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78화 (37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78화>

'이런 우연이 있다니!'

생각지도 않은 장소에서 천문석, 돌멩이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됐다.

이세기는 가슴이 터질듯한 격동에 검을 뽑아 하늘을 향해서 뿌렸다.

창천무흔!

소리조차 없는 검광이 공간을 가르는 순간 돌연 바람이 생겨났다.

휘이이-

갑자기 생겨난 듯 기이한 바람이 전신을 타고 흐르자 사람들은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

갑자기 검을 뽑아 허공에 뿌리는 남자.

남자의 돌연한 행동에 의아해하던 사람들은 곧 경악했다.

노을 지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이 구름이 서서히 반으로 나뉘고 있었다!

마치 신화 속 거인이 구름을 뜯어내는 듯한 광경!

상상조차 하지 못한 광경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이 광경을 보는 사람들 대다수가 각성자였다.

그렇기에 이들은 지금 일어난 일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땅에서 검을 휘둘러 하늘의 구름을 가르다니!

이런 게 가능하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순간 삼합회와 공작원, 중국 출신 각성자들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이름 하나가 있었다.

천검!

별호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그다!

남자의 정체를 알아챈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드는 순간.

장웨이는 터질 듯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도저히 무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이 엄청난 무위!

천검은 저 상상을 초월하는 무위로 푸젠성으로 밀고 들어오던 군벌의 목을 수도 없이 날렸다.

대 괴수용 기갑 차량, 전투기, 항공 포탄, 일제 포격!

그 무엇으로도 천검을 막을 수 없었다.

천검의 일검이 펼쳐지고 저 기이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군벌 수장의 목이 뚝뚝- 떨어져 나갔다.

경고조차 없이 수십 명이 넘는 군벌 수장들의 목을 날려버린 천검!

행동이 조용하고 말이 부드럽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천검은 타고 난 군주.

그 손속에 자비란 없다!

그런 천검 ‘이세기’ 앞에서 '이세기 새끼'라고 수도 없이 말했다!

아무리 천검의 이름이 극비라 몰랐다고 해도 당장 이곳에 있는 모두의 목이 떨어지고 피바다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저런 미친놈들이 걸려서는!'

장웨이는 천검의 분노가 자신에게는 미치지 않기를 기원하고 기원했다.

하지만 돌연 검을 휘두른 이세기의 마음속에 분노라고는 한 점도 없었다.

오히려 가슴이 터져버릴 듯 희열이 차오르고 있었다.

방금 하늘로 격동을 담은 검을 뿌리지 않았다면 분명 웃음을 터트렸을 거다!

마침내 돌멩이의 행적을 찾았다!

자신의 친우는 대한민국 제주도에 있었다!

지금이라도 돌멩이가 있는 제주도로 달려가고 싶었다.

당장 돌멩이의 어깨에 팔을 걸고!

창천무흔의 무리가 실린 주먹으로!

미친듯이 명치를 갈겨주고 싶었다!

돌멩이 이 새끼!

이번엔 또 얼마나 내 이름을 팔아먹은 거야!?

'이세기 새끼'라니?!

이야기를 나눈 사람 모두,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세기 새끼'란 말이 툭툭 튀어나오는지!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할 지경이었다!

‘젠장!’

어이없어하는 이 순간에도 당장이라도 터질 듯 차오르는 웃음!

‘하하하하-’

마침내 돌멩이를 찾았다!

이세기는 마음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주위를 돌아봤다.

-바짝 긴장한 장웨이와 장교들.

-무릎 꿇려진 북중국의 정예 공작원들.

-흑도의 인물로 보이는 가면 쓴 각성자들.

-진교은이라는 관리자와 그 부하 직원들까지.

몇 번의 질문이면 돌멩이의 행적을 파악하고 지금 어딨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당장 달려가면 며칠이면 오랜 친우 돌멩이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자신이 남중국의 권력을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래성에 놓인 권좌에 앉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중국 수십개 성(省)의 수많은 헌터 군벌들.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가라앉는 시민과 언론들.

시민을 등에 업고 자신을 장기 말로 만들려는 정치인.

....

이세계의 정치 권력은 무림 이상의 복마전!

드러난 칼과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칼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여기서 무심코 던진 질문과 행동이 어떤 여파를 일으킬지.

그 여파로 돌멩이에게 무슨 위기가 닥칠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문득 오래전 돌멩이가 위기 속에서 구르며 분통을 터트리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와! 하늘님 진짜 이러 시긴가요?!'

당장이라도 귓가에 들려오고 보일듯한 억울한 목소리와 표정!

너무나 생생한 상상 속 돌멩이의 모습에, 이세기는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결심했다.

가능한 한 빨리 남중국의 상황을 정리하고,

친우 돌멩이가 있는 대한민국 제주도로 떠난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세기는 짙은 아쉬움을 간직한 채 웃음을 그치고 말했다.

"장웨이. 모두 돌려보내라."

멀찌감치 떨어져 눈치를 보던 장웨이는 다급히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네, 각하! 공작원을 제외하고 전원 제주 함대에 넘기겠습니다!"

이세기는 문득 고개를 돌려 공작원들을 봤다.

북중국 공작원들은 '이세기' 돌멩이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그냥 돌려보내면 돌멩이에게 원한을 풀려고 할 거다.

"어떻게 할까?"

가벼운 혼잣말.

그러나 이 말에서 풍기는 짙은 살기에 장웨이가 바짝 얼어붙을 때.

이세기는 물었다.

"저놈들 제주 함대에 넘어가면 어떻게 되지?"

"네? 네! 저놈들 마탄을 사람에게 쐈다는 증언이 있어서. 아마도 재판 단계부터 던전 노역장에 처박힐 겁니다. 한국은 마탄 관련 양형이 가혹해서. 정부 간 협상이 끝나고 신병이 인도될 때까지, 최소 1년 이상 던전 노역장에서 굴러야 할 겁니다."

"저놈들이랑 배까지 모조리 제주 함대에 넘겨라."

이세기는 여상한 목소리로 말하고 헬기로 걸어가다가 문득 말을 덧붙였다.

“가장 빡센 노역장에 배치해달라고 전하고.”

“네! 각하! 관대하신 처분이십니다!”

장웨이는 깊게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이 순간 공작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천검과 장웨이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천검이 터트린 통쾌한 웃음소리와 여상한 표정.

장웨이가 마지막에 외친 '관대한 처분'이란 말은 분명히 보고 들었다!

공작원들은 머리에 마탄이 겨눠진 살벌한 분위기와 달리 상황이 잘 풀렸다고 생각했다.

이때 천검을 태운 헬기가 이륙해 해안을 향해 날아갔다.

타다다다다다-

천검이 탄 헬기가 멀어지는 순간.

장웨이는 번쩍 허리를 들고 외쳤다.

"모두 들어와라!"

곧 은폐 마력장을 뿌리던 차양이 거둬지고 무장한 병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정강이를 까인 장교들은 재빨리 병사들을 지휘해 거대 거북이 위의 모두를 포위했다.

그리고 고속정의 함포가 빙글 회전해 공작원들을 겨눴다.

돌연한 상황 변화에 모두가 당황하는 순간.

장웨이는 손을 들어 북중국 공작원들을 가리켰다.

"저 새끼들 쥐어패라!"

"장웨이 사령관! 이게 무슨?! 커억-"

벌떡 일어나 소리치던 공작팀 팀장에게 날아가 꽂힌 장웨이의 주먹!

"새끼들아! 너희 때문에 나까지 뒤질 뻔했잖아!"

천검이 공작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조마조마하게 가슴 졸이던 장웨이가 폭발했다!

"당장 쥐어패라니까!"

이게 시작이었다.

정강이가 까인 장교와 무장한 군인들이 북중국 공작원들을 살벌하게 구타했다.

으아악-

커어억-

으억, 끄억-

....

"진 선생님 도대체 이게 무슨···?!"

경악한 원기륭이 물었지만,

진교은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있었다.

길고 긴 카지노 나이트, 그 난장판이 마침내 끝났다는 사실이다.

이때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간첩 신고!’

아직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에 부탁받은 간첩 신고를 아직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거대 거북이 위의 모두를 인도받은 제주 함대는 바로 제주도로 출발했다.

진교은과 삼합 그룹의 보안요원들.

가면을 쓴 원기륭과 삼합회의 조직원들.

흠씬 두들겨 맞은 북중국 8국의 공작원들까지.

제주 함대의 군함에는 백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군함 뒤에는 갑각 위에 수직으로 꽂혀있던 공작선까지 예인됐다.

그리고 진교은은 함대 사령관과 만난 자리에서 벌꿀 가면을 쓴 사람이 몇 번이고 부탁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사령관님 저기 갑판에 두들겨 맞은 100명과 끌려오는 저 배 간첩과 간첩선으로 신고합니다."

"네? 지금 그게 무슨···. 지금 상황에서 간첩 신고라고요?"

사령관이 어이없어할 때.

진교은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네, 대리 신고인데. 혹시 가능하시다면 신고 확인서 하나만 끊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꼭 좀 부탁드려요."

“대리 신고라고요?”

“네. 부탁드립니다. 정말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잠시 후 확인서를 받은 진교은은 안도했다.

“드디어!”

제대로 신원을 알지 못해 벌꿀 가면을 쓴 신원 미상자로 등록했지만.

이태성 길드장이 동생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부탁한 간첩 신고를 마무리했다.

엉망진창 카지노 나이트가 마침내 완전히 끝났다!

하아-

깊은 한숨과 함께 삼합 그룹 사장 진교은은 결심했다.

돌아가는 즉시, 카지노 나이트를 없애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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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합 호텔 최상층 스위트룸.

이태성은 수학여행 현대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머무는 삼합 호텔 스위트룸에 숨어있었다.

이곳이야말로 등잔 밑,

현대고 교사 이세영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장소라고 이태성 길드장은 말했다.

그래서 이태성의 비서는 여행 온 대학생처럼 배낭에 모자까지 쓰고 호텔에 들어왔다.

“아니, 왜 굳이 위험한 곳에 숙소를 잡아서···. 하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비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스위트룸 문을 열고 들어가며 외쳤다.

"길드장님. 옷 사 왔습니다!"

"안으로 던져!"

거실 너머에서 열리는 욕실 문.

비서는 문 안으로 포장도 뜯지 않은 옷이 담긴 쇼핑백을 던졌다.

휘익, 탁-

문을 통과하는 순간 쇼핑백을 낚아채는 억센 손.

쿵-

욕실 문이 닫히고 잠시 후, 무지 셔츠에 반바지, 슬리퍼를 신은 이태성이 나왔다.

휘이, 휘휘휘-

휘파람을 부르며 수건으로 물기 어린 머리를 털어내는 이태성.

이태성은 비서가 비서실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물었다.

"야, 타겟 어떻게 됐냐? 선생 그만뒀지? 언제쯤 우리 길드에 올 거 같냐?"

질문에 담긴 은근한 기대감.

비서는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에서 인스타그램 앱을 실행시켜 건넸다.

"상황을 직접 보실 수 있게. 타겟의 반 학생들 인스타그램을 팔로워 했습니다."

"오, 인스타! 어디 볼까?"

이태성은 희희낙락 사진을 넘겼다.

그리고 곧 말이 없어졌다.

"...."

박물관, 둘레길, 카페, 아케이드 게임장···.

수학여행 목적지마다 환한 얼굴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학생들.

학생들이 찍은 사진의 중심에는 항상 등장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이태성은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세영!

각성력을 되찾고 노화마저 역전된 이세영이다!

이세영은 어젯밤에 썼던 꿀벌 가면을 쓴 채로 학생들을 인솔하고 있었다!

사진을 넘겨 볼수록 이태성의 얼굴은 점점 더 경악으로 물들었다.

"야, 이게 도대체 뭐야!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길드장님. 이 영상을 보시면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비서는 손을 뻗어 태블릿을 클릭했다.

바로 재생되는 짧은 영상들.

-꿀벌 쌤! 저희랑도 사진 찍어 주세요!

-우와! 백곰 인형이다! 꿀벌 쌤! 총을 왤케 잘 쏘세요?! 저도 뽑아 주세요!

-쌤! 여기 음료수에 빨대 꽂아 왔어요! 이렇게 하면 꿀벌 쌤도 드실 수 있어요!

....

꿀벌 가면을 쓴 이세영에게 매달려 환하게 웃는 학생들!

가면을 썼는데도 영상 속 이세영이 환하게 웃는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계획대로라면 교사 이세영은 당장 실의에 빠져서 길드로 달려가야 한다!

그런데 영상 속 교사 이세영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즐거워 보였다!

“이게 뭐야?!”

쿠우웅-

이태성은 대리석 테이블을 내리치며 외쳤다.

"학교가 장난이야?! 선생님이 꿀벌 가면을 쓰고 있는데 얘네들 뭐야?! 이거 반응이 왜 이래?! 도대체 학생들이 왜 좋아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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