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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71화 (37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71화>

이세기가 푸젠성 언덕에서 오랜 친우 돌멩이를 생각하며 웃고 있을 때.

그 돌멩이는 수천km 떨어진 제주도의 대청마루에 널브러져 있었다.

왼쪽에는 소파에 죽은 듯 쓰러진 류세연이 있고.

오른쪽에는 특급 헌터가 앞뒤로 구르며 연신 탄성을 내고 있었다.

"으어- 시원하다!"

특급 헌터는 사령 화로를 마사지 볼처럼 등에서 굴리며 어르신 같은 감탄사를 냈다.

이때 천문석은 공허한 눈으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거대 거북이 사건 뉴스 속보를 보고 있었다.

[...안전지대 제주도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문제는 심리적인 충격입니다. 제주도의 수호신이 제주도를 떠나는 영상이 주는 충격이···.]

세 사람의 이런 모습을 9시가 다 돼서야 일어나 거실로 내려온 김철수가 바라봤다.

"...."

김철수는 한참 동안 천문석과 류세연을 보다가 어이없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분위기 왜 이래? 노름하다가 집문서라도 날린 사람들 같냐? 하하하-"

김철수가 웃는 순간 류세연과 천문석이 동시에 머리를 잡고 괴로워했다.

으으윽-

으으으-

"어, 뭐야? 진짜로 그런 거야?"

"특급 헌터 완전 타짜야!"

“나는 타짜야! 으어- 시원하다.”

류세연이 분통을 터트리고,

특급 헌터가 등을 지지며 손을 번쩍들 때.

천문석은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괴로워했다.

"거대 거북이! 저 거대 거북이가 가지고 튀었습니다!"

"뭘 가지고 튀어?"

"내 포상금! 건물을 살! 포상금! 이런 젠장! 먹튀를 당하다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김철수가 당황할 때 거실 전화기 벨 소리와 스마트폰 톡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따르릉-

톡톡, 톡톡톡-

"전화 내가 받을게!"

특급 헌터가 재빨리 달려가 전화를 받을 때.

김철수는 톡을 보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화영씨?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고?! 어제 3시간 동안 들었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으으으-

김철수가 천문석, 류세연 옆에 앉아 두 사람과 똑같이 괴로워하는 순간.

특급 헌터가 천문석에게 집 전화기를 내밀었다.

"알바! 장민이 전화 받으래."

천문석은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천문석입니다.”

수화기 너머 장민 대표의 피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오늘 제가 못 들어갈 것 같네요. 혹시라도 기다리실까 봐···.

"네 대표님.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특급 헌터 잘 놀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갑자기 거대 거북이가 남중국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문제가 커졌네요.

"네. 방금 텔레비전 봐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장이 열리면 정신없을 것 같네요. 하필이면 거대 거북이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제주도를 벗어나다니···. 하아-

천문석은 장민 대표의 깊은 한숨 소리를 듣는 순간 알아챘다.

장민 대표는 거대 거북이가 제주도를 벗어나 금융 시장이 폭락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말하는 한 가지 사실!

'장민 대표는 용용이가 제주도에 온걸 모르고 있다!'

천문석은 그 이유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용용이가 이상할 정도로 작은 벨루가, 흰돌고래라는 건 자신도 어제 보고 처음 알았다.

바다의 제왕이자 재앙, 용용이의 이름은 거의 매일 뉴스 헤드라인에 나오지만, 모습은 대중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당연히 바다에서 작은 흰돌고래를 본다고 해도.

그 고래가 용용이라는 걸 알아챌 사람은 없었다!

순간 감이 왔다.

이 정보는 장민 대표에게 큰 가치 있다!

천문석은 장민 대표에게 자신이 알게 된 정보를 전했다.

"대표님. 어젯밤에 용용이가 제주도에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인 위치는···."

---

"9시 30분부터 30분 단위로 보도 자료 뿌리세요. 미리 흘리지 말고 정확한 시간에 동시에 발송합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비서들이 대답한 순간.

쾅-

장민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휑한 눈의 트레이너들을 한 명 한 명 돌아봤다.

"장 시작과 동시에 포지션을 잡습니다. 오늘 헤지펀드들을 완전히 박살 냅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제임스? 보안팀은 준비가 끝났나요?"

"네 대표님! 고속 드론으로 주변 해역을 훑고 있습니다. 흔적은 이미 발견했고 본체도 곧 발견될 것 같습니다. ‘용용이’는 여전히 제주도 해역에 있습니다."

"혹시라도 본체의 사진, 영상이 유출돼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이번에 촬영될 용용이 영상은 정부 헌터부의 공식 확인을 얻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대중이 볼 언론 영상자료에선 ‘용용이’ 본체가 드러나서는 안 됩니다."

장민은 용용이의 모습을 정부가 비밀로 하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장민은 재차 강조했고 제임스는 바로 고개 숙여 다시 한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라인을 점검하겠습니다!”

"대표님!"

"대표님!"

이때 비서 둘이 보안 전화기를 들고 달려왔다.

"재금 그룹 박 이사님입니다."

"W. S. 인더스트리에서도 로롤로 이사님 전화도 왔습니다."

기다리던 전화다!

장민은 바로 전화기를 받았고, 짧은 통화를 끝낸 후 웃었다.

박혁 이사와 로롤로 이사.

두 초거대 기업의 이사는 자신과 한배를 타기로 약속했다.

이걸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

현대의 금융 시장은 전장과 다름이 없었다.

마탄 대신 돈으로.

전우 대신 같은 포지션을 잡은 동업자들과 같이 싸운다.

장민은 어젯밤 한국에서 시작해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세계 금융 시장에서는 초반 우세, 중반 난타전 끝에 후반에 간신히 무승부를 거뒀다.

한밤중에 발령된 갑작스러운 마수 경보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어젯밤보다 더 힘든 싸움을 예상했다.

오늘 아침 거대 거북이가 제주도를 벗어나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나왔기 때문이다.

영상은 텍스트보다 강렬하고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거대 거북이가 없더라도 완도 게이트가 건재한 이상 안전지대 제주도에 던전이나 균열이 생길 일은 없었다.

그러나 제주도의 수호신이 제주도를 떠나는 영상은,

안전지대 제주도가 이제 안전하지 않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시장에 심어 줄 수 있었다.

금융 시장은 결국 심리!

시장 참여자들의 투매가 일어나면 장강 유통의 모든 자금을 쏟아부어도 깔려 죽을 뿐이다.

그러나 방금 생각지도 못하게 얻은 정보 하나로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용용이!'

제주도의 수호신 거대 거북이를 아득히 능가하는 바다의 제왕이 제주도에 나타났다!

장민은 눈을 반짝였다.

그렇다. 금융 시장은 결국 심리다!

제주도의 수호신이 제주도를 떠나는 영상을,

바다의 제왕 '용용이'가 제주도에 출현한 영상으로 단숨에 지워버린다!

그리고 준비된 4연타를 때려 박는다!

1. 장강 유통의 막대한 자금!

2. 헌터부의 제주도 용용이 출현 공식 확인!

3. 재금 그룹의 제주도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4. W. S. 인더스트리가 소유한 투자회사들의 지원 사격!

두 초거대 기업이 입장을 밝히는 순간.

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금융 시장의 공룡, 연기금은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연기금이 움직이지 않으면 대다수 헤지펀드도 눈치를 볼 것이다.

그러나 수익을 추구하는 건 금융의 천성!

분명 공매도를 때리고 숏포지션에 힘을 싣는 헤지펀드들이 있을 거다.

하지만 상관없다!

숏포지션을 잡은 헤지펀드들은 오늘 하루 천국에서 시작해 지옥에 처박힐 테니까!

장민은 미소 지으며 이 정보를 전해준 사람을 생각했다.

카지노에 갔다가 용용이를 만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운이 좋은 사람.

천문석.

이건 그냥 받기에는 너무나 큰 정보였다.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 했다.

장민 대표가 천문석에게 할 보답을 생각할 때,

사무실 곳곳에 놓인 시계가 일제히 울렸다.

[08:59]

전장이 열리기 1분 전!

장민은 모든 상념을 털어버리고 준비를 했다.

우선은 눈앞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헤지펀드들이 전장, 시장에서 졌다고 순순히 손실을 인정할 리가 없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그러했듯이.

시장 밖에서 게임의 규칙을 넘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반칙을 하리라!

그걸 막아내는 게 자신이 할 일이었다.

그리고 9:00 정각.

장민 대표는 금융 전쟁을 시작했다.

---

류세연과 특급 헌터가 누운 대청마루 구석에 김철수가 지친 얼굴로 앉아 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문석은 특급 헌터 옆에 다시 널브러졌다.

천문석.

수많은 인과의 시작이자 중심이 대청마루에 널브러져 있는 이 순간에도 그 누구도 완전히 헤아릴 수 없는 하늘의 인과는 이어지고 있었다.

거대 거북이는 니케가 무서워 남중국 푸젠성으로 도망치고 있었고.

그 위의 진교은, 삼합회, 북중국 공작원들은 맹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천검 이세기는 헌터 군벌의 충성맹세를 받은 후, 푸젠성으로 다가오는 거대 거북이 위의 진교은, 삼합회, 북중국 공작원들을 만날 결심을 굳혔고.

장강 유통의 장민은 천문석이 전해준 정보를 토대로 헤지펀드와 금융 시장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임옥분 여사의 저택 마당, 평상 아래에서도 천문석이 일으킨 인과가 이어지고 있었다.

킥키킼-?!

키킼키킼키키킼-!!

'보이지?!'

'이제 내가 서열 2위다!!'

니케는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에게 천문석에게 받은 2등상 말간 돌을 보이며 자랑스레 외쳤다.

구으응-!

띠디딛-!

두 스카라베 추심원이 항의하는 순간.

니케는 재빨리 이상한 꼬맹이를 확인했다.

꼬맹이는 으어, 으어- 등을 지지느라 정신없는 상황!

니케는 이빨을 드러내고 무섭게 딱, 딱- 부딪혔다.

구으으-

띠디디-

스카라베 추심원이 겁먹고 고개를 끄덕이자 니케는 너무나 뿌듯하게 웃었다.

킥, 키키킼키킼-!

이렇게 천문석을 중심으로 한 모두의 인과가 씨줄 날줄이 되어 사건을 만들어 내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제주도 북쪽 제주시, 산지천 옆 숲에 나타났다.

로브를 형상 변화한 청바지에 티셔츠.

틀어 올린 머리카락에 한 뼘 남짓한 마법봉을 비녀처럼 꽂은 여자.

이 여자는 허신의 강림체가 난장판을 만들 때 나타난 천공탑에서 나온 마법사였다.

마법사는 숲을 가로질러 제주 대학병원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여기에 있단 말이지?"

마법사는 고개를 들어 높게 솟은 건물을 바라봤다.

허신이 난동을 부릴 때 자신이 구해준 두 여자.

두 여자에게 붙여둔 마력장 신호가 이곳에서 전해진다!

어제 하루. 낮에는 제주도라는 이 섬 곳곳을 직접 확인했고, 밤에는 PC방이란 곳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했다.

마지막 남은 금화를 이 일에 사용했지만,

그 결과 이 세계의 일반 상식과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마법사는 이 높게 솟은 건물이 제주 대학병원이라는 것과 자신이 구한 두 여자의 정확한 신분을 파악했다.

금성 그룹!

두 여자는 일종의 상인 귀족 가문 사람이었다!

이제 이들을 만나 새로운 신분을 얻고 마도 황제 폐하 탐색을 시작할 때였다.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마법사는 풀꽃 반지를 끼고,

습관처럼 펼치고 있던 은폐 마력장을 조심스레 거뒀다.

그리고 전신에 흐르는 마력을 풀꽃 반지에 새겨진 마력회로로 정제했다.

파스스슥-

몸 주위에 펼쳐진 마력장의 성질이 완전히 변화했을 때.

마법사는 마력장을 펼쳐 확인했다.

파직, 파지직-

전신을 새파란 스파크가 훑는 동시에 눈에서 불벼락을 담은 섬광이 번뜩였다.

이와 동시에 주위에서 은은히 울려 퍼지는 뇌성.

우르르르릉-

우렛소리!

풀꽃 반지의 주인!

그의 상징과도 같은 우렛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마법사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마력장 위장은 끝났다.

이제 새로운 신분을 얻을 때다!

마법사는 바로 제주대학병원으로 들어가 목표가 있는 VIP 병실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마법사는 성큼성큼 경호원이 막고 있는 병실을 향해서 걸어갔다.

낯선 여자의 등장에 병실 앞을 지키던 경호원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면회는 모두 사절하고 있습니다."

"안에 계신 분께 호텔 21층에서 만났던 사람이 찾아왔다고 전해주세요."

"...21층이라면?"

경호원이 반문하는 순간.

마법사는 빙그레 웃으며 손을 가볍게 튕겼다.

파지직-

순간 손에서 번뜩이는 푸른 뇌전.

"두 분을 구한 마력 각성자입니다."

경호원이 흠칫 놀라는 순간.

미리 언질을 받은 팀장이 재빨리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바로 전하겠습니다. 그런데 누구시라고 전해 드릴까요?"

이 순간 마법사는 가벼운 떨림을 느꼈다.

이 세계에서 처음 이름을 대는 순간이다!

이름이 울려 퍼져,

세계에 각인되는 순간.

이름을 매개체로 세계와 영체는 연결되고,

마법의 비의를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마법사는 손가락에 끼워 둔 풀꽃 반지에 마력을 담았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가명.

우레 폭풍의 마도왕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레이 실트.”

“마력 각성자, 레이 실트라고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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