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77화>
기다리던 통신!
진교은은 바로 통신기를 받았고.
통신기에서 제주 함대 통신 장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좋은 소식입니다! 푸젠성 정부에서 전면적으로 협조해주기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넘어갈 준비를 하면 될까요?"
=네 준비를 시작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푸젠성 정부 쪽에서 형식적인 신원 확인 후 바로 인계해주겠다고 하네요.
"네? 신원 확인이요?"
=네, 형식적인 일이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 잠시만!"
진교은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콰아아아아-
거친 엔진음이 들려왔다.
쏟아지듯 바다를 가로지르는 십여 척의 고속정!
=곧 통신이 끊길 겁니다. 보안 때문에 재밍을 걸겠다고 하네요. 푸젠 정부와 합의된 사항이고 모두의 안전을 보장했으니 걱정···.
치지지지직-
곧 통신에 잡음이 끼어들더니 통신이 뚝 끊겼다.
그리고 500톤급 고속정의 기동에 새하얗게 부서진 파도가 밀려올 때.
촤아아아아-
하루종일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가로지른 거대 거북이가 완전히 멈췄다.
고속정이 거대 거북이에게 바짝 접근해 널빤지를 걸쳤다.
이 순간 갑판에 대기 중인 군인들이 자재를 들고 널빤지를 건너 넘어왔다.
진교은은 군인들을 향해 다급히 달렸다.
신원조회를 하기 전에 삼합회 조직원들을 빼내야 했다!
"잠시 잠시만요! 급히 말씀드릴 게 있어요!"
그러나 군인들은 진교은은 상대하지 않고 재빨리 움직였다.
"사령관님이 오시기 전에 준비를 끝내야 한다!"
쿵, 쿵, 쿵-
거대 거북이 갑각 위에 기둥이 세워지고, 기둥에 두꺼운 차양이 걸렸다.
갑각에 박힌 고속선,
100여 명의 공작원.
30여 명의 삼합회 조직원.
삼합 그룹의 보안 요원과 진교은까지.
거대 거북이 위의 모두가 두꺼운 차양에 가려지는 순간.
무장한 군인들은 장교 세 명을 제외하고 전원 차양 밖으로 나갔다.
이 순간 기둥과 차양에서 마력 파동이 흘러나왔다.
쿵, 쿵, 쿵, 쿵-
진교은도 마력 각성자.
이 마력 파동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은폐 마력장!
"은폐 마력장은 왜?!"
이때 하늘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쐐애애애애액-
반사적으로 하늘을 보는 순간.
하늘을 전투기 편대가 가로지르고,
육지에서 헬기 세 대가 동시에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상황에 모두가 당황할 때.
공작원들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직감했다.
-무선 통신뿐만 아니라, 이능력을 통한 투시, 감청조차 막아내는 은폐 마력장 작동!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전투기 편대 출동!
-누가 어디에 탔는지 알지 못하게 동시에 움직이는 세 대의 헬기!
이 모든 게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VIP!
푸젠성뿐만 아니라 남중국에서 손에 꼽히는 군벌이 직접 움직였다!
이때 공작원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팀장님. 이거 제가 생각하는 그게 맞겠죠?"
공작팀 팀장의 시선이 은폐장 너머, 제주 함대가 있을 방향을 향했다.
남중국 군벌은 한명 한명이 일국의 왕이나 다름없었다.
한국 헌터 부대가 협조 요청을 했다고. 그런 군벌이 직접 움직일 리가 없었다.
팀장과 공작원들은 모두 직감했다.
국가안전부.
아니, 그보다 위에서 움직였다!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공작원들의 얼굴이 확 펴졌다.
"하, 시바. 상황실 애들이 그래도 제대로 일을 했네."
"내가 돌아가면 맥주 돌린다. 하하하-"
탄성과 웃음소리가 이어지고,
사방에서 살기 어린 목소리가 쏟아졌다.
“거기 가면 쓴 놈!”
“너희 중국인 맞지?!”
“들켰어! 새끼들아! 하-”
“기대해라. 박살을 내줄 테니까!”
....
하하하하-
공작원들의 웃음소리가 은폐장으로 가려진 갑각 위에 울려 퍼졌다.
이 순간 삼합회 조직원들은 급격히 위축되고,
보안 요원들마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사장님. 상황이 좀 이상한데···."
진교은은 재빨리 움직였다.
"보안 요원분들 모두 이곳으로 모이세요!"
한곳으로 모인 보안 요원들을 다른 이들과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키는 진교은.
타다다다다다-
어느새 거대 갑각 위에 헬기가 멈춰 굉음이 울려 퍼지고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
진교은은 한곳에 모인 보안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보안 요원분들은 움직이지 마세요! 여러분은 한국인. 제주도 삼합 그룹의 직원입니다! 이걸 결코 잊으시면 안 됩니다!"
"사장님. 그건 갑자기 왜?"
"지금 뭘 하시려는 건가요?!"
....
보안 요원들의 다급한 물음에,
진교은은 대답 없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절대 이곳에서 움직이지 마세요! 명령입니다!"
그리고 진교은은 헬기가 내려오는 곳으로 달렸다.
진교은은 어떻게 해서든 신원조회 전에 사람들을 빼낼 생각이었다.
사람들을 안전하게 집에 돌려보내는 게 삼합 호텔의 총괄 매니저이자 삼합 그룹의 사장인 자신이 할 일이었으니까.
---
타다다다다다-
세 대의 헬기가 간격을 두고 차례로 착륙했다.
로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는 순간 가장 먼저 내린 군복 차림의 남자.
공작팀 팀장은 이 남자를 한눈에 알아봤다.
안면이 있는 사람이다!
위에서 포섭을 끝내고 관리하던 군인.
자신이 직접 공작금을 전달하기도 했던.
푸젠성 해안 부대 사령관, 장웨이 대령이다!
대령급이라고?
급이 너무 낮은데!?
의혹을 품는 순간 장웨이 대령의 군복 어깨에서 빛나는 별 3개가 보였다!
중장!
그리고 다급히 달려와 경례하는 장교들!
“사령관님!”
이 순간 공작팀 팀장은 어떻게 된 일인지 직감했다.
군벌 수장이 죽고,
주요 군벌이 폭사한 푸젠성!
상부에서 장웨이 대령이 군벌 수장이 되도록 힘을 실어 준거다!
푸젠성의 군벌 수장이 된 자가 자신이 공작금을 전달하던 사람이라니!
공작팀 팀장이 바로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장웨이 사령관! 접니다!"
그리고 각성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공작팀 팀장의 팔다리를 구속한 강철 와이어가 툭, 툭- 끊겨 나갔다.
콰드득-
챙, 챙, 챙-
눈앞에서 구속구를 끊는데도,
호랑이 굴로 들어온 삼합회 조직원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아찔한 침묵 속.
하하하하-
공작원들의 통렬한 웃음소리와.
챙, 챙, 챙-
강철 와이어가 끊어지는 날카로운 소리만 울려 퍼졌다.
이때 진교은이 장웨이 앞에 도착해 외쳤다.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 보안 요원들과 가면을 쓴 사람들은···."
그러나 어느새 구속구를 완전히 끊어낸 공작팀 팀장이 진교은을 밀쳐내며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비켜라!”
아앗-
"장웨이 사령관님! 저를 기억하시겠죠!"
"...."
이때 장웨이 사령관의 얼굴에서 생각지 못한 감정이 읽혔다.
당황, 긴장, 곤혹.
그리고 눈가에 얼핏 스치는 공포.
공작팀 팀장이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 순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웨이. 아는 사람인가?"
전혀 기척이 없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등을 때리는 충격.
팀장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동시에 거친 외침이 들려왔다.
"이 병신 새끼들이! 포로 하나 제대로 관리 못 하나! 이 새끼들 북중국 공작원들이잖아! 마음대로 구속구를 푸는데 그대로 놔둬?!"
쾅, 쾅, 콰앙-
장웨이는 장교들의 정강이를 후려치며 외쳤다.
장교들은 부동자세로 몇 번이나 얻어터지더니 바로 몸을 돌려 몸을 일으키던 공작원들에게 달려갔다.
"이 새끼들이! 당장 꿇어앉아!"
"고개 숙여! 대갈통에 마탄을 박아주마!"
장교들이 독기 어린 목소리로 외치는 순간.
장웨이 사령관은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놈들 북중국 국가안전부 8국의 공작원들입니다. 저 배는 8국의 고속 공작선입니다! 죄송합니다! 죽은 리웨이의 위성 보안 코드를 확보하지 못해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바닥을 구르던 공작팀 팀장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장웨이 사령관이 변명을 쏟아내는 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허리 벨트에 롱소드를 걸어둔 젊은 남자.
이 남자에게서 어떤 각성자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특이한 기질이 느껴졌다.
물에 비친 그림자처럼 허허롭다가도,
태산을 올려다 보는듯한 막막함이 느껴진다.
이 남자는 장웨이의 변명을 들으며 갑각 위를 한동안 걸었다.
무언가를 생각하듯 한참을 이렇게 움직이다가 문득 멈춰섰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서늘한 시선으로 주위를 훑는 순간 엄청난 위압감이 몸을 내리눌렀다.
이 순간 공작팀 팀장은 이 남자의 정체를 직감했다.
천검!
남중국에 홀연히 나타난 각성자!
이름과 외모, 행적 모든 것이 특급 비밀로 분류되는 그다!
직접 천검을 보는 순간. 팀장은 이 모든 게 왜 비밀로 분류됐는지 깨달았다.
엄청난 카리스마!
단지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만으로, 마음이 경도되고 몸이 절로 무릎 꿇으려 한다!
이때 천검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휘이이, 휘이이이-
순간 하늘에서 쏟아지는 풀 내음 가득한 바람!
"거북이가 뭔가에 많이 놀랐군. 한 시진 정도 쉬다가 알아서 돌아갈 거다. 이 거대 거북이는 신경 쓸 거 없다."
"알겠습니다. 각하!"
장웨이가 절도있게 고개 숙이는 순간 천검은 공작팀 팀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은 잠시 따로 분리해둬라."
"네 각하!"
천검은 몸을 돌려 얼빠진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여기에 왔습니까?"
"네?"
여자가 얼빠진 목소리로 반문하자 다시 명령한다.
"차양."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장웨이는 바로 움직여 은폐 마력장이 쏟아지는 차양으로 두 사람을 가렸다.
다시 한번 질문이 날아왔다.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셨습니까? 이야기만 듣고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죠."
급변하는 상황에 당황했던 진교은은 재빨리 정신을 추슬렀다.
군인들의 분위기와 태도를 보는 순간 직감했다.
지금 눈앞에 선 이 남자가 이곳의 최고 권력자다!
이런 상황에서 거짓을 말하는 건 상황을 꼬이게 한다.
이태성 길드장과 관련된 사항을 빼고 사실대로 전하는 게 낫다.
진교은은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어젯밤 카지노 유람선, 카지노 나이트에서 이 모든 일이 시작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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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기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름도 묻지 않은 여자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 까닥이고 다른 사람들을 향해 움직였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자를 보는 보안 요원들.
가면을 쓰고도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는 남녀 30여 명.
마지막으로 깍지낀 손을 머리에 올린 채로 무릎을 꿇고 있는 공작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우연히 제주도 인근을 지나가다가."
"벌꿀 가면, 용 가면을 쓴 이상한 놈들이랑 엮여서 거대 거북이 위에서 싸웠습니다."
"그렇게 격전을 벌이던 중에 갑자기 용용이가 나타나는 바람에 여기까지 표류했습니다."
....
공작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적당히 이야기를 잘라 전했다.
천검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장웨이는 점점 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천검 앞!
장웨이는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고 마음만 터질 듯 조마조마해졌다.
이야기가 끝나고 공작원들의 긴장된 시선이 모이는 순간 이세기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된 거군요."
얼핏 지루함이 떠오른 얼굴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정체불명 남자의 여상한 반응에 공작원들은 내심 안도했다.
그러나 이 순간 여상한 겉모습과 달리, 이세기의 머릿속에서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한 사람.
악어, 벌꿀 가면을 쓰고 난장판을 만들었다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도주 실력으로 도망 다니며.
근본을 알 수 없는 길거리 개싸움 같은 전투를 벌였다!
정면으로도 꺾을 실력이 있으면서도,
상대를 기만하고 의표를 찔러 농락하듯 굴렸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난장판!
카지노 유람선이 난장판이 되고.
마수가 쏟아져 바다가 난장판이 되더니.
거대 거북이, 용용이가 나타나고 엄청난 폭풍우까지 몰아쳤다!
재앙의 화신이 강림한 것처럼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사고!
이 모든 게 자신이 이세계에 떨어지기 전, 무림에서 겪었던 일들과 일치했다!
-가장자리가 잘린 황금 가면 = 악어, 벌꿀 가면.
-엄청난 도주 실력과 개싸움 실력.
-적을 기만하고 의표를 찔러 난장판에서 농락하듯 굴렸다.
그리고 듣는 순간 분통이 터진다는 그 비열한 웃음소리!
'카캬카-'
뒷골목 삼류 흑도 악당 같은 이 웃음소리만으로도 8할이 넘는 확신이 왔다.
그런데 여기에 결정타가 있었다!
어젯밤의 난장판을 만들어낸 벌꿀 가면을 쓴 사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분통을 터트리며 한 말.
'이세기 새끼.'
-이세기 새끼! 그놈이 그렇게 눈뽕을 터트리고···.
-이세기 새끼가 그때 제 목을 조르고···.
-이세기 새끼! 그 치사한 새끼가 저를 인간 방패로···.
지금 거대 거북 갑각 위에 있는 모두는.
자신들을 난장판에서 구르게 만든 사람이 '이세기'라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얼마나 입을 잘 털고 감쪽같이 속였는지!
속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았다는 의심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몇 번이나 본 피해자들과 똑같은 반응이다!
이세기는 확신했다.
천하가 넓다 하나 세상에 이런 녀석이 두 명이나 있을 리 없었다!
자신을 사칭한 가짜 이세기는.
오랜 친우,
돌멩이 천문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