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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38화 (43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38화>

김밥 한 줄과 생수통이 남겨진 암반 위 하늘.

광휘를 두른 나이트 아머가 쉴 새 없이 ‘빛의 씨앗‘을 만들어 전 세계로 뿌리고 있었다.

초월적 존재가 스스로의 명운을 깎아 만든 빛의 씨앗에 담긴 것은 세계의 나무를 모사해서 만들어 낸 ‘대마법 게이트’였다!

마탑 없이는 시전이 불가능한 대마법을 연속해서 사용하자, 나이트 아머를 두른 광휘가 흐려지고 마도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부으으으으응-

마도 엔진의 거센 진동이 거대한 북처럼 하늘을 울렸다.

능선을 달려 산에서 내려가던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돌려 하늘을 봤다.

파앙, 파아앙-

폭음과 엄청난 빛이 마력장을 타고 전해진다.

부으으으으으응-

그리고 나이트 아머에서 전해지는 진동이 점점 커진다.

감이 왔다.

‘저거 곧 터지겠구나!’

순간 의문이 들었다.

“이걸 사람들이 못 볼 수가 있나?”

아무리 북한산이 깊어도 하늘에서 쉴 새 없이 폭음이 터지고 수많은 빛의 씨앗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

게다가 지금 거센 진동을 흘리며 하늘에 떠 있는 것은 광휘를 두른 거대한 인간형 로봇!

인간형 로봇이 하늘에서 폭발까지 했는데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광화문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북한산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설마, 내가 과거를 바꾼 건가!?”

문득 드는 생각에 전율이 흐르는 순간 모든 이상 현상이 사라졌다.

진동, 소리, 빛!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깜짝 놀라 멈춰 서 뒤를 돌아보자, 빛의 씨앗을 쏘아 보내는 나이트 아머가 사라졌다.

하늘에 있는 것은 평범해 보이는 밤하늘뿐!

“이건 대체!?”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돌아가는 순간.

파아앙, 파아아앙-

진동하는 나이트 아머와 하늘을 가로지르는 빛의 씨앗이 보였다.

그리고 파도처럼 몸에 닿는 마력 파동!

마력 파동이 느껴지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매질!”

매질이 없는 진공에서 소리가 전해지지 않듯이, 마력 파동 밖에서는 나이트 아머도, 빛의 씨앗도 느낄 수 없다!

이래서 북한산의 이상 현상이 알려지지 않았구나!

깨달음을 얻는 순간 천문석은 다시 몸을 돌려 달렸다.

과거를 바꾼 게 아니란 걸 알았으니 됐다.

이제 빠르게 산을 내려가 난장판이 된 서울을 달릴 때다!

* * *

천문석이 사라지고 잠시 후, 나이트 아머의 진동이 급격하게 강해졌다.

쿠아아아아아아앙-

문제가 생긴 자동차처럼 굉음을 내며 진동하는 나이트 아머!

이 순간 나이트 아머의 주위로 퍼져 나오던 광휘가 한점으로 모였다.

두 손 사이!

이곳에서 지금까지 쏘아 보낸 빛의 씨앗을 모두 합친 것보다 강대한 ‘불의 씨앗‘이 만들어졌다.

이 불의 씨앗에 담긴 것은 ‘가능성’이다.

게이트 너머에서 쏟아질 몬스터에 맞서 싸울 힘.

가능성의 불꽃, 각성력!

광휘와 명운을 삼켜 만들어진 각성력을 담은 불의 씨앗이 하늘로 치솟았다!

순간 나이트 아머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나이트 아머는 유성이 되어 남쪽으로 날아가고.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이 조종석에서 튕겨 나와 산으로 떨어졌다.

파스스스슥-

까마득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은 로브에서 빛의 가루가 흩날렸다.

명운(命運)!

흩날리는 명운을 본 남자는 탄식했다.

“하, 시바. 이 미친놈들 진작에 박살 내놓는 건데!”

상상도 하지 못했다.

허신, 고대신, 악신, 신마…….

타대륙에서 죽은 듯 숨죽이던 놈들이 지구로 도망쳤을 줄!

이놈들 때문에 좌표에 오류가 생겨 잘못된 시간대로 돌아와 버렸다.

와서는 안 되는 시간대로!

하-

탄식을 터트리는 순간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감이 왔다.

허신과 고대신 놈들!

이 멍청한 놈들이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차원 준위를 낮춰 놓자, 지구가 자신의 고향이란 것도 모르고 힘을 모아 차원의 벽에 구멍을 뚫고 도망쳐 왔다.

호랑이를 피해 도망친 놈들이 스스로 호랑이 굴로 들어온 꼴이다!

전능 옥좌가 있는 타대륙이었다면 그냥 때려잡으면 된다.

하지만 지구에 영향을 주지 않고 넘어오기 위해서, 타대륙에서 얻은 힘 대부분을 전능 옥좌에 심어 두고 넘어온 게 문제가 됐다.

게다가 잘못된 시간대에 넘어오면서 문제가 커졌다.

남자의 시선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빛을 따라 움직였다.

게이트 마법을 담은 빛의 씨앗이 서쪽으로 나아가고.

가능성의 불꽃, 각성력을 담은 불의 씨앗이 성층권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다.

이 씨앗들이 발아하는 순간.

게이트가 열려 마력 준위가 균형을 이루고, 가능성의 불꽃, 각성력의 축복을 받은 존재 각성자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게이트에서 쏟아질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

절멸의 빛을 맞고 이 세계에서 잠든 허신과 고대신.

빛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자신을 노리고 찾아올 신적 존재들까지!

곧 지구는 난장판이 된다.

타대륙이라면 군단을 동원해 모조리 때려잡아 허수 공간에 던져 넣으면 된다.

그러나 지금은 불가능했다.

문득 손을 들어 올리자 미세하게 어려진 손이 보였다.

손뿐만이 아니다.

팔다리, 머리, 몸까지 육체 전체가 어려지고 있다.

게다가 전신에서 천천히 흩날리는 명운!

와서는 안 되는 시간대에 와서 명운을 깎아 힘을 사용했다.

그 결과 점점 어려지고 혼백과 영육의 결합이 풀리고 있다.

작은 컵에 거대한 빙하를 담은 것처럼 세계가 자신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기에, 힘을 사용하는 걸 멈췄는데도 명운이 계속해서 흩어지고 있다.

이대로 명운이 모두 흩어지면 애써 게이트를 열고 각성력을 뿌린 게 무색하게도, 자신의 본질을 노리고 모여들 신적 존재들로 지구가 결딴난다.

아니, 벌써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으리라.

지구가 아닌 타대륙의 전능 옥좌.

마탑의 힘을 모아 ‘별의 길‘을 열어 주는 전능 옥좌에!

전능 옥좌는 타대륙에 남긴 선물이자 약속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정명한 길을 걷는다면, 마침내 별의 길을 올라 보답을 받게 되리라는 약속.

하지만 자신이 힘을 잃으면 전능 옥좌의 방벽 또한 힘을 잃는다.

그리고 방벽이 사라진 전능 옥좌가 허신에게 오염되면, 타대륙은 악신과 허신들에게 지배당하던 암흑시대로 돌아간다.

아니, 자신이 떨어지기 전인 암흑시대보다 상황은 더 악화된다.

전능 옥좌의 강대한 힘은 저항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그 힘은 지구로까지 밀려 올 거다.

지구와 타대륙.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타대륙의 전능 옥좌를 오염되기 전에 떨어뜨리고. 신적 존재들을 끌어당길 불빛, 자신의 힘과 기억을 봉인한다!

지구와 타대륙에 힘겨운 시대가 찾아온다.

그러나 길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유성이 되어 떨어지는 타이탄을 바라봤다.

쿵, 쿵, 쿵-

거대한 파문을 흘리는 강철 타이탄.

그리고 손을 펼치는 순간 작은 돌이 하나 나타났다.

최초로 세운 마탑의 머릿돌.

마탑의 머릿돌과 강철 타이탄.

마도 제국의 두 힘, 마법과 강철을 상징하는 보석과 강철!

순간 남자는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에 서원했다.

“보석과 강철, 마도 제국의 영원불멸한 상징에 걸고 서원한다.”

“나 보석과 강철의 황제가 힘과 기억을 되찾는 그 날!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가리라!”

“타대륙과 지구와 몰려든 가소로운 적들은 무한한 허수 공간에서 영원히 무너지리라!”

보석과 강철의 황제는 머릿돌을 잡고 대마법을 펼쳤다.

차원을 넘어 ‘뜻과 보안 코드‘를 전할 대마법을!

전능 옥좌가 허신에게 오염되기 전에 추락시켜야 한다.

‘누구에게 전해야 할까?’

순간 머릿속에서 수많은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마법의 지배자, 마도왕들.

강철의 폭풍으로 대륙에 가득한 악신들을 몰아낸 제국 군단의 기사들.

자신에게 경도된 마도왕과 제국 기사는 안 된다.

전능 옥좌를 떨어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지키려 할 거다.

문득 한 얼굴이 떠올랐다.

무한의 바다를 항해하다 타대륙에 불시착한 노움 종족.

제정신이 아닌 노움들 중에서도 가장 미친 노움이자.

단지 재미와 최초가 되기 위해서 자신과 함께 타이탄을 만들어 낸 자칭, 타이탄 마스터!

워커 실트!

전능 옥좌를 떨어뜨리는 건 타대륙의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할 최초의 일이다.

타이탄 마스터, 워커 실트!

그 미친 노움이라면 마도왕과 제국 기사.

아니, 마도 제국 전체를 적으로 돌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낼 거다!

보석과 강철의 황제는 즉시 대마법으로 암호화한 ‘뜻과 보안 코드‘를 차원 너머 타대륙으로 쏘아 보냈다.

[전능 옥좌의 방벽이 곧 사라진다. 전능 옥좌가 오염되기 전에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 워커 실트 부탁한다. - 돌과 철의 마법사가.]

파스스슥-

마력광이 터지는 순간 암호화된 ‘뜻과 보안 코드‘가 차원 너머로 날아갔다.

그리고 점점 어려져 소년이 된 황제가 치렁치렁한 검은 로브를 걸친 채 암반 위에 내려섰다.

황제는 멀리 유성처럼 날아가는 타이탄을 바라봤다.

타이탄은 마도 엔진 과열로 곧 힘을 잃고 아공간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타이탄을 회수할 수 없다.

그러나 1년!

1년 후면 흩어진 명운이 다시 모이고 제한적인 기억이 돌아올 것이다!

그때 타이탄과 머릿돌을 회수해 힘과 기억을 되찾으면 된다!

그리고 2차 대륙 전쟁을 시작한다.

이번엔 관용도 용서도 없다!

허신, 악신, 고대신, 신마…….

타대륙과 지구의 모든 신적 존재는 스스로 멍에를 뒤집어쓰거나.

존재의 본질이 갈가리 찢겨 무한한 허수 공간에서 영원히 붕괴하는 걸 선택해야 하리라!

보석과 강철의 황제는 광오한 지배자의 시선으로 하늘에 펼쳐진 성좌를 응시했다.

그리고 기억과 힘을 봉인할 대마법을 준비하는 순간.

그것을 봤다!

암반 위에 놓인 은색 원기둥과 투명한 페트병.

“저거 설마!?’.”

경악한 황제는 단숨에 달려가 떨리는 손으로 원기둥을 잡았다.

느껴진다!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확 올라오는 고소한 냄새!

“……!”

이 고소한 냄새를 맡는 순간 황제는 돌처럼 굳어 버렸다.

참기름 냄새!?

알루미늄 호일에 싸인 한 뼘 길이의 원기둥에서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났다!

설마설마설마!?

이 모양, 이 냄새, 이 촉감까지!

오감이 소리 지르고 있다!

그게 맞다고!

네가 생각하는 그거라고!

지금 네가 손에 들고 있는 이것이, 전능 옥좌를 띄우고 별의 길을 걸어서까지 한국으로 돌아온 원동력이 된 그것이라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심조심 은박지를 벗기는 순간.

달빛 아래 모습을 드러내는 찬란한 자태!

반짝이는 검은 김.

눈처럼 새하얀 쌀밥.

그 위에 반들거리는 참기름과 점점이 뿌려진 깨까지!

냄새, 모양, 촉각 모든 게 일치한다!

김밥!

진짜 김밥이다!

너무 먹고 싶어 마도 엔진에 낙서까지 했던 그 김밥!

김밥이 지금 손에 있었다.

마침내 지구로 돌아온 자신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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