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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01화 (40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01화>

"어떻게 일이 이렇게 꼬여!!"

자신도 모르게 외친 순간, 하늘이 핑 돌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추이린은 벽을 짚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설마 이런 일로 일주일이 넘게 던전을 내려온 협상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협상이 일어나는 도시가 난장판이 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와그작-

전단지를 구긴 추이린은 바로 달렸다.

난장판이 된 곳에 오너의 대리인이 나타날 리 없다!

W. S. 인더스트리와 재금 그룹이 도착하기 전에 이 난장판을 잠재워야 한다!

타다다다-

골목을 나와 광장을 달리던 추이린은 돌연 멈춰섰다.

"....!?"

당장 이 난장판을 막아야 하는데,

자신이 지금 천문석을 만나면 지난 몇 달간 준비한 계획은 모두 허사가 된다.

아니, 그전에 천문석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때 손에 움켜쥔 전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전화번호!'

추이린은 바로 전단지에 인쇄된 제보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띠리리리리-

인트라넷 송신음이 몇 번 이어지더니 곧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성 사서함입니다.

=제보는 오늘 정오 12시 정각, 0701번 증기탑 앞에서만 받겠습니다.

그리고 뚝 끊어지는 전화.

0701번 증기탑!

증기탑 앞번호는 공방 도시 정북, 12시 방향 00XX번을 시작으로 동쪽 03XX, 남쪽 06XX, 서쪽 09XX 식으로 시계판 배열대로 붙는다.

뒷번호 01은 해당 지역의 메인 증기탑이란 이야기!

0701번 증기탑이면, 공방 도시 7시 방향 부두에 있는 메인 증기탑이다!

추이린의 시선이 0701번 증기탑이 있는 부두로 향했다.

지금 시간은 8시!

정오가 되기 전에 무슨 방법이든 사용해 이 미친 짓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생각 순간 이 미친 짓을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떠올랐다.

제보할 장소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

0701 증기탑을 뇌전으로 지져주고,

인트라넷 통신사를 찾아 녹음된 사서함 음성을 삭제한다!

과격하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렇게 난장판이 된 경우 가장 간단한 방법이 보통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었다.

"택시! 부두로! 당장 부두로 가주세요!"

추이린은 바로 전기 택시를 잡아타고 0701번 증기탑이 있는 부두로 향했다.

---

밤새 마력통신 안테나 조정을 끝내고,

11개의 메인 증기탑 조율을 끝낸 김철수 발명가.

김철수 발명가는 마지막 0701전 증기탑을 조율하러 걷던 중 전단지를 밟았다.

"아니 웬 전단지가 이렇게 많이 떨어져 있어."

무심결에 구두에 붙은 전단지를 떼자 보이는 문장.

[재금 그룹 오너의 후계자 | 추이린 수석 연구원을 찾습니다.]

"...뭐?!"

김철수 발명가는 버리려던 전단지를 펼쳐 다시 한번 살폈다.

"추이린이···. 재금 그룹 오너 딸이라고?!"

즉시 머릿속으로 역산해봤다.

추이린은 노화가 역전된 1세대 헌터,

20대로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지금 나이가 30대 후반 정도다.

2000년 게이트가 열렸을 때 추이린은 10대 후반!

순식간에 계산이 끝나고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추이린이 오너의 딸일 가능성은 없다!

자신이 처음 오너를 만난 게 2000년.

그때 이미 추이린이 오너보다 나이가 많다!

"하, 레이 실트에 추이린까지. 뭔 헛소문이 이렇게 퍼지는 거야!"

어차피 가만히 놔두면 사라질 헛소문.

김철수 발명가는 소문에 대응해서 불을 지피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이런 어이없는 전단지가 공방 도시에 뿌려졌다.

지금 보니 광장을 달리는 광기 어린 사람들은 '추이린'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계획이 완성될 공방 도시가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20년의 비원이 완성되려는 중요한 순간에!

김철수 발명가는 전화기를 꺼냈다.

마력통신 안테나의 조정은 끝났고,

증기탑은 11개의 메인 증기탑 조정이 끝났다.

0701번 마지막 증기탑 조정을 마무리 짓고.

W. S. 인더스트리와 재금 그룹이 도착해서 협상을 시작할 때까지만, 재금 그룹의 힘을 동원해 억누르면 된다!

생각을 끝마치고 전화를 걸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일 끝날 때까지 약속대로 난 빼주는 거다. 절대 나 부르면 안 된다."

"야, 몇 번을 확인해. 알았다니까. 각서라도 써줄까?"

"진짜로?! 당장 각서 쓰자! 종이랑 펜이 여기 어디 있을 텐데···. 어!"

목소리의 주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반가움이 가득 담긴 탄성이 들려왔다.

"앗! 김철수 발명가님! 어떻게 여기서 만나네요!"

"...."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할 때 불쑥 튀어나오는 사람.

"이 분 최설 네가 아는 분이야?"

"어, 넌 처음 보는 거야? 이 분 우리 사장님 친척분이시잖아."

"철수형 친척분이시라고?"

"우리 복합엔진 화물차 발명하신 분! 발명가님 저 기억하시죠? 제가 얼마 전에 화물차 정비 때문에 가져다드렸는데···."

"...."

김철수 발명가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천문석이 탄성을 터트렸다.

"아! 그 철수형이랑 이름이 같다던 발명가분!"

천문석은 최설의 말을 듣는 순간 바로 눈앞 남자의 정체를 알아챘다.

이세계 쿠팡맨 때 사용한 복합엔진 화물차의 발명가!

철수형의 먼 친척 아저씨라는 그분이다.

"안녕하세요. 철수형과 같이 일하고 있는 천문석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들었는데 직접 뵙는 건 처음이네요."

천문석이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순간.

김철수 발명가는 돌처럼 굳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천문석이 자신을 소개하기 전에,

이미 김철수 발명가는 상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문석에 대해선 가죽 수첩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이 속담처럼 천문석 그는 무너진 하늘이 솟아날 '구멍', 천운이 따르는 헌터다.

사면초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도저히 어떻게 헤쳐 나갈지 눈앞이 깜깜할 때,

천운의 헌터 뒤를 따르면 위기를 벗어 날 수 있다.

극찬에 가까운 설명.

하지만 그 아래 긴박한 필체로 적힌 문장들이 있었다.

-하 시바! 위에 글 내가 제대로 설명해준다.

-하늘이 솟아나려면 우선 무너져야 하고, 위기를 헤쳐나오려면 우선 위기가 닥쳐야 한다는 뜻이다!

-순탄하게 수첩 마지막 장까지 마무리 짓고 싶다면 절대 절대로 엮이지 마라!

-특히 절대 이 헌터 앞에서 이름을 말하면 안 된다!!

....

===

김철수 발명가는 이 문장들이 너무 과장됐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죽 수첩에 적힌 충고를 충실히 따랐다.

굳이 찜찜한 일을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천문석과 맞닥뜨리고,

복합엔진 화물차를 가져올 때 만났던 사무실 직원을 만나 소개까지 받아 버렸다.

김철수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생각지도 못한 일에 얼떨떨했다.

그래서 천문석이 다시한번 고개 숙이며 인사하는 순간.

"철수형 친척인 김철수 발명가님이시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 네. 김철수 발명가 맞습니다. 철수 조카에게 그동안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대답해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앙-

이 순간 엄청난 폭발음이 터지고 새하얀 수증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0701번 증기탑 방향이었다!

---

폭음과 함께 새하얀 수증기가 수백 미터를 치솟는 순간.

쾅, 쾅, 콰앙-

사방의 유리창이 박살 나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꺄아아아-

쏟아진 유리 조각에 비명이 터지고.

쿵, 쿵, 콰웅-

타이어가 터진 자동차들이 도로 위에서 연쇄 추돌했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는 도로와 인도!

"이게 대체!?"

최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보는 순간.

쿠르르르릉

도로 판석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최설! 옆으로 붙어!"

천문석은 외치는 동시에 발을 내리찍었다.

퉁-

판석이 튀어 오른 순간 그 아래 땅에 날카로운 경력이 실린 강화 해머를 때려 박는다!

쿵-

날카로운 경력이 땅을 지나 증기관을 뚫는 순간.

치이이이익-

땅에서 솟구치는 새하얀 증기!

증기가 빠져나가자 곧 폭발할 듯 요동치던 판석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얼굴이 하얗게 질린 최설에게 바로 설명하는 천문석.

"증기관에 압력이 엄청나게 차오르고 있다! 방금 일어난 수증기 폭발 때문인 것 같아! 첫 폭발이 7시 방향이다! 저쪽 증기탑이 폭발한 거 같아!"

"뭐?! 증기탑이 왜 폭발해?!"

천문석은 고개를 젓고 손을 들어 지붕 위를 가리켰다.

"이유야 나도 모르지! 그것보다 저기 봐라!"

순간 천문석의 손을 따라 움직이는 최설과 김철수 발명가의 시선.

두 사람은 경악했다.

건물 지붕 위로 솟은 증기 탑들!

수많은 증기탑에서 흩날리는 증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저거 설마!?"

"이대로면 연쇄 폭발한다! 바로 움직여야 해! 우선 찜질방에서 짐부터 찾자! 가까우니까 김철수 발명가님도 같이 움직이시죠!"

천문석은 바로 앞장서 달렸고,

그 뒤를 최설과 김철수 발명가가 얼떨결에 따랐다.

쾅, 콰아앙-

도로와 건물 곳곳에서 폭음이 터지고 증기가 치솟았다.

치이이익-

날카로운 증기 사이로 추이린을 찾아다니던 헌터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증기관! 증기관 압력이 오르고 있다!"

"이대로면 폭발한다! 구멍 내야 해!"

"방패로 증기 좀 막아라! 내가 깨 부술게!"

쾅, 쾅, 콰아앙-

상황을 눈치챈 헌터들은 재빨리 벽과 도로를 부수고 증기관에 구멍을 뚫어 차오르는 증기압을 뺐다.

치이이이익-

증기관에 구멍이 뚫리자, 들썩이던 도로와 벽은 멈춰섰지만,

하늘로 높게 솟은 증기탑에서 쏟아지는 증기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치이이이이-

사방에서 솟구친 뜨거운 증기가 차가운 바람과 만나 비가 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건물과 도로 증기탑에 닿는 순간 무럭무럭 김이 솟구쳤다.

공방 도시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때 형제 찜질방이 나타났다.

"최설 바로 짐 챙겨 나와! 김철수 발명가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천문석과 최설이 찜질방으로 들어간 순간.

김철수 발명가는 바로 몸을 돌려 0701번 증기탑으로 달려가려 했다.

이때 들려오는 날카로운 증기 새는 소리!

쐐애애애애애액-

문득 고개를 돌린 순간, 증기가 새어나오는 증기탑 전체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붉은빛을 보는 순간 김철수 발명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증기탑의 최종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온도와 압력이 한계 이상으로 올라가 증기탑 자체가 붕괴할 때만 작동하는 최종 안전장치가!

"벌써 최종 안전장치가 작동할 리 없는데?!"

이 정도 증기 폭발이 일어났다고 최종 안전장치가 작동해 증기탑이 폐쇄될 리 없었다!

이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

조금 전까지 증기탑을 조율하던 상황이었다!

11개의 메인 증기탑 조율을 끝내고 마지막 한 개 0701번 증기탑만 남아 이곳에 모든 마력회로가 집중된 상태였다!

‘설마 그것 때문에?!’

순간 전율이 흘렀다.

00번에서 11번까지 공방 도시 전체에 흩어진 12개의 메인 증기탑!

이 메인 증기탑은 도시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중앙 지열봉과 연결되고.

이 중앙 지열봉은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마그마 챔버에 꽂혀 있다!

최종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12개의 메인 증기탑이 모두 폐쇄되면.

빠져나가지 않는 에너지에 중앙 지열봉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한계를 넘는 순간 긴급 봉쇄 절차에 들어간다.

중앙 지열봉의 고정 장치가 풀려 마그마 챔버로 떨어지는 동시에,

중앙 지열봉이 박혀 있던 거대한 구멍이 마력회로가 깔린 강화 강철로 막힌다!

그러나 지금은 마그마 챔버 구멍을 막는 마지막 단계가 진행되지 않는다!

자신이 하던 조율 때문에!

이대로 최종 안전장치가 작동하면, 마그마 챔버의 엄청난 용암이 중앙 지열봉이 빠진 구멍을 통해 분출한다.

즉, 이 거대한 분지 전체가 용암 호수가 된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김철수 발명가가 휘청이는 순간 천문석과 최설이 찜질방에서 차례로 뛰어나왔다.

"아주머니! 이게 끝이 아니에요! 위험하니까 얼른 대피하세요!"

다급히 외치며 나온 천문석은 최설에게 말했다.

"바로 움직이자!"

"어디로 갈 건데?"

"7시 방향 부두! 우선 폭발한 증기탑 확인해보고. 방법 없으면 바로 튀자. 내가 선두! 넌 후미에서 김철수 발명가님 챙겨라."

천문석은 달리기 전에 우선 김철수에게 확인했다.

"부도로 빠져나갈 생각인데. 혹시 짐이나 일행 있으신가요?"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넋이 나가 있던 김철수가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말했다.

"당장 0701번 증기탑으로 가야 해! 이대로 놔두면 공방 도시 끝장이야! 지금···."

천문석은 손을 들어 김철수 발명가의 말을 끊었다.

"저희도 그쪽으로 가니까. 우선 이동하면서 듣죠. 제 뒤로 바짝 따라오세요!"

천문석은 앞장서 달렸다.

치이이이익-

사방에서 새하얀 증기가 쏟아지고.

콰, 콰아앙-

한계 이상으로 압력이 차오른 증기관이 폭발하며 판석이 날아가고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헌터들이 증기관을 꿰뚫어 압력을 줄였지만, 임시방편일 뿐!

도시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증기관은 너무나 거대하고 광범위했다.

공방 도시는 순식간에 전쟁터 한복판 같은 난장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도로는 순식간에 막히고 사방에서 다급한 외침과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난장판을 뚫는 것이야말로 천문석의 특기!

앞장선 천문석은 위기 상황에 더욱 예리하게 일어난 직감으로 골목, 비상계단, 옥상, 지붕을 넘나들며 순식간에 시가지를 지나 부두를 향해 달렸다!

이렇게 달리는 동안 김철수 발명가는 앞으로 일어날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그리고 0701번 증기탑, 최초로 폭발한 증기탑이 멀리 건물 위로 보이는 순간.

김철수 발명가의 설명이 끝났다.

“....그렇게 된 거야! 당장 막지 않으면, 이 도시의 모든 사람이 끝장난다!”

"...."

천문석은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으아! 시바! 뭐 이런 병신같은 상황이!"

분통을 터트리는 최설이 자신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폭발한 증기탑을 확인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하고,

방법이 없을 것 같으면 재빨리 부두에 있는 배를 얻어타고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김철수 발명가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 계획은 폐기됐다.

이건 그냥 사건·사고가 아니었다.

무조건 막아야 하는 재앙이었다!

지금 당장 대피 경보를 한다고 해도 공방 도시의 모든 사람을 대피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마그마 챔버가 새어 나오는 순간 공방 도시가 전체가 용암 호수에 잠기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천문석은 다시 확인했다.

“이걸 막을 방법이 있다고요?”

배송 의뢰를 달성하기 위해 전단지를 뿌린지 한 시간.

상황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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