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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81화 (38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81화>

“네, 알겠습니다. 기한 내에 인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최설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게이트 지역 내 물품 보관함에 전달된 택배!

발송인은 익명 배송 대행업체!

수신인은 김철수 사장, 천문석 부사장이다!

그리고 오늘 휴가 중인 천문석 부사장이 서울로 올라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최설은 누가 이 택배를 보냈는지 바로 감이 왔다.

며칠 전에 만난 재금 연구소 수석 연구원, 하얀 번개 추이린!

순간 최설의 눈이 번뜩였다.

타이밍이 아주 좋았다.

마침 엠마와 게릭, 클릭스는 휴가중이고.

사무실에 남은 직원은 자신과 폴리머뿐!

마침내 기다리던 기회가 왔다!

이번 기회에 천문석 부사장의 신임을 얻는다!

최설은 마석을 정제 중인 폴리머에 말했다.

"선배. 이번에 부사장님 올라와서 하는 의뢰 제가 해도 될까요?"

"뭐? 이번 의뢰를 네가 한다고?"

의아한 기색의 폴리머.

폴리머는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채고 있었다.

얼마 전 사무실에 왔다던 하얀 번개 추이린.

방금 게이트 지역 물품보관 창고에 택배가 도착했다는 전화까지 왔다.

냄새가 났다.

리더 엠마와 자신들이 오래전 천문석 부사장에게 엮인 그때와 같은 개고생의 냄새가!

그러나 추이린의 이름을 듣는 순간 게릭과 클릭스는 도망치듯 휴가를 떠났고.

뒤늦게 사실을 안 자신과 갑자기 의욕이 폭발한 신입 최설 둘만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어떻게든 이번 의뢰에서 빠지려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신입 최설이 이번 의뢰를 하겠다고 나섰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폴리머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너? 진짜로 이번 의뢰하려고? 지금 생각하는 거랑 전혀 다를 거야. 상상 이상으로 힘들 수도 있어."

"선배만 괜찮으시다면, 이번 일은 제가 꼭 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최설은 확신 어린 얼굴로 말했고,

폴리머는 고개를 끄덕이며 변명하듯이 대답했다.

"알았다. 부사장님한테는 네가 말해. 너 나중에 나 원망하면 안 된다···."

"당연하죠!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최설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번 의뢰에서 사용할 강화 전투복과 무기, 물품을 준비하며 다짐했다.

이게 시작이다!

이번에 천문석 부사장의 신임을 얻고.

다음에는 재금 그룹의 숨겨진 실세 김철수 사장의 신임을 얻는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상해 삼합회 조직 전체가 불법적인 사업을 털어내고, 재금 그룹의 그늘로 들어가는 거다.

초거대 기업 재금 그룹의 비호만 받으면.

그 누구도 상해 삼합회를 건들지 못한다!

삼합회와 세력 다툼 중인 철검장 같은 놈들은 물론.

북중국의 국가안전부, 남중국의 헌터 군벌들까지 감히 어떻게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거다!

따르르르릉-

이때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네. 김철수 헌터업 사무실 최설 사원입니다."

번개같이 전화를 받는 순간 들려오는 천문석의 목소리.

=지금 김포 공항에 지금 내렸어. 공항에서 나와서 광화문 사무실까지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뭐 연락 온 거 있어?

최설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마침 배송 물품이 광화문 게이트 지역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물품보관 창고 위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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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은 천문석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이-

김포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배송 물품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치 미리 준비한 것처럼 일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이제 공항에서 나가 장민 대표님이 준비해둔 차를 타고 광화문 게이트 지역으로 이동.

게이트 지역에서 배송 물품을 인수해 의뢰 내용을 확인하고,

강화 전투복, 헬멧, 안전 장갑, 리볼버 같은 헌터 장비만 챙기면 된다.

리볼버!

리볼버를 기억하는 순간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신동대문 의뢰 당시 지하터널에서 일어난 일!

거대 사슴벌레 반발장 위에서 마혁진, 김태우 두 놈이랑 싸울 때 픽, 픽- 꺼지던 마탄의 마력광!

신동대문 사건이 끝나고 바로 제주도로 내려가느라 이 일을 미처 처리하지 못 한 일이 있다.

마침 잘됐다!

영치해둔 리볼버를 찾으면서 그 일을 처리한다!

천문석은 휘파람을 불며 공항을 나와 바로 장민 대표가 준비한 장갑 SUV를 탔다.

그리고 1시간 후 광화문 게이트 지역에 있는 물품보관 창고에 도착했다.

이름과 신분증을 제시하고 사인을 하는 즉시 안내된 보관함.

보관함에 담긴 봉인된 안전 상자를 열자 가로세로높이 30cm 정도의 포장된 상자와 서류 봉투 하나가 나왔다.

서류 봉투에서 나온 종이 한 장.

[배송 의뢰 서류]

의뢰 내용은 간단했다.

이 포장된 상자를 부산 던전 7층에서 기다리고 있을 ‘의뢰인 본인’에게 전달하면 끝.

전달 기한은 2주.

의뢰인 이름은 적혀있지 않지만,

대신에 간략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이번에도 고산 마을 때처럼 화려한 배송을 기대할게.]

추이린.

의뢰인을 짐작한 천문석은 웃으며 포장된 상자를 들어 올렸다.

무게는 대략 3kg 정도.

배낭에 넣어서 이동하면 딱이다.

천문석은 바로 매고 있던 배낭에 배송품을 담고 물품 보관업체 밖으로 나와 강화 전투복을 보관한 대여금고로 이동했다.

강화 전투복과 장비 일체를 찾은 후 대여금고 업체에 확인부터 했다.

"이 장비들 부산 던전으로 보내주실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부산 던전에 있는 회사 대여금고를 추가로 대여하시면 됩니다. 우리 회사 대여금고를 대여하시면 보증금은 없고 추가 할인 들어가서 1주에 대여비 45만 원에 보험비 5만원. 배송비는 6시간 도착 보장에 10만원입니다."

"....아, 예. 그렇군요."

1주일에 대여하는데 50만 원에 배송비 10만원 포함. 60만원!

부산 던전에서의 의뢰를 끝내는데 3주 정도가 걸릴 테니, 다시 서울로 보내는 배송비까지 총 170만원이다!

광화문 게이트처럼 계속 사용할 것도 아닌데 한방에 170만 원!?

천문석의 경제관념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헌터 장비가 담긴 안전 상자를 어깨에 메고 대여금고를 나왔다.

그리고 영치한 리볼버를 찾으러 맹호 건 스미스로 가는 길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와 무슨 사람 사는 집 월세보다 비싸!?"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역시 건물주가 최고다!

천문석은 걷고 있는 길 주위를 돌아봤다.

예전 경복궁에 생겨난 광화문 게이트를 빙 둘러싼 광화문 게이트 지역.

도로에는 엄청난 수의 헌터와 기자, 관광객, 일반인이 지나가고,

즐비한 카페, 음식점, 헌터 용품점, 건 스미스마다 손님들로 미어터진다.

한국은 헌터업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 한국에서도 광화문 게이트와 연결된 게이트 거점 도시 ‘신서울’의 인프라는 최고 중의 최고!

당연히 ‘신서울’로 들어가는 입구, ‘광화문 게이트 지역’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고.

‘광화문 게이트 지역’은 장사 입지로 서울에서 최고였다.

문득 삼겹살 굽는 냄새가 날아오고,

아직 오전인데도 성업 중인 고깃집이 보였다.

고깃집 테이블마다 강화 전투복을 입은 채로 수십인 분의 고기를 먹고 있는 헌터들이 보였다.

고기와 술값 모두 20분이면 나가는 게이트 지역 밖 광화문보다 3배는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헌터들은 개의치 않고 고기와 술을 폭풍처럼 흡입하고 있었다.

빡센 헌팅을 끝내고 정산을 끝내고 두둑해진 지갑.

당연히 고깃값 정도는 신경도 쓰이지 않을 거다.

역시 장사는 입지가 최고다!

게다가 신서울에서 신동대문으로 이어지는 지하 터널까지 뚫렸으니 앞으로 이곳의 땅값은 더 오를 것이다.

"하, 이곳에 건물이 있으면 대박인데!"

아쉬움과 부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흘렀다.

이곳 광화문 게이트 지역은 원래 경복궁이 있던 자리다.

당연히 광화문 게이트 지역 땅 전체는 국유지고 개인이 사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 안에 즐비한 건물과 빌딩은 모두 ‘개인’ 소유였다.

20년 전 처음 서울 광화문에 게이트가 열리고 서울에서 밀려난 군대가 충북에 전선을 만들었을 때.

정부는 한가지 발표를 했다.

대한민국 역량의 대부분이 결집한 서울은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서울을 수복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자리 잡은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획득, 이동 거점 확보가 필수였다.

하지만 게이트 마력 폭풍으로 위성과 전자기기는 대부분 먹통이 된 상황이고.

군은 충북과 경북을 가로지르는 전선을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었다.

결국, 누군가 몬스터로 개판이 된 서울에서 거점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서울에 거점을 유지하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람에게 사태가 일단락되면 막대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수와 몬스터가 들끓는 서울에 거점을 유지하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여기에 호응해 서울에 거점을 만들고 정부에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전선 뒤까지, 전국에 게이트가 생겨나면서 곧 서울을 수복할 거라던 기대는 무너졌다.

충북-경북에 만들어지던 대 몬스터 전선은 순식간에 낙동강과 전남 끝까지 밀려났고, 서울에 거점을 유지한 사람들은 고립됐다.

정부 정책에 호응했다가 고립된 어이없는 상황!

구조대를 보내긴커녕. 낙동강 전선이 뚫리거나 서해와 전남에서 버티는 사람들이 무너지면 한반도 전체가 끝장날 위기 상황이었다.

게다가 해상 물류가 막히면서 화폐 가치는 연일 폭락 중.

더는 짜낼 여력이 없는 정부는 서울에서 버티는 사람들에게 보상으로 땅, 서울에 있는 국유지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언제 회복할지 모를 서울 땅을 주겠다는 약속은 그때 당시에는 눈앞의 건빵 한 봉지보다도 못한 대가였다.

그러나 어차피 서울에서 탈출해도 낙동강 전선까지 가는 건 불가능했다.

서울에 고립된 사람들은 대가 때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존버했다.

하지만 마탄이 발명되고, 게이트 안정화 장치가 세상에 나오고, 마침내 서울 수복 작전이 성공하면서.

그 당시 서울에서 존버한 사람들은 대박을 터트렸다!

천문석은 주위에 가득한 건물을 보며 다시금 탄식했다.

"하- 버티는 건 나도 자신 있는데! 내가 그때 태어났으면 이 빌딩 중 하나가 내건 데!"

그랬다.

구 경복궁, 현 광화문 게이트 지역의 건물주들은 그때 서울에서 존버 했던 사람들 본인이거나 그 후손들이었다!

이들은 끝없는 존버 끝에 국유지, 게이트가 생겨 폐허가 된 경복궁의 땅을 받은 것이다!

이때 즐비한 건물과 빌딩이 뚝 끊기고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도로와 인도가 교차하는 곳,

가장 입지가 좋은 중심가에 있는 광장.

화강암이 깔린 광장 한가운데 거대한 늑대 동상이 서 있고,

광장 입구에는 강화 강철로 만들어진 안내판이 박혀 있었다.

[의인 광장]

[이 광장은 게이트 전쟁 당시 수많은 사람을 구한 이름 없는 의인을 기리는 공간입니다.]

"하, 진짜 부럽네."

광화문 게이트 지역 최고의 입지에 있는 광장.

어지간한 빌딩 3채는 들어갈 이 광장은 ‘의인 광장’이라고 불렸다.

이름 없는 의인을 기리는 ‘의인 광장’.

유명한 이야기였다.

게이트 사태 당시 서울에서 사람들이 탈출할 때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최초의 각성 동물로 알려진 무엇이든 얼리는 냉기 불꽃을 휘감은 서리 늑대 무리를 몰고 나타났다.

당시 한강은 다리가 마수와 몬스터에 점거되어 건너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수많은 피난민이 몇 안 되는 보트로 강을 건너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 이 의인이 서리 늑대에게 명령해 한강을 꽁꽁 얼려 피난민이 탈출할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당시 갑자기 얼어붙은 한강을 건너 도망친 피난민의 수가 엄청났다.

그리고 이 사람은 마지막 유언 같은 말을 남긴 후 몰려드는 마수와 몬스터 무리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경복궁 앞에 땅! 거기 땅···! 광장···! 땅!!!’

서울을 수복하고 게이트 전쟁이 끝난 후 정부는 이 의인이 마지막 유언을 이행했다.

구 경복궁, 현 광화문 게이트 지역에 거대한 ‘의인 광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광화문 게이트 지역이 땅값이 폭등하면서 수많은 가짜 의인들이 나타났다.

초기에는 수백 명씩 그 후에는 잊을만하면 가끔 자신이 그 의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그 의인의 얼굴을 제대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당시 서울은 게이트 마력 폭풍으로 전자기기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라 사진이나 영상자료도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누가 진짜 의인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이때 정부가 목격자 진술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서 확인 방법으로 내건 게 저 공터 안에 있는 거대한 늑대 동상이었다.

최초의 각성 동물이라고 말해지는 서리 늑대.

냉기 불꽃을 휘감은 서리 늑대를 데려와 한강을 얼리면 이 의인 광장을 먹을 수 있었다.

천문석은 광장 가운데 서 있는 서리 늑대 동상을 보며 웃었다.

늑대가 한강을 얼리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을 구한 의인.

한강을 얼린 서리 늑대.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게이트 사태 초기 연이은 삽질로 위기를 맞은 당시 정부가 만들어낸 이야기 같았다.

정체불명의 의인이 부리는 서리 늑대가 한강을 얼린 게 아니라.

예전에 균열이 생긴 고등학교에서 봤던 수많은 냉기 포자가 한강을 얼렸다는 게 더 그럴듯했다.

다시 한번 피식 웃을 때.

광장 너머 건물에 붙은 간판이 보였다.

맹호 건 스미스!

천문석은 거대한 늑대 동상이 내려다보는 광장을 가로질러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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