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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18화 (41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18화>

경악, 의혹, 불신, 놀람!

김철수, 추이린, 레이 실트 세 사람의 얼굴에 온갖 감정이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

천문석은 서리 늑대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마침내 왕이 귀환했습니다! 카캬카카-.”

이 순간 일제히 하울링을 터트리는 서리 늑대들!

우오오오오-

하울링에 담긴 엄청난 마력이 대기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 압도적인 힘에 모두가 전율할 때.

“앗!”

레이 실트가 외쳤다.

“내 롱소드! 야, 처음부터 내 롱소드에 그 화로 붙일 필요도 없던 거잖아! 으으윽-.”

“앗!”

천문석이 깜짝 놀라자, 김철수 발명가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중앙 지열봉. 그때 서리 늑대한테서 몰래 도망 안 쳤으면…….”

“앗앗!”

천문석이 다시 깜짝 놀라자, 추이린이 두 번 놀란 천문석을 향해 연극 조로 말했다.

“우와! 이 장대한 삽질이라니! 야, 솔직히 나보다 네가 더 삽질한 거 인정이지? 원인 제공이 너야 너!”

“……!”

그렇다!

장대한 삽질을 했다고 추이린을 구박했는데.

이제 와 돌아보니 그 삽질을 하게 된 이유가 자신이었다.

김철수 발명가의 말대로 중앙 지열봉에서 서리 늑대를 알아봤으면!

이 장대한 삽질과 개고생의 반 이상을 하지 않았으리라!

“…….”

정말 오랜만에 말문이 턱- 막히는 순간.

추이린이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와 쿡쿡 옆구리를 찔렀다.

“야, 뭐라고 말 좀 해 봐! 흐흐흐-.”

천문석은 빙그레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라도 알아본 게 어디예요?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은 법입니다.”

“뭐?”

예상과는 전혀 다른 어른스러운 반응에 추이린은 당황했다.

“야, 뭐야? 발끈해야지! 갑자기 그 반응 뭐야!? 내가 철없는 꼬맹이 같잖아!”

천문석은 추이린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몸을 돌려 일행에게 외쳤다.

“이제, 배낭 챙기고. 중앙 지열봉 제대로 냉각하고 위로 올라가죠! 제가 공방 도시 최고의 육개장 쏘겠습니다!”

“그래, 얼른 올라가자.”

“오늘 하루가 너무 길었어. 얼른 내 공방 가고 싶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천문석, 김철수, 레이 실트, 추이린.

공방 도시를 위기에서 구한 네 사람은 숨겨 둔 배낭을 꺼내 메고 서리 늑대에 타고 중앙 지열봉으로 달렸다.

추이린만 빼고.

“헉, 허억- 이게 뭐야!”

재의 숲을 달리는 서리 늑대 옆, 숨을 몰아쉬며 두 발로 달리는 추이린.

추이린의 시선이 서리 늑대에 타고 있는 김철수, 레이 실트를 지나 자신의 옆에서 달리는 사람에게서 멈췄다.

천문석!

“너, 방금 일 복수하는 거지!? 허억-.”

천문석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설마요! 아까 추 수석님이 번개로 탱탱볼 애들 지졌잖아요? 얘들 머리 엄청 똑똑해서 그거 다 기억해요!”

“뭐!? 야, 그 전에 레이 쟤는 불벼락으로 더 많이 지졌잖아! 너는 그 강철봉으로 토할 때까지 쥐어박았고! 그런데 왜 나만 안 태워 줘!? 이상하잖아!?”

역시 추이린 수석 연구원!

정곡을 찌르는 예리한 직감이 완전 점쟁이다!

하지만 천문석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추 수석님. 저한테 따지셔도 소용없어요. 따지려면 얘한테 따지세요. 얘가 이 늑대 무리 대장입니다.”

천문석이 툭- 타고 있는 서리 늑대 목덜미를 두들기는 순간.

서리 늑대가 쩌억- 거대한 입을 벌려 하품 했다.

섬뜩한 푸른 마력광이 빛나는 송곳니가 드러나고, 서리혼이 명멸하며 요동치는 마력장!

추이린은 등골을 따고 흐르는 전율에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단지 하품 한 번 했다고 마력장이 요동친다!

천문석이 강아지처럼 다뤄서 잊고 있었지만, 이 늑대 마수들은 재앙급 마수, 서리 늑대다!

그냥 변덕으로라도 꽈드득- 한번 물면 끝장이다!

“…….”

추이린은 더는 불평하지 않고 서리 늑대를 따라 열심히 달렸다.

그리고 중앙 지열봉이 반쯤 남았을 때, 선두 천문석이 탄 서리 늑대 우두머리가 멈췄다.

쿵, 쿵, 쿵-

육중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숲에서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가 나타났다.

재의 기사.

“헉, 허억- 야, 재의 기사 어떻게 할 거야? 마법 안 통하잖아? 허억-.”

추이린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묻자, 천문석은 김철수를 봤다.

“저 쟤의 기사가 각성 스팟 보스라고요? 비각성 헌터가 각성하는 그 각성 스팟인가요?”

“맞아. 아마도 마력 준위가 올라갔을 때 투영 공간이 투영하는 실제 장소. 각성 던전 재의 숲의…….”

김철수 발명가가 긴 설명을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천문석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여 말을 끊고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 휘이익-

순간 머리를 숙여 추이린의 다리를 툭 치는 서리 늑대.

꺄아-

짧은 비명과 함께 추이린은 서리 늑대 등 위에 태워졌다.

천문석이 재의 기사를 가리켰다.

“우리는 아주 간단히 저 각성 스팟 보스 재의 기사를 처리할 겁니다!”

“잘못 건들면 각성 스팟 사라져!”

김철수 발명가가 깜짝 놀라 외칠 때.

천문석은 손을 그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익-

“달려라!”

타다다다닥-

십여 마리의 서리 늑대는 단숨에 재의 기사를 우회해 재의 숲을 달렸다.

전투 중이 아닐 때는 걷기만 하는 재의 기사.

언제든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서리 늑대.

그리고 서리 늑대를 탄 일행들.

재의 기사와의 거리가 빠르게 벌어졌다.

“이게 최고의 병법!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재의 기사가 지열봉에 도착했을 때! 우린 이미 볼일 끝내고 공방 도시 올라가서 형제 찜질방 육개장을 먹고 있을 겁니다!”

카캬카-

천문석이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서리 늑대를 탄 추이린도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 와, 진짜 너 이 미친 잔머리는…… 앗!”

웃다가 돌연 경악한 추이린!

“왜요? 갑자기 왜 깜짝 놀라세요?”

천문석이 묻는 순간 추이린이 말을 쏟아 냈다!

“야! 너 방금 휘파람!”

“휘파람 부니까! 서리 늑대가 나 태우고!”

“휘파람 부니까! 재의 기사 우회해서 달렸잖아!”

“너, 너. 너! 처음부터 나 태워 줄 수 있었지!?”

“너 일부러 나 달리게 한 거지!?”

……

천문석은 툭- 서리 늑대의 머리를 두들겼다.

“야, 너 왜 이리 변덕이 심해? 추 수석님이 오해하시잖아?”

그리고 씨익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타고 있는 서리 늑대를 가리켰다.

마치 따지려면 서리 늑대에게 따지라는 듯이.

“와, 와! 이 완전 사기꾼놈! 어쩌다 이런 놈이랑 엮여서는!”

추이린이 분통을 터트릴 때.

일행을 태운 서리 늑대는 바람같이 중앙 지열봉을 향해 달렸다.

타다다다다-

* * *

타다다다다-

서리 늑대가 빠르게 멀어지자.

절대 멈추지 않던 재의 기사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텅 빈 투구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의 눈이 생겨나 서리 늑대 위에 탄 도전자를 봤다.

“…….”

문명의 빛, 불.

불을 지키는 기사를 길러내겠다는 맹세, 불의 서약.

불의 서약을 한 재의 기사는 수많은 도전자와 겨뤄 그들이 잠재력을 터트리고 기사의 힘을 얻게 도와줬다.

그리고 오늘 저 도전자를 만났다.

[와라!]

도전의 외침이 차원 너머에 전해질 정도로 잠재력이 대단한 도전자!

직접 검을 겨룬 저 도전자는 예상대로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 동안 수많은 도전자에게 기사의 힘을 일깨워 준 재의 기사도 처음 보는 엄청난 잠재력!

저 도전자는 제대로 겨뤄 불의 축복을 받으면, 대륙 전체에 문명의 빛을 밝힐 위대한 기사가 될 잠재력을 가진 원석이었다.

그러나…….

저 도전자는 제대로 싸우질 않는다.

잿가루를 뿌리며 도망치듯 싸우고, 데굴데굴 굴러서 번개같이 도망치더니, 이번에는 거대한 늑대를 타고 도망쳤다.

도망치고, 도망치고, 도망친다.

온갖 방법으로…….

“…….”

재의 기사는 너무나 긴 세월 동안 의무를 수행해 감정과 기억 모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제 재의 기사에게 남겨진 것은 불의 서약, 문명의 빛을 지킬 기사를 길러내겠다는 의무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텅 빈 가슴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너무나 오랜 세월 만에 다시 느끼는 감정이라, 이 감정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이미 잊었다.

그러나 재의 기사가 다시 발을 내딛는 순간.

쿵쿵, 쿵쿵쿵-

그 발걸음에는 조금 더 힘이 실렸고, 약간 더 빨라졌다.

재의 기사는 도전자를 향해 느리지만, 절대 멈추지 않는 무겁고 육중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 * *

우오오오오-

서리 늑대 무리가 일제히 하울링 하는 순간.

새하얀 털에서 민들레 홀씨처럼 떠오르는 서리혼!

휘이이잉-

서리혼이 하늘하늘 날아 중앙 지열봉에 닿았다.

치이이이익-

새하얀 증기를 피어올라며 빠르게 온도가 떨어지는 중앙 지열봉!

이게 벌써 3번째!

중앙 지열봉을 살피던 김철수 발명가가 어느 순간 외쳤다.

“그만! 멈춰라!”

천문석은 서리 늑대를 툭 치며 말했다.

“멈춰.”

곧 서리혼이 돌아오고 김철수가 중앙 지열봉에 손을 가까이 가져가 마력장을 일으켰다.

쿵, 쿵, 쿵-

마력장을 지열봉 안으로 쏘아 보내며 세밀히 살피는 김철수.

잠시 후 김철수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다 됐다! 지열봉 온도도 안정화 됐고 구멍도 임시지만 막았다. 이 정도면 1, 2년? 수리 모두 끝날 때까지 걱정할 거 없다.”

“그 말은……?”

천문석이 기대감을 담아 묻는 순간 추이린과 레이 실트의 기대 어린 눈빛이 김철수에게 향했다.

김철수는 선언했다.

“모두 수고했다. 이제 공방 도시는 안전하다.”

“드디어! 하하하-.”

“하, 오늘 하루가 진짜 너무 길었다.”

“바로 올라가서 찜질방부터 가죠! 제가 전부 쏩니다!”

모두가 환호성을 터트릴 때.

추이린이 웃는 얼굴로 천문석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숙였다.

“고생했다. 너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네. 고맙다.”

천문석은 돌아가는 상황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가볍게 대답했다.

“감사는 서리 늑대한테 해 주세요. 저야 뭐 한 게 없죠.”

추이린은 조심스레 늑대에게 다가가 말했다.

“고맙다.”

이때 레이 실트가 천문석 앞으로 쓱 다가와 말했다.

“저기…….”

천문석은 즉시 허리를 깎듯이 숙이고 대답했다.

“네! 레이님 하실 말씀이라도!?”

이 깍듯한 모습에 추이린이 어이없어했다.

“와, 너 진짜! 나랑 레이 걔랑 대하는 게 너무 다르잖아!”

천문석은 추이린의 말을 무시하고 재빨리 강철봉을 내밀었다.

“앗! 강철봉! 아니, 레이 님의 롱소드 바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레이 실트는 강철봉을 옆으로 밀면서 말했다.

“강철봉은 지상으로 나가서 천천히 줘도 돼. 그보다 너 위에 올라가면 나 좀 도와줄래?”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서리 늑대를 가리키는 레이 실트.

“이 서리 늑대의 서리혼을 이용하면 엄청난 무기를 만들 수 있어! 우리 같이 세상이 떠들썩할 무기를 만들어 보자! 완성품이나 지분. 둘 중 원하는 걸 줄게!”

재앙급 마수, 서리 늑대의 서리혼으로 만드는 무기!

생각만 해도 엄청난 돈 냄새가 났다!

서리 늑대는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 줘야겠지만, 그전에 잠깐 무기를 만드는 건 상관없을 거다.

재빨리 계산을 끝낸 천문석은 바로 대답했다.

“역시, 마법 마도구 제작자 레이님! 어떻게 이런 훌륭한 생각을! 전 완전 찬성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는 두 사람.

흐흐흐-

카캬카-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흐뭇한 눈으로 서리 늑대를 봤다.

처음에는 악연으로 시작한 탱탱볼 늑대와의 인연.

그 인연이 생각지도 못하게 이어져 이렇게 큰 도움을 받게 됐다!

역시 하늘이 인과는 예측불허!

그동안 착하고 열심히 살아온 보답을 이렇게 받았다!

과열된 중앙 지열봉 냉각이 끝났고, 서리혼이 담긴 무기를 제작하면 돈벼락까지 맞게 된다!

천문석은 뒹굴뒹굴 땅바닥을 구르는 서리 늑대의 목을 파바밧 쓰다듬으며 외쳤다.

“와! 이 멋진 녀석들! 탱탱볼 늑대가 어떻게 이렇게 진화했냐! 너희들 이 정도 냉기면 한강도 얼릴 수 있는 거 아냐!?”

카캬카카카-

웃음을 터트리던 천문석은 곧 웃음을 멈췄다.

“…….”

방금 한 말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한강도 얼릴 수 있는 거 아냐?’

‘한강도 얼릴 수 있는 거 아냐?’

‘한강도 얼릴 수 있는 거 아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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