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94화>
최후식은 전화를 끊자마자 투덜댔다.
"뭐야, 이 녀석! 밑도 끝도 없이 찾아온다고. 하, 신동대문 터널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이때 문득 들려오는 넋두리 같은 목소리.
"이사님 친구 만남? 좋겠다···. 내 친구는 제주도 갔는데···. 던전 갔는데···. 선인장 보여줘야 하는데···."
최후식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무실 한쪽 벽,
책장과 천장 사이 좁은 공간.
이 공간에 쉴 새 없이 일렁이는 실루엣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유령이 말을 거는듯한 소름 끼치는 광경!
처음 겪는 사람이라면 기겁하겠지만,
오리온 길드 최후식 이사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그래서 외쳤다.
"한경석! 왜 또 거기에 있어!"
"여기 소파 있잖아! 소파!! 제발 상식적으로 소파에 좀 앉아!!"
"...."
"그리고 너 왜 자꾸 내 사무실에 들어와서 그러고 있어!?"
"너 때문에 최 비서, 경리과 사람들이 몇 번을 놀란 줄 알아! 최 비서는 나한테 울면서 제발 다른 데로 옮겨 달라잖아!"
"...."
폭풍처럼 쏟아지는 잔소리에 점점 움츠러드는 카멜레온 은신 망토를 쓴 한경석.
최후식은 이 모습에 다시한번 분통을 터트렸다.
"너 검 안 만들어!? 왜 내 사무실에 와서 이래!? 대답해!!"
"...."
한경석은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내가 검만 만들면 소리가 들려와."
"내가 위층, 아래층 사무실 모두 확인하고."
"직접 찾아가서 조용히 하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검만 만들면 소리가 들려온단 말야!”
“이 소리가!!”
쾅쾅쾅, 쾅쾅쾅-
한경석은 단검 손잡이로 책장을 두들기다가 돌연 괴로워했다.
"이건 분명 혼령의 경고야! 으으윽-"
"...."
최후식은 진심으로 한심했다.
대인전 세계 랭커,
암살검 한경석이 정체불명의 소리에 덜덜 떨다니!
전 세계 헌터 그 누구도 믿지 않을 일이다!
최후식은 버럭 소리 질렀다.
"야, 위층 아래층이 아니면! 당연히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겠지!"
"내 방 옆은 비품 창고란 말야!! 거기서 소리가 들려올 리 없잖아!!"
마찬가지로 버럭 소리 지르는 한경석.
생각지 못한 반응에 최후식이 움찔하는 순간.
한경석은 돌연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머리카락이 풍성한 최후식 이사님. 제 방 좀 확인해 주시면 안 될까요?"
"뭐 이 새끼가?!"
순간적으로 열이 확 뻗친 최후식이 소파를 밟고 뛰어 손을 뻗었다.
파앙-
단숨에 7미터가 넘는 공간을 뛰어넘은 최후식.
레이드 탱커다운 엄청난 민첩성과 순발력이었다!
그러나 핏-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을 때.
최후식의 손은 허공을 가르고 어느새 한경석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취소! 머리카락 풍성하단 거 취소!"
다급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최후식은 왠지 힘이 빠졌다.
조카랑 이게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하, 진짜 조카만 아니면! 너 앞으론 머리카락 이야기하지 마라!"
"알았어. 이사님. 그럼 내 방은 언제 확인해 줄 거야? 선인장 돌봐야 하니까 빨리 좀 확인해줘."
최후식은 다시 끌어 오르는 분노를 애써 누그러트리며 말했다.
"그냥 밖에 헌터 아무나 불러서 확인시켜."
"공방에 아무나 들어오면 부정 탄단 말야! 가뜩이나 혼령도 나오는데!! 혼령 더 나오면 책임질 거야!?"
"전에 천문석은 초대했었다면서! 그럼 천문석 불러!"
하아-
한경석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사무실에 전화했는데···. 제주도 갔다 와서 던전 들어갔데···."
"야, 그럼 다른 친구한테 전화해!"
"난 다른 친구가 없잖아···."
한경석의 우울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최후식은 아차 싶었다.
눈앞의 한경석은 누나의 딸, 조카였다.
조카가 한경석이란 오빠 이름을 사용하고,
전신을 가리는 카멜레온 은신 망토를 항상 쓰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곳을 좋아 하는것은 학창시절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학교 폭력.
딸에게 일어난 일을 알게 된 누나는 자신에게 상담했고 정보상에게 받아본 조사 결과는 어이가 없었다.
고등학생들과 이들의 선후배로 엮인 일진 그룹. 이 겁 없는 놈들이 자신의 조카를 괴롭혔다.
일진그룹의 몇몇 놈들은 각성자였고 부모도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라 교사들도 방관하고 있었다.
오리온 길드 이사인 자신의 힘이라면 관련자 모두가 '법적'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처리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일을 그 누구보다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으니까.
기업인, 언론인, 정치인.
재력, 영향력, 정치력으로 법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마저 두려워하는 사람.
이태성 길드장.
이태성은 합법과 위법의 경계에서 사적 제재를 가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이태성 길드장은 움직이는 재앙!
쉽게 움직일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에겐 이태성 길드장을 움직일 방법이 있었고, 그 방법을 사용하자 이태성 길드장은 바로 움직였다.
가해 학생들은 입원 상태에서 퇴학.
각성자 전원은 헌터 업계에서 퇴출.
일진 그룹의 부모들에겐 이태성 길드장에게 찍힌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리고 방관하던 교사 전원, 안전지대 밖 폐교로 발령 났다.
사건은 깔끔하게 해결됐지만,
조카의 마음에 남겨진 상처는 회복되지 않았다.
밝고 환하게 웃던 조카는 극도의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누나는 이런 조카를 자신에게 맡겼고,
자신은 조카를 무림 던전에 들여보내 각성시켰다.
하지만 암살검의 각성몽을 꾸고 각성한 후에도 정신에 남겨진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다.
여전히 한경석이 제대로 대화하는 사람은 몇 사람 되지 않았다.
그런 조카가 처음 사귄 친구가 천문석이었다.
'그런 조카에게 다른 친구를 부르라고 소리쳤다니···.'
"내가 말이 좀 심했···."
깊은 자괴감에 고개를 들고 사과하는 순간 강화 유리 진열장에서 나이트 아머 슈트를 꺼내는 한경석과 눈이 마주쳤다.
"....!"
"....?"
흠칫 놀라 바로 변명하는 한경석.
"....이거 입으면 혼령이 안 달라붙을 거 같아서···."
"야, 이 미친놈아! 그거 할부 346개월 남았다고!"
최후식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단숨에 돌진해, 한경석의 목에 헤드락을 걸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딱, 딱, 따악-
으악, 으앗, 으아악-
이때 스피커폰으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괄 이사님. 약속하신 손님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벌컥 열리는 문.
"야! 후식아 진짜 중요한 일이야! 당장 나랑 같이 갈 곳이 있···. 어?!"
케인 이사는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최후식,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가 은신 망토를 입은 사람을 쥐어 박고 있었다!
"....?"
"....!"
케인과 최후식 두 사람이 당황해 말문이 막힌 순간.
어느새 은신 망토를 머리끝까지 올려 쓴 한경석의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최 비서. 커피 3잔.]
최 비서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
테이블에 놓인 커피를 앞에 두고 앉은 세 사람.
케인, 최후식, 한경석.
"....알겠지? 이거 나한테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2주면 된다! 2주만 시간 내줘!"
케인의 이야기를 들은 최후식은 고개를 저었다.
"신서울에 지하터널 뚫리면서, 출동예정이던 레이드 팀 대기 중이다. 언제 명령 떨어지고 이동할지 알 수 없어. 그 레이드 팀 내가 메인 탱커라 지금은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직접 움직이기 힘들면 믿을 수 있는 베테랑 헌터로 10명 아니 7명만 붙여주라!"
"우리 길드 다른 애들도 대기 중이라 지금은 인원을 뺄 수가 없다니까."
"야! 그럼 5명, 아니 3명이라도 좋으니까! 믿을 수 있는 베테랑 헌터로 셋만 붙여줘!"
최후식은 절박한 케인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도대체 어떤 던전인데 나한테까지 온 거야? 어지간한 던전은 그냥 정보상 통해서 헌터 모집하면 될 텐데?"
케인은 여전히 최후식에게 잡혀있는 카멜레온 은신 망토를 쓴 사람을 봤다.
[신경. 노노.]
"이 녀석은 신경 쓸 거 없다."
기계음과 동시에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
최후식은 믿을 수 있는 친구고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던전으로 들어가야 했다.
케인은 한껏 낮춘 목소리로 말했다.
"부산 던전."
최후식의 얼굴의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부산 던전? 거기는 별로 위험하지 않은데? 혹시 개척층이나 위험지대로 가는거냐? 부산 던전 개척층은 지도 가진 헌터팀 구해야 한다. 위험지대도 기존 헌터팀 고용하는 게 낫고. 거기는 정말 폐쇄적이라 정보가 아예 팀 밖으로 나오지 않아. 우리 길드는···."
케인은 힐끗 시계를 확인하고 최후식의 말을 끊었다.
"거기 아니다. 부산 던전 7층까지 최대한 빨리 내려가야 하는 일이다. 여기서 나가는 즉시 부산으로 출발할 거다. KTX 예약했다."
"부산 던전 7층? 7층 공방 도시? 거기까지 갈 거면 헌터도 필요 없어. 부산 던전 앞 헌터 용품점에서 던전 지도랑 나침반 사서 위험지대만 피하면······."
이때 갑자기 들려온 기계음에 최후식의 말이 끊겼다.
[내가. 갈게.]
"뭐?"
"어?"
최후식과 케인의 시선이 모이자 한경석은 케인을 가리키며 다시 한번 말했다.
[내가. 간다고.]
"너 갑자기 왜?"
순간 한경석에게 방금 들었던 말이 기억났다.
'...제주도 갔다 와서 던전 들어갔데.'
천문석이 던전에 갔다고 말했다!
"너 친구 부산 던전 들어갔냐?"
[.... ....]
대답 없이 고개를 돌리는 한경석.
친구 따라 던전 간다고?
어이없었지만 생각해보니 나쁜 일이 아니었다.
부산 던전 7층이면 위험도가 낮고,
케인도 오랫동안 알아온 믿을 수 있는 친구다.
한경석이 길드 사무실을 배회하며 지원팀, 경리과 직원들을 놀라게 하고 대기 중인 헌터들이 쥐어박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그래. 너 갔다 와라."
[이사님! 진짜로?]
고개를 끄덕인 최후식은 케인에게 말했다.
"케인. 얘 데려가라."
"...."
대답 없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경석을 보는 케인.
피식 웃은 최후식은 스마트폰을 꺼내 한 사이트를 띄워 케인에게 건넸다.
"헌터 랭킹 사이트? 이건 갑자기 왜?"
"대인전 랭커 페이지로 들어가 봐."
의아해하는 케인이 랭커 페이지로 들어가자,
최후식은 화면을 스크롤 해 한 헌터의 사진을 띄웠다.
카멜레온 은신 망토를 입어 실루엣이 일그러진 사진.
케인이 사진 아래 적힌 이름을 읽었다.
"대인전 세계 랭킹 7위 암살검?"
최후식은 옆에 앉아 있는 한경석을 가리켰다.
"얘가 그 암살검 한경석이다."
....
더는 말이 필요 없었다.
케인 이사와 암살검 한경석은 바로 서울역으로 이동 KTX를 타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
부산 던전 5층,
형제 헌터 주점.
최설이 자신의 방 침대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잠들어 있을 때.
천문석은 주점 주인의 주선으로 운송선 선장과 만나고 있었다.
"그럼 내일 아침 7시에 부두에서 보자고. 7시 10분에 출발이니까 시간 잘 맞춰 오고."
"감사합니다. 선장님. 시간 정확히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제 마음입니다!"
깍듯이 허리를 숙이며 건네는 50L 대형 맥주통!
"젊은 헌터가 예의를 아네! 잘 마실게. 하하하-"
크게 웃은 운송선 선장은 천문석이 준비한 50L 대형 맥주통을 들고 주점에서 나갔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이거 약속드렸던 사례입니다."
천문석은 바로 주점 주인에게도 담배 한 보루를 건넸고.
주점 주인은 번개같이 담배를 감추더니 주방의 눈치를 살피며 씨익 웃었다.
"내가 더 고맙다. 냄새 때문에 담배를 가지고 들어오는 헌터들이 점점 줄어서 강제 금연 중이었거든. 아 잠시만."
주점 주인은 카운터에 담배를 숨기고 접힌 종이를 하나 가져와 천문석에게 건넸다.
"이거 운송선이 지나가는 강 지도다. 전에 배 타던 헌터가 놔두고 간 건데, 헌터 용품점에서 파는 지도보다 더 세밀할 거다. 여러 이권이 걸려서 던전 지도 업데이트는 좀 많이 늦거든. 그 녀석 몇 달째 소식 없으니 가져가도 상관없을 거다."
마침 헌터 용품점에서 산 부산 던전 지도에 5, 6, 7층을 흐르는 강은 간략하게만 그려져 있던 상황.
"감사합니다."
천문석은 사양하지 않고 지도를 받아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휘이이잉-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올 때.
천문석은 창틀을 밟고 뛰어 지붕 위로 몸을 던졌다.
빙글-
거꾸로 회전해 지붕에 올라서는 순간.
환한 달빛 아래 펼쳐진 밤의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북쪽에서 도시를 파고든 거대한 호수.
호수에서 성문까지 도시를 관통하는 넓은 도로.
이 넓은 도로 좌우에 드문드문 집과 상점들이 자리했다.
그리고 도시 중앙 광장에는 환하게 불이 밝혀진 상점들이 있고, 이곳에서 바람결에 웃음소리가 실려 오고 있었다.
던전 안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평화로운 여름밤 도시 풍경이었다.
이곳이 던전이라는 걸 보여주는 건.
하늘에 떠 있는 지구 3배 크기의 달뿐.
천문석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환한 달빛이 내려오는 지붕에 앉아 주점 주인에게 받은 지도를 펼쳤다.
펼쳐진 지도 중앙에는 거대한 산맥이 남북으로 뻗어 있고,
남북으로 뻗은 산맥을 관통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 있었다.
이 강이 부산 던전 5, 6, 7층을 흐르는 강이었다.
중앙의 거대한 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이 5층,
동쪽이 6층,
6층 가장자리 산맥 속 분지가 7층이었다.
부산 던전 5층, 6층, 7층은 차례로 발견되어 층으로 나눠 부르고 있지만, 사실 같은 층에 있었다.
그리고 이 강 주위로 여러 도시와 거점 마을이 뿌려져 있었다.
천문석은 지금 있는 광산 도시를 지도에서 찾았다.
광산 도시는 4층 출입구 한참 상류에 있었다.
4층에서 내려와 가까운 물류 도시를 지나 이곳 광산 도시까지 오는 데 하루가 걸렸다.
던전 밖에서 가져온 각종 물품이 실리는 4층 출입구 근처의 물류 도시는,
배에 빈자리가 없어 6층을 가기 위해서는 중앙 산맥에 뚫린 터널을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터널을 지나 목적지 7층까지 가려면 3, 4일은 더 걸린다.
-위험지대 늪지를 지나 강 상류로 올라가 배를 타느냐.
-그냥 배를 타기를 포기하고 중앙 산맥에 뚫린 터널을 이용하느냐.
선택의 순간 천문석은 늪지를 지나서 상류의 광산 도시로 가는 걸 선택했고 예상대로 상류 광산 도시에는 빈 배가 많았다.
도중에 위험지대 늪지를 지날 때 최설이 좀 고생을 했지만, 수련했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천문석은 지도에서 늪지를 확인했다.
하류의 물류 거점 도시, 상류의 광산 도시 사이에 붉게 칠해진 광범위한 위험 지역.
이곳이 자신과 지게를 짊어진 최설이 강행 돌파하고 고블린을 처리한 늪지였다.
최설은 수련 때문에 짐이 모두 실린 지게를 짊어지고 달리게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반만 맞는 사실이었다.
천문석은 짐을 나눠서 질 수가 없었다.
이 늪지에 들어가고 얼마후 느껴지던 은밀한 살기!
천문석은 뒤에 꼬리가 붙었다는 걸 직감하고 대비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기감으로 훑고 늪지 고블린 백여 마리를 들쑤셨는데도 은밀한 적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은밀한 적의 정체를 지금 주점 주인이 건네준 강 지도를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붉게 칠해진 위험 지역, 늪지대 위에 손글씨로 적힌 짧은 문장이 있었다.
[늪지 트롤 목격! 상급 이상으로 추정. 도보 이동 시 반드시 10인 이상 집단으로 이동할 것!!]
"...."
아무래도 그냥 수련 때문이었던 걸로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