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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00화 (40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00화>

"야! 그냥 시청에다가 맡기면 되잖아!"

최설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고개를 저었다.

"헌터 간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어서, 시청에선 맡아줄 수가 없데."

"너 그 스마트폰! 그걸로 연락하면 되잖아! 전화든 이메일이든 뭐든지 보내!"

"여기 던전 안이잖아? 통신망, 인트라넷 모두 여기 7층 공방 도시 안에서만 되는 내부망이다."

“그럼 그냥 아무한테나 맡겨!!”

천문석은 고개를 저으며 의뢰서를 내밀고 한 문장을 손으로 짚었다.

[반드시 ‘의뢰인’에게 직접 전달할 것!]

"....어쩐지 너무 순조롭다 했어! 행운은 무슨! 으으으-"

최설이 머리를 잡고 고통스러워할 때.

천문석은 최설의 어깨를 두들겼다.

“힘내자! 최설!”

“야, 이 씨!!”

어째선지 최설이 두 배로 분노하는 순간.

천문석은 머리를 굴렸다.

어제 시청 앞 게시판 광장을 지나갈 때 봤듯이 '외치기'를 하는 사람들의 수가 하나둘이 아니다.

게시판을 보는 사람들 대다수는 이 사람들이 나눠주는 전단지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버렸다.

시선을 확 잡아끌어 사람들이 전단지를 확인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걸 위해 자신이 준비한 게 메이드 복과 고양이 인형 옷!

최설이 이 옷을 입고 적극적으로 전단지를 나눠주게 만들어야 했다!

천문석은 분노하는 최설에게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최설. 이 메이드 복···."

"야! 안 해! 메이드 복 절대 안 입어!!"

은근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바로 눈치채고 절대 불가를 외치는 최설!

천문석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도 잠깐만 내 말 좀 들어줘. 말 좀 듣는다고 손해 볼 건 없잖아?"

'뭐지, 이렇게 쉽게 포기할 녀석이 아닌데?'

최설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30분 후.

시청 앞 공고문 게시판이 늘어선 곳, 수많은 사람이 ‘외치기’를 하는 자리에 한 사람이 추가됐다.

입간판을 앞에 세우고,

전신 고양이 인형 옷을 입은 채,

두 번 접어 만든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

최설이었다.

그리고 시청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위,

천문석이 고양이 인형 옷을 입고 전단지를 돌리는 최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최설을 설득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한마디만 하면 됐다.

-1. 메이드 복 입고 전단지 돌리기.

-2. 고양이 인형 옷 입고 전단지 돌리기.

"이 방법 아니면 공방 도시 전체를 뒤지고 다녀야 한다. 기약 없이."

"...."

최설이 메이드 복과 고양이 옷을 번갈아 보는 순간.

천문석은 확신했다.

'먹혔구나!'

천문석은 처음부터 최설이 메이드 복을 입을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메이드 복을 준비하고 먼저 내민 건 일종의 충격요법, 강한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서였다!

강한 스트레스로 시야가 좁아진 사람 앞에 다른 선택지가 놓이면, 안도하며 그 선택지를 고르는 경우가 많다.

포위된 적에게 일부러 도주로를 만들어줘서 그곳으로 유인하는 것과 같은 방법!

최설은 비통한 표정으로 2번을 선택했고,

고양이 인형 옷을 입고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천문석의 처음 계획대로!

그리고 지금 최설 주위로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들고 있었다!

"와! 이제 하다 하다 인형 옷 알바까지 동원하는 거야?"

"하하하- 진짜 광고하는 놈들 미쳤네!"

"정말 중요한 일이라 그래요. 이 분 행방을 아시면 꼭 좀 연락 부탁드려요···."

최설은 힘없이 말하며 전단지를 건넸다.

그리고 무심결에 전단지를 받아서 본 헌터들은 경악했다.

[재금 그룹 오너의 후계자 | 추이린 수석 연구원을 찾습니다.]

"이게 무슨!?"

"재금 그룹 오너의 후계자?!"

경악한 헌터들이 외치는 순간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오너의 후계자? 레이 실트가 나타난 거야?!"

"아니 레이가 아니라! 무슨 추 뭐라는 사람이 후계자라는데?!"

"뭐?! 진짜로? 거기 저도 전단지 한 장만 줘봐요!"

공고문 게시판을 살피던 사람들이 최설을 향해 몰려와 전단지를 낚아챘다.

"추이린?! 이거 어디서 들은 이름인데?!"

"수석 연구원···? 어, 어?! 설마 재금 연구소?!"

이곳은 마력 각성자가 많은 공방 도시.

마력 각성자들은 '추이린' 이란 이름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그 정체를 알아챘다.

"하얀 번개, 추이린!"

"1세대 헌터, 추이린!"

"재금 연구소 추이린 수석 연구원!"

"추이린이 재금 그룹 오너의 후계자였다고!"

....

경악한 헌터들의 시선이 고양이 가면에게 모이고 사방에서 외침이 쏟아졌다.

"고양이! 이게 무슨 말이야?! 이거 진짜야?!"

"증거! 증거 있는 이야기야?"

"오너의 후계자는 레이 실트 아니었어?!"

"어, 이거 전단지가 좀 이상한데?!"

"잠깐 나도 전단지 좀 줘봐!"

"조용히! 야! 조용히 좀 해봐! 목소리가 안 들리잖아!"

....

"...."

최설은 광기 어린 헌터들의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전단지를 돌린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난장판이 만들어졌고,

그 와 동시에 두 번 접어 만든 허술한 사기 전단지의 전모가 밝혀지려 하고 있었다.

풀칠해서 붙인 접은 전단지를 조심스레 펴고 있는 몇몇 헌터들!

그러나 이 또한 천문석이 예상한 대로였다.

‘....당연히 걸리지. 아니, 걸리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만들면 오히려 나중에 문제가 된다. 내가 괜히 [이면지 활용]이라고 인쇄했겠냐?’

‘어차피 집단의 광기 앞에 개인의 이성은 무력해. 우리가 할 일은 집단의 광기에 기름을 부어서 이성의 촛불을 꺼트릴 커다란 폭풍을 만드는 거다!’

카캬카카-

악당처럼 웃던 천문석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순간.

최설은 더는 고민하지 않았다.

이번 일에서 자신이 맡은 일은 이제 곧 끝난다.

그 일만 끝내면 약속대로 이 인형 옷을 천문석에게 넘기고 찜질방으로 돌아가 1인용 토굴에 들어가 눈과 귀를 닫는 거다!

공방 도시에 불어닥칠 광기의 폭풍, 난장판이 가라앉을 때까지!

최설은 바로 움직였다.

쓰윽, 쓰윽, 쓰윽-

입간판 뒤에 쌓아둔 상자를 내려서 열고 그 안에 담긴 전단지를 뿌렸다.

촤르르륵-

두 번 접어 만든 조악한 전단지가 아닌,

제대로 인쇄된 전단지가 사방에서 몰려든 헌터들에게 쏟아졌다.

[추이린이 여기 공방 도시에 있다!]

....

그리고 5층 광산 도시 형제 주점에서 일어났던 일이 재현됐다.

"재금 그룹 오너의 후계자가 이 도시에 있다고?!"

"추이린! 누가 하얀 번개 추이린 사진 있는 사람 없냐?!"

"염화 능력자 없냐? 같이 팀으로 움직이자!"

"야! 빨리 애들 모조리 끌고 나와라! 대박 사건이다!"

"북쪽 공방 거리부터 훑자!"

"아니, 동부 고급 주택가가 더 확률이 높다!"

....

사냥 헌터, 생활 헌터, 일반인 할 것 없이,

공고문 게시판 앞의 모든 사람이 폭풍처럼 움직였다.

"어, 어어! 야, 이 전단지! 이 접힌 전단지 펼쳐 봐봐! 이거 사기야!"

뒤늦게 몇몇 헌터가 외쳤으나,

집단의 광기에 불이 붙은 이상 몇몇 헌터의 작은 목소리로 이 움직임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어느새 공고문 게시판 앞에 가득했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휑해졌다.

"뭐야···. 헌터들 다 어디 갔어?"

"바닥에 뭐가 이리 떨어졌어."

"전단지? 웬 전단지야···."

"어?! 야! 이 전단지 좀 봐!!"

뒤늦게 도착한 헌터들과 일반인들은 휑한 광장에 의아해하다가 바닥에 가득한 전단지를 줍고 깜짝 놀라 이 대열에 합류했다.

"당장 움직이자!"

"애들 불러! 이건 속도전이다!!"

"와! 이런 일이 있었다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이에나처럼 도시를 어슬렁거리는 공방 도시의 꼬맹이들이 나타났다.

"우와아! 이거 뭐야! 종이가 엄청 많아!"

"대박! 엄청 대박이야! 딱지 만들자!"

"난 종이비행기 만들어야지!"

꼬맹이들이 광장에 떨어진 전단지를 들고 공방 도시의 골목으로 흩어졌다.

천문석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옥상에서 이 모든 것을 봤다.

광기 어린 군중과 꼬맹이들이 공방 도시 전체로 소문을 퍼트리고 있었다.

자신과 최설 두 사람이 이 거대한 공방 도시를 뒤져 추이린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 어떤 운송수단보다 빠른 소문이 퍼지고,

수천, 수만의 사람이 눈을 번뜩이면 순식간에 추이린을 찾을 수 있었다.

카캬카카-

천문석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최설과 함께 찜질방으로 돌아가 12시에 제보를 받기로 한 장소로 가기만 하면 된다!

꽝-

이때 거칠게 옥상 문이 열리고 최설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다했어! 약속대로 난 바로 빠진다!"

---

추이린은 로브를 깊게 눌러쓴 채로 공방 도시 동쪽 거리를 걸으며 탄식했다.

"하, 천문석, 그 녀석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야?!"

어제저녁, 시청을 감시하던 추이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W. S. 인더스트리와 재금 그룹이 도착하기도 전에, 천문석이 ‘미끼’ 배송 상자를 가지고 중앙 광장 시청에 도착한 것이다!

경악한 추이린은 재빨리 배송 상자 작동 장치를 비활성하고, 혹시나 걸릴까 싶어 도시 동쪽으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지난밤 동안 정보를 모은 결과 이게 큰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오늘 안에 W. S. 인더스트리와 재금 그룹 협상단이 도착한다!

이때 넌지시 사람을 시켜 천문석에게 회의실에 자신이 있다고 알리고 작동 장치를 다시 활성화하면 된다.

"하, 시껍했네. 천문석 이 녀석 왜 이리 예측을 벗어나!"

피식 웃은 추이린은 안가가 있는 중앙 광장으로 이어지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때 꼬맹이들의 외침과 환호성이 들려왔다.

"멀리멀리 날아가라!"

"내 비행기는 하늘을 뚫는다! 이야얍-"

우와아아아-

그리고 수십 개의 종이비행기가 날아왔다.

휘이이이-

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날아오는 종이비행기들.

멈춰선 추이린 앞에 가장 멀리 날아온 종이비행기가 떨어졌다.

“내 비행기가 제일 멀리 날아갔다!”

다다다닥-

“앗! 죄송합니다! 사람이 있는 줄 몰랐어요!”

한 꼬맹이가 골목을 달려오다 추이린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외쳤다.

"괜찮다. 꼬마야."

피식 웃은 추이린은 종이비행기를 줍다가 깜짝 놀랐다.

[추이린 수···.]

종이비행기 날개에 적힌 자신의 이름!

경악한 추이린은 종이비행기를 펼치는 순간 굳어 버렸다.

[재금 그룹 오너의 후계자 | 추이린 수석 연구원을 찾습니다.]

"....이게 뭐야?!"

"언니 그거 제 비행긴데요?"

꼬맹이의 말에 번쩍 정신을 차린 추이린은 확인부터 했다.

"너 이 전단지 어디서 주운 거니?!"

"이거 저기 시청 광장에 엄청 많아요?"

"광장에···. 엄청 많다고?"

추이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는 순간.

어느새 모여든 꼬맹이들이 일제히 손을 내밀었다.

딱지, 종이비행기, 종이 모자와 종이 검까지!

꼬맹이들은 합창하듯 일제히 외쳤다.

“이거 다 광장에서 주운 종이를 만들었어요!”

'설마 이게 다!?'

추이린은 재빨리 지갑에서 돈을 꺼내 내밀었다.

"애들아 이걸로 맛있는 거 사 먹어. 대신 언니가 그거 좀 확인할게."

그리고 딱지, 모자, 검이 된 전단지를 펼치는 순간 드러난 이름들!

[추이린]

이때 골목 밖 대로를 달리는 헌터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너는 고급 주택가 위주로 훑어라!"

"팀장! 염화 능력자 확보됐어!"

"잘했다! 넉넉하게 인쇄해서 가져와라!"

"반드시 우리가 추이린 수석 연구원을 찾아 대박을 터트린다!"

"추이린을 찾아 대박을 터트린다!"

"추이린을 찾아 대박을 터트린다!"

....

로브에 가려진 추이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곳 공방 도시에서 이런 일을 벌일 놈은 한 놈뿐이다!

'천문석!'

그리고 왜 이런 일을 했을지도 바로 감이 왔다.

배송 목적지에 자신이 없자,

자신을 찾기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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