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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16화 (41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16화>

쾅쾅, 쾅-

세 번의 벼락을 끝으로 쉴 새 없이 떨어지던 불벼락이 멈췄다.

타닥, 타다닥-

새파란 뇌전이 꿈틀거리고 검은 숯이 새하얗게 탄화된 채 얼어붙은 대지 위.

재의 기사는 돌이 된 듯 멈춰서 있고.

서리 늑대들은 혀를 내민 채로 사방에 쓰러져 파르르- 경련했다.

휘이이잉-

이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서리혼에 푸른 마력광이 돌아왔다.

경련하던 서리 늑대들은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서로를 보고 굳어 버렸다.

우으, 우으으-

울음도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고, 전신의 털이 모조리 곤두서 커다란 짐볼처럼 변해있다!

이성의 빛이 감돌던 푸른 눈에 분노가 깃든 순간 서리 늑대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남쪽!

벼락이 떨어졌을 때 나타난 인간들이 도망친 방향으로!

서리 늑대의 전신에 불꽃조차 얼려 버리는 냉기 불꽃이 생겨나고, 서리혼의 마력이 끓어오르는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우오오오오오-

두드드드드드-

십여 마리의 서리 늑대는 인간들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그리고 한참 뒤 재의 기사가 몸을 일으켜 육중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쿵, 쿵, 쿵-

재의 기사는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은 발걸음으로 서리 늑대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 * *

천문석, 김철수.

추이린, 레이 실트.

네 사람은 어느새 잿가루 폭풍을 빠져나와 재의 숲을 달리고 있었다.

타다다다-

선두에 선 천문석은 강철봉으로 자잘한 장애물을 날려 길을 열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아니, 생각을 좀 하셔야지!"

"그냥 벼락부터 냅다 던지면 어떡해요!"

"저 두 놈이 싸울 때 조용히 빠져나오면 해결되는걸!"

"이거 어떡할 거에요! 저놈!! 재앙급 마수! 서리 늑대라잖아요!!"

천문석이 등 뒤를 가리키는 순간.

때마침 섬뜩한 살기가 담긴 하울링이 들려왔다.

우오오-

우오오오-

우오오오오-

합창하듯 끝없이 이어지는 하울링!

거리를 충분히 벌렸는데도 이 하울링에 담긴 저릿저릿한 마력과 분노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휘이이이이잉-

이때 엄청난 냉기가 섞인 바람이 불어왔다.

꽈드드드득-

뜨거운 공기가 단숨에 식어버리고, 불꽃을 날리는 숯, 타오르던 나무 곳곳에 하얀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자라났다.

엄청난 냉기 폭풍이 가까워지고 있다!

천문석은 머리를 잡고 외쳤다.

"망했어! 번개 때문에 완전히 망했어! 으으으-"

추이린은 발끈했다.

"야! 그 번개! 내가 아니라 얘야! 마도구 제작자! 그 강철봉 만든 레이 실트 얘!"

“롱소드야….”

"네?"

"벼락 때려 박자는 거, 레이 실트 얘 계획이었어! 그리고 그 벼락도 얘가 때려 박은 거고!"

“설마, 레이님이!?”

깜짝 놀라 레이 실트를 보자.

민망한 듯 고개를 돌리는 레이 실트가 보였다.

그리고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

"미안. 이렇게 될 줄은…."

천문석은 손을 봤다.

손에 잡힌 묵직한 감촉, 레이님이 다시 빌려준 레이 실트의 롱소드, 강철봉이다.

강철봉을 보는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새 강철봉을 빌려서 헌 강철봉으로 돌려줬다.

그런데도 레이님은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다시 무기로 쓰라고 강철봉을 건네주셨다.

이런 대인대덕한 마음 씀씀이라니!

역시 인품까지 갖춘 캐부자 마력 마도구 제작자 레이님!

게다가 레이님은 마력 무기까지 하나 주신다고 약속하셨다!

힐끗 추이린을 보니 '이제 사실을 알겠지?'라는 듯 의기양양한 얼굴이 보였다.

천문석은 양심의 눈을 딱 감고 추이린에게 대답했다.

"원래 외국인들은 한국 사정 잘 모를 수도 있죠. 왜 레이 님에게 뭐라고 그럽니까? 그럴수록 한국 사람인 추 수석님이 상황을 잘 설명하셨어야죠."

"뭐?! 와! 와!! 와!!!"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 추이린이 억울하다는 듯 가슴을 두들기며 외쳤다.

"너 솔직히 말해봐! 레이 얘가 마력 무기 준다는 것 때문에 지금 편드는 거지!?"

정곡을 찔렸을 때 움찔하는 건 하수!

천문석은 가소롭다는 듯 웃음부터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야, 웃지 말고 대답해! 당장 대답해!"

천문석은 뚝- 웃음을 그친 순간 재빨리 김철수 발명가에게 물었다.

"저놈들 서리 늑대가 그렇게 위험합니까!?"

"저놈들 재앙급 마수 중에서도 특히 위험하다. 다른 재앙급 마수와 달리 무리로 다니는 게 특징인데. 서리혼으로 일으키는 냉기 폭풍은…."

심각한 얼굴의 김철수가 이미 모두 들은 이야기를 다시 한번 설명했고 분위기는 바로 심각해졌다.

성공적으로 말을 돌린 천문석은 적당히 흘려들으며 힐끗 뒤를 돌아봤다.

타오르는 나무들과 불티를 흩날리는 숯.

여전히 기감은 마력의 불꽃에 막혀 뻗어 나가지 않는다.

지금 상대해야 할 적은 둘이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 ‘재의 기사’.

불벼락에 얻어터져 분노한 ‘서리 늑대’.

재의 기사는 전투 중이 아니면 걷기만 하니 그냥 뛰는 것만으로 따돌릴 수 있었다.

문제는 서리 늑대 무리!

기감이 막혔는데도 재앙급 마수, 서리 늑대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차가운 바람!

이글이글 불타는 재의 숲을 단숨에 얼리는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오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바람에 실린 냉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대로면 격벽에 도착하기 전에 서리 늑대의 냉기 폭풍에 삼켜진다!

아니, 재수 좋게 격벽을 넘어가도 문제다.

서리 늑대 무리가 자신들이 격벽을 넘어가는 걸 보면 바로 격벽을 뚫고 나오려 할 거다.

중앙 지열봉에 달라붙어 수천 도의 유체를 할짝대던 그 괴물 같은 서리 늑대가!

이런 서리 늑대가 격벽을 뚫고, 엘리베이터 통로, 강철 터널을 지나 지상으로 올라가면?

재앙급 마수 십여 마리가 공방 도시에 나타나면 끝장이다.

마그마 용출보다 더한 대참사가 일어난다!

"....!"

어떻게든 여기서 처리해야 했다!

천문석은 김철수 발명가를 봤다.

"저 서리 늑대 놈들 다시 돌려보낼 방법이…."

휙 앞으로 내밀어지는 회중시계.

"시계가 멈췄다. 게다가 냉기 폭풍을 휘감은 서리 늑대를 한곳에 모으는 것도 힘들고. 중앙 지열봉, 마력 파동 발생장치, 마력 준위…."

김철수가 길게 설명을 이어갔지만, 결론은 안 된다는 말.

천문석은 레이 실트를 봤다.

"레이님 혹시 저 서리 늑대를 상대할 방법 있습니까? 혹시 지금 하시는 게 서리 늑대를 상대할 방법인가요?"

정제 마석을 들고 마력장을 만들어 내던 레이 실트.

천문석의 기대 어린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모이자.

레이 실트가 고개를 저었다.

"이거 내 사정 때문에 하는 거야. 지금 나한텐 서리 늑대 상대할 방법 없어."

천문석은 마지막 남은 추이린을 보는 순간 탄식했다.

"하아- 서리 늑대를 상대할 방법이 없군요."

"뭐야! 너 왜 나한테는 안 물어봐!!"

추이린이 발끈하는 순간 천문석은 반색했다.

"앗! 상대할 방법 있으세요?"

"...."

발끈했던 추이린은 바로 조용해졌다.

뭐지, 이 허당 같은 모습은?

1세대 헌터, 하얀 번개 추이린.

겉모습은 냉철한 재금 연구소 수석 연구원인데, 그 속에는 발끈하는 꼬맹이 같은 모습이 숨겨져 있었다.

천문석은 세 마력 각성자를 훑어봤다.

김철수, 레이 실트, 추이린.

마력 각성자 셋 모두 방법이 없는 상황.

결국, 자신이 해결 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다.

서울 사태 이후, 수많은 난장판을 완벽하게 헤쳐나온 자신이 이번 일도 해결해야 하는 거다!

천문석은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

이때 바로 생각나는 존재가 있었다!

거대 괴수조차 단숨에 무력화시키는 존재!

특히 그 존재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뜬금없이 나타나곤 했다!

"놀라지 마세요."

천문석은 동료에게 말하는 즉시 목소리에 내력을 실어 하늘을 향해 터트렸다.

"니케!!"

"특급 헌터 친구 니케!!"

"니케! 혹시 여기 있으면 나와봐! 니케!!"

....

내력이 실린 외침이 쩌렁쩌렁 하늘을 울렸지만, 아무리 불러도 니케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 이번에는 없구나….”

천문석이 탄식하는 순간.

추이린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니케? 니케가 누군데?"

"무시무시한 다람쥐 있습니다."

"....다람쥐? 그 킥킥 우는 그 다람쥐?"

"...."

"야, 이 미친놈아! 이런 상황에서 다람쥐를 왜 불러!!"

니케는 보통 다람쥐가 아니다!

모든걸 난장판으로 만들어줄 특급 다람쥐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추이린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자신을 미친놈 보듯이 볼 게 뻔했다.

그래서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너! 아까도 그러더니! 할 말 없으니까 웃는 거지!?"

추이린이 다시 한번 정곡을 찌르는 순간.

경악한 레이 실트가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다람쥐! 다람쥐를 왜 불러!? 하지 마! 절대 하면 안 돼! 큰일 난단 말야!! 으으윽-"

"얘는 또 왜 이래? 야, 정신 차려…."

추이린이 벙찐 표정으로 레이 실트를 살필 때.

천문석은 서리 늑대를 상대할 방법을 찾아 다시 한번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정면 승부를 한다면?

서리 늑대는 재의 기사가 아니다.

정면으로 싸우는 순간 냉기 폭풍에 얻어맞고, 사방에서 돌진하는 놈들에게 갈가리 찢길 것이다.

-하나씩 유인해서 각개 격파하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먼데도 엄청난 냉기가 쏟아지고 있다.

강화 전투복에 남은 마력은 10% 남짓, 유인하다가 몸을 파고드는 냉기에 체력을 잃고 점차 느려지다가 결국 따라 잡힐 거다.

그러면 역시 갈가리 찢겨 죽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엄청난 냉기 폭풍을 휘감은 서리 늑대 십여 마리를 잡을 방법이 없다.

결국, 저놈들을 멀리 따돌리고 눈치채지 못하게 격벽을 나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따돌리려 해도 냉기 폭풍이 문제다!

따돌리기도 전에 도망치다가 냉기 폭풍에 체력을 잃고 잡힐 테니까.

"빌어먹을 냉기 폭풍! 저 냉기 폭풍만 어떻게 할 수 있으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는 이름.

사령 화로!

특급 헌터가 노숙할 때 따뜻하게 자라고 빌려준 사령 화로가 있다!

재빨리 잡낭을 열자 숨구멍이 완전히 닫힌 사령 화로가 보였다.

바로 사령 화로를 꺼내 빙글 돌리자, 숨구멍에서 화르륵- 화염이 넘실거리고 열기가 올라왔다!

단숨에 냉기를 밀어내는 이글거리는 열기가!

순간 머릿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소재들!

굉천수.

사령 화로.

생사팔문의 보법.

지권인(智拳印)으로 아상 지우기.

....

이 소재로 머릿속에서 계획을 그려낸다!

굉천수의 빛과 소리로 유인하고.

사령 화로의 열기로 몸을 보호한 채.

생사팔문의 보법으로 격벽 반대 방향으로 도망친다.

서리 늑대 무리가 격벽에서 충분히 멀어지는 순간.

지권인으로 아상을 지워서 따돌리고 격벽을 통과하면 된다!

계획이 완성되는 순간 천문석의 두 눈이 별처럼 빛났다.

천문석은 빛나는 눈으로 동료들을 보며 자신 있게 외쳤다.

"제게 이 상황을 해결할 완벽한 계획이 있습니다!"

"뭐?!"

"정말?!"

"설마?!"

천문석은 불안해하는 레이 실트를 바라봤다.

“제 완벽한 계획에는 마법 마도구 제작자 레이 실트님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내 힘이 필요하다고?”

천문석은 의아해하는 레이 실트에게 사령 화로를 내밀며 확신 어린 어조로 말했다.

“레이님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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