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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68화 (36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68화>

하룻밤 새에 건물주가 되다니!

‘와! 하늘님 이거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자신도 모르게 차별대우 쩌는 하늘을 향해 외치는 순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제행무상’하고 ‘제법무아’하여 ‘일체개고’가 아니라!

‘인생 한방’이었다!

“부럽다. 꼬맹이 녀석!”

자신도 모르게 외쳤지만, 이 순간 천문석은 웃고 있었다.

자신도 곧 건물주가 된다!

간첩 신고 포상금만 받으면!

‘카캬카카캌-.’

천문석이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삼킬 때.

부엌에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침 아직이죠? 식사 준비되려면 3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우선 씻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천천히 준비하셔도 돼요. 세연아 내 휴대폰 좀 충전해 줘라.”

바로 몸을 일으키며 스마트폰을 꺼낼 때, 같이 딸려 나와 떨어지는 칩이 하나 있었다.

휙 낚아채자 보이는 숫자.

[10,000$]

1만$짜리 카지노 칩.

이제는 환전할 수 없는 칩이 주머니에 하나 남아 있었다.

특급 헌터의 VIP 초대권을 가지고 카지노 나이트에 갔다가 남은 칩.

“이거 받아라! 카지노 기념품이야.”

팅, 핑그르르르-

1만$짜리 카지노 칩이 마당을 가로질러 특급 헌터에게 날아갔다.

탁-

특급 헌터는 1만$ 카지노 칩을 잡아서 요리조리 살피더니 바로 외쳤다.

“이거 별론데?”

“뭐? 야 그거 10,000$짜리 최고가 칩이야!”

‘환전은 안 되지만…….’

뒷말을 속으로 삼킬 때 벌떡 일어난 특급 헌터가 외쳤다.

“앗! 알바 내가 오늘 깡통 주우러 갔다가! 해변에서 엄청 좋은 구슬 주웠어! 그거 보여 줄게!”

“깡통을 주우러 갔다고? 해변에 깡통은 왜 주우러 갔는데?”

“내가 어제 깡통 줍는 꿈을 꿨거든! 앗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구슬이 중요하다니까!”

‘뭐지 이 정신없는 대화는.’

천문석이 어이없어할 때.

특급 헌터는 해변에서 주운 구슬을 찾아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주머니에 넣어 둔 게 아닌가? 양동이에 있나? 자전거, 바구니, 구슬 주머니? 내 태풍 구슬 못 봤어!?”

특급 헌터는 주머니에서 구슬이 나오지 않자 양동이를 뒤집고 마당 구석 자전거과 바구니, 사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1만$짜리 카지노 칩은 버려 둔 채로.

“…….”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그 말 그대로 한여름 밤의 카지노 나이트는 요정의 꿈처럼, 이제는 해변에서 주운 구슬보다 가치 없는 플라스틱 칩만 남겼다.

“……젠장.”

* * *

“야, 천천히 찾아.”

천문석은 특급 헌터에게 외치고 류세연에게 물었다.

“철수형은 어제 안 들어왔어? 안 보이네?”

“철수 오빠. 어제 엄청 늦게 다 죽어 가는 얼굴로 들어와서. 오늘은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말아달라던데?”

상황을 보아하니 ‘김철수 - 강화영’의 연애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천문석은 웃음 띤 얼굴로 2층으로 올라가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시 내려온 대청마루 특급 헌터가 류세연 옆에 축 늘어져 있었다.

“너 왜 그래?”

“태풍 구슬이 어디 갔는지 안 보여…….”

“너 구슬 주머니에 섞여 들어간 거 아냐? 다시 한 번 찾아 봐.”

“아닌데. 이건 보면 한 번에 딱 알 수 있는 구슬인데…….”

입에는 메로나를 문 채로 구슬 주머니를 뒤집어 확인하는 특급 헌터.

툭, 툭, 또르르르-

구슬이 구르는 걸 보는 순간.

천문석은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구슬!

거대 괴수 코어!

씻고 옷을 갈아입고 소지품을 챙길 때, 강화 전투복을 벗어서 건넬 때도 보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거대 괴수 코어를 본 기억이 없다!

사색이 된 천문석은 바로 2층으로 올라가 입었던 옷과 잡낭, 욕실과 방을 샅샅이 뒤졌다.

없다!

거대 괴수 코어가 없었다!

천문석은 거대 괴수 코어를 마지막으로 본 기억을 떠올렸다.

바로 기억이 떠올랐다!

거대 거북이에게 빙의한 마안의 사념을 뽑아내 봉인하려 할 때다!

그때 거대 괴수 코어 와 무쇠 화로 중에 무엇을 봉인의 도구로 사용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무쇠 화로는 이렇게 있는데 거대 괴수 코어만 없어졌다.

‘어디서 잃어버린 거지!?’

순간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순간이 재생됐다.

-고속 구명정에서 폭풍우 치는 바다로 떨어졌을 때.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가로지를 때.

-해변에 도착해 모래사장에 올랐을 때.

짚이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거대 괴수 코어가 사라졌고 다시 찾을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거다!

“이런 젠장!”

천문석이 충격에 괴로워할 때.

특급 헌터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으앗! 진짜 여기에 있었잖아! 어, 그런데 좀 달라졌는데……?”

그리고 우당탕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바! 이게 태풍 구슬이야! 지금은 멈췄는데 원래는 안에 이게 막 회전했어!”

특급 헌터는 계단을 뛰어올라와 쪼그려 앉은 천문석의 눈앞에 자랑스레 구슬을 내밀었다.

투명한 푸른 구슬 안에 자리한 새하얀 태풍의 눈.

보는 순간 왜 태풍 구슬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하, 하, 하- 태풍 구슬 정말 멋지네…….”

거대 괴수 코어 분실의 충격으로 천문석이 영혼 없는 대답을 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태풍 구슬을 흔들며 신나게 자랑하기 시작했다.

“아까는 이게 막 빙글빙글 회전하고!”

“물이 뽀글뽀글 올라와서! 엄청 간지러웠어!”

우히히힛-

“앗 보여 줄까!? 이거 대야에 물 받아서 넣으면 뽀글뽀글 거품이 생겨! 거기다가 발 넣으면 꼬물꼬물해서 엄청 재밌어!”

“아니야, 괜찮아…….”

“태풍 구슬 신기하지! 되게 좋아 보이지!?”

“그래 신기하네…….”

천문석이 다시 한 번 영혼 없이 대답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신나게 외쳤다.

“그러니까 이 태풍 구슬 알바 줄게.”

“뭐? 지금 뭘 준다고?”

순간 동전 지갑을 활짝 열어서 가득한 500원 동전을 보여 주는 특급 헌터.

“난 어제 돈 엄청 많이 땄어! 아까 깡통 주운 것도 슈퍼에 가서 바꿨고!”

‘뭐지, 이 전혀 앞뒤가 이어지지 않는 말은?’

천문석이 의혹 어린 눈길로 보는 순간.

툭, 툭, 툭-

특급 헌터는 위로하듯 어깨를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이 태풍 구슬은 엄청 좋은 거니까. 알바 줄게. 이거 받고 알바도 힘을 내.”

“……힘을 내라고?”

되묻는 순간 힐끗 구슬 주머니로 향하는 특급 헌터의 시선.

구슬 주머니에는 1만$짜리 카지노 칩이 들어 있었다.

“어, 너 그 칩 왜 구슬 주머니에 담았어? 동전 지갑이 아니라?”

“이건 자판기에 안 들어가잖아?”

“…….”

이 순간 천문석은 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인의 직감으로 지금 이야기의 맥락을 꿰뚫어 봤다!

500원 동전(자판기O) > 1만$ 칩(자판기X).

자판기에도 안 들어가는 쓸모없는 1만$ 칩을 알바가 가져왔다.

반면에 자신은 자판기에 들어가는 500원 동전이 잔뜩 있다.

특급 헌터(승리자) > 알바(패배자).

즉, 지금 특급 헌터는 불쌍한 알바에게 신기한 태풍 구슬을 주면서 힘내라고 격려하는 상황이었다!

천문석은 즉각 항의했다.

“야, 나 하나도 안 불쌍해!”

“…….”

“야, 나 어제 완전 대박 났어!”

힐끗 카지노 칩을 보는 특급 헌터의 어이없어하는 시선!

“아니, 이 칩이 아니라! 나 곧 포상금 받아!”

“포상금?”

“맞아! 국가 안보에 관련되는 거라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이제 곧 엄청난 포상금 받는다!”

“…….”

특급 헌터는 말없이 천문석의 손에 무언가를 꼭 쥐여 줬다.

“이건……?”

손에 놓인 500원짜리 동전 무더기.

“알바. 나중에 이걸로 뜨끈한 국밥 사 먹어.”

“…….”

‘뭐지, 이 기분은?’

꼬맹이에게 어른다움에서 패배한 것 같은 이 기묘한 기분이라니!

천문석이 복잡한 표정으로 500원 동전을 내려다보자, 특급 헌터는 번쩍 구슬을 내밀고 말했다.

“얼른 이 태풍 구슬도 받아! 이거 엄청 신기하고 좋은 구슬이야! 뽀글뽀글! 올라온다니까!”

그리고 미안하다는 듯이 덧붙였다.

“앙꼬 대장 구슬이 더 좋은 건데, 그건 못 줘서 미안해.”

“…….”

이때 아래층 거실에서 류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내려 와. 밥 다됐어!”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옆구리에 끼고 말했다.

“야, 구슬은 됐어. 나 완전 부자야. 앗! 그래, 나 정말 신기한 거 주웠다!”

천문석은 재빨리 탁자 위에 놓인 무쇠 공을 들어 옆구리에 낀 특급 헌터에게 보여 줬다.

“너 이게 뭔지 아냐?”

“……?”

그리고 잠시 후.

엄청난 환호성이 대청마루에서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

“이거 뭐야!? 이런 건 내 평생 처음이야!”

* * *

아침 식사가 끝난 후 대청마루, 텔레비전 앞에 모두가 늘어졌다.

화투 대전 패배자, 류세연.

카지노 나이트에서 구른, 천문석.

그리고 사령 화로를 들고 털 뭉치를 발견한 고양이처럼 데굴데굴 구르는 특급 헌터까지.

“와, 알바! 이런 건 어디서 주운 거야!? 역시 알바는 특급 알바야!”

특급 헌터의 존경스러운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

천문석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나 이제 곧 엄청난 대박이 터질 예정이다!”

“대박이라고?”

솔깃한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 류세연.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카캬카- 나 이제 건물주 된다!”

순간 솔깃한 표정의 류세연이 시큰둥한 표정이 되어 다시 축 늘어졌다.

“그렇구나, 또 건물주가 될 예정이구나…… 에휴-.”

“야, 이번엔 진짜야!”

“그렇구나, 이번에는 진짜구나…….”

전혀 믿지 않는 눈치에 천문석은 가슴을 두들겼다.

“아, 이게 국가 안보 관련 사항만 아니면 다 말해 주는 건데!”

“그렇구나, 국가 안보에 관련된 사항이구나…….”

류세연이 시큰둥하게 말하는 순간.

특급 헌터가 외쳤다.

“난 알바를 믿어! 알바는 이렇게 훌륭한 화로도 주워 온 사람이니까! 완전 뜨근뜨근해!”

무쇠 화로 위에 등을 올리고 데굴데굴 구르며 말하는 특급 헌터.

“너 그거 안 뜨겁냐?”

“아니. 전혀! 으어- 시원하다!”

“그렇구나, 시원하구나…….”

그리고 류세연이 다시 한 번 영혼 없이 말할 때.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텔레비전을 가리켰다.

“곧 뉴스 속보가 뜰 거다. 거대 거북이! 거대 거북이가 뉴스에 나오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랄 뉴스가 터진다!”

특급 헌터가 벌떡 일어나 추임새를 넣었다.

“모두가 깜짝 놀랄 것이야!”

눈이 마주친 천문석과 특급 헌터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

캬카컄-

“그렇구나, 모두가 깜짝 놀랄…… 어!?”

축 늘어져 텔레비전을 돌리던 류세연이 벌떡 일어났다.

“어, 저거 뭐야! 진짜로 뉴스에 거대 거북이가 나왔어!”

류세연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드디어 간첩 검거 소식이 나왔구나!

바로 몸을 돌리는데 류세연의 외침이 이어졌다.

“오빠! 지금 거대 거북이가 해류를 타고 제주도에서 멀어지고 있데!? 와! 진짜였네! 정말 제주도 안보 관련 사항이잖아!”

“이게 어디서 기어…… 뭐? 거대 거북이가 뭐가 어떻다고!?”

분노하려던 천문석은 깜짝 놀라 텔레비전을 봤다.

류세연의 말대로였다.

뉴스 속보가 나오는 텔레비전 화면에는 고속 드론으로 촬영 중인 거대 거북이가 나오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가로지르는 거대 거북이!

화면 한쪽에 나온 지도로 거대 거북이가 지금 있는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제주도 남서쪽 해상!

거대 거북이는 제주도 방향이 아닌 남중국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등 갑각에 간첩선을 꽂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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