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50화>
“아리엘 님!?”
경악한 에코가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무겐다흐 아리엘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내 이름까지 알다니! 너 진짜 에코 맞구나! 드디어 찾았다! 이 새끼! 으하하하하-.”
“으앗! 아니에요!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왜 이러세요!”
에코가 다급히 변명하는 순간.
무겐다흐 아리엘은 깜짝 놀랐다.
여자 목소리!
“너 목소리가 왜 여자…….”
게이트에서 새가 나오는 순간 줄부터 던졌던 무겐다흐 아리엘.
무겐다흐 아리엘은 이제야 에코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고 굳어 버렸다.
작열하는 빛의 로브, 마력광으로 빛나는 롱소드.
얼굴에 쓴 화려한 보석 가면까지.
하나같이 눈에 익은 물건들이다!
마도왕 무겐다흐의 상징!
마도 전쟁 당시 자신의 모습이다!
게다가 마력패턴이 자신의 마력패턴과 똑같았다!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위장한 시간 오류 수정자, 에코가 눈앞에 있었다!
무겐다흐 아리엘은 깨달았다.
에코 이 녀석이 무언가 ‘설계’를 하고 있음을!
“에코! 이 새끼! 그 모습! 너 지금! ‘설계’하고 있지!? 이 쌍늠의 자식! 넌 잡히면 뒤졌다!”
‘설계!? 뭐야!?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에코가 경악하는 순간.
으아악-
무겐다흐 아리엘은 괴성을 지르며 줄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콰쾅, 콰지지직-
순간 벼락에서 새어 나온 한 줄기 번개가 무겐다흐 아리엘을 때렸다!
방어 마력장이 번개를 밀어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전신에서 튀기는 새파란 전격에 덜덜덜 전신을 떠는 무겐다흐 아리엘!
그러나 무겐다흐 아리엘은 포기하지 않았다.
으악, 으아악-
악을 지르며 줄을 잡고 기어 올라왔다!
쉴 새 없이 떨어지는 새하얀 벼락에서 새어 나온 전격!
전격이 몸을 지지는데도 일그러진 얼굴로 줄을 잡고 기어 오르는 무겐다흐 아리엘!
마도 제국 명문가의 곱게 자란 엘리트 마법사는 파산 후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어느새 공포 영화 속 최종 빌런이 되어 있었다!
이 모습에 보석 가면 속 에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잡히면 끝장이다!
죄송합니다! 아리엘 님!
에코는 눈을 딱 감고 외쳤다.
“파트너! 북쪽 산으로 저공비행! 저 사람 어서 떨궈! 잡히면 우리 끝장이야!”
히리히리히리-?
초대형 뱁새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란 얼굴이 되어 발에 걸린 줄과 줄을 타고 기어 오르는 아리엘을 번갈아 봤다.
‘뭐야!? 쟤 누구야? 이 줄은 또 뭐야!?’
라고 외치는 듯한 모습.
“이 둔한 녀석! 빨리 북쪽! 저기 북악산으로 저공으로 날아! 몬스터나 나무에 충돌시켜서 떨궈야 해!”
에코가 다급히 외치는 순간.
휘이이잉-
초대형 뱁새는 급강하해서 저공으로 날기 시작했다.
쾅, 콰아앙, 쿵-
줄을 잡은 무겐다흐 아리엘이 거대한 원을 그리는 몬스터와 마수의 격류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팡, 파아앙, 팡-
충돌 순간마다 장신구에 새겨진 자동 방어 마법이 발현됐지만, 어제부터 수많은 보호 마법을 새기느라 남은 마력이 얼마 되지 않았다.
‘이대로는 놓친다!’
이때 무겐다흐 아리엘의 눈에 보이는 게 있었다.
에코를 발에 잡고 날아가는 초대형 뱁새의 몸에 떠오른 전투 인장!
제국 군단, 경지에 이른 제국 기사가 만들어 낸 전투 인장이다!
제국 기사의 전투 인장을 가지고 있는 대형 뱁새?
이 초대형 뱁새 제국군 강습 수송병이다!
뱁새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게 있었다.
대륙 북쪽 끝 악의 제국에서 북부 고원, 중부 평원, 남부의 사막과 늪지를 넘어 대륙 끝 영구 동토까지!
제국 기사들이 대륙을 진군하며 불렀던 노래, 진혼진군가!
“강습 수송병! 난 적이 아니다! 내 노래를 들어라!”
무겐다흐 아리엘은 오랜 기억 속 진혼진군가를 대륙어로 불렀다.
[우리는 진군한다-]
[죽어 버린 전우여-]
[그대의 검혼이 흩날리고-]
[빛나는 무훈이 바래져도-]
[우리는 진군한다-]
[죽어 버린 전우여-]
[약속은 던져 버리고-]
[맹세는 개나 주라지-]
[우리는 진군한다-]
[죽어 버린 전우여-]
……
에코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초대형 뱁새가 휙 고개를 돌려 무겐다흐 아리엘을 봤다!
‘됐다! 먹히는구나!’
무겐다흐 아리엘은 재빨리 외쳤다.
“강습 수송병 멈춰라! 난 제국군 제 3마도 병참 부대! 부대장이다!”
히리히리히리-!
초대형 뱁새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울더니 더 낮게 날았다.
으악, 아악, 으아악-
몬스터와 연속으로 충돌하는 무겐다흐 아리엘의 비명이 들려올 때.
에코는 초대형 뱁새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또 속을 것 같냐!’
“…….”
어제 내력이 실린 휘파람 소리를 듣고 착각했던 초대형 뱁새.
이 멍청한 녀석은 이번에는 진짜 진혼진군가를 듣고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와, 이 새대가리 녀석!’
어이없었지만, 너무나 다행이었다!
하하하하하하-
에코가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고.
으악-
“이거 진혼진군가!”
[우리는 진군한다-]
으아악-
“나 제국군 병참 부대!”
[죽어 버린 전우여-]
무겐다흐 아리엘이 마수와 몬스터와 충돌하며 진혼진군가를 부를 때.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반응했다.
재의 기사!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를 끌고 달려 거대한 격류를 만들어 내던 재의 기사!
재의 기사의 시선이 북쪽 산으로 날아가는 초대형 뱁새에 매달린 마법사에게 꽂혔다.
진혼진군가!
제국군의 상징과도 같은 노래가 울려 퍼진다!
설령 죽는다고 하더라도 전우와 함께 진군하겠다는 군가가 전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재의 기사는 본질에 새겨진 맹세에 따라 전우를 향해 달렸다.
화르르르륵-
재의 기사에게서 흩날리는 거대한 불꽃이 북쪽으로 움직였다.
-초대형 뱁새.
-마법사 에코.
-마도왕 무겐다흐 아리엘.
-재의 기사.
모두가 북악산을 향해 움직이자.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
광화문 게이트 주위에 거대한 격류를 만들어 내던 격류도 북쪽 북악산을 향해 몰아쳤다.
남아 있던 경복궁 전각이 순식간에 박살 나고, 경복궁 북쪽에 저지선을 펼쳤던 군경 합동 부대가 단숨에 뚫렸다.
크아아아아아아-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가 포효하며 청와대로 몰아쳤다.
그나마 통제가 되던 난장판이 통제 불능이 되는 순간.
쐐애애애애액-
게이트에서 황금빛 존재가 튀어나와 하늘을 가로질렀다!
쾅, 콰아앙, 콰아아앙-
음속 폭음이 연이어 터지고, 엄청난 존재감에 갑자기 중력이 몇 배로 강해진 듯 몸이 짓눌린다!
전장에 있는 모든 존재의 시선이 황금빛을 향해 모이는 순간.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황금빛 존재가 하늘을 찢어발기듯 울부짖으며 몬스터의 격류 속으로 떨어졌다!
킥, 키키킼키킼키키킼-!
신화 속 거인이 발을 구른 것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마수와 몬스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어느새 몬스터의 격류는 미친 듯이 청와대를 가로질러 북악산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지상은 완전히 난장판이 된 상황!
이때 초대형 뱁새에 잡힌 채로 유유히 하늘을 날던 마법사 에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차원 용병이 나타났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가 게이트를 넘어왔다!
생각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다!
첫 임무를 받은 흙수저 다람쥐가 전력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대로면 은신처에 도착하기도 전에 의뢰가 끝나고 대금을 받으러 온다!
“야! 당장 동쪽으로 날아! 아니, 북쪽! 북쪽 산맥 사이를 크게 지나서 동쪽 은신처로 날아가야 해!”
히리히리-?
초대형 뱁새가 ‘얘가 왜 이이래?’ 하는 눈으로 보며 방향을 수정할 때.
에코의 목을 조르는 손길이 있었다.
커억-
보호 마법이 자동 발동되려는 순간 저절로 캔슬된다!
“이건!?”
에코가 경악하는 순간 분노가 끓어오르는 외침이 들려왔다.
“이 새끼 드디어 잡았다! 으아아악!”
줄을 타고 오르던 무겐다흐 아리엘!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아리엘이 에코가 있는 곳까지 기어 올라와 목에 팔을 걸고 조이고 있었다!
으드득-
“커억- 아리엘 님! 잠깐만! 커억- 제가 모두 잘 설명 커어억-.”
“설명? 새끼야! 우선 맞고 보자! 너 이 새끼 너 때문에 내가 얼어붙은 곰고기를 몇 년 동안 먹은 줄 알아!”
‘얼어붙은 곰고기!?’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에코의 머릿속에서 오랜 의문 하나가 풀렸다!
[얼어붙은 곰고기] -> [냉기 태양 지대] -> [실트 가문의 유적 발굴단]
실트 가문의 유적 발굴단이 냉기 태양 지대에서 마도왕 레이 실트의 유적을 열고 찾아낸 성유물급 마법 물품.
‘영과 혼을 보관하는 수정 기둥!’
원래대로라면 마법에 젬병인 노움들로 이뤄진 실트 가문의 유적 발굴단이 마도왕 레이 실트의 유적을 여는 건 불가능했다!
그 오랜 의문이 지금 풀렸다!
마도왕 무겐다흐 아리엘!
파산해서 냉기 태양 지대로 도망친 그녀의 도움 덕분에, 실트 가문 유적 발굴단이 영혼 수정 기둥을 찾을 수 있었던 거다!
이 영혼 수정 기둥에서 다시 태어난 두 명의 노움으로 대륙의 역사는 크게 변한다!
과거, 현재, 미래 모두!
즉, 마도왕 무겐다흐가 파산해서 대륙 전체의 운명이 좋은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순간 에코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아, 이래서 파산시켜야 했던 거구나! 결국, 인류를 위한 선택이었구나!”
“뭐, 이 새끼야!? 내가 파산한 게 인류를 위한 선택이라고!?”
순간 분노한 무겐다흐 아리엘의 주먹이 에코의 명치에 연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컥, 커억, 커어엌!
명치를 연속으로 맞은 에코는 다급히 외쳤다.
“으억! 나중에! 제발 나중에!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커억-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해요!”
“그 도망 이제 끝났어! 새끼야! 으하하하하-.”
무겐다흐 아리엘이 통쾌하게 웃는 순간.
에코는 모든 힘을 끌어내 외쳤다.
“저 황금빛! 쟤 차원 용병이에요!”
“……!?”
무겐다흐 아리엘은 깜짝 놀라 몬스터 무리를 아작내는 황금빛을 확인했다.
엄청난 황금빛 속에 얼핏 보이는 황금 갑옷!
“갑옷 입었잖아! 이 새끼가 구라를……!”
“요구한 빛이 커서 갑옷까지 입은 거예요! 자세히 보세요!”
황금 갑옷을 자세히 확인한 순간.
아리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타닥, 타다닥-
종횡무진 달려가서!
콰드드드득-
가볍게 무는 순간!
픽, 픽픽픽픽-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나자빠지는 마수와 몬스터!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차원 용병,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에코가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을 고용했다!
“차원 용병을 고용했다고!?”
“와, 이 미친놈!”
“곧 강제 노역장에 끌려가겠구나!”
“역시, 정의는 살아 있다!”
으하하하하하-
폭풍처럼 말을 쏟아 낸 무겐다흐 아리엘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릴 때.
“…….”
에코는 아무 말 없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순간 무겐다흐 아리엘은 알 수 없는 싸한 느낌을 받았다.
“……너 왜 아무 말도 없어!?”
“죄송합니다.”
깊게 고개를 숙이는 에코.
“어, 너 갑자기 왜……?”
이 순간 에코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보석 가면과 장신구, 작열하는 빛의 로브.
그리고 몸에서 느껴지는 너무나 익숙한 마력패턴까지.
모두 마도왕 무겐다흐, 전성기 자신의 모습이다.
순간 한가지 가능성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에코가 하고 있던 설계가 설마……?
“아니지!? 그런 거 아니지!?”
“……죄송합니다. 아리엘 님.”
에코의 사과를 받는 순간, 무겐다흐 아리엘은 정신이 혼미해지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런 미친 새끼! 너 진짜 내 이름으로 차원 용병 고용한 거야!? 아니지? 구라지! 야! 빨리 대답해!”
“…….”
에코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침묵이 대답이나 마찬가지였다.
순간적으로 팔에 힘이 풀려 추락할뻔한 무겐다흐 아리엘.
무겐다흐 아리엘은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외쳤다.
“얼마…… 너 케페니안의 빛 얼마 썼어!?”
“180…….”
“180 럭스!?”
불행 중 다행이다. 그 정도면 장신구를 대가로 던져 주면…….
이때 에코의 말이 이어졌다.
“……만 럭스입니다.”
“……얼마라고?”
“180만 럭스인데…….”
“선급! 선급으로 얼마 줬어!?”
“전액 후불…….”
“그 빛의 로브! 그거랑 장신구, 롱소드 다하면…….”
순간 에코의 전신에 걸쳐진 빛의 로브와 장신구, 롱소드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남겨진 것은 얼굴에 씌워진 보석 가면뿐.
인간 세상에서는 값비싼 보석 가면이지만, 케페니안 깡패 놈들한테는 예쁜 돌보다 가치가 없었다.
“…….”
“…….”
깊은 침묵이 흐를 때.
에코는 오래전 친구에게 배운 대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은 있습니다.”
“너! 뭔가 방법이 있는 거야!?”
무겐다흐 아리엘이 반색하는 순간.
에코는 배운 대로 밝고 활기찬 어조, 긍정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차피 전신이 젖었으니까. 더는 비 맞는 게 두렵지 않잖아요? 하하하-.”
“……뭐? 그게 무슨 헛소리…….”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무겐다흐 아리엘.
그러나 곧 깨달았다.
[어차피 전신이 젖었으니까. = 어차피 빚쟁이니까.]
[더는 비 맞는 게 두렵지 않잖아요? = 거기에 빚을 좀 더 얹어도 마찬가지잖아요?]
‘어차피 빚쟁이니까. 거기에 빚을 좀 더 얹어도 마찬가지잖아요?’
무겐다흐 아리엘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에코의 목을 부러트릴 듯 조였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그게 사기 친 놈이 할 말이야! 으아아악! 미친 또라이 새끼! 죽어! 당장 죽어랏!”
에코는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다급히 외쳤다.
“켁! 항복! 케에엑! 항복입니다!”
히리히리히리-
초대형 뱁새는 두 사람을 미친놈 보듯 힐끗 보더니 북악산 너머 북한산 방향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