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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46화 (44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46화>

랩터를 정리한 천문석은 남자에게 물었다.

“괜찮습니까?”

이 순간 돌아오는 목소리.

“귀인……?”

“……!”

깜짝 놀란 천문석은 재빨리 남자의 전신을 살폈다.

갈가리 찢긴 옷과 얼굴에 가득한 자상.

마수와 몬스터의 피로 엉망인 전신까지!

겉모습으로는 남자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손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헌터용 단검과 헌터용 안전 장갑.

이 시대에 있을 리 없는 헌터용 장비!

장철!

랩터와 싸운 남자는 장철이었다.

어제 북한산으로 가던 중에 만난 강철해머 장철!

“장철님!?”

경악한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장철이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저 장철 맞습니다. 그 귀인분이군요? 죄송합니다. 분명 어제 이름을 들은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요…….”

당연한 일이다.

인식 장애 마법 회로가 새겨진 머플러를 둘렀다.

자신과 헤어진 순간부터 기억이 꿈처럼 흐릿해졌을 거다.

‘아니, 그보다 여기서 랩터랑 왜 싸우고 있어!?’

천문석은 당황했다.

자신이 안 도와줬으면 강철해머 장철이 하급 마수 랩터에게 죽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을 거다!

“아니, 지금 여기서 뭐 하세요!?”

자신도 모르게 묻는 순간 천문석은 아차 했다.

나비 효과!

장철은 그냥 일반인도 아닌 1세대 헌터!

그중에서도 서울 수복 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헌터다!

자신이 끼어들어서 운명을 바꾸면 안 되는 사람이다!

‘설마, 벌써 나비 효과를 일으킨 건가!?’

이때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장철!

으으윽-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장철을 부축해서 앉히고 재빨리 상처를 확인했다.

얼굴과 전신에 자상이 많지만, 긁힌 상처 수준. 문제는 돌아간 발목이었다.

내력을 밀어 넣어 확인하니, 다행히 부러진 건 아니다.

하지만 당장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 마찬가지.

천문석은 장철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딱-

“이 손가락 보세요.”

“네?”

우드득-

반문하는 순간 돌아가 제대로 맞물리는 발목!

으으윽-

장철이 신음을 삼킬 때 재빨리 잡낭을 열어 헌터용 긴급 소염제를 뿌리고 응급 패치를 당겨 발목을 단단히 고정했다.

장철의 얼굴에서 고통이 빠르게 사라졌다.

“이제 곧 걸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패치 24시간 후에는 효과가 사라집니다. 그때 제대로 치료받으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장철은 거듭 고개를 숙이더니 절뚝이며 몸을 일으켜 자전거를 자동차 아래서 끄집어냈다.

자전거는 앞바퀴 살에 막대기가 걸려 바퀴가 아작난 상황.

하아-

장철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복잡한 눈으로 도로를 바라봤다.

살에 막대기가 걸려 망가진 자전거와 복잡한 눈으로 도로를 바라보는 장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이 갔다.

그리고 짐작 그대로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자전거로 같이 이동하던 사람들이 랩터에게 미끼로 던지고 가 버렸네요. 오지랖을 부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장철의 허탈한 목소리와 표정에 천문석은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쏟아진 사상 초유의 위기가 서울에 닥쳤다.

위기의 순간 사람은 본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괜찮은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았다.

자신이 그동안 이상할 정도로 괜찮은 사람들만 만난 게 특이한 거였다.

이때 장철이 깊게 고개 숙였다.

“이 대검하고 장갑. 정말 감사합니다. 이거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을 겁니다. 다시 만난다면 반드시 이 은혜 갚겠습니다.”

깊게 고개 숙인 장철은 절뚝이는 다리를 끌고 걸었다.

“어디로…….”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을 애써 삼키는 순간.

장철이 몸을 돌려 환하게 웃으며 다시 한 번 고개 숙였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전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인도로 올라가 운행할 리 없는 지하철 1호선 신설동역을 향해 걸었다.

환하게 웃으며 고개 숙이던 얼굴에 담긴 초조함.

이를 악물고 조금이라도 빨리 걷기 위해 내딛는 절뚝이는 발걸음.

“…….”

지금 장철의 생각이 손에 잡힐 듯 보이자 차마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천문석은 몸을 돌려 주위를 살폈다.

목적지인 광화문으로 뻗은 도로.

광화문과는 반대 방향인 청량리 방향으로 걸어가는 장철.

휘이잉-

바람이 불어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말한다.

“하늘의 인과는 헤아릴 수 없다.”

이 순간 천문석은 웃었다.

미래는 신조차 알 수 없는 법.

나비 효과를 걱정해 아무것도 못하는 건 지독한 오만이다.

단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갈 뿐!

휘이익-

천문석은 휘파람을 불어 서리 늑대를 부르고 달려가며 외쳤다!

“지하철은 위험합니다! 화재가 발생해서 연기라도 쏟아지면 바로 훅 가요!”

“네?”

장철이 반문하는 순간.

타다닥-

서리 늑대가 벽을 타고 달려왔다.

휘익, 휘이이-

휘파람을 불며 장철을 가리키자, 툭 장철의 다리를 때려 등에 올리는 서리 늑대!

“이 늑대는!?”

장철이 깜짝 놀라는 순간 천문석은 앞장서 달리며 외쳤다.

“이 녀석 늑대 아닙니다! 시고르자브르 종 개예요! 어디까지 가시나요? 저도 이쪽으로 가는 길인데 동행하죠!?”

“그게 무슨……? 아뇨! 괜찮습니다! 그렇게 폐를 끼칠 순…….”

천문석의 의도를 짐작한 장철이 급히 사양할 때.

도로 멀리서 오크의 전투 함성이 울려 퍼졌다.

크아, 크아아아-

그리고 터져 나오는 다급한 비명!

으아앗-

자전거를 탄 남녀 무리가 멀리서 도로를 달려 오고 있다!

“너희들!”

장철이 분노하는 순간 자전거를 타고 도망쳐 오는 남녀가 반색하고 외쳤다.

“아저씨!”

“도와주세요!”

“뒤에 괴물 붙었어요!”

“그 대검! 그 대검으로 좀 싸워 주세요!”

“뭐……?”

장철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하하하-

천문석은 돌연 웃음을 터트리며 앞으로 달렸다.

스르르르렁-

강철봉으로 아스팔트를 긁으며 달리자 퍼져 나가는 섬뜩한 울림과 불꽃!

뒤를 쫓는 오크 무리의 살기가 모이는 순간.

천문석은 단숨에 자전거를 탄 남녀를 지나쳐 난장판이 된 도로를 달렸다.

“위험합니다! 도망치세요!”

경악한 장철의 외침이 터지는 순간.

으아악-

재빨리 가속해서 도망치는 자전거들!

이때 멀리서 달려오는 오크 무리가 보였다!

7마리!

전형적인 정찰조 구성이다!

하하하-

천문석은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려 시선을 끌고 단숨에 돌진해 들어갔다.

후우웅, 후우웅-

투창을 던지고 방패를 잡고 마주 돌진하는 오크들!

깡-

내력이 실린 손을 흔들어 투창을 튕겨 내고.

아스팔트로 끌고 달리던 강철봉을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일격에 방패째로 무너져 내리는 오크!

와드드득-

단숨에 짓밟고 들어가 원심력을 담아 후려친다!

쾅, 쾅, 쾅-

임팩트 순간 무게가 급증하는 강철봉에 실린 절정의 내력이 폭발할 때마다.

오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단숨에 오크 무리를 정리하고 몸을 돌렸을 때.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던 남녀는 어느새 돌아와서 천문석을 보고 있었다.

이 박쥐 같은 놈들!

눈치가 기가 막히구나!

휘이이-

감탄한 천문석이 휘파람을 부는 순간 환호와 찬사가 쏟아졌다.

우와아아아-

“아저씨! 아니 오빠 대단해요!”

“지금 어떻게 한 거예요!?”

“형님! 격투기 선수십니까?”

“와! 어떻게! 이렇게 쉽게 잡아요!”

……

천문석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환호와 찬사에 담긴 저열한 기대감.

숨길 생각도 없이 두 눈에 드러낸 욕망!

장철을 랩터에게 미끼로 던지고 도망친 남녀의 생각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져 도무지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하하하-

이때 웃음을 호감이라고 생각했는지 한 여자가 다가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오빠는 이름이 뭐예요?”

문득 웃음을 그치고 자전거를 탄 남녀를 돌아봤다.

어느새 자신의 주위에 모두 모여 기대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천문석은 친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희 자전거 뺏어 탈 사람.”

“…….”

갑자기 침묵이 이어지다가 한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형님 농담도…….”

“아, 농담이구나! 흐흐흐-.”

알겠다는 듯한 웃음이 쏟아질 때 천문석도 웃었다.

카캬카카카카-

그리고 구인창의 경력이 담긴 손으로 툭툭툭- 웃고 있는 남녀를 건드렸다.

엄청난 현기증에 픽픽픽- 쓰러지는 순간.

휙휙휙-

하늘로 날아가는 자전거!

한대를 제외한 모든 자전거가 순식간에 가로수에 걸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야, 이 미친 새끼야!”

“이 똘아이 새끼가!”

현기증에 쓰러졌던 남녀가 욕설을 뱉으며 몸을 일으킬 때.

천문석은 강철봉으로 아스팔트를 찍었다.

쿵-

“…….”

“…….”

단숨에 조용해진 남녀를 바라보며 천문석은 씨익 웃었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단 말야?”

“…….”

“너희들 저 오크 무리 피해서 도망쳤지?”

“…….”

“그런데 내가 오크 무리를 이걸로 단숨에 박살 냈잖아?”

강철봉이 다시 한 번 땅을 때렸다.

쿠웅-

묵직한 울림에 움찔하는 남녀.

“야! 그럼 당연히 내가 오크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잖아! 나 안 무서워 보이나?”

장난처럼 강철봉을 휙- 휘두르는 순간.

콰드득-

펄쩍 뛰어내려 기습 공격하던 랩터 몸통에 강철봉이 박혔다.

끼이익, 끼이이이익-

강철봉에 꿰뚫린 랩터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터지고.

후드드득-

랩터의 뜨거운 피가 남녀의 전신에 쏟아졌다.

이 순간 아스팔트에서 일어나던 남녀는 하얗게 질려 덜덜 떨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는 이 남자는 맹수다.

서울을 난장판으로 만든 괴물들을 웃으며 찢어 죽이는 맹수!

그 맹수가 장난치듯 랩터를 꿰뚫은 강철봉을 흔들고 있었다.

끼이이, 끼이이이익-

강철봉에 꿰뚫린 랩터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을 때 맹수가 씩 웃으며 장난치듯 말했다.

“야, 너희 이럴 때 아냐. 빨리 도망쳐라.”

“네?”

휘이익-

천문석은 대답 없이 휘파람을 불었다.

곧 장철을 태운 서리 늑대가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장철의 질문이 들려올 때, 천문석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 외쳤다.

“괜찮습니다! 바로 길 뚫겠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기 전 깜빡했다는 듯 강철봉에 꿰뚫려 울고 있는 랩터를 가리켰다.

“지금 이 랩터 동료 부르고 있다. 이제 곧 여기로 랩터 몰려 온다.”

“네……?”

“그게 지금 무슨?”

얼빠진 목소리로 되묻는 순간 천문석은 어둠을 가리키며 외쳤다.

“랩터다!”

으아악-

꺄아아-

남녀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사람을 미끼로 써먹은 새끼들이 겁먹기는!”

피식 웃은 천문석은 강철봉에 꿰인 랩터를 던져 버리고 출발했다.

위잉, 위이이잉-

자전거를 탄 천문석과 서리 늑대를 탄 장철이 청량리를 향해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장철님. 목적지가 어딘가요?”

멍하니 천문석의 행동을 보던 장철이 깜짝 놀라 대답했다.

“청량리역 다음 역! 회기역까지만 데려다주시면 알아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천문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전거를 앞으로 몰았다.

목적지는 1호선 회기역!

하지만 장철의 눈치를 보니 회기역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어차피 밤은 길고 시간은 충분하다.

장철을 최종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광화문으로 돌아가도 된다!

천문석은 빙글 강철봉을 휘둘렀다.

까앙-

강철봉에 궤적에 걸린 도끼가 공중으로 튕기는 순간.

크아아-

전투 함성을 지르며 튀어나오는 오크 무리가 보였다.

“천천히 따라와라!”

서리 늑대에게 외친 즉시 튕겼다가 떨어지는 도끼를 잡아 던진다!

콰아앙-

내력이 실린 도끼가 폭발하듯 오크 머리에 꽂히는 순간!

내력이 실린 발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기이이잉, 기이이이잉-

폭발적인 속도로 가속하는 자전거!

천문석은 강철봉을 기병창처럼 앞세워 자전거로 돌진하며 외쳤다!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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