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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11화 (41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11화>

“레이님! 여기예요!”

천문석은 레이 실트가 보이는 곳으로 한달음에 달려가며 외쳤다.

“받아!”

레이 실트는 다가오는 천문석을 향해 강철봉을 내밀었다.

탁-

천문석이 강철봉을 잡는 순간 레이 실트는 강철봉을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아직 미완성이니까 조심해서 사용해!”

“이거 정말로 나한텐 중요한 롱소드다!”

“꼭. 진짜. 절대로.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

“얼른 약속해!”

“두 번! 아니, 세 번 약속해!”

천문석은 진지한 얼굴과 목소리로 손까지 들고 외쳤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레이님! 반드시 돌려 드리겠습니다!”

“약속!”

“약속!”

“약속!”

레이 실트가 스르륵- 손을 놓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반전하며 외쳤다.

“레이님 바로 돌아가세요! 저놈들 끌고 숲 중앙으로 달리겠습니다!”

탁, 탁, 탁-

천문석은 가볍게 땅을 박차 몰려 오는 고스트 무리에게 돌진했다.

레이 실트는 돌아가기 전 천문석에게 외쳤다.

“그 롱소드 잡는 그립에 따라 무게가 변한다! 안에 일종의 모래가 들어 있어!”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손에 잡힌 강철봉을 가볍게 돌렸다.

길이는 1m 50cm가량.

무게는 2kg에서 20kg 정도로 변화한다.

질감은 강철이나 나무 같은 탄성과 말한 대로 강철봉 안에서 모래가 흐르는 게 느껴진다!

감이 왔다.

미세한 그립 변화로 무게가 변화하고, 무개중심이 천천히 움직이는 이유.

강철봉 속에서 흐르고 있는 이 모래 때문이다!

게다가 헬스장 강철봉 같은 외형과 달리, 무개중심이 강철봉 끝에서 움직인다.

이 강철봉은 처음부터 무기로 만들어졌다!

천문석은 이 강철봉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바로 감이 왔다.

강화 해머와 비슷하다.

임팩트 순간 그립을 변화시켜 파괴력을 끌어올린다!

크아아아아-

이때 늑대 고스트가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경차 크기의 늑대 고스트가 다가오는 순간, 천문석은 가볍게 돌리던 강철봉을 뿌렸다.

빙글빙글 회전하던 강철봉이 날아가는 동시에 내력을 싣고 그립을 변화시킨다.

후우우웅-

육중한 몸으로 위압적으로 떨어지는 늑대 고스트.

휘이이이-

가볍게 더 가볍게 변해 날아가는 강철봉.

늑대 고스트와 강철봉이 충돌하기 직전, 천문석은 그립을 바꾸며 기합을 터트렸다.

하앗-!

강철봉에서 저릿저릿한 경력이 퍼져 나오고, 봉 끝으로 무개중심이 이동하며 한도 끝도 없이 무게가 올라간다!

그리고 임팩트 순간.

쿠콰아아아아앙-

엄청난 충격파가 쏟아졌다!

늑대 고스트는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리고, 폭발하듯 치솟은 잿가루가 충격파에 날아갔다!

쿠으으으으응-

충격파가 재의 숲을 떨어 울리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

전법륜인으로 화로의 열기를 드러낼 필요도 없었다!

단 일격으로 고스트의 영체뿐만 아니라 본질마저 박살 냈다!

“이 강철봉 뭐야!?”

경악한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몸을 돌려 달려가던 레이 실트가 대답하듯 소리쳤다.

“레이 실트의 롱소드! 살살! 제발 조심해서 다뤄줘! 아직 미완성이야!”

“……롱소드? 이거 아무리 봐도 헬스장 강철봉인데?”

그러나 이름은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손에 들린 이 강철봉이 일격에 고스트를 박살 냈다는 사실이다!

휘이, 휘이이-

가볍게 봉을 돌려 비스듬히 앞에 겨눴다.

파스스스스-

강철봉 속에 담긴 모래가 흐르고,

크아아아아-

재의 숲에서 고스트의 포효가 터져 나오는 순간.

천문석은 주저 없이 고스트 무리로 돌진하며 강철봉을 회전시켰다.

휘이, 휘이이이-

가벼운 회초리처럼 부드럽게 머리 위에서 회전하는 강철봉.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강철봉에선 아무런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순간 천문석을 쫓아 재의 숲을 달리던 고스트 무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파아아아앙-

고스트 영체에 뒤엉킨 마력과 열기가 폭발해 뜨거운 열풍이 밀려 오고 잿가루와 불티가 전신에 쏟아졌다!

후드드득-

이 순간 천문석의 머리 위에서 회전하던 강철봉이 번개같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강철봉이 아닌 산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터지고 일격에 영체가 바스러지는 고스트!

선두에서 돌진하던 오크와 트롤을 지워 버린 순간 천문석은 고스트 무리 속으로 돌진했다!

콰아, 콰아앙, 콰아앙-

폭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강철봉에 닿는 모든 게 부서졌다!

이 강철봉, 레이 실트의 롱소드에는 특별한 마법이 걸려 있지 않았다.

무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한 가지 기능만 있었다.

무게 변화.

무거울수록 느려지나, 위력은 강해지고.

가벼워지면 빨라지나, 위력은 약해진다.

마치 시소처럼 양립 할 수 없는 무의 기본!

하지만 이 강철봉은 무의 기본 중의 기본 틀을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평범한 무공 각성자라면, 이 강철봉의 위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천문석의 손에 들린 강철봉은 그 어떤 마법 무기도 보일 수 없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했다.

지금 이 강철봉을 사용하는 사람은 전생 천마, 천문석이었으니까!

봉술 창술을 펼칠 필요도 없었다.

무의 기본 중의 기본.

휘이이이-

가볍게 나아가.

콰아아앙-

무겁게 때린다.

가장 간단한 무리로 만들어 낸 강철의 폭풍이 재의 숲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레이 실트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으아악! 살살 조심해서 싸우라니까! 그거 미완성이야!”

하지만 경악도 잠시 곧 레이 실트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롱소드로 펼치는 엄청난 무위!

마도 제국에 마나심법을 전했다는 원대륙의 샤가 저러할까!?

천문석은 무인 지경으로 마력 영체를 박살 내며 재의 숲을 달리고 있다!

“분명 인터넷으로 본 무공 각성자들은 저렇지 않았는데!?”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지열봉을 냉각하는 게 우선이었다!

레이 실트는 바로 몸을 돌려 중앙 지열봉으로 달렸다.

이때 고스트를 박살 내던 천문석은 깨달았다.

최소한의 내력만으로도 압도적인 위용을 내는 강철봉!

남은 내력으로 강화 전투복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었다!

감이 왔다.

이 강철봉과 함께라면 처음 나타난 고스트, ‘재의 거인’ 이곳 투영 공간의 보스도 잡을 수 있다!

콰아아아앙-

다시 한 번 고스트 무리를 박살 내는 순간.

가슴속에서 승부욕이 폭발하듯 끓어올랐다!

천문석은 끓어오르는 승부욕을 심상에 담아 하늘에 터트렸다!

[와라!]

종족, 언어, 존재를 넘어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하는 심상이 하늘의 마력 폭풍을 넘어 재의 거인에게 닿았다!

‘재의 거인’ 또한 마경에 사로잡힌 영과 백의 흔적 고스트일 뿐이었다.

그러나 백에 남겨진 오만한 거인의 기억은 천문석의 도발을 참지 못했다.

크아아아앙-

재의 거인의 포효가 하늘을 뒤흔들고, 전신에서 새파란 광염(狂炎)이 쏟아졌다.

분노한 재의 거인은 자신을 도발한 가소로운 인간을 향해 직선으로 돌진했다.

강철의 폭풍을 만들어 낸 천문석, 새파란 광염을 쏟아 내는 재의 거인.

둘은 서로를 향해 재의 숲을 가로질렀다.

곧 천문석과 재의 거인이 격돌했다.

쿠아아아아-

숲이 무너질 듯 요동치고 엄청난 숯과 잿가루,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에서 원을 그리는 마력 폭풍이 빠르게 강해지기 시작했다.

* * *

김철수, 추이린, 레이 실트.

세 마력 각성자가 중앙 지열봉을 냉각하고.

천문석이 강철봉을 들고 재의 거인과 싸우는 공간.

재의 숲.

재의 숲은 마력 폭풍이 만들어 낸 투영 공간이었다.

투영 공간은 ‘환경이 비슷한 마경’을 마력 폭풍이 거울처럼 비춰서 만들어 낸 공간이다.

-끝없이 타오르는 나무로 이뤄진 숲.

-붉게 달아오르는 숯과 불씨를 머금은 재.

-검붉게 타오르는 하늘에서 원을 그리는 마력 폭풍.

재의 숲의 이 모든 것은 실제 마경의 환경을 투영한 것이었다.

실제 마경, ‘재의 숲’은 인위적인 각성이 가능한 던전, 각성 스팟이었다.

천문석의 심상이 마력 폭풍을 넘어 마음에서 마음으로 재의 거인에게 닿고.

투영 공간에서 몰아치는 마력 폭풍이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실제 하는 마경, 재의 숲에도 변화가 생겼다.

재의 숲, 중앙 공터.

새하얀 재가 눈처럼 천천히 떨어지는 이곳엔 숨 쉬듯 불꽃을 흩날리는 숯과 석탄이 가득 깔려 있었다.

그리고 이 숯과 석탄마다 무기가 꽂혀 있었다.

검, 도, 창, 봉, 철퇴, 도끼…….

수천수만 자루의 무기가 꽂혀 있는 무기의 벌판.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가 타오르는 나무 둥치에 앉아 천천히 떨어지는 재를 맞고 있었다.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기사의 전신 갑옷에는 새하얀 재가 두껍게 쌓여 있었다.

불의 서약을 한 재의 기사.

누군가 이곳에 들어와 무기를 잡고 도전하기 전에는, 십 년이 지난다 해도 미동도 없을 재의 기사가 문득 몸을 일으켰다.

쿵-

육중한 전신 갑옷에서 새하얀 재가 떨어지고, 타들어 간 망토에서 불꽃이 우수수 흩날리는 순간.

텅 빈 투구에서 나타난 이글거리는 불꽃 같은 눈동자!

재의 기사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봤다.

연기와 불꽃으로 타들어 가는 하늘에서 원을 그리는 마력 폭풍!

기억, 감정, 감각, 생기.

모든 것이 하얗게 타 버린 재의 기사에게 남겨진 단 한 가지 의무.

도전자를 상대한다!

재의 기사는 분명 들었다.

마력 폭풍에서 들려온 공간을 넘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 심상!

[와라!]

도전자의 외침에 담긴 투지가 이미 재가 돼버린 재의 기사의 피마저 끓게 했다!

쿵, 쿵-

재의 기사는 앞으로 한걸음 걸으며 손을 뻗었다.

차르르릉-

무기의 벌판에 가득한 수만 자루의 무기가 진동하고, 숯과 석탄이 붉게 타오르며 불꽃을 토해 냈다.

마력의 불꽃이 소용돌이치며 재의 기사에게 빨려 드는 순간.

한 자루 검이 날아와 재의 기사의 손에 잡혔다.

무게는 1.2kg.

길이 1m 20cm.

검신과 자루에 무수한 격전이 흔적이 새겨진 오래되고 빛바랜 평범한 롱소드였다.

그러나 재의 기사의 건틀릿이 검신을 훑는 순간.

화르르르륵-

작열하는 오러를 흡수한 롱소드는 마치 재 속에서 다시 태어난 불사조처럼 빛을 뿜어냈다!

유형화된 오러, 오러 블레이드!

재의 기사는 오러의 빛을 담은 롱소드로 원을 그리는 마력 폭풍을 가리켰다.

[오라!]

순간 하늘에서 마력 폭풍이 쏟아져 재의 기사를 삼켜 버렸다!

재의 기사가 사라지고 한참 후 재의 숲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희들 진짜 할 거야? 각성 스팟 중에 재의 숲이 제일 위험한 곳이야. 재수 없으면…….”

“야, 그만해! 당연히 나도 안전한 무림 던전에 들어가고 싶었어! 없어졌는데 방법 없잖아!?”

“모두 조용히! 곧 재의 기사가 나온다!”

“이 녀석 지금까지 아무도 못 이겼다. 괜히 이기겠다고 버티다가 좆됀다. 모두 말해 준 거 명심해라.”

“아니다 싶으면, 잡은 무기 놓고 바로 굴러!”

“욕심부리지 말고 연습한 데로. 봉 잡고 10합만 버텨. 그걸로도 각성 확률 50%가 넘는다.”

“무기 보인다. 다 왔다! 저기 무기가 가득한 공터 한가운데 재의 기사가…….”

재의 숲 중앙 공터에 도착한 십여 명의 헌터와 예비 각성자들은 경악했다.

“……재의 기사 어디 갔어!?”

마력 폭풍에 삼켜진 재의 기사는 무기의 벌판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 * *

천문석은 하늘을 향해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카카-

전신에 뜨거운 재와 불꽃을 뒤집어쓰고, 방검방탄복, 안전 장갑, 안전 군화 장비 곳곳이 타들어 갔다!

엄청난 수리정비교체 비용!

평소라면 분통을 터트렸을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천문석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발밑에 승리의 상징, 바스러진 재의 거인을 밟고 있었으니까!

카캬카카카-

역시 헌터는 템빨!

강철봉으로 완벽하게 승리했다!

레이 님에게 빌린 강철봉으로도 10미터가 훌쩍 넘는 재의 거인은 쉽지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재의 거인은 갑자기 누군가에게 힘을 빨린 듯 확- 약해졌고!

그 타이밍에 강철봉으로 영체를 부수고 백을 태워 승리할 수 있었다!

카캬카카카-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린 천문석은 눈을 번뜩였다.

이제 승리의 마무리 전리품 획득시간이다!

힐끗 주위를 보니 고스트는 모두 사라졌고, 중앙 지열봉에서 쏟아지는 열기는 서서히 누그러지고 있다.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즉, 전리품을 획득할 여유가 있었다!

고스트는 거지라고 알려졌지만, 재의 거인 이놈은 다른 고스트와 달랐다.

백을 태웠는데도 영체가 무너지지 않은 것이다!

뭔가 나올 거라는 강한 감이 왔다!

천문석은 재빨리 쓰러진 재의 거인의 숯과 잿가루 육체에 기감을 퍼트렸다.

그러나 마력의 불꽃이 붙은 숯 때문에 기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상관없다.

기감이 안 먹히면 몸을 움직이면 되니까!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콰앙, 콰아앙-

강철봉이 떨어질 때마다 폭발하듯 치솟는 불꽃과 잿가루!

재의 거인의 바위처럼 단단하게 압착된 숯과 잿가루가 무게가 변하는 강철봉 앞에 모래처럼 무너져 내렸다!

“뭐 좀 좋은 걸 뱉어라!”

천문석이 희희낙락 강철봉으로 재의 거인을 때려 부수기 시작할 때.

하늘에서 천천히 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실제 하는 재의 숲, 무기의 벌판에 떨어지던 것과 같은 새하얀 눈 같은 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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