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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43화 (44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43화>

강렬한 악취가 느껴지는 순간.

번쩍 눈을 뜬 장철은 봤다.

이글거리는 노란 눈을 가진 거대한 들개가 새하얀 송곳니를 드러내고 무언가를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

이 송곳니에서 뚝뚝- 떨어진 침에서 코가 떨어질 듯한 악취가 올라오고 있었다!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냥 들개가 아니다.

이 녀석은 맹수다!

“…….”

장철은 숨소리조차 죽이고 눈만 돌려 주위를 확인했다.

뒤집힌 자동차 안 커다란 들개가 깨진 창문으로 몸을 들이밀고 흩어진 치킨을 먹고 있다!

‘치킨 덕분에 무사했구나!’

들개는 자신이 정신을 차린 것을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치킨을 다 먹으면 저 거대한 송곳니가 목에 박힐 수도 있었다!

조심스레 몸을 움직여 보지만, 고장 난 안전띠가 구속복처럼 몸을 단단히 구속하고 있다.

생각해라, 생각해라, 생각해라!

재빨리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눈동자를 굴릴 때 보였다.

조수석 방향에 떨어진 대검!

조심조심 움직이는 순간.

주르륵-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떡볶이 국물.

순간 커다란 들개가 휙 얼굴을 들고 썩은 입김이 훅 날아왔다.

살기 어린 노란 눈과 마주치는 순간.

크아앙앙-

새하얀 송곳니를 드러내고 달려드는 들개!

으아악-

장철은 악을 쓰며 몸을 빼면서 손을 뻗었다.

훅 다가온 살벌한 들개 이빨에 단숨에 안전벨트가 뜯겨 나가고 마침내 풀려난 몸이 조수석 방향 굴러떨어졌다.

이때 손에 잡히는 대검!

장철은 바로 대검을 내질렀다.

푸욱-

대검은 단숨에 달려드는 들개의 목을 꿰뚫었다!

그러나 들개는 죽지 않았다.

크허허, 크하하항-

기도가 뚫려 바람 소리가 섞인 섬뜩한 울음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날카로운 발톱에 얼굴과 머리카락, 옷이 순식간에 잘려 나가고 엄청난 힘으로 밀고 들어와 송곳니를 박아넣으려 한다.

으아악-

장철은 악을 지르며 들개 목에 박힌 대검을 밀어냈다.

단단히 경직된 근육이 탁- 풀리는 순간 대검이 들개의 목을 꿰뚫고 불쑥 튀어나왔다.

들개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힘이 빠질 때 장철은 대검을 비틀어 뽑았다.

파아아아-

폭발하듯 쏟아진 피가 얼굴과 전신에 뿌려져 데일 듯 뜨거운 작열감이 느껴졌다.

으으윽-

장철은 들개를 밀어내고 생수로 얼굴을 씻어 냈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본 순간 보이는 박살 난 간판!

[종로 금은방]

순간 기억이 돌아왔다.

종로 3가 도로에 멈춰 선 자동차 안에 있다가 사고가 났다!

‘가족!’

장철은 다급히 뒤집힌 차 안을 훑었다.

가족에게 연락할 휴대폰을 찾아야 한다!

곧 휴대폰이 손에 잡혔다.

“제발 제발 제발…….”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열자.

수십 개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남아 있었다.

장철은 바로 전화부터 걸었다!

=띠이띠이- 지금은 통화량이…….

=띠이띠이- 지금은 통화량이 폭주 중이라…….

……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 폭주로 신호음조차 제대로 가지 않는다.

장철은 우선 문자를 확인했다.

[지금 어디예요?]

[당신 괜찮은 거 맞죠?]

[광화문에 뭔가 나타났다는데! 왜 이리 연락이 안 돼요!?]

……

비슷한 문자가 길게 이어지고 마지막 문자가 보였다.

[지금 가족 전부 옆집 세찬이 너랑 같이 민방위 대피소로 가고 있어요! 문자 보는 대로 연락줘요!]

마지막 문자는 불과 5분 전에 왔다!

장철은 바로 뒤집힌 차에서 내리려다가 문득 손을 봤다.

거대한 들개의 피로 물든 대검.

우연히 만난 귀인이 준 대검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귀인이 같이 넘겨준 물건!

대시 보드를 열자 보였다.

귀인이 대검과 함께 전해 준 장갑!

장철은 바로 장갑을 끼고 뒤집힌 자동차 창문으로 몸을 밀었다.

쿵-

자동차에서 빠져나와 박살 난 가게에서 나오자 난장판이 된 서울 시내가 보였다.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고 먼 곳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야악- 죽어라 죽어!”

쾅, 쾅, 콰아앙-

머리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남자가 악을 쓰며 보도블록을 연신 내리치고 있었다.

이 남자의 등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는 녹색 난쟁이가 보였다.

“뒤에! 위험해!”

다급히 외치며 달려가는 순간.

끼에에엑-

녹색 난쟁이가 골목에서 튀어나와 날카로운 쇠붙이를 장철에게 찔렀다!

장철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쇠붙이를 잡고 아차 했다.

손가락이 날아간다!

깡-

그러나 장갑에 잡힌 쇠붙이는 단숨에 부러져 나갔다.

“어!?”

장철이 어리둥절한 순간 바지를 잡고 다리를 무는 녹색 난쟁이!

으아악-

극통에 반사적으로 대검을 내리치려던 장철은 움찔 멈췄다.

들개와 달리 사람 같은 외형에 차마 대검으로 찍을 수가 없었다.

후우웅-

이때 섬뜩한 소리와 함께 보도블록이 날아왔다!

쾅-

보도블록이 장철의 다리에 달라붙은 녹색 난쟁이 몸에 박혔다.

끼에엑-

비명과 함께 녹색 난쟁이가 바지에서 떨어지는 순간.

으아악-

피투성이 얼굴의 남자가 단숨에 달려와 녹색 난쟁이를 걷어차 쓰러뜨리고 쉴 새 없이 보도블록으로 내리찍었다.

뼈가 바스러지고 피와 살점이 튀어 올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죽어라! 씹새끼!”

남자의 몸에서 뿜어지는 살기에 장철이 굳어 있을 때. 난쟁이를 완전히 박살 낸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야 정신 차려! 사람들 거의 다 빠져나갔어! 아차 하면 죽는다!”

죽는다.

여기서 죽는다?

이런 난장판에 가족을 남겨 두고 죽는다고!?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자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

가족사진!

장철은 바로 박살 난 가게에 처박힌 자동차로 달려가 그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야! 뭐 하는 거야! 당장 도망쳐야지! 이놈들이 끝 아냐!”

남자의 외침이 들려오는 동시에.

크아아아아앙-

엄청난 포효가 하늘을 떨어 울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시야가 좁아질 때 눈에 보이는 게 있었다.

백미러에 걸린 가족사진!

으아악-

장철은 악을 쓰며 가족사진을 낚아채 덜덜 떨리는 몸으로 기어 나왔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야! 당장 내 뒤로 붙어! 랩터 나왔다!”

보도블록을 집어던진 남자가 다급히 도로를 달렸다.

바람에 실려 온 악취를 맡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장철은 반사적으로 남자를 따라 달렸다.

사방에 나뒹군 간판, 자동차, 쏟아진 유리 조각과 집기를 지나 도로를 달릴 때.

끼에에엑-

끼에에에엑-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사방에서 터졌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자 녹색 난쟁이 수십 마리가 도망치는 게 보였다.

골목, 하수구, 자동차 아래, 박살 난 문!

사방에서 튀어나와 도망치는 녹색 난쟁이들!

이 뒤를 따라 달리며 번뜩이는 갈고리발톱을 휘두르는 사람 크기의 공룡!

번뜩이는 갈고리발톱이 휘둘러질 때마다 녹색 난쟁이가 단숨에 토막 나 공룡에게 잡아 먹히고 있다!

이 순간 장철은 깨달았다.

지금 서울은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족이 대피한 민방위 대피소로 가야 한다!

장철은 남자를 따라 정신없이 달렸다.

그리고 도로에 세워진 차량이 점점 줄어들더니 텅 빈 도로가 나타난 순간 문득 고개를 들었다.

[종로 5가]

장철의 머릿속에서 수백 번 출퇴근한 길이 그려졌다.

1호선 라인을 따라 뻗어 있는 도로!

이 도로를 따라가면 집까지 이어져 있다.

그러나 그냥 달려서 집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서울이 난장판이 됐고 시간도 새벽이다.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끊겼고 도로를 달리는 차는커녕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어떡해야 하지!?

생각해라!

빨리 생각해!

이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그 대검으로 이거 자를 수 있겠냐!?”

보도블록으로 난쟁이를 박살 낸 남자의 외침!

반사적으로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길가에 줄줄이 세워진 자전거를 가리키는 남자가 보였다.

‘자전거!’

바로 달려가 확인하니 자전거들은 무단 횡단 방지 난간에 와이어 자물쇠로 고정돼 있었다.

“쇠사슬 절단기 없냐!?”

“야! 이 난장판에 절단기가 있겠냐!? 내가 이걸로 번호키 부분 찍었는데 안 끊겨! 그 대검으로 한번 잘라봐라.”

남자는 손에 쥔 빠루를 흔들며 대답했다.

철제 와이어를 대검으로 자르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장철은 대검을 양손으로 단단히 잡고 와이어를 내려찍었다.

까아앙-

쇳소리가 울리고 불꽃이 튀기는 순간 손에 감각이 왔다.

칼날이 박힌다!

대검 강도가 얼마나 강한지 철제 와이어 가 잘려 나가고 있다!

“된다! 칼 먹혀! 자를 수 있을 것 같아!”

반색한 남자는 바로 다른 자전거를 가리켰다.

“난 이 MTB 자전거 와이어 끊어 줘라. 도로 사정 안 좋을 수 있다! 너도 가능하면 MTB 자전거로 골라! 네가 끊을 동안 난 저 편의점에서 물건 털어 올게! 혹시 뭔가 나타나면 소리 질러라!”

남자는 대답도 듣지 않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빠루로 창을 박살 내고 들어갔다.

깡, 까앙, 깡-

장철은 순식간에 와이어를 끊고 남자가 가리킨 MTB 자전거의 와이어 자물쇠도 끊었다.

그리고 다른 7대의 자전거에 걸린 와이어 자물쇠를 끊고 있을 때.

깡, 깡, 까앙-

편의점에서 돌아온 남자가 외쳤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어, 이거 몇 대야? 너 왜 이렇게 많이 풀어 둔 거야!?”

“혹시 다른 사람도 자전거 필요할까 봐…….”

“뭐? 하- 이 미친 새끼. 야, 받아라.”

어이없다는 듯 웃은 남자가 들고 있던 배낭을 던졌다.

장철이 묵직한 배낭을 받는 순간 남자가 빠르게 말했다.

“편의점 옆에 약국 있었다. 배낭에 물, 건조식품. 붕대, 반창고, 소독약, 구급약, 실 바늘. 하여튼 이것저것 대충 쑤셔 넣었다. MTB 자전거 고맙다! 난 이제 우리 길드원 찾으러 가야 한다. 조심해서 가라.”

자전거를 타고 떠나려던 남자는 와이어 가 풀린 자전거와 장철을 번갈아 보더니 말을 덧붙였다.

“이거 몇 번이나 도움받은 내가 할 말은 아닌데. 이런 난장판에선 다른 사람 도와주는 놈부터 죽는다.”

“…….”

“조심해라. 그리고 그 쇠도 잘라 내는 대검 함부로 다른 사람한테 보이지 말고. 세상엔 미친놈 천지다. 그럼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보자!”

남자는 빠르게 말을 쏟아 내고 자전거를 타고 골목길로 나아갔다.

“이 배낭 고맙다!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보자!”

장철이 멀어지는 남자에게 외치는 순간 골목길을 지나 사라지는 자전거에서 깜빡했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내 이름 이태성이다! 다음에 보면 아는 체하고! 조심해라!”

“이태성?”

어쩐지 귀에 익은 이름에 고개를 갸웃한 장철이 외쳤다.

“너도 조심해라! 난 장철이다!”

장철은 바로 자전거를 타고 종로 5가를 향해 나아갔다.

장철의 머릿속에서 앞으로의 계획이 세워졌다.

종로 5가, 동대문, 신설동으로 이어지는 1호선 라인 도로를 타고 최대한 빨리 집에 도착한다.

바로 민방위 대피소로 이동해서 가족과 만난 후 한강을 넘는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서울을 벗어난다!

장철은 문득 손에 낀 단단한 장갑과 안 주머니에 숨겨 둔 대검을 봤다.

이 장갑과 대검 덕분에 뒤집힌 자동차에서 살아 나왔고 녹색 난쟁이의 공격도 막았다.

게다가 지금 타고 있는 자전거를 묶은 와이어 자물쇠를 끊을 수 있었다.

새삼 얼굴과 이름이 전혀 기억나지 않은 귀인이 너무나 고마웠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말하고 미친 듯이 자전거를 밟았다!

장철이 탄 자전거가 1호선 라인을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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