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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47화 (44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47화>

천문석이 신설동 도로에서 자전거로 기창 돌격을 하고 있을 때.

김철수 발명가는 여의도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경악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

20년 전 평범한 회사원일 때는 느낄 수 없던 것들을 마력 각성자가 된 지금은 느낄 수 있었다.

물결치듯 하늘에서 퍼져 나오는 거대한 마력장!

마치 쓰나미가 몰아치는 듯한 압도적인 감각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정도였나!?’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거대 괴수와 마수, 몬스터 무리의 의지가 마력장을 교란하는 게 상상 이상이다!

모든 게 자신의 예상을 벗어났다.

이 정도면 EMP 마력 폭풍 때까지 국군이 버틴 게 이상할 정도였다!

‘내가 뭔가 잘못해서 나비 효과를 일으킨 건가?’

이 순간 문득 불안감이 가슴속에서 싹텄다.

광화문에서 밀레니엄 축제를 보고 있을 과거의 자신이 제대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과거의 자신을 찾으러 간 아내와 자식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게 아닐까?

불안한 생각에 서성이다가 습관처럼 품 안에 손을 넣어 회중시계를 꺼내려 하지만.

“…….”

이미 회중시계는 이미 상자에 넣어 포장한 상황.

‘다시 열어 수치를 확인할까?’

김철수 발명가가 갈등 어린 눈으로 상자를 볼 때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아내가 수리 좀 하라고 몇 번이나 채근했던 문 열리는 소리.

1201호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다!

그리고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절대! 절대로 이끈 풀면 안 돼!”

강단 있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뒤이어 신이 난 아이가 대답했다.

“우리 놀러 가는 거야!? 혹시 롯데 월드!?”

“맞아. 아빠 찾아와서 할아버지 할머니랑 모두 같이 놀러 갈 거야! 그러니까 절대 이끈 풀면 안 돼!”

김철수 발명가는 목소리만 듣고도 두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젊은 아내와 아이!

“여…….”

순간 김철수 발명가는 자신도 모르게 말하며 복도로 나가려 했다.

“……!”

스스로의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숨기는 순간.

“거기 누구 있어요?”

비상계단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아내.

‘이런 실수를!’

김철수 발명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내는 예전부터 눈치와 행동력이 비상하고 무엇이든 의심이 가면 반드시 확인했다!

탁, 탁, 탁-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고 김철수 발명가가 침을 꿀꺽 삼킬 때.

휘이잉-

바람이 크게 한번 불더니 벨 소리가 울렸다.

땡-

“엄마! 엘리베이터 왔어!”

아이가 외치는 순간 아내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비상계단을 한번 돌아보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휴우-

김철수 발명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휴우-’

공간의 틈에 숨은 마법사도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리 복도에 숨어서 대기하기를 잘했다!

이상 행동을 보일 때 재빨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게 정답이었다.

시계를 주운 사람이 걸리기 직전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벨이 울린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조금만 멀리 있었어도 두 사람이 만나고 오류가 생겨날 뻔했다!

‘야! 조심하란 말야!’

마법사가 마음속으로 외치는 순간.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땡-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고, 번개같이 아이를 안고 튀어나오는 여자!

타다다닥-

단숨에 비상계단을 올라가며 외친다!

“야! 김철수! 너 여기 있지!? 한숨 소리 들렸어!”

‘어, 어어어어어어!?’

경악한 마법사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굳어 있는 동안, 여자는 단숨에 비상계단을 훑으며 올라 엘리베이터실을 열며 외쳤다.

“기척 들렸다니까! 너 좋게 말할 때 얼른 나와라!”

쾅-

부서질 듯 문이 열렸지만, 엘리베이터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이상하네? 분명 느낌이 왔는데…….”

여자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마법사는 경악했다.

회중시계를 주운 남자가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거야!?

어디로 사라진 거야!?

이때 남자가 상자를 들고 슬그머니 나타났다.

위가 아닌 아래쪽 비상계단에서!

“휴…… 이때도 감이 장난이 아니었네. 걸릴 뻔했잖아.”

김철수 발명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비상계단 창밖으로 아내의 자동차를 몰래 살폈다.

곧 배낭을 메고 아이와 끈으로 연결한 아내가 자동차를 향해 걷는 게 보였다.

흠칫-!

김철수 발명가가 번개같이 머리를 숙이는 동시에 고개를 돌리는 아내!

보지 않아도 고개를 갸웃하는 아내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잠시 후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마침내 아내와 아이가 탄 자동차가 떠나가는 게 보였다.

김철수 발명가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 감이 뭐 이리 좋아? 완전 예지 능력자네…….”

하지만 이제 힘든 일은 끝났다.

이제 과거의 자신이 돌아와 집에 들어가고 몇 분 후 상자만 놓으면 모든 게 끝난다.

“빨리 와라. 과거의 나.”

김철수 발명가가 혼잣말할 때.

공간의 틈에 숨어 이 모든 걸 본 마법사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회중시계를 주운 남자도 대단하지만, 그 아내는 더 대단했다!

본능적으로 마력장이 전해 주는 세계의 정보를 해석하고 있다!

마탑에 정식으로 입문할 자질이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마커를 박을까?’

마법사가 고심할 때.

비상계단 창밖을 바라보던 김철수 발명가는 깜짝 놀랐다.

“뭐? 지금 돌아온다고!?”

아내가 자동차를 타고 떠난 지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단지 입구로 달려오는 사람이 보였다.

과거의 자신!

아내와 아이가 떠난 지 불과 5분이 지났을 뿐이다.

단지 5분 차이로 과거의 자신과 아내는 서로 엇갈렸다!

허, 허허-

진실을 깨달은 김철수 발명가가 허탈하게 웃을 때 과거의 김철수가 아파트 1층으로 들어왔다.

김철수 발명가는 재빨리 계단 구석에 숨었다.

땡-

곧 엘리베이터 벨 소리가 울리고 한 사람이 다급히 뛰어나와 현관으로 달렸다.

“여보! 나왔어!”

띵동, 쿵쿵쿵-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들기며 외쳐도 열리지 않는 문.

“열쇠, 열쇠, 열쇠! 열쇠가 어디 있더라!”

과거의 김철수는 재빨리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보!”

끼이익, 쿵-

문이 닫히는 순간 김철수 발명가는 눈을 감고 과거 자신의 행동을 되새기며 숫자를 셌다.

‘1, 2, 3…….’

텅 빈 집안을 미친 듯이 뒤진다.

단단히 묶여 있는 이불과 세간들.

‘11, 12, 13…….’

종이상자엔 라면과 쌀 식료품이 가져가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21, 22, 23…….’

도망칠 준비가 이미 끝난 상황 그러나 아내와 아이는 집 안에 없었다.

‘31, 32, 33…….’

베란다로 나와 항상 차를 세워두는 곳을 확인하지만, 자동차 역시 없다.

‘41, 42, 43…….’

까맣게 타들어 가는 속에 냉장고로 걸어갈 때 문득 보이는 식탁의 메모.

[전화가 안 돼서 아이랑 당신 회사로 찾으러 가요. 혹시 이 메모 보면 찾으러 나오지 말고 집에서 기다려요! 당신 부모님도 이 집으로 오실 거예요!]

메모를 보는 순간 길이 엇갈렸다는 걸 직감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혹시라도 다시 길이 엇갈리면 끝장이니까.

과거의 자신, 회사원 김철수는 거실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아내와 아이를 기다린다.

‘57, 58, 59, 60!’

이때 벨이 울린다!

눈을 감고 숫자를 세던 김철수 발명가가 번쩍 눈을 뜨고 움직였다.

소리 없이 계단을 뛰어내려 복도를 달린다!

1201호 앞!

회중시계와 가죽 수첩이 든 상자를 문 앞에 내려놓고 포스트잇을 붙인 다음 벨을 누른다!

띵동-

벨 소리가 울리는 순간 번개같이 점멸!

핏, 핏-

단숨에 비상계단으로 돌아온 김철수 발명가는 뒤도 보지 않고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이 타이밍!

공간의 틈에 숨어 있던 마법사가 움직였다!

파슥-

번개같이 공간을 틈에서 뛰어나와 상자를 낚아채는 동시에 열고 시계와 가죽 수첩을 손에 넣는다!

마침내 시계가 돌아왔다!

반사적으로 시계를 확인하려는 손을 막는다.

지금은 오류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먼저다!

재빨리 가죽 수첩을 펼치는 순간 첫 페이지에 보이는 문장!

이 문장이 이문 뒤, 사람을 움직이게 한 동인이다.

상자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에 쓰여 있는 글자를 날려 버리는 동시에 가죽 수첩에 적힌 문장을 옮겨 적는다!

[아내와 아이는 노량진역에 있다.]

탁-

포스트잇을 초인종에 붙이는 순간 문 바로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

‘피할 시간이 없다! .’

마법사는 아파트 복도 난간 너머로 몸을 던지며 파트너에게 마법 메시지를 보냈다.

=출동이다! 움직일 시간이야!

끼이익-

이때 벌컥 문이 열리고 화색을 띤 회사원 김철수가 외쳤다.

“당신 왔어!?”

그러나 문밖에 아무도 없자, 화색을 띤 김철수의 얼굴은 순식간에 검게 타들어 갔다.

하아-

타들어 가는 얼굴로 주위를 살피다가 깊은 한숨과 함께 몸을 돌릴 때 보이는 포스트잇!

[아내와 아이는 노량진역에 있다.]

“……!”

막다른 곳에 몰려 있는데 갑자기 내려온 동아줄!

회사원 김철수에게 진위를 확인할 정신은 없었다.

노량진역이면 멀지 않다.

이미 한강을 건너는 다리는 군이 막은 상태!

지금 바로 움직이면 아내와 아이를 찾을 수 있다!

회사원 김철수는 아파트 1층을 향해 바로 달렸다.

휘이이잉-

이때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초대형 뱁새가 움직였다.

파아아앙-

두 팔을 접고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초대형 뱁새!

목표는 난간을 뛰어넘어 1층을 향해 천천히 떨어지던 마법사였다!

마법사를 낚아채는 순간.

훙, 훙, 훙, 훙-

초대형 뱁새는 짧은 날개를 열심히 휘저어 순식간에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하하하하하하-

마법사는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마침내! 마침내 시간 오류 수정자의 시계가 돌아왔다!”

오류를 만들지 않고 완벽하게 시계를 회수했다!

이제 남은 일만 끝내면 이 시간대에서 드디어 탈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지금 꼭 할 일이 있었다!

왼손을 허공에 긋는 순간.

품 안에서 튀어나와 손에 잡히는 커다란 책!

혼돈에 그어진 경계, 세계의 나무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기록한 시간 오류 수정자의 책!

‘시계‘를 되찾아 그동안 펼칠 수 없었던 ‘책‘을 드디어 펼칠 수 있게 됐다.

이 순간 가장 먼저 하리라고 다짐하고 다짐했던 일이 있다!

마법사는 왼손을 책에 올린 채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물었다.

“야, 파트너! 너 제국군 몇 기냐!?”

히리히리히리-?

휙 고개를 돌린 초대형 뱁새에게서 의아한 시선이 쏟아질 때.

마법사는 끓어오르는 희열에 웃음을 터트리며 그동안 숨겼던 폭탄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하하-

“나 사실 제국군에서 복무했었다! 164기 전투 마법 병단! 너 214기 강습 수송병이지!?”

-……!?

초대형 뱁새가 경악할 때 마법사는 외쳤다.

“너! 대가리 박을 준비해라!”

“제국군 복무 기록 열람을 요청한다!”

외침과 동시에 번개같이 회중시계 용두를 눌렀다!

찰칵-

“……?”

-……?

찰칵, 찰칵-

“어? 이게 왜 이러지?”

-……?

“아니. 이게 왜 반응이 없어!? 이러면 안 돼!”

찰칵, 찰칵, 찰칵-

깜짝 놀라 미친 듯이 회중시계 용두를 누를 때 차게 식은 시선이 느껴졌다.

문득 고개를 들자 초대형 뱁새의 안 착해 보이는 까만 눈이 보였다.

“…….”

-……

짧은 침묵 속에 흐르는 냉랭한 기운.

마법사는 재빨리 웃음부터 터트렸다.

“하하하- 장난이었어. 내가 너한테 대가리 박으라고 할 리 없잖아? 당연히 농담이지!”

-……

“우린 파트너잖아! 닫힌 세계에서 몇 번이나 같이 고생한! 너 기억나지? 저번 회차 때 내가 마지막에 물 줬지? 그거 엄청 소중한 물이었어!”

다음 순간.

휘이이잉-

몸을 타고 넘는 새 찬 바람과 아찔한 부유감!

히리히리히리-

초대형 뱁새는 마법사를 하늘에 던져 버리고 빠르게 멀어졌다.

뒤돌아보지 않고 단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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