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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28화 (42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28화>

파아아아앙-

초대형 뱁새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순간.

천문석은 가파른 경사로 달려갔다.

“어, 어어! 거기 위험해!”

“야, 그 비탈 절벽이나 마찬가지야!”

다급한 외침이 터졌으나 시간이 없었다.

단숨에 몸을 날려 바위 비탈을 미끄러졌다.

까아아아앙-

내력이 실린 강철봉이 바위를 긁어 속도와 방향을 조정 순식간에 바위를 타고 내려간다.

강철봉을 따라 새파란 불꽃이 쏟아질 때 유성처럼 떨어진 초대형 뱁새가 서리 늑대 무리와 충돌했다.

콰아아앙-

멀리 떨어졌는데도 굉음이 터지고 흙과 눈이 하늘 높이 비산했다!

생명체가 아닌 질량 병기가 떨어진 듯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쏟아졌다!

순간적으로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고 저릿저릿한 기파가 느껴질 때.

천문석은 직감했다.

초대형 뱁새 이놈 보통의 마수가 아니다!

대기 속에 몸을 숨기고 날았고, 서리 늑대가 작아 보이는 거대한 몸을 가졌다.

게다가 강철봉을 때려 박으려는 순간 느껴진 압도적인 존재감!

재앙급 마수다!

지금은 1999년 12월 30일.

분명 게이트가 열리기 전이다.

서리 늑대가 아닌 재앙급 마수가 지금 북한산에 있으면 안 된다!

“어떻게 된 거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짚이는 게 있었다.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마법 메시지!

-자신과 동료들을 광화문 빌딩으로 인도한 공기 터널 마법!

-광화문 빌딩 옥상에 새겨진 마법 회로와 레이 실트가 찾아낸 가면!

이 모든걸 한 마법사가 여기에 있다!

‘이 녀석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마음속에서 불쑥 의문이 솟아 올랐지만, 지금 중요한 건 마법사의 의도가 아니다.

초대형 뱁새와 서리 늑대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더 중요했다.

재앙급 마수 간의 격전!

초대형 뱁새는 혼자지만, 서리 늑대는 열 마리가 넘는다.

당연히 서리 늑대가 질 리는 없었다.

하지만, 서리 늑대의 야성이 폭발해 서리혼의 냉기 폭풍이 몰아치면 끝장이다!

수천 도의 지열봉조차 얼리는 게 서리혼의 냉기 폭풍이다.

북한산에서 냉기 폭풍이 몰아치면?

게이트가 열리기도 전에 대참사가 일어나게 생겼다!

까아아아앙-

이때 미끄러지던 바위가 끝나고 높게 솟은 나무가 보였다.

천문석은 바로 몸을 던져 높게 솟은 나무를 낚아챘다.

콰드드득-

속도와 체중에 부러질 듯 나무가 휘었다가 펴지는 순간.

휘이이잉-

이 탄력을 이용해 몸을 날렸다!

나무에서 나무로 몸을 날리고, 가파른 바위 위를 미끄러지고, 능선과 계곡을 한달음에 뛰어넘었다.

초대형 뱁새와 서리 늑대는 빠른 속도로 북쪽으로 이동하며 싸우고 있었다.

천문석은 날아갈 듯이 북한산을 가로질러 눈 폭풍이 몰아치고 폭음이 들려오는 장소로 다가갔다!

그리고 능선을 넘는 순간.

콰아앙, 퍼어어엉-

얼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전장이 보였다.

“……!”

전장을 보는 순간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경직됐다.

초대형 뱁새와 서리 늑대의 전투는 예상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총총총-

번개같이 움직여 피하고.

파바밧-

짧은 날개로 잽싸게 후려치고.

코콕콕-

삼각형 부리로 미친 듯이 쪼아댄다.

깽, 깽, 깨애앵-

서리 늑대 무리는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짧은 날개에 얻어맞고 부리에 쪼이고 있었다.

초대형 뱁새 한 마리에게 서리 늑대 십여 마리가 쥐어 터지는 어이없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천문석은 능선을 미끄러져 내려가며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너희들 방어력이 왜 이렇게 저질이냐!?”

굉천수의 섬광에 데굴데굴 구르고, 구인창을 맞아서 먹은 걸 모두 토해 내더니.

이제는 초대형 뱁새 한 마리한테 쥐어 터지고 있다!

서리 늑대들이 물몸인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강한 공격력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무서운 냉기를 담은 눈 폭풍은 폭신폭신한 털에 막히고.

푸른 마력광을 품은 서리혼은 총총, 총총- 재빨리 좌우로 뛰어서 피한다.

날카로운 송곳니로 물려 해도 번개 같은 날갯짓에 접근하기도 힘들고, 간신히 접근해서 송곳니를 박아넣으면 기이한 인장이 몸에 떠올라 튕겨 낸다!

초대형 뱁새가 공격력, 방어력, 속도 모든 면에서 서리 늑대를 압도하고 있다.

깨애앵-

이때 날개에 채인 서리 늑대 한 마리가 슬프게 울면서 날아왔다.

천문석은 재빨리 날아오는 서리 늑대를 낚아채 땅에 내려 줬다.

컹, 커어엉-

서리 늑대가 천문석을 알아보고 우는 순간.

일제히 고개를 돌려 천문석을 바라보는 서리 늑대들!

우오오오오오-

쥐어박히던 서리 늑대들이 일제히 하울링 했다.

마치 동네 꼬맹이 싸움에 등장한 고등학생 형을 맞이하는 듯한 기쁨이 담긴 하울링이었다!

천문석은 강철봉을 앞으로 겨누며 외쳤다.

“야, 너희들! 재앙급 마수가 뭐 가는데 마다 쥐어박혀!? 잘 봐라! 내가 대신 때려 줄 테니까!”

그리고 강철봉을 바위에 내려쳤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쩍 반으로 갈라지는 바위!

순간 번개같이 부리로 쪼아대던 초대형 뱁새가 갑자기 멈추더니 힐끗 천문석을 봤다.

“……!”

-……!

천문석과 초대형 뱁새!

둘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보이지 않는 무형의 불꽃이 튀었다!

이 순간 연신 쥐어박히던 서리 늑대들이 재빨리 몸을 일으켜 천문석 뒤로 모여들었다.

천문석은 강철봉을 상단으로 들어 올리며 그립을 변화시켰다.

파스스스스-

모래가 흘러내리는 느낌과 함께.

가볍게, 더 가볍게 무게가 사라지는 레이 실트의 강철봉!

이 가볍고 허허로운 강철봉에 절정의 일기일원공을 담으며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일격에 무력화시킨다!

착-

이 순간 짧은 날개를 쫙 펴고 몸을 낮추는 초대형 뱁새!

착해 보이는 까만 눈에 섬광이 번뜩이고, 동글동글 폭신폭신한 몸에 마력장이 맺히자 불쑥불쑥 튀어나와 회전하는 기이한 인장들.

그리고 짧은 삼각형 부리에서 섬뜩한 예기가 뻗어 나왔다!

초대형 뱁새의 동작 하나하나에서, 마수가 아닌 정련된 무인의 기세가 느껴졌다.

절정의 검객과 생사결을 펼치는 듯한 감각!

천문석은 경시하던 마음을 버렸다.

빙글-

강철봉을 중단으로 겨누고.

쓰으윽-

두 발을 가볍게 벌려 상체를 낮춘다.

공방 일체의 자세를 잡는 순간.

생사팔문의 보법으로 돌진한다!

하앗-

천문석이 기합을 터트리는 동시에.

번개같이 몸을 돌리는 초대형 뱁새!

총총총총총-

초대형 뱁새는 재빨리 바닥을 달리더니, 펄쩍 뛰어 힘차게 날아갔다.

하늘 높이!

“…….”

히리히리히리-

훙, 훙, 훙, 훙-

피리 소리 같은 울음소리와 대기를 뒤흔드는 거친 날갯짓 소리가 빠르게 멀어졌다.

절정의 무인 같은 기세를 뿜어내다가 뒤도 안 보고 도망치다니!

“……너 싸우다 말고 어디가!?”

천문석이 황당한 얼굴로 외치는 순간.

초대형 뱁새는 빙글빙글 나선을 그리며 하늘 높이 날아올라 구름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강적!

하늘의 제왕이 도망쳤다!

이 모습을 본 서리 늑대들이 승리의 하울링을 시작했다.

우오오오오오-

서리 늑대의 하울링에 담긴 감정이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승리, 찬탄, 경의!

천문석을 보는 서리 늑대의 두 눈에 우두머리를 보는 듯한 존경심마저 생겨나고.

승리로 고양된 서리 늑대의 전신에서 서리혼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잉-

곧 강풍이 불어오고 서리혼의 엄청난 냉기가 몰아쳤다!

천문석은 재빨리 사령 화로의 숨구멍을 열었다.

화르르륵-

후끈한 열기가 냉기를 밀어 낼 때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서리 늑대.

우선 얘네들부터 진정시켜야 했다!

천문석은 서리 늑대에게 달려가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이, 휘이이이이-

우오오오오-

하울링이 뚝 끊기고 서리 늑대들의 시선이 천문석에게 모였다.

의아한 시선!

천문석은 재빨리 우두머리 늑대에 달라붙어서 목덜미를 긁으며 달랬다.

“잘했어! 잘했어!”

“뱁새 도망쳤으니까 우리가 이긴 거 맞아!”

“승리의 기쁨은 나중에 육포 먹으면서 나누고.”

“우리 지금 20년 존버하게 생겼거든. 지금 당장 움직여야…….”

이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히리히리히리히리-

“어?”

컹-?

천문석과 서리 늑대 무리가 일제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파아아앙-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동글동글 새하얀 덩어리가 보였다.

초대형 뱁새.

구름 속으로 도망쳤던 초대형 뱁새가 공기를 찢어발기며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질량 병기처럼!

“야, 미친!”

초대형 뱁새가 뭘 하려는지 깨닫는 순간 음속 폭음이 터져 나왔다.

쒜애애애액-

* * *

쐐애애애애애액-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동글동글한 뱁새가 지상에 떨어졌다!

콰아아아앙-

폭음이 터지고 충격파가 밀려 오는 순간 천문석은 몸을 던졌다.

그리고 봤다.

쩌억- 금이 가는 암반!

높게 치솟아 사방으로 쏟아지는 눈과 얼음, 돌멩이!

이 속에서 전신에 인장이 떠오른 초대형 뱁새가 엄청난 속도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쾅쾅, 쾅쾅콰앙-

스치기만 해도 서리 늑대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고 있었다.

초대형 뱁새가 볼링공처럼 구르자, 서리 늑대들이 볼링핀처럼 나뒹굴었다.

서리 늑대들이 서리혼으로 만들어 낸 엄청난 냉기를 쏟아부었지만, 초대형 뱁새는 끄떡도 하지 않고 데굴데굴 굴러 서리 늑대를 튕겨 냈다!

느껴졌다.

서리 늑대 무리의 울분과 분노 게이지가 쭈욱 차오르는 것이!

이대로라면 분노한 서리 늑대가 일으킨 초저온의 냉기 폭풍이 북한산에 몰아치는 것도 시간문제다!

“야, 그만! 그만 쥐어패!”

이때 날아가던 몸이 나무에 닿았다.

천문석은 바로 나무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탓, 탓, 탓-

단숨에 비산하는 눈과 얼음을 뚫고 돌진하며 외쳤다.

“야! 나랑 싸우자!”

순간 돌진하는 천문석을 힐끗 보는 초대형 뱁새.

탓-

데굴데굴 구르던 초대형 뱁새가 다리로 땅을 찼다.

순간 90도로 휙 꺾여서 구르는 방향이 바뀌었다!

“……미친! 이건 또 뭐야!?”

엄청난 속도로 구르면서 발로 방향 전환하기!

자신이 마종권을 익히면서 만든 기술이다!

지금 초대형 뱁새는 자신과 비슷한 기술마저 쓰고 있었다!

천문석은 재빨리 다시 쫓았으나, 그때마다 초대형 뱁새는 발로 땅을 차고 구르는 휙휙 방향을 바꿨다!

탓, 데구루루르-

탓탓, 데구루루르-

그리고 그때마다 볼링핀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서리 늑대들!

깽, 깨갱, 깨애앵-

“……!”

거대한 몸으로 얼마나 능숙하게 데굴데굴 굴러다니는지 초대형 뱁새 근처에도 가기 힘들었다!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상황, 천문석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외쳤다.

“야, 미친놈아! 그만 굴러! 구르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붙자!”

순간 초대형 뱁새는 대답하듯 울었다.

히리히리히리-

그리고 번쩍 일어나 총총총 바위 위를 달리더니 펄쩍 뛰어올랐다.

훙, 훙, 훙, 훙-

거센 날갯짓 소리가 들려오고 빙글빙글빙글 나선을 그리며 다시 한 번 하늘로 날아올랐다!

“……너 설마!?”

히리히리히리-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약 올리듯 들려오는 울음소리!

천문석은 깨달았다.

초대형 뱁새 놈 다시 질량 공격을 하려 한다!

“……!”

순간 말문이 컥 막히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천문석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초대형 뱁새를 향해 외쳤다

“너! 왜 이렇게 얍삽하게 싸워! 원래 약발 연타는 금지 몰라!? 내려 와! 땅에 내려 와서 우리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초대형 뱁새는 대답하지 않았다.

쒜애애애애애액-

대신에 다시 한 번 음속 폭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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