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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75화 (37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75화>

“....”

김철수는 물끄러미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길고 긴 통화 끝에 남겨진.

뜨근뜨근한 스마트폰과 완전히 방전된 20000mAh 보조 배터리.

그리고 곧 다시 전화를 걸겠다는 약속.

김철수는 마침내 깨달았다.

맞선 상대, 강화영은 진심이다!

톡과 전화, 만남!

쉴새 없이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 시그널에 담긴 것은 예상치 못한 깊은 호감!

"파양된 양자인데···. 조건이 이렇게 차이 나는데···. 왜, 도대체 왜?!"

김철수는 강화영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순수하게 감정을 주고받기에는 걸리는 게 너무나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첫 단추,

천호 그룹의 사모님!

맞선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사모님에게서 아무 연락이 없다는 게 너무나 수상했다!

강화영은 자신과 천호 그룹 간의 복잡한 사정을 이미 알고 있지만, 들어서 아는 것과 그게 자기 일이 되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김철수 사무실이 날개를 펴려는 중요한 순간이고.

이 사무실에는 자신만이 아닌 천문석과 직원들의 시간과 열정까지 담겨있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고 지금은 일에 집중할 때였다.

김철수는 결심을 굳혔다.

휴가를 끝내고 서울로 올라가는 거다.

그리고 벽을 치면 짧은 호의는 곧 끝날 것이다.

이때 전화기가 울렸다.

띠리리리리-

순간 움찔했던 김철수는 화면을 보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김철수 사무실]

"네. 김철수입니다."

=사장님. 휴가 중에 죄송합니다. 최설 사원입니다.

"네. 혹시 사무실에 무슨 일 있나요?"

=별다른 것은 아니고. '연구소'에 계신 분이 며칠 전에 사무실로 찾아오셨습니다···.

직접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연구소'라고만 말하는 최설.

하지만 김철수는 누가 찾아왔는지 바로 알아챘다.

추이린 수석 연구원!

헌터업 사무실을 차리고 첫 번째 일,

이세계 쿠팡맨 때 만난 추이린 수석 연구원이다.

추이린 수석 연구원에게 정제 마석 판매를 위탁받으면서 나중에 일을 해주기로 약속했었다.

김철수는 바로 확인했다.

"혹시 의뢰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전화기 너머 최설의 설명이 이어졌다.

=의뢰 이야기를 직접 하지는 않으셨는데.

=사장님과 부사장님이 돌아오면 바로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찾아왔다는 사실과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걸 말이죠.

=사장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혹시나 해서···.

최설이 말끝을 흐리는 순간 김철수는 재빨리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주 잘 하셨어요. 곧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특이 사항 생기면 바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김철수는 전화를 끊으며 생각했다.

완벽한 타이밍이다!

당장 서울로 올라가 몇 번 전화를 받지 않으면, 모든 게 흐지부지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조용히 끝난다!

김철수는 평상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돌리며 외쳤다.

"문석아 나 급한 일이···."

그러나 어느새 천문석은 김철수 앞에 서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철수형. 위에서 의뢰 맡긴다고 합니까?"

"어, 맞아. 너 통화 다 들었냐?"

"네. 그 의뢰는 제가 처리할게요. 철수형은 첫 휴가인데. 여기서 좀 더 쉬다 올라오세요."

천문석이 말하는 순간.

김철수는 다급하게 외쳤다.

"야, 그건 아니지!"

"네?"

"너 신동대문에서도 구르고! 여기 제주도에서도 굴렀잖아!"

"그렇긴 한데. 전에 쿠팡맨 때 생각하면. 이번 의뢰도 제가 하는 게 나을 것···."

팡, 팡, 팡-

김철수는 천문석의 어깨를 두들기며 외쳤다.

"이번 의뢰는 내가 직원들 데리고 할 게! 게릭, 클릭스, 폴리머, 최설까지! 다른 직원들도 현장 감 잃으면 안 되잖아!"

김철수는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돌려 뛰었다.

다다다다-

번개같이 마당을 가로질러 마루로 뛰어오르더니 2층으로 올라간다.

김철수는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다급히 움직이고 있었다.

"뭐지? 철수형 오래간만에 쉬니까 몸이 근질거리는 건가?"

천문석이 고개를 갸웃할 때 류세연이 물었다.

"철수 오빠. 서울 올라간 데?"

"어. 사무실에 일이 좀 생겼어. 아무래도 나도 서울로 올라 가봐야겠는데."

"앗?!"

순간 화로를 볼링공처럼 데굴데굴 굴리던 특급 헌터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알바! 서울 간다고!?"

"어, 넌 여기서 더 놀다가······."

특급 헌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2층으로 뛰어 올라가며 외쳤다.

"그런 건 빨리빨리 말해줘야지! 나 작별 인사할 사람 엄청 많단 말야! 당장 준비하고 인사하러 가야겠어!"

"...."

천문석은 대청마루에 혼자 남은 류세연에게 물었다.

"넌 여기 있을 거지?"

"뭘 당연한 걸 물어?"

"그렇지 당연하지. 하하하-"

천문석이 웃는 순간 류세연은 대답했다.

"난 특급 헌터에게 이길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아! 당연히 꼬맹이 따라갈 거야!"

류세연은 소파 옆으로 빙글 굴러 내려오더니 담요 위에 굴러다니는 각서를 낚아채 단숨에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특급 헌터! 이 집문서 챙겨야지! 누나가 딸 때까지! 너 이거 절대 잃어버리면 안 돼!!"

이제 1층에는 천문석 혼자만 남았다.

제주도에 오는 것도 번개같이 결정됐는데,

서울로 올라가는 것도 순식간에 결정되는구나.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저택으로 걸어갔다.

출발은 내일 하겠지만, 특급 헌터의 말이 맞았다.

사람과의 관계에선 언제나 성의를 보여야 한다.

제주도에서 안면을 익힌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이때 자동차 엔진음이 들려왔다.

부으으으으응-

엔진 소리는 저택으로 빠르게 가까워지더니 곧 멈췄다.

"여사님이 벌써 오셨나?"

천문석이 대문으로 다가갈 때.

가볍게 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콩-

그리고 이어지는 젊은 목소리.

"안녕하세요. 허세인이라고 합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

임옥분 여사의 저택 마당.

천문석과 류세연, 특급 헌터가 평상에 나란히 앉아 있고.

김철수가 마당에 뻘쭘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김철수 앞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

허세인이라고 이름을 밝힌 여자.

단정한 단발머리.

검은색 오버핏 리넨 블라우스.

회색빛 일자핏 바지에 새하얀 운동화.

대학 신입생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난 허세인은 김철수에게 다시 한번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드려요. 그때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저와 동생은 큰일이 났을 거예요."

평상에 앉은 천문석, 류세연, 특급 헌터의 고개가 옆으로 움직였다.

허세인의 앞에 뻘쭘하게 서 있는 김철수!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그리고 사실 제가 구한 것도 아닙니다. 그 마력 각성자분께서 구해주신 건데···. 하하하-"

김철수는 민망하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 순간.

허세인은 비스듬히 다가서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때 침대를 들어 올리고. 저를 빼내 주지 않으셨다면 2차 붕괴 때 정말 큰일이 났을 거예요. 정말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그리고 다시 한번 고개를 깊게 숙였다.

"허세인이라고 해요. 이렇게 늦게 찾아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하, 하-”

김철수가 어색하게 웃는 순간,

특급 헌터가 손을 흔들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이름! 이름!'

"앗! 저는 김철수라고 합니다. 죄송하실 것 전혀 없습니다. 그럼 전 일이 좀 있어서···."

김철수가 몸을 돌리자.

허세인은 김철수의 옷소매를 잡아끌었다.

"혹시 더 하실 말씀이···?"

김철수가 의아한 얼굴로 보는 순간 허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바쁘시겠지만. 제가 저녁을 대접해드리면 안 될까요? 오늘, 내일 언제든 괜찮아요. 부디 부탁드립니다."

"네? 아니 제가 진짜 급한 일이······."

이때 천문석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철수형. 그 일은 제가 처리할게요. 저녁 식사하세요."

"맞아.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는 건 신사가 아니라고 이시언이 그랬어!"

"아니, 그게 무슨···."

김철수가 당황할 때,

허세인이 고개 숙이며 말했다.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내일이나 모레. 언제든 편하신 시간에 연락해주시면 돼요."

그리고 물끄러미 김철수를 보자.

다다다닥-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대청마루로 달려가 충전 중인 휴대폰을 들고 왔다.

"철수형. 여기 휴대폰!"

"어, 어."

"철수형. 잠금 풀어야지!"

"어, 그래."

김철수가 잠금을 풀자,

특급 헌터는 휴대폰을 허세인에게 전했다.

"여기에 전화번호 찍어주세요!"

허세인은 김철수의 휴대폰을 들어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

프로필 사진까지 찍어서 이름과 함께 저장해 특급 헌터에게 건넸다.

그리고 빙그레 웃었다.

"고마워요."

우히히히힛-

특급 헌터는 신나게 웃더니 휴대폰을 들고 달려가 충전기에 연결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천문석 옆에 앉아 흥미진진한 얼굴로 두 사람을 봤다.

허세인은 빙그레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김철수에게 건넸다.

"한과 조금 준비했어요. 언제든 편한 시간에 전화해 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허세인은 김철수에게 다시 한번 정중히 고개 숙이고,

평상에 앉은 세 사람에게도 인사하더니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럼 전 이만."

탁-

대문이 닫히고 자동차 소리가 멀어지는 순간 류세연이 외쳤다.

"봤지? 봤지!? 저 사람 완전 고수야!!"

"그게 무슨 소리야?"

천문석이 의아해하는 순간.

특급 헌터가 벌떡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세연 나도 봤어! 철수형! 저 누나가 철수형 완전 맘에 들어 하고 있어! 러브 시그널 예리나처럼 완전 고수야!"

"야, 그런 거 아냐. 그냥 감사 인사하러 온 거야."

"철수형이 호텔에서 구해준 사람 맞죠?"

"어 맞아. 그런데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여긴 처음 왔는데···."

김철수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특급 헌터가 물었다.

"이 선물 상자 열어봐도 돼."

"그래 열어봐라."

파바바밧-

특급 헌터가 언제나처럼 박력 있게 포장지를 찢어버리고 선물 상자를 여는 순간.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포장한 한과 선물세트와 곱게 접힌 카드 한 장이 나왔다.

"이것 봐 내 말이 맞지!"

류세연이 탄성을 터트리고.

특급 헌터가 선물 상자 안에서 들어있던 카드를 번쩍 들었다.

"철수형! 여기 이 카드 빨리 읽어봐!"

김철수는 얼떨결에 카드를 펼쳐 읽었다.

[도움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담 가지지 마시고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허세인.]

"그리고 전화번호 적혀 있는데? 이거 그냥 평범한 감사 카드 아냐?"

"맞아. 평범한 감사 카드 같은데?"

김철수와 천문석이 말한 순간.

류세연과 특급 헌터는 답답하단 듯이 외쳤다.

"하, 왜 이걸 모르는 거야?!"

"맞아! 왜 이걸 모르는 거지?!"

그리고 번갈아 외치는 두 사람.

"대학 후배처럼 입은 옷!"

"살며시 다가서서! 예리나처럼 옆얼굴을 쓱- 보여주고!"

"손등에 살짝 손을 올리고!"

"살며시 옷깃을 잡아당겼어! 예리나처럼."

"은근슬쩍 저녁 약속을 잡고."

"철수형 핸드폰에 예리나처럼 셀카도 찍어 놨잖아!"

"그리고 이 카드가 결정타야!"

"맞아! 이 카드가 아주 중요해!"

류세연과 특급 헌터는 동의한다는 듯 서로를 보여 고개를 끄덕였다.

"야, 그게 뭔 소리야? 그냥 고맙다고 저녁 식사 한 끼 하자는 건데···."

김철수가 어이없어할 때.

천문석은 촉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류세연과 특급 헌터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느껴지는 게 있었다!

처음 등장에서 사라질 때까지.

허세인은 항상 철수형 정면 15도에 비켜 서 있었다.

게다가 옷차림은 평범한 캠퍼스룩, 화장도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럽고, 별다른 장신구 하나 없었다.

경계심을 지워버리는 평범한 옷과 화장, 장신구.

사근사근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행동으로 조심조심 접근했다.

그 결과 허세인은 어느새 경계심이 완전히 무너진 철수형 바로 앞, 사적인 거리에서 이야기했다!

자신조차 이상하단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아무리 겨울이 혹독해도 봄날이 오듯,

불운의 상징 철수 형에게도 봄날이 왔다!

[강화영] -> [김철수] <- [허세인]

드라마, 영화, 소설 속에서나 보던 흥미진진한 상황!

현실에서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게다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신이 너무나 잘 아는 사람.

적이 없는 사나이 철수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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