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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04화 (40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04화>

박혁 이사는 바로 문이 열린 관리 사무실로 들어갔다.

넓은 관리 사무실 안 무리 지어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재금 중공 재킷을 입은 엔지니어 들.

어정쩡하게 서 있는 부두 관리실 직원들.

그리고 주먹을 흔들며 소리치는 강화 전투복을 입은 헌터.

“당장 시청에 대피 경보 요청해야 해요!”

박혁은 재빨리 소리치는 헌터에게 다가갔다.

“중앙 지열봉이 과열됐다는 그 말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내가 몇 번을 설명했는데!”

최설이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다시 한 번 설명하려 할 때 재금 중공 직원이 박혁 이사를 알아봤다.

본사 이사 중에서도 상위 서열, 창립 멤버 박혁 이사!

재금 중공 직원은 바로 달려와 박혁 이사 앞에 머리를 숙였다.

“박혁 이사님! 공방 도시 증기탑 관리부 최정태 부장입니다. 언제 오셨습니까. 미리 연락을 주셨…….”

“그만!”

박혁은 최정태 부장의 말을 끊고 헌터 복장의 여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재금 그룹 박혁 이사입니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말해 줄 수 있습니까?”

재금 그룹 이사!

최설은 바로 박혁 이사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최설이라고 합니다. 지금 0701 증기탑 통로로 제 동료와 마력 각성자 두 사람이 들어갔습니다! 들어간 이유는…….”

몇 번이나 사람을 달리하여 상황을 설명한 최설은 이제 핵심만 짚어서 순식간에 설명을 끝낼 수 있었다.

박혁은 단 한 번도 말을 끊지 않고 최설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그리고 증기탑 관리부 최정태 부장을 봤다.

“지금 무선 통신 먹통이던데? 언제 복구되지?”

“저, 그게…….”

최정태 부장은 대답하지 못하고 전전긍긍 주위를 살폈다.

어느새 도착해 사무실 한쪽에 자리한 로롤로 이사와 W. S. 인더스트리의 직원들.

박혁 이사는 최정태 부장을 데리고 사무실 밖으로 나와 소리차단 마법을 펼쳤다.

“목소리 새어 나가지 않으니까. 이제 말해라.”

최정태 부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보름 전 본사에서 보안 문서가 왔습니다. 박혁 이사님도 그것 때문에 오신 게……?”

“질문하지 말고,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해라.”

박혁 이사는 말을 끊고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봤다.

찔끔한 최정태 부장의 입에서 이야기가 쏟아졌다.

“보안 문서 내용은 마력통신 안테나와 증기탑 긴급 정비였습니다.”

“절대 정비 사실을 유출하지 말라는 명령이었고.”

“곧 재금 보안에서 정비에 쓸 물품이 도착했습니다.”

“가로세로높이 일 미터 정도 되는 금속상자였는데…….”

……

박혁은 이야기를 듣는 순간 돌아가는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공방 도시, 협상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이 전혀 몰랐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재금 그룹 내에서도 몇 되지 않는다.

게다가 최정태 부장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가로세로높이 일 미터의 금속상자!

마력 파동 발생장치!

이걸 이용하는 사람은 그룹 내에 한 명뿐이다.

보통 숨겨진 실세라 불리는 오너의 대리인!

처음 의심한 데로 이번 사태는 오너의 대리인이 관련됐다!

오너의 대리인은 몇 번이나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을 벌였다.

그렇다면 최설이라는 헌터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중앙 지열봉이 과열되고, 도시 지하, 마그마 챔버가 용출해, 공방 도시가 있는 분지 전체가 용암 호수가 되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박혁은 닫힌 문을 향해 외쳤다.

“너 다 들었지. 당장 대책 마련해야 한다! 나와라!”

“네? 이사님 무슨?”

최정태 부장이 의아해하는 순간.

끼이익-

사무실 문이 열리고 대화를 엿들은 로롤로 이사가 나왔다.

“와, 진짜 너희 뭔 사고를 이렇게 치냐!”

“야! 너희도 못지않아! 구리협곡! 옐로스톤 제국 기…….”

발끈한 박혁 이사가 외치는 순간 다급히 차음 마법을 펼치는 로롤로 이사.

“그거 극비야! 언급조차 금지야!”

“알았으니까. 바로 움직이자! 최설이란 헌터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 시간 없다. 12시간 안에 시민들 대피시키고 대비까지 끝내야 한다!”

“어쩐지 내려 오기 싫더라니…… 어떻게 너랑만 엮이면 사고가 터지냐. 하아-.”

로롤로 이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바로 움직였다.

최설에게 협상단으로 데려온 실무 책임자들을 붙여, 시청에 정보를 제공하고 바로 시민들을 대피시킬 준비를 했다.

이 사이 박혁 이사는 로롤로 이사 앞에 공방 도시 정밀지도를 펼쳤다.

거대한 분지에 자리한 공방 도시와 그 중앙을 관통하는 강.

그리고 이 위에 자리한 12개의 메인 증기탑.

박혁 이사는 펜을 들어 도시 중앙, 중앙 광장에 원을 그렸다.

“여기 중앙 광장 지하에 중앙 지열봉이 연결된 마그마 챔버가 있다. 마그마가 솟아 나온다면 도시 한곳에서 솟는 게 아니라. 이렇게 차오르게 될 거다.”

쓰윽, 쓰으윽-

중앙 광장을 시작으로 몇 개의 원을 그리는 박혁.

로롤로는 바로 알아챘다.

“도시 위가 아니라 도시 아래 지하 공간에 마그마가 차오른다는 말이구나!”

“맞아. 지하 공간에 마그마가 가득 차올라 도시 전체가 끓어오르고. 한계 이상으로 압력이 높아지면. 분지 전체에 깔린 지열탑과 증기관으로 마그마가 쏟아질 거다!”

“아니면 그 전에 도시가 통째로 마그마가 차오른 지하 공간으로 무너지거나.”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혁과 로롤로의 머릿속에는 이미 대응 방법이 떠올랐다.

“바람구멍.”

“숨구멍.”

동시에 말한 순간 두 사람은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로롤로 이사가 중앙 광장을 짚었다.

“이 중앙 광장 주위 건물을 무너트려 막고.”

“광장 바닥에 숨구멍을 뚫자. 이곳 중앙 광장이 분지에서 가장 낮으니까. 용암은 둑을 쌓은 광장에 고일 거다.”

박혁 이사가 바로 말을 이어받았다.

“여기 호수까지 길을 내서 중앙 광장에 고일 마그마를 빼줘야 한다.”

쓰으윽-

중앙 광장 남동쪽으로 그어지는 두 줄기 선, 마그마가 빠져나갈 수로!

이렇게 마그마가 고이고 빠져나갈 길을 만들면, 도시 안에 안전지대를 만들 수 있었다.

분지 안의 모든 시민을 12시간 안에 분지 밖으로 대피시키는 건 불가능하지만, 도시 안에 만든 안전지대로 이동시키는 건 가능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피시킬 안전지대는 지도를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북쪽 고지대 시가지. 여기를 안전지대로 해야겠군.”

“맞아! 설령 둑이 무너져도 북쪽 고지대 시가지는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틸 거다.”

박혁 이사가 말하는 순간 로롤로 이사는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이 모든걸 12시간 이내에 해야 한다는 거다. 대피는 가능해도 이 넓은 광장에 둑을 쌓는 건…… 최소 2, 3일은 걸릴 공사다. 시간이 모자라.”

박혁이 로롤로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넌 할 수 있지.”

“또 뭔 헛소리를 하려고…….”

로롤로가 어이없어하는 순간.

박혁은 소리차단 마법을 겹겹이 펼치고 말했다.

“너 나이트 아머 가져 왔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알잖아? 부산 던전은 들 수 있는 물건 아니면 가지고 못 들어오는 거.”

“나만 알고 있고, 앞으로도 나만 알고 있을 거다. 아니 오늘 이 시간 이후 내 기억에서도 아예 지울 거고. 그리고 이곳에 나타난 나이트 아머는 공식적으로 없던 거로 처리될 거고…….”

“뭔 음모론 영화 찍는 소리를 하고 있어?”

로롤로가 어이없어하는 순간.

박혁은 쐐기를 박았다.

“옐로스톤에 있는 제국 기사단. 접촉했지?”

……

박혁과 로롤로.

두 초거대기업의 이사는 바로 움직였다.

마력 각성자와 소방차, 살수차를 총동원해 0701번 증기탑을 냉각시키고.

시청을 움직여 공방 도시 전체에 북부 고지대, 안전지대로의 대피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솟구칠 용암을 가두기 위해 중앙 광장 주위 건물을 때려 부숴 거대한 둑을 만들었다.

수백 명의 헌터가 이일에 동원됐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자잘한 정리 정도였다.

건물과 빌딩의 철근 콘크리트를 박살 내 무너진 건물과 빌딩으로 거대한 둑을 쌓고 있는 건.

나이트 아머였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해머가 떨어지는 순간 철근이 단숨에 날아가고 기우뚱 넘어가는 5층 건물!

기이이이잉-

나이트 아머는 능숙하게 넘어가는 건물을 받아 광장 가장자리 도로를 막았다.

이 순간 터져 나오는 환호성.

우와아아아-

“엄마! 저기 거대 로봇이야!”

“와- 단숨에 건물을 때려 부쉈어!”

“마이너 타이탄! 어떻게 여기에!?”

“우리 로봇 좀 구경하고 가면 안 돼요?”

엄마 아빠, 선생님을 따라 대피 중인 꼬맹이들은 전단지로 만든 종이 모자를 쓰고 환호성을 지르며 외쳤다.

이때 광장에 구멍을 뚫던 헌터들은 던전에서 보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존재에 어이없어했다.

“아니…… 저걸 도대체 어떻게 가지고 들어온 거야!?”

“나이트 아머면 못해도 수십 톤인데…… 그걸 사람이 짊어지는 게 가능해!?”

* * *

0701번 증기탑 지하 통로로 들어온 지 1시간!

땅땅, 땅땅땅-

망치로 때리는 것처럼 증기관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치이, 치이이익-

통로에는 고온, 고압의 증기가 가득 깔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10분도 버티기 힘든 극한의 환경!

그러나 천문석은 절정의 무인이고,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 수석 모두 대단한 수준의 마력 각성자였다.

세 사람은 증기가 깔린 지하 통로를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걸었다.

마수와 몬스터는 없었지만, 통로에 가득한 열기에 터질 듯 숨이 가쁘고.

파아앙- 불시에 터져 나오는 증기에 세 사람은 바짝 긴장해야 했다.

팟-

이때 김철수 발명가가 마력광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있던 일.

천문석과 추이린이 멈춰 선 순간.

찰칵, 찰칵-

회중시계를 든 김철수 발명가가 앞으로 나서서 돌벽에 손을 짚었다.

쿠르르르-

낮은 진동과 함께 벽 위쪽 4미터 위치에 마력광이 생겨났다.

그리고 벽에 생겨난 거대한 골렘의 윤곽!

증기관이 지나가는 지하 공간을 지키는 보안 골렘이었다!

김철수 발명가는 순식간에 보안 골렘을 대기 모드로 전환하고 손으로 원을 그렸다.

지하 공간 벽 곳곳에 숨어 있는 이 보안 골렘 때문에 세 사람은 지난 한 시간 동안 조심조심 지하 통로를 걸어야 했다.

천문석은 다시 앞장서 기감을 퍼트렸다.

기감에 숨어 있는 보안 골렘은 걸리지 않지만, 통제실로 이어지는 입구를 찾기 위해서는 천문석이 기감을 퍼트리며 이동해야 했다.

세 사람은 다시 자욱한 증기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30분 후.

충전된 에너지를 아끼느라 강화 전투복의 항온 기능은 꺼둔 상태.

전신에선 땀이 줄줄 흐르고 바짝 긴장한 육체는 피로가 쌓여 뻣뻣하게 굳었다.

이때 문득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다!

끝없이 울리는 땅땅 소리에 목소리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상황.

천문석은 미리 약속한 대로 주먹을 들어 신호했다.

모두가 멈춘 순간, 천문석은 기감을 일으켜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는 곳을 확인했다.

길게 이어지는 증기관으로 막힌 벽!

가까이 다가가자 냉기가 점점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 벽! 여기서! 냉기가 느껴집니다!”

쿵, 쿵-

천문석은 벽을 두들기며 소리쳤고, 김철수 발명가는 바로 앞으로 나섰다.

찰칵, 찰칵, 찰칵-

김철수 발명가는 회중시계 용두를 누르며 벽으로 마력 파동을 흘려 넣었다.

쿵, 쿵, 쿵, 쿠르르르릉-

곧 돌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고.

휘이이이잉-

문이 열리고 차가운 바람이 확 쏟아져 나왔다.

“통제실로 이어지는 통로다! 바로 들어가자!”

모두 들어오자 김철수는 입구를 닫고 패널을 조작했다.

쿠르르르, 쿵-

입구가 닫히자 땅땅- 끝없이 울리던 소음과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천장에서 밝혀지는 전등.

팟, 팟, 팟-

환한 전등 빛 아래 강철로 만들어진 통로가 나타났다.

얼핏 봐도 천장은 이십 미터가 넘고, 폭은 왕복 4차선 도로 이상.

사람이 다니는 통로라기보다 대형 트럭이 줄지어 다닐 강철 터널이 나타났다.

“여기는 대체?”

“여기가 소문의 던전 도시 유적인가요!?”

천문석과 추이린이 주위를 살피며 감탄하자, 김철수 발명가는 입을 가리던 마스크를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 터널 원래부터 이 분지에 있던 던전 유적이다.”

완만한 경사를 그리며 휘어지는 터널을 가리키는 김철수.

“이 나선 터널 끝까지 내려가면 통제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여기는 증기관이 지나는 공간과 분리된 공간이라 보안 골렘이 없고 안전하다! 그냥 달리면 된다! 강철 바닥 미끄러우니까 조심하고!”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천문석은 바로 앞으로 나서 강철 터널을 달렸다.

이 나선 터널을 통과하면 곧 통제실에 도착한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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