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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72화 (37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72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름을 들은 경호 팀장은 바로 안에 이야기를 전했다.

레이 실트는 곧 VIP 병실 안으로 들어가 자신에게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줄 자매를 만났다.

허세인과 허유인.

두 사람은 레이 실트를 한눈에 알아봤다.

2차 붕괴한 잔해를 치우고 있을 때 나타난 그 마력 각성자다!

허세인은 감사 인사 후 레이 실트에게 물었다.

"레이님. 혹시 저희랑 같이 구해주신 그분과 연락되시나요?"

레이는 허세인이 찾는 사람이 누군지 바로 알아챘다.

마도 황제와 인과가 이어진 게 아닌지 의심했고 직접 뒤를 쫓아 확인했던 남자.

"이름과 연락처는 모르지만, 집은 어디인지 알고 있습니다."

레이는 허세인이 건넨 태블릿 지도에 그 남자의 집이 있는 위치를 표시해서 넘겼다.

“....”

태블릿을 받는 순간 허세인은 가슴이 떨렸다.

방송국과 금성 그룹 비서실의 도움을 받으면, 동생과 자신을 구해준 그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단서는 그 사람이 마지막에 외쳤던 단어.

'민박집!!'

제주도의 모든 민박집과 게스트하우스를 훑고 방송국을 통해 연락한 사람들을 추렸다.

허세인은 어제 하루종일 자신이 그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안전 헬멧과 마스크로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단호한 목소리와 별처럼 빛나던 두 눈.

처절한 외침과 확신 어린 행동은 가슴 속 깊이 각인되어있었다.

허세인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면 바로 알아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수십 명의 사람 중 누구 하나 그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비서실에서 한번 걸렀는데도 이들 대부분에게서 느껴지는 건 한탕에의 갈망뿐이었다.

혹시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자신들을 구해준 마력 각성자가 그 사람의 집을 알고 있었다!

이 순간 태블릿을 잡은 손이 격동으로 떨렸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얼마나 감사한지 말하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었다.

허세인은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깊게 허리를 숙였다.

“레이님 정말 감사드려요. 사례는 물론이고 말씀하신 신원 보증도 바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마력 각성자용 임시 영주권은 오늘 안에 나올 거에요.”

"감사합니다."

레이 실트는 내심 웃으며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신분 확보라는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졌다.

다음 단계는 이 세계에서 확고한 사회적 위치에 올라서는 것!

그리고 그 방법은 이미 조사 중에 생각해 뒀다.

이 세계에는 각성력이라는 힘이 존재했다.

무공, 육체, 오러, 마력, 마탄, 초능력···.

마치 신이 패키지로 묶어놓은 듯한 이능력 묶음, 각성력.

각성력은 연구와 수련 없이도 각성, 채널이 연결되는 순간 바로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런 간편한 각성력의 존재 때문인지 이 세계에선 마법의 수준이 낮았다.

특히 마법 회로를 이용한 마법 무구 제작 기술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형편없는 수준!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레이는 확신했다.

이건 먹힌다!

마법 무구 제작이야말로 자신의 주특기!

자신이 만든 마법 무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엄청난 충격과 함께 순식간에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리라!

첫 작품도 이미 생각해 뒀다.

마도 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마법 무구.

무게가 변하는 롱소드!

아쉽게도 이 롱소드 앞에 붙었던 자신의 이름은 가명으로 바꿔야 했다.

레이 실트의 롱소드.

레이 실트의 롱소드를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재료가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 이 모든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장소가 이 섬과 같은 나라에 있었다.

레이는 허세인에게 말했다.

"말씀하신 사례 말인데···. 부산 던전에 공방을 하나 얻을 수 있을까요?"

"공방이라면? 부산 던전, 무한의 미궁 안에 공방을 차리시겠다는 건가요?"

허세인은 레이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부산 던전의 다른 이름은 무한의 미궁.

아직도 그 끝이 확인되지 않은 이 거대한 던전 안에선 엄청난 양의 자원이 쏟아져 나온다.

철, 금, 은, 희토류, 보석, 원유 같은 천연자원뿐만 아니라.

마석, 마수와 몬스터의 부산물 같은 마법 자원들까지.

이 미궁 안에는 이 마법 자원을 생산하고 소모하는 기업, 길드, 헌터, 마력 각성자들이 모여 있는 거점이 층마다 있었다.

당연히 이 거점에는 마력 각성자들이 만든 수많은 공방도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단체와 개인의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부산 던전 안 거점에 공방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허세인은 부산 던전 거점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친분이 있었다.

"먼저 확인을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허세인은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

벨이 한번 울린 순간 전화가 연결되고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어제 내가 전화할 때는 빨리 끊으라더니! 촉이 와! 아쉬운 소리를 할 거라는 촉이! 너 분명···.

대외적으로 알려진 시크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촌 동생의 외침이 목소리가 이어졌다.

허세인은 사촌 동생의 말을 끊고 바로 용건으로 넘어갔다.

"허무인! 부산 던전에 공방 자리 하나 마련해 줄 수 있어!?"

=뭐?

잠시 후 마법사 레이 실트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청년 헌터, 금성 길드의 허무인이 통화를 시작했다.

곧 부산 던전 안, 금성 길드가 가진 부동산에 공방을 만드는 게 결정됐고.

레이 실트는 바로 부산행 비행기를 탔다.

이렇게 모든 것은 철저한 정보 수집을 한 마법사 레이의 생각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레이가 한가지 놓친 게 있었다.

레이의 정보 수집은 제주도와 인터넷에서만 이뤄졌다.

안전지대 제주도에는 육지에 있는 모든 게 있지만, 단 한 가지 없는 게 있었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

레이는 제주도에 없는 게이트 안정화 장치는 직접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레이 실트'라는 이름을 세계에 각인한 후에 일어난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

VIP 병동 앞에서 처음 레이 실트란 이름을 말하고,

이 이름이 세계에 새겨지는 순간 마력장과 영체가 이어지며 파문이 생겨났다.

이 파문은 동심원을 그리며 세계로 퍼져나갔다.

제주도 동쪽 일본,

일본 동쪽 드넓은 태평양.

태평양을 넘어 미국 서부 해안 도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제주도에서 시작된 파문은 지구를 동쪽으로 돌아 샌프란시스코까지 전해졌다.

제주도에서 파문이 발생한 시간은 아침 9:12분.

샌프란시스코에 파문이 전해진 시간은 오후 4시 15분이었다.

17시간의 시차를 생각하면.

파문은 3분 만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게이트 안정화 장치에 닿았다.

그리고 게이트 안정화 장치가 진동했다.

구으으응, 궁, 궁, 궁-

샌프란시스코 게이트 안정화 장치는 거대한 소리굽쇠처럼 사방으로 소리와 진동을 퍼트렸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의 이상 사태에 방위군과 연구진, FBI가 다급히 움직였다.

이미 몇 개월 전 한국의 신동대문 게이트 소멸 사태로 마수와 몬스터가 게이트 안정화 권역에 나타난 사례가 있었기에 이들의 대응은 신속했다.

곧 비상경계 태세가 갖춰지고 기갑 사단이 도시의 주요 거점에 배치됐다.

이 주요 거점 중에는 미국의 세계패권을 상징하는 기업도 있었다.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본사.

게이트 안정화 장치에서 일어난 이상 현상에 W.S. 인더스트리 본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보안요원들이 순식간에 무장하고,

본사 건물 전체의 방어 설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건물 외벽과 강화 유리창이 마력회로가 깔린 강화 철판으로 막히고, 나이트 아머가 본사 주위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원 가족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장갑 버스와 장갑 SUV가 출발할 때.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W.S. 인더스트리의 이사들은 모든 일을 중지하고 바로 본사로 이동했다.

독보적인 나이트 아머 기술을 지닌 초거대기업 W.S. 인더스트리는 미국의 세계패권을 상징하는 기업이었다.

당연히 이곳의 이사 한명 한명은 어지간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 이상의 영향력을 가졌다.

이런 이사들 전원을 즉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처음 회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

그 출신과 나이, 성별, 외모 모든 게 감춰진,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

레이 실트란 가명이 세계에 새겨지고 그 파문이 샌프란시스코 게이트 안정화 장치에 닿는 순간.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

오랜 시간 칩거하던 거물 중의 거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또 다른 거물 재금 그룹의 오너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있었다.

재금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추이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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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금 연구소, 추이린 수석의 연구실.

추이린은 자신 앞에 놓인 상자를 보며 깊은 감회에 빠져들었다.

마침내 준비가 끝났다!

재금 그룹 오너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첫 단계, 숨겨진 실세를 낚기 위한 미끼의 준비가!

가로세로 높이 30cm.

정육면체 형태의 금속 상자.

이 금속 상자는 이세계 배송경주 때 본 '신형 안정화 장치'와 '마력 파동 생성 장치'를 역설계해서 만든 미끼였다.

이 미끼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모은 대부분의 정제 마석과 마법 재료를 쏟아붓고.

태성 길드의 이태성에게 엘릭서를 만들어 준 후에 받은 대가까지 모두 사용해야 했다.

이제 이 미끼를 재금 그룹과 W. S. 인더스트리가 만나는 장소로 이동만 시키면 된다.

이 미끼가 작동하는 순간 ‘그’는 결코 그냥 지나치지 못하리라.

추이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광화문 게이트의 이상 현상을 유도하고,

어이없는 이세계 배송경주를 지시했으며,

게이트 발생 장치를 고산 마을에 옮기도록 명령한 사람!

재금 그룹의 숨겨진 실세!

숨겨진 실세의 정체를 파악하면,

그 뒤에 있는 재금 그룹의 오너를 찾는 건 시간문제다!

추이린의 눈에서 푸른 마력광이 번뜩였다.

주변 상황과 타이밍도 아주 좋다!

재금 그룹과 W.S.인더스트리.

두 초거대기업의 협상이 다가오면서 그룹 본사에는 비상이 걸린 상황.

게다가 제주도에서 연이은 사건이 터지면서 모두의 시선이 제주도에 쏠려 있었다.

깊이 숨어있는 실세를 낚아 그 정체를 확인하기에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추이린의 머릿속에 이날을 위해 몇 달 전에 준비한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철수 사무실의 김철수와 천문석.

이세계 배송경주에서 '하늘 고래'라는 상상을 초월한 존재를 끌고 달린 두 사람이, 자신이 만든 '미끼'로 화려한 불꽃을 피워 올려줄 것이다.

재금 그룹의 숨겨진 실세조차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화려한 불꽃을!

아직 협상이 시작되려면 2주가량의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이제 슬슬 밑밥을 깔고 움직일 때였다.

추이린은 자신이 만든 미끼를 이동용 카트에 담아 연구실에서 나와 보안실로 이동했다.

드르르륵-

마침 시간은 점심시간.

추이린이 카트를 끌고 지나가는 연구소 곳곳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로 제주도에 나이트 아머가 공중 강습했다고?!"

"그것 때문에 지금 위랑 옆이랑 모두 난리다. 외교부 동기한테 들으니 지금 완전 난장판이더라."

....

"이번에 제주도에 나타난 거대 괴수 특이하던데?"

"몸을 분리하고 염동력과 정신파를 동시에 사용했다는 거대 괴수?"

"맞아. 코어가 들어오는 즉시 바로 검사 들어가려고.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감도 안 잡힌다."

....

"제주도에 나타났다는 초월 등급의 각성자 너도 들었지?"

"그 나찰승이라는 각성자? 균열 너머로 사라졌다던데. 뭐 다른 소식 있냐?"

"이거 헌터 넷에 도는 정보인데···. 그 나찰승이 미국에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뭐?! 균열로 들어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미국에 나타나? 미국 어디에 나타났다는데?!"

"이게 헛소문일 수도 있는데, 미국 최대의 마경 옐로스톤 국립 공원 알지?"

....

"너 용용이 제주도 나타난 거 봤냐?"

"하, 시바. 말도 마라. 곱버스 탔는데 지금 반 토막 났다. 에휴-"

....

추이린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주도에서 연이어 터진 사건들로 연구원들의 시선이 모조리 제주도에 쏠려 있었다.

천문석, 김철수.

두 사람이 간 제주도에서 연이은 사건·사고가 터지고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이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듯이!

우연이겠지만, 상황이 아주 좋았다!

제주도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기회라고 생각하는 건 자신만이 아닐 거다.

재금 그룹과 W.S. 인더스트리.

그 작은 행보 하나하나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두 초거대기업의 수뇌부도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제주도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을 때,

두 초거대기업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장소'에서 만나서 협상할 거다.

추이린은 끌고 있는 카트에 놓인 금속 상자를 힐끗 봤다.

이제 이 미끼를 어부에게 전해, 어장에 가져가 목표를 낚도록 하면 된다.

-미끼는 카트에 놓인 금속 상자.

-어부는 천문석과 김철수.

-목표는 재금 그룹의 실세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날 어장.

두 초거대기업이 만나게 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장소는.

부산 던전,

무한의 미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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