이 천문석의 옷을 지나 뒤에서 달려오는 장철과 장민을 훑었다.

품에 아이를 안은 장철.

석궁을 들고 달려오는 장민.

두 사람 모두 군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천문석은 사방에 널브러진 들개 마수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낮췄다.

“이 마수들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에서 비밀리에 편성한 부대입니다. 지금 비밀 임무 중이라 군복을 입지 못했습니다.”

“…….”

그러나 경찰관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이었다.

천문석은 경찰관에게 다가가 재킷 안쪽 히든 포켓을 슬쩍 보여 줬다.

리볼버.

“……!”

2020년 헌터업이 대중화된 한국에서도 총기는 엄격하게 관리된다.

헌터업이 태어나기 전인 2000년 지금의 총기 관리는 미래보다 훨씬 더 엄격했다.

민간인이 총기를 소지하는 건 2000년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했다.

게다가 괴물들을 순식간에 처리한 엄청난 실력!

경찰관의 얼굴에 드리워진 의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소령님!”

경찰관이 재빨리 경례하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중랑천을 가리켰다.

“이제 곧 이 중랑천이 범람합니다.”

“네?”

경찰관은 황당한 얼굴로 반문했다.

“한겨울에 중랑천이 범람한다고요?”

“하천 수위를 보세요. 물이 무섭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시민들을 도로 위로 대피시켜야 합니다. 벌써 상류 쪽은 도로까지 물이 차올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네!?”

경찰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중랑천 주위를 걸어서 대피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갑자기 불어난 물이 밀려 오면 참사가 일어난다!

“당장, 당장 대피 시작하겠습니다!”

경악한 경찰관이 몸을 돌려 달려가려는 순간.

천문석은 경찰관의 멱살을 낚아채 끌어당겼다.

어엇-

경찰관이 주저앉는 동시에.

콰아앙-

머리가 있던 곳을 지나 자동차에 틀어박히는 뼈 도끼!

크아아아아-

오크 무리의 함성이 들려오고 다급한 외침이 이어졌다.

“포위망이 뚫렸다! 2소대 막아!”

오크 무리가 간선 도로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가까이 붙지 마세요!”

천문석은 뼈 도끼를 뽑아 들고 자동차를 밟고 달렸다.

돌진하는 천문석을 본 오크들!

크아아아아-

전투 함성이 터지고 오크 무리의 기세가 폭발할 듯 끓어올랐다.

우득, 우드득-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순간 오크 몇 마리가 어깨를 붙이고 방패를 앞세워 마주 돌진한다!

쾅, 콰아앙, 콰르르르-

간선 도로에 버려진 차량이 사방으로 밀려나고 마치 육중한 트럭이 밀고 오는 듯한 위압감과 힘이 느껴졌다!

게다가 돌진하는 오크 뒤에 붙어 달리는 다른 오크까지!

조직력이 대단한 오크 무리다.

보통 오크가 아니다.

최소 중급 이상!

이 정도 오크면 마탄이 아닌 소총탄 점사로는 저지가 힘들다.

앗! 하는 순간 방패, 엄폐물을 이용해서 접근하고 근접전을 시작하게 되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대 몬스터 전 훈련을 받지 않은 인간은 순식간에 죽어 나간다.

이미 이 오크 무리의 전신에는 수많은 인간을 죽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방패와 무기, 전신에 뿌려진 피.

광기로 붉게 물든 눈과 살육의 기대감에 꿈틀거리는 근육까지!

크아아아앙-

다시 한 번 전투 함성이 터지고 밤새 수많은 인간을 학살했을 오크의 투지와 살기가 쏟아졌다!

천문석에게.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이 오크들 자신을 사냥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 이 새끼들 봐라?”

천문석은 들고 있던 뼈 도끼를 던졌다.

방패를 든 오크들은 반사적으로 방패 뒤로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도끼는 엉뚱한 하늘로 날아갔다!

오크의 시선이 도끼를 따라 움직이고 입가에 비웃음이 걸릴 때.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울리고 단단한 나무 방패가 단숨에 쪼개져 나갔다.

천문석이 뼈 도끼로 시선을 돌리고 정면으로 돌진한 것!

주춤주춤 방패를 든 오크가 밀려나는 순간.

천문석은 맨손으로 방패 진형으로 난입했다.

후우웅-

반사적으로 뼈 도끼를 내려치는 순간.

뼈 도끼를 향해 철퇴처럼 휘둘러지는 맨주먹!

짙은 비웃음이 도끼를 내려치는 오크의 입가에 생길 때.

뼈 도끼와 맨주먹이 충돌했다.

파아아앙-

일격에 뼈 도끼가 산산조각나고, 뼈 도끼를 박살 낸 맨주먹이 오크의 얼굴에 꽂혔다.

콰드드득-

입 밖으로 튀어나온 송곳니가 부러지는 동시에 안면이 철퇴를 맞은 것처럼 무너졌다!

오크가 휘청이는 순간.

빙글 솟아 올라 관자놀이를 때리는 주먹!

눈코입귀에서 피가 터져 나오고 오크는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오크는 붉게 변한 눈으로 봤다.

인간이 맨손으로 오크를 부숴 버리고 있었다.

단단한 나무 방패.

날카로운 뼈 도끼.

두꺼운 가죽 갑옷.

이 모든 게 맨주먹과 닿는 순간 조각조각 바스러지고 있다.

곧 모든 오크가 쓰러지고 헐떡이는 숨소리와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억, 헉- 절대 눈 뜨면 안 돼!”

후드득-

목에 무언가 박히는 순간.

휙 등으로 떨어지는 커다란 해머!

일격에 척추가 으스러지고 오크 전사의 의식은 사라져 버렸다.

* * *

으아악-

장철이 해머를 내려쳐 확인사살을 하고, 장민이 쏘아낸 석궁 볼트를 회수할 때.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외쳤다.

“거기 병사들! 중랑천에서 시민들 대피시켜야 한다!”

넋을 놓고 천문석을 보던 경찰관과 군인들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쏟아지는 소총탄 사격을 버티고 저지선을 뚫어 버린 괴물들!

그 괴물들을 인간이 맨주먹으로 박살 내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굳었었다.

“알겠습니다!”

반사적으로 대답한 군인들이 우르르 중랑천으로 달려가다가 멈칫했다.

“그런데 누구신가요?”

천문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경찰관이 먼저 대답했다.

“이 분은 서울 헌터 부대 이 소령님이다! 다 오지 말고 3명! 3명만 내려 와라! 곧 중랑천이 범람한다! 빨리 알리고 대피시켜야 한다.”

“알겠습니다!”

“이 소령님, 정보 감사드립니다! 바로 상부에 알려 시민들을 대피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경찰관은 재빨리 경례하고 병사들과 달려갔다.

병사 셋이 경찰관과 함께 중랑천으로 달려가고 남은 병사는 10명 남짓.

병장에서 이병까지 전원 20대 초중반 군 복무 중인 현역병들이 남았다.

“거기 너!”

“네! 병장 한경태!”

분대장 견장을 찬 군인이 반사적으로 관등 성명을 외쳤다.

천문석은 쓰러진 오크를 가리키며 손짓했다.

“다른 애들은 저지선으로 돌아가고 넌 내려 와라! 이놈들 상대하는 방법 설명하겠다.”

“알겠습니다!”

다급히 달려오는 한경태 병장.

천문석은 오크가 들었던 방패, 입은 가죽 갑옷을 두들기며 빠르게 설명했다.

“이 방패와 갑옷이 총탄의 물리력을 깎아내고. 이놈들 특이한 힘을 사용한다.”

“소총탄 점사로는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힘들다. 화망을 만들어서 점사해라.”

“머리, 상체 같은 급소를 노리지 말고 하체를 노려서 기동력을 죽여라.”

“괴성을 지르면 폭발적인 힘과 돌진력을 발휘하지만. 길어야 1분이다.”

“혹시나 근접전 상황이 되면 피하면서 시간을 끌어라.”

“네, 네!”

천문석은 한경태 병장이 든 소총을 툭 치며 말했다.

“혹시 총이 발사되지 않아도 총이랑 탄약 절대 버리지 말아라!”

“24시간! 24시간만 버티면 총 다시 쓸 수 있을 거다! 혹시 고립되면 아파트 고층에 숨어서 버티고!”

어느새 장철이 확인사살을 끝내고 장민이 볼트를 모두 회수하고 다가오고 있었다.

“꼭 살아남아라.”

천문석은 한경태 병장의 어깨를 툭 치고 몸을 돌려 일행에게 달려갔다.

“감사합니다! 소령님!”

천문석은 손을 한번 흔들고 일행을 봤다.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는 장철과 회수한 석궁 볼트를 주머니에 챙겨 넣는 장민.

연속된 전투에 두 사람 모두 바짝 긴장한 얼굴이었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하지만 천문석이 앞장서 달리자 바로 뒤로 따라붙어 달렸다.

전투의 흥분과 치솟은 아드레날린으로 피로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릴까?’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어제까지는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지금 긴장이 풀리면 걷잡을 수 없는 엄청난 피로에 퍼져 버릴 거다.

1차 목적지 성수대교가 곧 나타나지만, 한강을 넘는다고 끝이 아니다.

가능한 한 빨리 김포 공항으로 이동해 어떻게든 제주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EMP 마력 폭풍이 터지기 전에!

아니, 가능한 오늘 안에 제주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오늘은 게이트가 열린 첫날이다.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해외로 도망치기에 제주행 비행기를 타는 건 쉽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 게이트가 열리고 난장판이 되면 제주도로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다.

부와 권력이 없는 일반인이 제주도에 도착해 생활 기반을 갖출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최대한 빨리 한강을 넘어가 비행기를 탄 후에 탈진하는 게 났다.

계산을 끝낸 천문석은 외쳤다.

“성수대교 넘을 때까지 쉬지 않고 달릴 겁니다!”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난간을 넘어 위쪽 도로로 올라갔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대답한 장철과 장민이 천문석을 따라 도로로 올라갔다.

올라온 도로도 곳곳에 버려진 차량으로 막혀 있었다.

아니, 이곳은 아래쪽 간선 도로보다 훨씬 상황이 나빴다.

유리창이 깨지고 타이어 가 터진 자동차와 화물차.

곳곳에 아직도 불길이 꺼지지 않고 섬뜩한 피가 뿌려진 차가 있었다.

몇몇 차 밖으로는 미동도 없는 손발이 늘어지고. 곳곳에 축 늘어져 죽은 마수와 몬스터 사체가 널려 있다.

치열한 전투 흔적이 도로에 남겨져 있었다!

타다다탕-

끼이이익-

이때 날카로운 총성과 마수의 괴성이 들려오고, 난장판이 된 시가지가 한눈에 보였다.

얼굴이 굳은 장철은 포대기에 싸서 앞으로 안은 아이에게 재빨리 말했다.

“절대 눈 뜨면 안 돼. 아빠 항상 같이 있으니까. 눈 꼭 감고 귀도 꼭 막고 있는 거야. 알았지?”

힐끔 눈을 떠서 아빠 얼굴을 확인하더니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이 모습을 본 천문석은 난장판이 된 도로를 가리켰다.

“여기선 저랑 2미터에서 3미터 간격을 유지하고 따라와 주세요. 사각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천문석은 강철봉을 꺼내 주위를 두들기며 빠르게 걸었다.

쿵, 쿵쿵-

버려진 차 트렁크와 문, 화물칸을 두들기고.

깡, 통통통-

널려 있는 잡동사니를 때려 차 밑, 연기가 치솟는 화물차 같은 시야의 사각으로 날려 보냈다

천문석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시끄럽게 이동했다.

도로 너머 시가지에서 들려오는 전투 소음과 사람과 몬스터의 강렬한 살기가 기감을 교란하고 있다!

이럴 때는 기감을 펼치는 것보다 이렇게 타초경사 하듯 움직이는 게 나았다.

이렇게 적이 반응하니까 말이다!

쿵-

강철봉이 트렁크를 때리는 순간.

촤아아악-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쏘아지는 갈색 선!

장철이 아이를 안은 채 등을 돌리고.

장민이 재빨리 석궁을 당기는 순간.

천문석은 강철봉을 내려찍었다.

우드드득-

살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터지고 뒤로 쏘아지던 갈색 선은 장철의 몸에 닿기 전에 멈췄다.

쉬이잇, 쉬이잇-

트렁크에서 튀어나온 갈색 선의 정체는 뱀 마수였다.

“하- 별게 다 나오네.”

천문석은 위협적인 소리를 내는 뱀 마수 머리 앞에서 가볍게 박수를 쳤다.

쾅-

섬광과 폭음에 뱀 마수의 감각이 순간적으로 마비된 순간.

우드드득-

내력이 실린 손으로 몸체를 쭉 훑었다.

뱀 마수는 단숨에 전신이 으스러져 죽어 나갔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장철과 장민이 멍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거리 유지 계속 신경 써 주세요. 이런 놈들 계속 나올 겁니다.”

두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시킨 천문석은 다시 버려진 차들 사이를 빠르게 걸었다.

이렇게 나아가길 30분!

숨어 있던 마수와 몬스터를 다섯 번 더 처리했을 때 교차로가 나타났다.

버려진 차로 꽉 막힌 교차로 너머 멀리 기관총 진지를 만들고 바리케이드로 저지선을 만든 군 병력이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자 커다란 도로 표지판이 보였다.

[성수대교]

마침내 한강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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