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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02화 (40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02화>

부산 던전 7층 분지에 세워진 공방 도시.

파앙, 파아앙-

증기관 폭발음이 사방에서 터지고.

치이익, 치이이이-

새하얀 증기가 곳곳에서 솟구친다!

도시 전체에서 솟구친 증기는 분지 위를 지나가는 영하의 냉기와 만나 비가 되어 쏟아지고, 이 비가 달아오른 증기관과 만나 다시 뿌연 수증기를 피어올렸다.

공방 도시 전체가 뿌연 수증기에 뒤덮인 난장판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공방 도시 북쪽 고지대, 분지를 둘러싼 산기슭에 세워진 레이 실트의 마도구 제작 공방에선 이 모든 게 아주 잘 보였다.

레이 실트는 황당한 얼굴로 외쳤다.

“아니, 증기탑이 왜 터져!?”

공방 도시의 증기탑은 노움의 기술력이 집결된 유적의 설비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공방 도시 수십 배 규모, 수백 년 역사의 강철 도시에서도 증기탑이 폭발한 건 단 한 번뿐.

마도 제국 일곱 재앙의 수괴가 테러를 저질렀을 때뿐이다!

그런데 지금 증기탑이 터졌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다.

레이 실트의 시선이 창밖으로 펼쳐진 공방 도시를 훑었다.

하나, 둘, 셋……!

뿔처럼 도시 곳곳에 높게 치솟은 증기탑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연쇄 폭발!

한계 이상의 열과 압력으로 증기탑이 연쇄 폭발하려 한다!

레이 실트는 강철 도시에 공방이 있었기에 왜 이렇게 됐는지 짐작이 갔다.

중앙 지열봉이 한계 이상으로 과열되고 있다!

“설마, 중앙 지열봉이 아작나서 마그마가 분출하는 아냐!?”

최악의 상황을 떠올린 순간 바로 저어지는 고개.

긴급 봉쇄 절차가 있으니 그럴 리는 없다!

그러나 중앙 지열봉이 계속 과열되어 증기탑이 연쇄 폭발하면, 도시가 쑥대밭이 되는 건 시간문제!

그렇게 되면 자신의 마도구 제작 공방도 박살 난다!

“하, 시바! 어떻게 자리를 잡으니까! 바로 사고가 터지냐!”

레이 실트는 분통을 터트리며 손을 휙- 저었다.

마력화로에서 제련되던 강철봉이 날아와 손에 잡히는 순간 레이 실트는 건물 밖으로 달렸다.

마도구 제작 공방을 지키려면 당장 움직여야 했다!

레이 실트는 마도구 제작 공방에서 나온 즉시 마당에 강철봉을 때려 박았다.

쿠아아앙-

산이 무너지는 굉음이 터지고 강철봉이 땅을 꿰뚫는 순간.

파아아앙-

흙이 폭발하듯 치솟고,

치이이이이이-

새하얀 증기가 솟구쳤다.

건물로 들어오는 증기관에 구멍을 내서 시간을 벌었지만, 도시가 쑥대밭이 되면 망하는 건 마찬가지, 어떻게든 연쇄 폭발을 막아야 한다!

레이 실트는 재빨리 공방 도시를 살폈다.

이곳 공방 도시의 구조는 강철 도시와 같다.

즉, 12개의 메인 증기탑에 지하 통제실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을 거다.

그 입구를 지나 통제실로 들어가 증기탑을 긴급 냉각시키면 연쇄 폭발을 막을 수 있다!

가장 가까운 메인 증기탑은 3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0001번 증기탑!

레이 실트는 강철봉을 들고 0001번 증기탑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0001번 증기탑에 도착하는 순간 깨달았다.

“어, 이거 뭐야! 리미트가 왜 풀려 있어!? 어떤 미친놈이…….”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

마도 제국 최악의 테러리스트, 일곱 재앙의 수괴!

그놈이 강철 도시에 저질렀던 테러 와 전개가 비슷하다!

강철 도시 지하에 고대의 악이 잠들어 있다고 주장하며, 12 증기탑의 리미트를 풀고 그 열에너지를 마력으로 전환해 대마법을 펼치려 했다!

제국 기사단과 3명의 마도왕이 즉시 달려와 간신히 증기탑 하나 터지는 거로 막았던 그때와 같은 상황이다!

만약 누군가 의도적으로 리미트를 풀었고, 긴급 봉쇄 절차가 무력화됐다면 연쇄 폭발로 끝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도시 지하의 마그마가 솟아 나올 수도 있었다.

이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느껴졌다.

마도 전쟁에서 수천수만의 적군을 박살 냈었다.

그러나 천공탑, 마도 황제의 유물을 오르면서 깨닫게 됐다.

작은 행동 하나로도 변화하는 운명은 생사를 넘어 존재의 본질에 새겨진다.

대참사의 징조를 목격한 순간 자신에겐 이걸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이것이 세계의 나무를 가로질러 자라나는 천공탑에 들어온 자에게 부여된 의무였다.

문제는 자신에겐 남은 마력이 많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이 레이 실트의 강철봉이 있었다!

레이 실트는 붉게 달아오른 증기탑 바닥에 강철봉을 때려 박았다.

콰아아앙-

보호 마법이 집중된 물리력에 깨져 나가고 단단한 화강암이 와르르 무너져 뻥 뚫린 구멍이 드러났다.

파아아아앙-

증기가 폭발적으로 치솟는 순간.

레이 실트는 주저 없이 구멍으로 몸을 던졌다.

* * *

“……그렇게 중앙 지열봉을 냉각시키면 된다.”

김철수 발명가의 설명이 끝난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머릿속으로 들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1. 0701번 증기탑을 폭발하지 않게 냉각시킨다.

-2. 그 사이 메인 증기탑 아래 통로로 들어가 통제실 아래에 존재하는 ‘중앙 지열봉’을 냉각시킨다.

해야 할 일은 심플했다.

문제는…….

“통제실 아래 중앙 지열봉이 드러난 폐쇄 공간! 그곳에는 마력과 마그마의 열기가 뒤섞인 마력 폭풍이 몰아친다. 부정형 몬스터가 가득할 거다!”

부정형 몬스터 일명 고스트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

“나 혼자서는 안 돼. 최소한 세 명의 마력 각성자가 같이 들어가고, 밖에서 증기탑을 냉각시킬 사람도 필요하다!”

그리고 마력 각성자가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력 각성자는 부두에 도착해서 찾죠. 그곳으로 저희만 가고 있을 리 없습니다!”

외치는 순간 도로 한쪽 가로등을 들이박고 정차한 트럭이 보였다!

살수차!

지금 딱 필요한 종류의 차량이다.

“저 트럭 타고 움직이죠! 살수차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도로가 엉망…….”

김철수 발명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문석이 외쳤다.

“최설 운전해라! 내가 길 열게!”

“알았어!”

이미 몇 번이나 호흡을 맞춘 최설이 바로 살수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으아아악-

천문석은 기합을 지르며 도로에 밀린 차량을 밀어냈다.

콰아아, 쿵, 쿵, 쿵-

서로 맞물려 멈춰 선 차량이 연석 위 인도로 밀려 올라갔다.

많이 밀어 낼 필요는 없었다.

뒤엉킨 차량 2, 3대를 밀어내자 수십 대가 연쇄적으로 밀려나 도로가 뚫리고, 살수차는 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야, 빨리 올라타!”

천문석은 살수차 운전석 난간을 밟고 매달려 물의 양부터 확인했다.

“물은 어때?”

“가득 차 있다!”

“바로 부두로 달리자! 혹시 도로 막혀도 완전히 멈추지는 말고 속도만 줄여 내가 바로바로 길 열게!”

“알았어!”

이렇게 살수차를 타고 도로를 뚫고 달리길 10분.

지붕 위로 보이던 0701번 증기탑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곧 부두 구역이 나타났다.

그러나 부두 구역 입구는 배를 타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난장판이었다.

“길 열어!”

빵, 빠앙-

내력을 실은 외침이 터지고 트럭 경적이 울리는 순간 부두 입구 직원들이 깜짝 놀라 외쳤다.

“살수차다!”

“야! 당장 길 열어!”

“입구 틔워! 헌터들! 입구 틔우는 거 도와줘!”

“저 살수차 당장 들여보내야 한다!”

직원들의 다급한 외침이 이어지고 헌터들과 직원들이 도로에 몰린 사람들과 차량을 밀어내 급히 길을 틔웠다.

부으으으응-

살수차가 멈추지 않고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직원들이 높게 솟은 증기탑을 가리키며 외쳤다.

“바로 증기탑으로 달려!”

“저 증기탑! 마력 각성자가 간신히 폭발을 막고 있어!”

* * *

폭발로 화강암이 떨어져 나가 그 안의 지열봉이 드러난 0701번 증기탑.

추이린은 이 증기탑에 붙어 사력을 다해 냉각시키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추이린은 악을 쓰며 다시 한 번 마력을 끌어올렸다.

전신에서 쏟아진 마력 파문이 퍼져 나가는 순간.

마법으로 만들어 낸 냉기가 폭발하듯 펼쳐졌다.

꽈드드득-

엄청난 냉기에 공기 중 수분이 단숨에 얼어붙어 얼음알갱이가 되고 터질 듯 달아오르던 대기가 확 식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치이이이익-

증기탑에서 뜨거운 증기가 치솟고.

얼음알갱이는 순식간에 녹아 버리고 대기의 온도는 다시 올라갔다.

그러나 대기 온도가 내려간 이 짧은 틈, 주위에 대기 중이던 사람들이 달려와 달아오른 증기탑에 물을 뿌렸다.

치이, 치이이익-

달궈진 철판에 물을 뿌린 것처럼 확 일어나는 수증기.

사람들은 물을 뿌려 증기탑을 식히며 다급히 외쳤다.

“이대로는 안 돼!”

“곧 2차 폭발한다!”

“소방차 아직이야!?”

“시내가 난장판이라! 오는데 20분 정도 걸린다!”

“소방 호스는!?”

“지금 전력이 나가서…….”

“소방 호스는 전력이랑 상관없잖아!?”

“가까운 입구가 전동 문이라 막혔습니다! 쪽문으로 소방 호스를 빼고 있는데! 길이가 모자라 지금 다른 호스 가져와 연결 중이에요!”

“하, 시바! 뭐 되는 게 없어!”

“당장 뭐든지 해야 한다! 저 마력 각성자 한계다!”

……

사방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외침들.

추이린은 증기에 몸이 달아오르는 것 이상으로 가슴이 타들어 갔다.

0701번 증기탑!

이걸 이렇게 만든 게 자신이었다!

처음 전격을 갈긴 순간 추이린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겹겹이 깔린 보호회로 위로 흘러야 했던 전격이 탑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곧 거대한 증기 폭발이 일어났다.

간신히 증기 폭발의 방향을 하늘로 바꿨으나, 증기탑은 순식간에 달아오르고 도시 전체에 깔린 증기관에 압력이 차올랐다.

이 순간 직감했다.

좆됐음을.

이제는 정체가 드러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 증기탑이 2차 폭발하고 그걸 시작으로 도시 전체로 연쇄 폭발이 이어지다가 발전소로 이어지는 대형 증기관이 폭발하면 끝장이다!

이 공방 도시 지하에는 던전 유적이 존재한다.

대형 증기관이 폭발하면 공방 도시 중심부가 무너져 내릴 거다!

대참사를 직감한 추이린은 즉시 증기탑에 달라붙어 냉기 마법으로 증기탑을 식혔다.

처음 폭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으아아악-

추이린은 마력을 끌어내 냉기 마법으로 다시 한 번 대기 온도를 낮추며 물을 나르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그냥 모두 도망쳐! 이거 곧 폭발…….”

빠앙, 빠아아앙-

이때 다급한 경적이 울렸다.

그리고 폭발하듯 터져 나온 환호성.

우와아아아아-

“뭐야!?”

당황한 추이린이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쏴아아아아아-

거센 물줄기가 달아오른 증기탑을 때리고 추이린에게 쏟아졌다.

화상을 입을 듯 뜨거운 물이 전신에 쏟아지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살수차! 이 타이밍에 살수차라고!”

하하하하하-

추이린이 하늘을 향해 미친 듯 웃음을 터트릴 때,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이린 수석 연구원님?”

“……!”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살수차에 매달려 있는 헌터가 보였다.

천문석.

아이러니하게도 살수차를 가져온 사람은 배송의뢰를 맡긴 천문석, 어제부터 피해 다니던 헌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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