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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06화 (40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06화>

후우우우웅-

폭풍 같은 기세가 실린 단검이 휘둘러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

추이린은 다시 한번 눈을 비비고 확인했다.

변하는 건 없었다.

휘이잉, 휭, 휭-

천문석은 뒤엉켜 버둥거리는 골렘 앞에서 엄청난 기세가 실린 단검을 미친 듯이 긋고 있었다.

허공에!!

“…….”

추이린은 수능을 치고 논술 고사 준비를 하다가 게이트가 열리고 각성자가 됐다.

그게 벌써 20년 전이다.

당연히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헌터를 보고 온갖 일을 겪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마법으로 골렘을 미끄러트리고!

그 앞에서 허공에 칼질하는 헌터라니!!

추이린은 어이없음과 황당함에 외칠 수밖에 없었다.

“야, 이 미친! 너 뭐 하는 거야!! 폭풍 같은 기세로 튀어 나가더니!! 허공에 단검은 왜 휘둘러!?”

바로 돌아오는 대답.

“지금 그러니까! 일종의 힘을 모으는 겁니다! 엄청 중요한 순간이니까! 말 걸지 마요! 집중 깨져요!”

허허허, 허허허허-

추이린은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다가 주저앉아 머리를 부여잡았다.

“젠장, 빌어먹을 젠장! 처음부터 저놈한테 일을 맡기는 게 아니었어! 하필 일을 맡긴 게 저런 또라이라니! 으아아악!”

이때 천문석이 외쳤다.

“그리스 준비!”

어느새 뒤엉켜 구르는 골렘들이 천문석 앞까지 기어 온 상황!

김철수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준비됐다!”

“지금입니다! 그리스!”

펄쩍, 뒤로 뛰면서 외치는 천문석.

다시 그리스 마법이 펼쳐지고,

뒤엉킨 골렘은 버둥거리며 그 위를 기어 왔다.

이게 3번 반복됐다.

그리고 추이린은 다시 폭발했다.

“야! 이제 통로 끝이야! 더는 물러설 곳도 없어! 전격 마법 어떡해!? 계속 기다려?!”

이제는 대답도 없이 눈을 반개한 채로 단검을 천천히 움직이는 천문석!

휘이이이이-

거친 풍압을 일으키던 단검은 어느새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움직여 원을 그리고 있었다.

추이린이 천문석에게 달려가려 할 때.

김철수가 심각한 얼굴로 추이린을 막았다.

“검이 변했다.”

“네?”

문득 고개를 돌려보는 순간 추이린은 깨달았다.

폭풍 같은 기세는 사라졌는데, 오히려 터질듯한 긴장감이 차오르고 있다!

“이게 대체……?”

추이린이 경악한 이때.

천문석은 극도로 집중하여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단검에 담고 있었다.

빙글 원을 그리는 순간, 하늘과 땅을 잇고.

빙글 다시 한번 원을 그릴 때, 하늘과 땅을 나눈다.

오른손의 단검이 원을 그릴 때,

왼손은 전법륜인을 짚어 심상 공간에 세워진 무공의 뜻을 풀어낸다.

관음천수도(觀音千手刀)!

관음천수도의 뜻을 따라,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정제되고 다시 압축된다.

깃털 하나 날릴 힘도 없던 공기가 모여 천 년 거목조차 꺾어 버리는 거대한 태풍이 되듯이.

무형의 내력이 정제되고 압축되어 서서히 유형화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그리고 뒤엉킨 보안 골렘들이 일제히 손을 뻗는 순간.

“야 위험해!!”

천문석은 번쩍 눈을 뜨고,

단검으로 그리던 원을 꿰뚫었다!

파스스스슥-

순간 단검에서 뻗어 나오는 유형화된 빛, 강(罡)!

“검강!!”

“오러 블레이드?!”

초조하게 보고 있던 추이린과 김철수가 경악하는 순간.

천문석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스르르륵-

수십 개의 화강암 주먹을 피해, 그리스 마법이 펼쳐진 강철 바닥을 미끄러져 단숨에 뒤엉킨 골렘으로 접근한다!

콰아앙-

다시 한번 화강암 주먹 수십 개가 떨어지는 순간!

쿵-

단숨에 골렘의 팔을 타고 올라가 골렘 머리에 단검을 박아 넣는다!

파스슥-

단검은 골렘 머리를 두부처럼 꿰뚫었고,

검강에 담긴 관음천수도의 무리가 골렘의 보호 마법을 깨트렸다!

그러나 지금 검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

천문석은 결정타를 넣지 않고 번개같이 움직여 뒤엉킨 골렘의 머리에 일 검씩만 박아 넣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섬전 같은 움직임으로 일곱 번 단검을 박아넣는 순간.

팟-

벽을 향해 몸을 날리며 외쳤다!

“벼락!!”

추이린은 반사적으로 준비 중이던 전격을 날렸다.

핏-

정제 마석이 깨지는 순간.

새하얀 벼락이 보호 마법이 깨진 채로 뒤엉킨 골렘 무리에 떨어졌다.

콰앙, 콰지지직-

시야를 날려 버리는 섬광이 터지고, 하얗게 타들어 가는 번개 가닥이 보호 마법이 깨진 골렘 위에서 몰아쳤다.

파지지지직, 쾅, 쾅-

그리고 곧 머리에 뚫린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파슥, 파스슥-

곧 단단한 유리구슬 깨지는 소리가 연이어 터지고, 뒤엉킨 골렘의 화강암 거체가 축축 늘어졌다.

핵이 깨져 순식간에 침묵하는 보안 골렘 7개체!

추이린은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상대하기 극도로 까다로운 보안 골렘 7마리를 단숨에 무력화시켰다!

그것도 검강으로!

전 세계 무공 각성자 중에 검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5명도 안 된다!

‘아니, 그런 실력자가 왜 배송 일을 하고 있어!?’

추이린이 믿기지 않는 현실에 몇 번이나 눈을 비빌 때,

김철수도 마찬가지로 놀라고 있었다.

가죽 수첩에 적힌 그대로다!

천운의 헌터, 천문석은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였다!

이때 벽을 향해 뛰었던 천문석이 벽을 박차고 골렘 위로 내려섰다.

그리고 픽 쓰러졌다.

* * *

“야!! 괜찮아?!”

깜짝 놀란 추이린과 김철수가 달려올 때.

천문석은 골렘 위에 널브러진 채로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깨질 듯 지끈거리는 머리와 뻣뻣하게 굳은 육체.

초절정의 무위를 강제로 사용한 반동이 오고 있다.

육체는 버틸 만했는데, 심력 소모가 너무 컸다!

기말고사 전날 알바를 끝내고 밤까지 샜을 때처럼 몸이 축축 늘어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3박 4일을 빈둥거리며 놀고 싶었다!

여전히 절정과 초절정을 가르는 벽은 두텁고, 초절정의 벽에 닿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하하하-

천문석은 어째선지 웃음이 났다.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오히려 안도감을 줬다.

아차! 하고 경지를 넘는 불의의 사고가 생겨, 삼생(三生)을 관(觀)하고 다시 마공에 입문할 일은 없다는 거니까!

쿵-

순간 몸에서 느껴지는 맥동.

마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선연한 기운이 전신을 흘렀다.

천강흔.

마치 얼음 알갱이가 흐르는 듯한 선연함을 느끼며 천문석은 몸을 일으켰다.

이 골렘들은 길을 막은 조연일 뿐 아직 할 일이 끝나지 않았다.

이제 다시 움직일 때였다.

“빨리 와요! 바로 이동합니다!”

다급히 달려오던 추이린은 몸을 일으킨 천문석을 향해 외쳤다.

“너 괜찮은 거야?! 검강! 지금 방금, 검강 맞지?! 고산 마을에서는 이 정도 아니었잖아!? 어떻게 된 거야! 너 원래 검강 쓸 수 있었어?!”

폭풍처럼 말을 쏟아 내는 추이린.

천문석은 핵이 파괴된 골렘을 내려다봤다.

진짜 검강이라면 전격 마법 없이도 골렘의 핵을 파괴했을 거다.

지금 자신이 사용한 검강은 관음천수도의 무리로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압축해 만들어 낸 일종의 가짜 검강이다.

관음천수도의 무리가 담겼기에,

절정의 경지로도 초절정에 준하는 강력한 검강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검강은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유지 시간도 몇 초 안 된다.

실전에선 적이 기다려 줄 리 없으니 사용이 불가능했다.

지금처럼 김철수 발명가가 그리스 마법으로 시간을 벌어 주고.

추이린 수석이 번개 마법으로 골렘 핵을 깨트리지 않았으면, 보안 골렘 7마리를 상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걸 풀어서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었기에 간단히 대답했다.

“이거 검강이 아니라 일종의 스킬입니다. 제약이 많아요. 자 이 손 잡으세요.”

천문석은 추이린과 김철수의 손을 잡아 골렘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골렘을 넘어 터널 안쪽으로 들어갔다.

쿵, 쿵-

몇 번 발을 굴렀으나 더는 나타나는 골렘이 없는 상황.

“바로 움직이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추이린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다시 한번 물었다.

“검강이 아니라 스킬이라고? 내가 본 검강보다 오히려 위력이 더 강한 거 같은데?”

역시 1세대 헌터!

추이린 정도 되니까 검강 쓰는 사람도 알고 있구나!

감탄한 천문석은 적당히 에둘러서 대답했다.

“진짜 검강이랑은 비교가 안 되죠. 초절정, 초인경에 닿아 천지의 이치를 담은 검강은 그야말로 강(罡)! 하늘 아래 가장 강한 기운입니다.”

“초절정? 초인경? 강(罡)?”

추이린의 의아해 할 때,

천문석은 김철수에게 말했다.

“혹시 무슨 변수가 더 생길지 모릅니다. 속도를 올리죠.”

“알았다. 바로 달리자!”

세 사람은 강철 터널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증기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치이이-

바짝 긴장해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접근하는 순간.

세 사람은 분리된 강철 터널 안에 보안 골렘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깨달았다.

치이이, 치이이익-

강철 벽에 뚫린 구멍에서 증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구멍에 거대한 보안 골렘이 끼어 있었다.

골렘은 사람이 나타나자 미친 듯이 버둥거렸지만, 구멍 밖으로 나온 건 각진 머리와 어깨 일부뿐.

쿵, 쿵, 쿵-

골렘의 각진 머리가 강철 바닥을 두들기고,

구멍에 걸린 화강암 육체에서는 돌가루가 떨어지고 있었다.

“여기로 보안 골렘이 들어왔구나!”

“아니…… 어떻게 이 강철 벽에다가 구멍을 뚫었어!?”

추이린이 어이없어 하고.

김철수가 경악할 때.

천문석은 봤다.

구멍에 낀 골렘의 몸에 죽죽 그어진 홈과 우수수 떨어지는 돌가루.

그리고 바닥에 찍혀 있는 발자국!

발자국은 골렘이 끼어 있는 벽에서 나와 나선을 그리는 강철 터널 안쪽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

여기서 일어났을 일이 직접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증기가 새어 나오는 구멍 너머에 증기관이 지나가고 보안 골렘이 지키는 지하 공간이 있다.

-어떤 미친놈이 보안 골렘을 모조리 깨우며 지하 공간을 달려, 이 강철 벽을 부수고 터널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미친놈을 따라온 보안 골렘들이 강철 벽에 뚫린 구멍으로 몸을 밀어 넣어 이 강철 터널로 쏟아졌다.

자신이 싸운 골렘의 몸에 죽죽 그어진 홈!

그 홈은 골렘이 이 구멍을 통과한 흔적이었다!

즉, 원래라면 아무것도 없어야 할 강철 터널, 이곳에 보안 골렘이 깔린 건 여기 이 구멍을 뚫은 그 ‘미친놈’ 때문이었다.

하하하-

천문석은 허탈하게 웃었다.

미친 듯이 허공에 칼질해서 골렘을 간신히 잡았다.

그런데 그게 어떤 미친놈이 뚫어 놓은 구멍 때문이라니!

쿵, 쿵, 쿵-

구멍에 끼인 골렘이 다시 한번 버둥거렸다.

이때 높게 솟은 강 철벽 전체가 진동했다!

쿠우웅, 쿠우우웅-

좌우 시선이 닿는 모든 강철 벽이 종처럼 울려 퍼진다!

감이 왔다!

강철 벽 뒤, 지하 공간에 있는 골렘들이 강철 벽에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두 놈이 아니다!

못해도 수십 개체의 골렘이 이 구멍 뒤에 몰려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추이린이 외쳤다.

“야, 이거 어떡하지?! 골렘들 쏟아질 거야!”

“이놈들 힘으로는 이 벽 안 뚫린다. 이 강철 벽 보안등급 강화 강철 이상의 강도야!”

추이린은 구멍을 가리켰다.

“이 구멍 넓어지고 있어요! 보세요! 이 돌가루! 골렘 화강암 몸체가 그라인드처럼 구멍을 갈아 내고 있어요!”

“……!”

김철수가 경악하는 순간.

천문석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방금 골렘 7마리를 처리했더니,

수십 마리의 골렘이 튀어나오려 한다!

정면 상대는 불가능!

우선 확인부터 해야 한다!

“여기서 통제실로 가는 엘리베이터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30분?! 30분은 더 달려야 해!”

“혹시 그 엘리베이터도 여기처럼 뚫렸을까요?”

“엘리베이터는 안전할 거다! 마력도 거의 안 통하고 강도도 이 강철 벽 몇 배 이상이다! 그 엘리베이터는 나만 열 수 있다!”

천문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나선을 그리며 내려가는 강철 터널.

우선 엘리베이터까지만 도착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하지만 방금 싸운 보안 골렘의 속도를 생각하면, 그냥 달리면 도망치다가 따라잡힌다!

그리스를 깔면서 도망치면?

벽을 두들기는 골렘 수가 수십 개체를 넘어간다!

수십 개체의 골렘이 뒤엉켜, 산사태처럼 밀려오면 뭘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아작 날거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하, 여기다 구멍을 뚫은 미친놈 때문에!!”

추이린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배낭에서 방수천을 꺼내며 외쳤다.

“눈썰매!”

“……그게 무슨?”

천문석은 재빨리 설명했다.

“그리스 마법!”

“골렘이 아니라, 이 우리 아래에 그리스 마법을 펼치는 겁니다!”

“강철 바닥에 그리스를 깔고 그 위로 이 방수천을 타고 미끄러지는 겁니다!”

김철수와 추이린이 천문석의 말뜻을 알아채고 외쳤다.

“눈썰매처럼!”

“눈썰매구나!”

“네! 눈썰매처럼요! 바로 준비해 주세요!”

말한 즉시 천문석은 단검으로 방수천을 셋으로 나눴다.

그리고 세 사람은 강철 터널을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쓰으으으윽-

그리스 마법을 깔면서 나선 터널을 빠르게 미끄러지는 세 사람.

쿵, 쿠우웅, 쿠우우웅-

진동하는 강철 벽이 빠르게 멀어지고.

“제대로 먹혔다! 와! 이 잔머리!”

“하하하- 과연 듣던 대로야! 훌륭해!”

추이린과 김철수가 환호성을 지르며 찬탄할 때.

“하하, 하- 감사합니다.”

겉으로 웃는 천문석의 내심은 타들어 갔다.

휘이이잉-

엄청난 속도로 내려가는 이 강철 터널은 밖으로 나갈 유일한 출구였다.

그리고 곧 강철 터널, 유일한 출구에 보안 골렘이 가득 찰 거다.

결국, 모든 일을 끝내고 지상으로 나가려면 수십 개체의 골렘을 뚫어야 했다.

힘겨운, 너무나 힘겨운 미래가 환호성을 지르는 추이린과 김철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

천문석은 암울한 미래를 미리 말해 분위기를 깨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닥치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길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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