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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74화 (37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74화>

“너 뭐 하려고?”

"승부! 이 집문서를 건 승부를 할 거야!"

류세연이 비장하게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가 벌떡 일어나 대답했다.

"특급 헌터는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담요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을 때.

천문석은 류세연이 잊고 있던 걸 깨우쳐 줬다.

"너 어젯밤에 다 털렸다며? 승부에 걸 거는 있냐?"

"앗!"

류세연이 재빨리 트레이닝복 바지를 뒤져보지만, 당연히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연. 내가 빌려줄까?"

특급 헌터가 동전 지갑을 번쩍 들고 외쳤으나 류세연은 고개를 저었다.

집문서를 쟁취해야 하는 상대에게서 밑천을 빌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천문석에게 말했다.

"삼촌. 내가 두 배, 아니 열 배로 불려줄게. 투자 좀 해봐."

뭐지, 이 삼촌 조카가 거꾸로 된 것 같은 모습은.

"나 개털이다."

천문석이 대답하는 순간 류세연은 번개같이 움직였다.

마루를 달려 선풍기 뒤에 걸려 냉기를 품어내는 화로를 가져오더니 담요 위에 내려놓았다.

탁-

"이거 빌려줘! 내가 열 배로 갚을게!"

"앗! 진짜로!? 정말로?! 이 엄청엄청 좋은 화로를 건다고?!"

깜짝 놀란 특급 헌터는 동전 지갑과 구슬 주머니, 각서, 지폐를 모두 모아서 앞으로 내밀었다.

"앙꼬 대장 구슬 빼고 다 걸게!"

"다른 건 필요 없고. 내가 이기면 이 집문서만 주면 돼."

"뭐, 진짜로? 세연 도장 잘못 찍으면 큰일 나!"

"흐흐흐- 나 국가 핵심인재 류세연이야! 어때 콜?"

특급 헌터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럼 세연이 한 번만 이기면 이 종이 줄게. 이 화로는 엄청엄청 좋은 거니까."

“딜!”

“딜!”

류세연은 특급 헌터와 악수하고 간절한 눈빛으로 천문석을 바라봤다.

"삼촌! 내 평생의 소원이야. 한 번만 나를 믿고 투자해줘! 내가 이기면 월세 반으로 깎아줄게!"

"너, 꼬맹이랑 정말 진지하게 승부하려고?"

천문석이 말하는 순간.

특급 헌터와 류세연은 동시에 외쳤다.

"승부는 신성한 거야!"

"승부는 신성한 거야!"

"맞아. 맞아!"

"맞아. 맞아!"

그리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진짜 꼬맹이와 정신 연령 꼬맹이 두 명.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월세는 됐고. 이 화로 잃으며 앞으로 우리 집 가스비, 전기료는 네가 내라."

"콜!"

류세연은 즉시 외치고 화투패를 잡으려 했다.

탁-

천문석은 류세연의 손을 막았다.

"특급 헌터 완전 타짜라며? 너 화투로 이길 수 있겠냐?"

"앗?!"

마음이 급했던 류세연은 흠칫했다.

어제저녁부터 밤까지.

할머니와 자신 모두 화투로 완전히 탈탈 털렸다.

제주도 타짜라 불리는 외할머니, 임옥분 여사님까지 진 것이다!

눈앞의 특급 헌터에게!

'뭐로 대결해야 이길 확률이 높지?'

류세연은 천재적인 머리로 재빨리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파밧, 파바밧-

류세연에게서 불꽃 튀는듯한 느낌이 전해질 때.

특급 헌터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세연. 내가 승부할 거 가져올게! 나 같이 놀려고 집에서 잔뜩 가져왔어!"

다다다닥-

2층 계단을 뛰어 올라가 커다란 자루를 끌고 오는 특급 헌터.

쿵, 쿵, 쿵-

담요 위에 자루를 뒤집자 그 안에 담긴 물건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나무 블록, 젠가.

보드게임, 부루마블.

가지런히 쌓인 딱지들.

고무줄로 묶인 종이비행기.

....

그리고 대청마루 구석의 바둑판과 바둑돌을 밀고 와서는 외쳤다.

"세연. 이걸로 대결하면 돼!"

하하하-

번쩍 고개를 든 류세연은 눈앞에 놓인 젠가 블록을 잡고 통쾌하게 웃었다.

"나 게임의 여왕 류세연이라고 불렸어! 너 괜찮겠냐?"

"나도 키즈 카페에서 콩황제라고 불렸어! 승부해!"

특급 헌터는 작은 주먹을 내밀며 외쳤다.

콩-

콩-

류세연과 특급 헌터의 주먹이 부딪히고 동시에 나오는 외침.

"승부는 신성하다!"

"승부는 신성하다!"

그리고 승부가 시작됐다.

젠가, 부루마블, 비행기 멀리 날리기, 알까기까지!

[젠가]

"이야압! 하늘을 잇는다!"

특급 헌터가 호쾌한 기합과 함께 딱밤을 날리는 순간.

뻥, 뻥-

고무망치로 때리듯 쏙, 쏙- 빠져나와 마룻바닥을 구르는 나무 블록!

류세연은 입을 떡 벌린 채로 패배했다.

[부루마블]

"제발 제발! 3만 아니면 돼!"

류세연이 손안에 잡힌 주사위에 기원을 담아 던지는 순간.

떼구르르르-

[1][2]

“이런 젠장!! 으으윽!”

류세연은 던지는 족족 특급 헌터의 도시에 걸려 순식간에 파산했다.

[종이비행기 멀리 날리기]

"멀리멀리 날아라! 얍!"

특급 헌터가 대청마루를 다다닥- 달려 비행기를 휙- 마당으로 날리는 순간.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오더니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종이비행기.

종이비행기는 마당 한쪽 물 위를 빙글 돌아 수로를 타고 날아갔다.

제주도 앞바다까지.

"세연. 어서 날려!"

"...."

류세연은 말없이 까마득히 멀어지는 종이비행기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다음으로 넘어가자."

[알까기]

얍-

따악, 통-

얍-

따악, 통-

....

기합이 터지고,

작은 손으로 딱밤을 날릴 때마다,

바둑판 밖으로 날아가는 검은돌.

백돌을 잡은 특급 헌터가 7번 딱밤을 날렸을 때, 바둑판 위에 남아있는 검은 돌은 없었다.

그리고 이마를 쓱 닦으며 하는 말.

"아, 힘들었다. 세연 10알 놓고 다시 해볼래?"

"아니! 다음 승부로 넘어가!"

류세연은 투지를 불태우며 뒤이어 딱지를 치고, 구슬치기를 하고, 공기놀이까지 했다.

승부는 3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승부가 끝났을 때.

대청마루에는 다시 한번 처절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이럴 수는 없어!"

"으으으-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한 번도 이기지 못하다니!"

패배, 패배, 패배!

단 한 번의 승리도 하지 못한 패배자, 류세연이 좌절할 때.

승리, 승리, 승리!

연이은 승리를 거둔 승리자, 특급 헌터는 신나게 웃었다.

카캬카카컄-

특급 헌터는 전리품 ‘화로’를 입고 있는 옷자락으로 반짝반짝하게 닦으며 외쳤다.

"엄청 좋은 화로가 생겼어! 집에다가 걸어놓아야지!"

그리고 이 승부를 옆에서 지켜본 천문석은 다시금 깨달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건 국가 핵심인재, 국가 공인 천재인 류세연도 마찬가지였다.

천문석은 좌절 중인 패배자 류세연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야, 힘을 내. 질 수도 있는 거지."

"삼촌···."

류세연이 감동한 얼굴로 보는 순간.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집 가스비, 전기료는 바로 자동이체해놔라. 카캬카-"

"이런 젠장! 내가 지다니! 게임의 여왕이 지다니! 으으으-"

이때 천문석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류세연이 게임의 여왕을 자처할 때.

특급 헌터는 자신을 ‘콩황제’라고 말했었다.

‘콩황제.’

처음 듣지만 어쩐지 뜻을 알 것 같은 별명이다.

"특급 헌터. 너 콩황제라고 불렸다고? 그거 뜻이 혹시···."

이 순간 연이은 승리를 쟁취한 승리자 특급 헌터가 분한 얼굴로 외쳤다.

"내가 맨날 2등만 해서 콩황제야! 으으으- 왜 이길 수가 없는 거지?!"

놀라운 이야기였다.

특급 헌터는 류세연과의 승부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류세연의 운동신경도 천재적이지만,

특급 헌터의 운동신경과 감각은 독보적이었다.

간혹 그런 사람이 있었다.

탁월한 운동신경과 감각을 타고 나서,

남들이 백일 천일의 고련을 거쳐 도달하는 경지를 단숨에 따라잡아 자연스럽게 펼치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무운(武運)까지 따르면,

하늘이 내린 무재(武才) 천무지체(天武之體)라고 불린다.

그리고 천문석은 이미 천무지체를 본 적이 있었다.

천검 이세기.

특급 헌터는 내가 심법을 배우진 않았지만, 몸 쓰는 것만큼은 이미 어린 시절의 이세기를 능가했다.

그런 특급 헌터를 이기는 아이가 있다고?

콩황제가 진짜 2등이라 콩황제였다고!?

어이없음과 동시에 호기심이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한 번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특급 헌터에게 몇 번이나 들었던 이름!

천문석은 확인했다.

"그 아이가 누군데?"

특급 헌터는 번쩍 고개를 들고 분한 얼굴로 예상 그대로의 이름을 외쳤다.

"앙꼬 대장!"

그리고 분노한 외침이 이어졌다.

"한 번도 못 이겼어!"

"얼마 전에 딱지치기했거든!"

"닦지 만들 때 제임스가 주먹으로 꽝꽝- 때리고!"

"커다란 자동차로 왔다 갔다 해서. 엄청엄청 단단한 딱지 만들었단 말야!"

“앗 저 딱지야!

특급 헌터는 마루 한쪽에 떨어진 두꺼운 딱지를 주워와 휙 내밀었다.

"그게 이 딱지야!"

두꺼운 딱지를 잡자 손에 걸리는 묵직한 무게!

얼마나 압착했는지 종이로 만든 딱지에서 금속을 만지는듯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 압착 딱지로 가볍게 담요를 내리치자.

쿠웅-

후드드득-

묵직한 진동과 함께 담요 위의 화투, 젠가, 바둑돌, 구슬 같은 물체들이 일제히 튀어 올랐다.

"와, 이 딱지 장난 아닌데?!"

천문석이 감탄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앙꼬 대장이 탁- 치니까 그냥 툭- 넘어갔어."

특급 헌터는 다른 딱지를 집어 담요 위에 놓인 압착 딱지를 연신 내려쳤다.

딱, 딱, 딱-

딱지가 아닌 쇳덩이를 때리는 것처럼 미동도 없는 딱지!

"이렇게 내가 아무리 해도 안 넘어가는데! 앙꼬 대장이 탁- 치기만 하면! 이 딱지가 벌떡 일어서더니! 툭- 넘어가는 거야!"

으으으-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분통을 터트리고, 괴로워하다가, 의혹에 휩싸이던 특급 헌터는 번쩍 고개를 들어 천문석을 바라봤다.

"알바! 이제 알겠지?"

"뭐를 알아?"

"우리가 경주에서 앙꼬 대장을 이기려면 진짜진짜! 엄청엄청! 노력해야 해! 앙꼬 대장은 장난이 아냐!!"

"...."

잊고 있었다.

특급 헌터와 경주에 참여하기로 어느새 결정됐었다는 것을.

하지만 이 순간 천문석은 결심했다.

특급 헌터와 경주에 참여해서 앙꼬 대장을 만나보겠다고.

특급 헌터를 이기는 아이, 앙꼬 대장.

그 아이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천문석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

"특급 헌터 딱지 하나 줘봐."

"....?"

의아한 듯 건네지는 딱지.

천문석은 딱지를 건네받는 순간 가볍게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앞으로 걸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물러서고 나아가는 발걸음에 담기는 생사팔문의 보법!

가볍게 손을 드는 순간 펼쳐지는 관음천수도의 일수!

단순함에 아득한 무리를 담고,

이 무리에 절정의 일기일원공을 싣는다!

이 순간 일심으로 모인 마음!

'넘긴다!'

심기체가 하나로 모인 순간.

벼락같이 딱지가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지진이라도 난 듯 마루가 요동치고, 젠가, 구슬, 화투···.

마루 위 모든 게 사방으로 튕겨 나갈 때.

휘이익-

단단하게 압착된 딱지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넘어갔다.

툭-

".....!?"

압착 딱지가 뒤집히는 순간 경악한 특급 헌터가 외쳤다.

"알바!! 해냈어!!!"

천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미래의 승리를 선언했다.

"봤지? 우리는 앙꼬 대장을 이길 거다!!"

특급 헌터는 존경심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천문석을 바라보며 외쳤다.

"알바는 역시 특급 알바야! 우리는 할수 있어!!"

이 순간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동시에 외쳤다.

“우리는 승리한다!”

“우리는 승리한다!”

뒤이어 터져 나온 통쾌한 웃음!

카캬카카-

카카카컄-

그리고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난장판이 된 대청마루를 재빨리 치웠다.

온종일 늘어지고 재밌게 놀다 보니 어느새 늦은 오후.

무시무시한 등짝 스매싱을 날리시는 임옥분 여사님이 집으로 돌아오실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좌절하던 류세연마저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청소를 시작할 때.

모두에게서 잊혔던 사람이 움직였다.

김철수.

마당 한쪽 구석, 평상에 쪼그려 앉아 길고 긴 전화통화를 하던 김철수가 마침내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귀에서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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