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73화 (37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73화>

쿵, 쿵, 쿵-

북처럼 울리는 가슴!

추이린은 서울 수복 작전이 성공하고 최초의 게이트 안정화 장치가 작동했던 그때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곧 재금 그룹의 숨겨진 실세의 꼬리를 잡고, 재금 그룹 오너의 정체를 알 게 된다.

마탄을 발명하고,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설계하고.

지금 들어가는 이 경이로운 공원을 만든 사람.

오너의 정체를!

위이이잉-

추이린 앞의 자동 에어록이 열리고 녹음이 우거진 중앙 공원이 나타났다.

휘이, 휘이이-

산들바람에 실려 오는 짙은 숲 냄새,

따뜻한 태양 아래 펼쳐진 넓은 잔디밭에 누워있는 사람들.

한쪽에는 아이들이 가득한 놀이터가 보이고 저 멀리 공원 끝에는 파도가 밀려오는 인공 해변까지 존재했다.

뉴욕 센트럴 파크 크기의 거대한 공원, 중앙 공원.

추이린은 이 공원을 수없이 걸었지만, 그때마다 전율했다.

이 공원은 일종의 바이오스피어(독립 생태계)였다.

하늘과 벽은 마력회로가 깔린 강화 유리창으로 막혀있고,

이 안의 물과 공기, 흙 모든 건 과학과 마학 기술로 순환한다.

머리를 들면 태양의 자연광을 그대로 느낄수 있는 강화 유리 천장이 보이고.

고개를 돌려 공원 가장자리 인공 파도 너머를 보면 거대한 유리 벽이 서 있었다.

그리고 이 유리 벽 아래로 25개 구로 이뤄진 서울시와 가양대교에서 천호대교까지 이어진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거대한 유리 벽 너머 어디를 둘러봐도 시야를 가리는 그 무엇도 없이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구름만 보인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바이오스피어 공원은 재금 그룹 본사가 있는 곳.

서울 하늘 위 수 킬로미터. 대류권에 떠 있는 천공의 섬, 일명 전능 옥좌에 있었으니까.

그르르륵-

추이린은 카트를 끌고 경이로운 바이오스피어 공원을 가로지르며 새삼 전율했다.

오너는 맨해튼 1/3 크기의 섬을 지구 중력이 작용하는 대류권에 띄우고.

그 중앙에 완벽한 생태 순환이 가능한 바이오스피어 공원을 만들었다!

이 말은 오너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스페이스 콜로니를 만들고 달과 화성에도 개척지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건 게이트 발생 이후 가속된 과학과 마도 기술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모든걸 해낸 오너는 재금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은연중 부르는 별명 그대로의 인물이었다.

전능 옥좌의 마도 황제!

경이로운 중앙 공원을 걸으며 추이린은 다시금 다짐했다.

이번에야말로 숨겨진 실세의 정체를 밝히고.

그 뒤에 숨어있을 오너, 마도 황제를 찾아낸다!

추이린은 중앙 공원을 외곽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보안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금속 상자 반출 신청을 했다.

금속 상자의 첫 목적지는 광화문 게이트 지역.

게이트 지역에 도착한 금속 상자는 복잡한 꼬리 떼기 과정을 거쳐 운송인이 있는 장소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광화문 게이트 앞.

재금 빌딩 13층, 김철수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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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고 평범한 여름 낮.

천문석이 알게 모르게 뿌려둔 수많은 인과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었다.

-거대 거북이 위 이세기(가짜)에게 당한 이들은 이세기(진짜)를 향해 이동 중이고.

-천공탑에서 나온 마법사는 레이 실트란 가명을 세계에 새기고, 부산 미궁에 공방을 만들기 위해 이동했다.

-레이 실트란 가명이 세계에 새겨진 후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는 오랜 칩거를 깨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재금 연구소 수석 연구원 추이린은 재금 그룹의 숨겨진 실세를 낚을 미끼를 만들고, 이 미끼를 부산 미궁에 옮길 김철수 사무실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천문석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청마루에 널브러져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사람들은 움직이고,

인과의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이렇게 자라난 인과는 씨줄과 날줄이 되어 태피스트리, 사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세기(진짜)가 마침내 이세기(가짜)의 존재를 인식하는 게 될 사건.

-천공탑의 마법사와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

-재금 연구소의 추이린과 재금 그룹의 숨겨진 실세.

두 명의 마법사와 두 초거대기업이 부산 미궁에서 얽히는 사건.

하늘의 인과는 그 누구도 전부 헤아릴 수는 없다는 말처럼.

예측 할수 없는 사건과 고난이 찾아오고 있었다.

대청마루에 널브러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

천문석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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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석은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한 후 다시 대청마루에 누웠다.

흐흐흣-

소파에는 어느새 평소 모습을 찾은 류세연이 예능을 보며 웃었고.

"으어- 시원하다!"

마루 위에서는 사령 화로를 마사지 볼처럼 등에서 굴리는 특급 헌터의 탄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마당에서 들려오는 지친 목소리.

"네, 그렇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니요. 그럴 리가요. 네, 그럼 저녁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철수형이 보조 배터리가 연결된 휴대폰을 들고 마당을 걸으며 깐깐한 상사와 통화하듯 전화 통화하고 있었다.

강화영과!

아침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3시간 동안!

류세연의 사촌 언니 강화영은 처음 이미지와 달리 아주 강하게 철수형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 같았다.

흐흐흐-

천문석은 음흉하게 웃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한가로운 늦여름 한낮.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시원하며 해야 할 일은 하나도 없었다.

제주도 휴가 4일 차에 마침내 평안에 이르렀다.

1일 차. 감귤 따기와 나르기.

2일 차. 거대 괴수, 마신의 강림체 출현.

3일 차. 카지노 나이트에서의 난장판.

이 모든 게 거짓말인 것처럼.

너무나 느긋하고 평화로웠다.

괴수 코어를 바다에서 잃어버리고,

거대 거북이가 간첩선과 간첩을 실은 채 남중국으로 이동한 건 뼈저리게 고통스러웠지만.

천문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 모든 난장판을 겪고도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하지 않은가?

게다가 카지노 나이트에서 얻은 게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에게 말했다.

"특급 헌터 그거 다시 보여줄래?"

얍-

말이 나오는 순간 가볍게 몸을 튕겨 벌떡 일어나는 특급 헌터.

"알았어! 내가 다시 보여줄게!"

이야압, 얍얍얍-

퐁퐁, 퐁퐁퐁-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꺼내 사령 화로를 마구마구 두들기며 외쳤다.

"시원해져라!"

"시원해져라!"

....

잠시 후 사령 화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원한 냉기!

특급 헌터는 냉기를 뿜어내는 사령 화로를 선풍기 뒤에 걸었다.

쏴아아아아-

곧 시원한 냉기를 품은 선풍기 바람이 대청마루에 불어왔다!

"아- 시원하다!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거 같아!"

"그렇지?! 역시 알바는 대단해! 시원한 화로를 주워오다니! 생각도 못 했다니까!"

류세연과 특급 헌터의 감탄에 천문석은 자랑스레 어깨를 으쓱했다.

사령 화로는 냉기와 열기 전환이 자유로운 마도구였다!

즉 앞으로는 옥탑방의 여름과 겨울, 냉난방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거다!

괴수 코어를 잃어버리고,

간첩신고 포상금을 날렸지만.

냉기 열기를 자유롭게 뿜어내는 사령 화로가 손에 들어왔다!

하하하하하-

천문석이 긍정적 마인드로 웃는 순간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계산이 이뤄졌다.

한 달에 5만원 절약.

일 년에 5x12 = 60만원 절약.

십 년에 60x10 = 600만원 절약.

....

백 년이면 6천만원,

천년이면 6억원이다!

즉 천년만 살면 6억원을 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젠장!!"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긍정적 마인드는 순식간에 박살 나고.

천문석은 픽- 대청마루에 다시 널브러졌다.

"뭐가 이따위야···. 으으으- 내 포상금!"

1000년 전이면 고려 시대다!

도저히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가 없었다!

천문석이 다시 괴로워하자,

특급 헌터가 구슬 주머니에서 구슬을 꺼내서 내밀었다.

"알바. 이 태풍 구슬 줄게! 이거 엄청 좋은 구슬이니까 팔면 돈 엄청 많이 줄 거야! 물에 넣으면 뽀글뽀글- 한다니까! 내가 보여줄까?! 잠깐만 기다려!!"

특급 헌터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마당으로 달려가 양동이에 물을 받아왔다.

그리고 물이 반쯤 찬 양동이에 태풍 구슬을 넣는 순간.

뽀그르르르-

물이 찬 양동이에서 거품이 거칠게 일어났다.

"하, 하- 신기하구나······."

영혼 없는 대답이 들려오는 순간.

특급 헌터는 재빨리 담요를 끌고 오더니 외쳤다.

"나 어제 돈 엄청 많이 땄는데 이거라도 줄까?"

그리고 펼쳐진 담요.

수북이 쌓인 화투 사이 동전과 지폐, 각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앗, 뭐야! 나랑 2차전 해야지!"

류세연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각서를 들고 물었다.

"너 그런데 이 각서 왜 안 챙겼어? 이거 집문서잖아?"

각서가 눈앞에 다가오는 순간 특급 헌터는 두 손을 재빨리 숨기며 외쳤다.

"난 절대로 거기에 도장 안 찍을 거야!"

"뭐?"

이 순간 특급 헌터가 다다닥 2층으로 달려가 가지고 온 익숙한 종이 뭉치.

종이 뭉치에 가득한 ‘正’ 바를 정자를 보는 순간 종이 뭉치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세발자전거를 사기 위해서 특급 헌터가 엄마와 한 계약서였다.

특급 헌터는 계약서 뭉치를 흔들며 외쳤다.

"나, 이 계약서에 손도장 찍었다가! 엄청 힘들었어! 심부름 진짜진짜 열심히 했어! 그거 다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난 절대로 손도장 안 찍어!"

특급 헌터가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천문석은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뭐, 그걸 다 했다고?"

분명 예전에 봤던 사기 계약서의 심부름 횟수는, 평생을 해도 반도 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었다!

"맞아. 엄청 엄청 힘들게 겨우 다했어! 에휴-"

이때 특급 헌터가 한숨을 내쉬더니 들고 있던 계약서 뭉치를 내밀었다.

“알바. 이거 봐봐.”

천문석은 특급 헌터가 건넨 계약서 뭉치를 받았다.

[자전거값으로 심부름 백萬번을 하겠습니다!]

크레파스로 적힌 문장 아래,

아이 손도장 두 개가 찍혀 있는 사기 계약서.

이 사기 계약서 위에 세련된 필체로 적힌 문장과 사인이 보였다.

[계약 완료를 확인합니다.]

장민.

그리고 이 한 장의 계약서 뒤에 붙어 있는 묵직한 종이 뭉치.

천문석은 종이 뭉치를 넘겨 봤다.

正正正正正

....

바를 정자가 가득 채워진 종이 사이사이,

커다란 바를 정자가 있고 그 옆에 세련된 필체로 적은 짧은 문장이 있었다.

-양치질을 세 번 하고, 목욕도 열심히 한 예쁜 아이에게 주는 선물. - 백 개짜리 正.

-건강해지는 샐러드를 일주일 동안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 - 천 개짜리 正.

-엘리베이터에서 할아버지에게 씩씩하게 인사한 착한 아이. - 천 개짜리 正.

-동화책을 또박또박 열심히 읽어줘서 너무 즐거웠어요. - 만 개짜리 正.

....

“....”

예전에 이 사기 계약서를 봤을 때, 장민 대표에게 무언가 생각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장민 대표의 생각이 지금 손에 들린 두툼한 종이뭉치에 짧은 문장이 되어 담겨 있었다.

이 두툼한 종이에 그어진 크고 작은 수많은 바를 정 하나하나에서 느껴진다.

열심히 약속을 지킨 특급 헌터의 최선을 다한 하루하루와.

아이가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의 고심이.

‘正’, 바를 정.

이 글자에 담긴 뜻 그대로 매일매일 열심히 사기 계약을 이행한 특급 헌터는 더 건강하고 바르고 훌륭한 아이가 되었다.

장민 대표가 처음 이 사기 계약서를 만들며 생각한 그대로.

천문석은 두툼한 계약서 뭉치를 잘 추슬러 특급 헌터에게 돌려줬다.

"이거 잘 보관해라. 엄청 소중한 거네."

"당연하지! 내가 이거 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래서 제주도 오면서도 가져왔잖아!"

특급 헌터는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 번 더 강조했다.

"나 그래서 절대로 도장은 안 찍기로 결심했어! 알바도 조심해! 계약은 진짜진짜! 무서운 거야!"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류세연을 봤다.

"너 다행이네?"

"...뭐가?"

천문석은 멍한 류세연의 얼굴 앞에 임옥분 여사님의 각서를 들어 보였다.

['갑'에게 '을'은 서울에 있는 해당 건물의 소유권을 넘긴다.]

[갑 :    / 을 : 임옥분.]

“이 각서 건물을 넘겨받을 갑에 이름도 서명도 없잖아? 특급 헌터도 여기에 도장을 찍을 마음이 전혀 없고 말야.”

특급 헌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히 말했다.

“맞아! 계약은 엄청엄청 무서운 거야! 난 절대 도장 안 찍어!”

“어, 그럼 설마?!”

이제야 상황을 깨달은 류세연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는 순간.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 건물주 대리 계속할 수 있겠다. 축하한다. 건물주 대리!"

"으앗!"

마침내 완전히 상황을 이해한 류세연이 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곧 눈에 위험한 빛을 띠고 외쳤다.

“특급 헌터! 승부다!”

“승부?!”

특급 헌터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묻는 순간.

류세연이 탁- 각서를 낚아채 내밀며 외쳤다.

“이 각서 걸고 나랑 승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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