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64화>
휘이이이잉-
거센 바람이 부는 까마득히 높은 하늘.
이 하늘 위를 아무도 모르게 활강하던 다람쥐, 니케.
휘힣, 휘히히히힣-
새하얀 고래의 즐거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니케는 깨달았다.
킥, 키키키킼-!
‘완전히 방심했다!’
뚝-
이 순간 날개를 접은 니케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졌다!
니케가 떨어지는 곳은 아무것도 모른 채 신나게 지느러미를 흔드는 용용이가 있는 곳!
휘힣히-?
머리로 솔의 눈을 튕기던 용용이가 뒤늦게 니케를 보는 순간.
파슥-
니케는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공간을 뛰어넘어 용용이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휘, 히힣히-?
대화는 필요 없었다!
콰드득-
니케는 새하얀 고래의 등을 물었다!
휘히히히히히힣히히히힣히-!
용용이의 엄청난 울음소리가 터지는 순간.
콰아아앙, 파앙, 파앙-
갑자기 폭풍우가 몰려 온 듯 파도가 몰아치고, 바다 곳곳에서 수십 개의 용오름이 치솟았다!
콰아아아아-
귀가 찢어질 듯한 엄청난 강풍에 바닷물이 흩날려 사방으로 몰아치는 순간.
파밧, 파밧, 파바밧-
솟구친 용오름에서 범고래, 날치, 가오리, 오징어.
바닷물로 이뤄진 수많은 바다 생물체가 쏟아져 나왔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경악한 이태성은 거친 파도 사이 배를 드러내고 둥둥 떠 있는 용용이를 봤다.
그리고 용용이 이마에서 배를 타고 구르는 솔의 눈!
“안 돼!”
이태성은 표상 오러를 폭발시켜 단숨에 파도를 가로질렀다.
“솔의 눈!”
외침과 함께 손을 뻗는 순간.
툭-
무언가 손끝에 맞아 튕겨 나가고 손바닥에 잡히는 느낌이 왔다!
솔의 눈!
엘릭서가 바다에 빠지기 직전에 잡았다!
으하하하하-
이태성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때 이태성의 손끝에 맞고 바다에 빠진 니케가 펄쩍 뛰어올랐다.
툭, 툭-
가볍게 이태성의 어깨 위에 올라간 니케.
“다람쥐? 바다에 웬 다람쥐야?”
이태성이 말하는 순간.
콰드득-
니케는 자신을 바다에 빠뜨린 인간을 물었다!
“……!”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팔다리를 쭉 뻗은 채 감전된 듯 파르르- 경련하는 이태성!
이 순간 고속 구명정이 거친 파도를 가르고 빠르게 다가왔다.
부아아아앙-
운전대를 잡은 이세영이 다급히 외쳤다.
“이태성! 용용이!”
촤아아아아-
이때 고속 구명정이 일으킨 파도에 맞은 니케가 바다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킥, 킼륵크킥클-
니케는 바닷물을 들이켜며 분통을 터트리다가 간신히 날아올랐다.
휘이이잉-
바람을 타고 번개같이 이세영에게 돌진하는 니케!
파슥-
니케가 공간을 넘는 순간.
이세영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위기감을 느꼈다.
재빨리 피하려 하나, 여전히 먹통인 전투 예지!
이세영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막으려 했다.
휘익, 휘익-
그러나 니케는 잽싸게 ‘V‘자를 그려 이세영의 손을 피하고 이세영의 등에 달라붙었다.
“잠깐만 나는……!”
이세영이 다급히 외치며 앞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
꽈드드-
니케의 이빨이 이세영을 스쳤다.
“……!”
이세영은 머리가 하얗게 변해 픽- 바다로 떨어졌다.
배를 드러낸 채 둥둥 떠 있는 용용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 위에서 흔들리는 이태성과 이세영.
한 각성 동물과 두 사람이 거친 파도에 밀려 가기 시작할 때.
촤아아, 촤아아앗-
거대 거북이가 거칠어진 파도를 가르고 다급히 움직였다.
대장과 물 위에 뜬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러나 미처 도착하기도 전에.
툭-
거대 거북이 눈앞에 작은 새끼 다람쥐가 내려앉았다.
푸른 눈동자가 다람쥐에게 향하는 순간.
절대 잊을 수 없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킥, 킼키키키-
이 순간 거대 거북이는 깨달았다.
얼마 전 자신을 공격한 그 무시무시한 다람쥐다!
거대 거북이가 공포로 얼어붙는 순간.
니케는 난장판이 된 바다를 향해 손을 번쩍 들고 용맹하게 외쳤다!
킥키, 키키킼킼키키킼키-!
‘보아라! 이게 바로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의 분노다!’
키킼키키키, 키킼키킼키키킼-!
‘분노를 노래하여, 복수를 완수하였다!’
키키, 키킼키키키-!
‘내가 바로 서열 2위다!’
용맹하게 외치는 니케의 손에는 서열 2위의 상징, 말간 돌이 들려 있었다.
화창한 햇살 아래 해피엔딩으로 모든 게 끝나려던 상황이 반전됐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파도가 몰아치고 수십 개의 용오름이 솟구치는 거친 바다.
이 거친 바다를 미친 듯이 질주하는 바닷물 생명체들.
거대 거북이 주위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돼 버렸다.
촤아, 촤아아-
거대 거북이 등 위에까지 높게 솟은 파도가 쏟아지고 강풍이 몰아쳤다.
진교은과 보안요원, 삼합회 조직원과 구속된 공작원들은 거친 파도를 뒤집어쓰고 거센 바람에 나뒹굴었다.
“모두 갑각 사이 홈으로 들어가요! 파도에 휩쓸리면 끝장입니다!”
진교은이 외치는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외침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재앙급 마수?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무것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
모두는 갑각 사이 깊은 홈으로 몸을 숨기며 외쳤다.
누구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한 사람.
갑각 위를 전력 질주해 달리는 천문석을 제외하고는.
천문석은 모든걸 봤다.
갑자기 몰아치는 폭풍우, 픽픽 쓰러진 용용이와 이태성, 이세영!
이 모든 사건을 일으킨 건 이미 알고 있던 다람쥐 한 마리다.
니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니케가 모든걸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어떻게 했는지도 감이 왔다.
니케가 용용이와 이태성, 이세영 셋을 물었다!
신동대문에서 조폭 마혁진, 김태우 중령에게 일어난 일과 같은 일이 일어난 거다!
전신에 전율이 흘렀다.
바다의 제왕 용용이, 탱커 랭킹 1위 이태성 길드장은 염동력자 마혁진, 헌터 부대 중령 김태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존재다.
그런 이들마저 한 방에 훅 가다니!
니케 이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야!?
미친 듯한 궁금증이 몰려 왔으나 지금 중요한 건 셋을 구하는 것!
다행히 이태성 길드장과 이세영 선생님은 구명조끼를 입었고, 용용이는 고래다.
바닷속에 가라앉지 않을 테는 바로 건져 내기만 하면 된다!
천문석은 전력으로 갑각 위에 몰아치는 파도를 뚫고 달려 셋이 쓰러진 바다가 보이는 위치에 도착했다.
그러나 두 사람과 한 각성 동물. 이태성, 이세영. 용용이.
니케의 희생자들은 이미 거칠게 일어난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고, 이세영 선생님이 탔던 빈 고속 구명정도 빠르게 밀려 가고 있었다!
천문석은 바로 기감을 퍼트렸다.
순간 거대 거북이를 넘어 주변 바다 전체가 기감에 잡혔다.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와 바람, 용오름이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제주도 서쪽 해안으로!
감이 왔다!
용용이, 이태성, 이세영. 셋은 이 파도와 바람에 실려 제주도 서쪽 해안으로 밀려 가고 있었다!
천문석은 묶여 있는 고속 구명정으로 달려가며 갑각 사이 홈을 향해 외쳤다.
“매니저님! 헌터 부대 오면 저기 간첩이랑 간첩선 신고 좀 대신해 주세요! 전 바다에 빠진 사람들 구하러 갈게요!”
“네, 간첩 신고요? 그게 무슨!? 길드장…… 아니 용 가면 님은 이 정도로는……!?
“이건 이 정도 일이 아니에요! 엄청 큰일입니다!”
천문석은 바로 고속 구명정으로 뛰어올라 거칠게 요동치는 바다로 나아갔다.
부아아아아앙-
고속 구명정이 거친 모터 소리를 내며 거친 바다를 가로지를 때, 하늘에선 복수를 끝마친 다람쥐의 용맹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킥킼, 키키킼킼킼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휘잉, 휘이이잉-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하늘을 작은 새끼 다람쥐 한 마리가 유유히 활강하고 있었다.
해피엔딩을 갑자기 니케엔딩으로 만들어 버린 다람쥐, 니케가!
천문석은 탄식했다.
“니케. 이 악마 다람쥐 녀석!”
이때 고속 구명정이 폭발하듯 하늘로 치솟았다.
파아아아아앙-
소용돌이치는 바닷물 고래 머리에 실려서!
휘릭, 휘릭, 휘리릭-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날아가는 고속 구명정.
고속 구명정에서 튀어나와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을 나는 천문석.
킥, 키키킼키킼-!?
천문석은 깜짝 놀란 니케 옆으로 날아가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첨벙-
거친 바다에 떨어진 천문석은 앞서 떨어진 두 사람과 한 각성 동물과 마찬가지로 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려 제주도 해안으로 밀려 갔다.
* * *
마수 경보가 해제된 해가 쨍쨍한 해변.
이 해변에 갑자기 커진 파도가 거칠게 밀려 와 부서졌다.
촤아아아아-
새하얀 물거품이 해변 가득 일어날 때 커다란 외침이 터져 나왔다.
“특급 헌터가 왔다!”
그리고 부서지는 파도를 걷어차며 달리는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얍! 얍얍!
찰팍, 찰팍, 찰팍-
반팔 티, 반바지에 맨발.
슬리퍼와 퐁퐁검을 바지춤에 꽂고 등에는 커다란 바구니를 짊어진 아이.
특급 헌터가 해변을 달리며 연신 외쳤다.
“오늘 파도는 아주 훌륭해!”
“꿈에서 본 그대로야! 사슴이 반짝이 자세히 살펴봐!”
“내가 여기서 엄청 좋은 태풍 구슬을 줍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꿈을 꿨어!”
아침부터 해변에 끌려 온 경호원들이 멀리 해변 입구 언덕에서 한숨 쉬고.
구으으-?
띠디딛-?
등에 멘 바구니에 앉은 사슴이와 반짝이가 고개를 갸웃할 때.
“앗!”
특급 헌터는 깜짝 놀라 달리는 방향을 바꿨다!
파바바밧-
단숨에 모래사장을 달려 모래 사이에 놓인 돌멩이를 주워드는 특급 헌터.
“엄청 훌륭한 돌이잖아!”
가운데가 뻥 뚫린 검은 돌멩이.
구멍에 반지처럼 손가락이 쏙 들어간다!
“잘 봐! 이런 돌은 아주 훌륭한 돌이야. 이런 건 꼭 주워야 해!”
특급 헌터는 사슴이와 반짝이에게 돌멩이를 보여 주고 쓱, 쓱- 돌멩이를 닦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구으으-!
띠디딛-!
친구들이 대답한 순간 10미터 앞에 보이는 깡통!
“앗! 깡통!”
파바바밧-
특급 헌터는 이번에도 빠르게 달려가 깡통을 뻥 걷어찼다.
깡, 휘이이-
깡통이 날아갈 때 특급 헌터는 말했다.
“깡통이 보이면 꼭 차봐야 해! 깡, 깡- 소리가 엄청 신나거든! 그리고 꼭 다시 주워야 해! 깡통은 재활용이거든!”
구으응-?
띠딛디-?
“재활용이 뭐냐면. 재활용은 잔뜩 모아서 가져가면 이걸로 바꿔줘.”
특급 헌터는 터질듯한 동전 지갑에서 반짝이는 500원 동전을 꺼내 자랑스레 보여 줬다.
“보이지. 이거 내가 재활용 모아서 바꿔온 거야.”
그리고 뻥 찬 깡통을 주워 등에 멘 바구니에 휙 던져 넣었다.
깡-
“앗! 저기도 깡통 있잖아! 득템!”
파바바밧-
특급 헌터는 다시금 달려가 깡통을 걷어찼다.
깡, 휘이잉-
특급 헌터는 깡통을 차고 깡통을 줍고, 훌륭한 돌과 반짝이는 조개껍데기를 주머니에 담으며 신나게 해변을 달렸다.
깡-
“일은 힘든 거야! 얍!”
깡, 깡-
“열심히 깡통을 모아서! 얍얍!”
쓱, 쓰슥-
“앙꼬한테 맛있는 어린이 젤리를 사주자! 얍얍얍!”
이렇게 깡통송을 부르며 달릴 때 모래에 박힌 깡통이 다시 나타났다!
“앗! 또 깡통! 득템!”
파바바밧-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달려가 깡통을 걷어찼다.
퍽, 휘이이이잉--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캔!
“앗! 이건 들어 있는 거잖아!”
깜짝 놀란 특급 헌터가 달려갈 때.
빙글빙글 날아가던 캔 음료가 밀려 오는 파도 속 무언가를 때렸다!
퍼어억-
순간 파도 속에서 들려오는 아파하는 울음소리!
휘힝, 휘히힝히히-
촤아아아아-
파도가 빠져나가자 보였다.
새하얀 새끼 고래가 뻥 찬 캔 음료, 솔의 눈을 맞고 모래 위에 누워 있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