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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62화 (36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62화>

천문석은 우뚝 솟은 거대 거북이 목이 보이는 순간 외쳤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준비됐다! 뛰어!”

두 손을 맞잡은 이태성의 외침과 동시에 달리는 속도를 올리는 천문석!

파바바밧-

달려온 천문석이 뛰는 순간.

으하핫-

표상 오러를 일으킨 이태성이 천문석의 발을 잡아 하늘로 던져 올렸다.

파아아아-

순식간에 하늘로 높이 솟구친 천문석은 재빨리 거대 거북이 목을 잡고 외쳤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조심해!”

이세영의 외침을 뒤로하고, 천문석은 거대 거북이 목을 타고 올랐다.

파앙, 파아앙-

거대한 바닷물 촉수에 정신없이 쥐여 박히는 거대 거북이 머리!

바닷물이 비 오듯 쏟아지고, 충격파가 목을 타고 내려왔다.

당장이라도 튕겨 나갈 듯 요동치는 목!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려 목에 찰싹 달라붙은 채 굵직한 주름을 잡고 기어 올라갔다!

순식간에 목을 타고 오르며 기감으로 거대 거북이의 심상을 훑는다.

쏴아아아-

쿵, 쿵, 쿵-

위로 오를수록 쏟아지는 바닷물이 굵어지고 목을 타고 흐르는 진동이 거세진다!

당장이라도 몸이 떨어져 나갈 듯 요동칠 때.

감이 왔다!

천문석은 재빨리 감이 온 부위에 내력을 쏟았고.

경력이 실리지 않은 순수한 일기일원공이 내부로 스며드는 순간.

느껴졌다!

영육과 혼백의 사이.

심상 공간에서 불타오르는 뜨거운 분노와 내력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사념이!

[ㅁㅁ ㅁㅁㅁㅁ!]

완전히 맛이 간 익숙한 사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깨진 마안에 담겼던 사념이 맞다.

완전히 맛이 가서 작은 동물 하나 홀릴 수 없었던 사념이 강대한 괴수, 거대 거북이의 육체를 빼앗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 의문이지만, 지금 중요한 건 거대 거북이가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

다행히 육체를 빼앗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완전히 뿌리내리지 않았고 사념의 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이 정도면 바로 뽑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사념을 담을 물건이 필요하다는 것!

천문석은 재빨리 잡낭과 주머니를 훑었고 곧 사념을 담을 물건 2개가 나왔다.

거대 괴수 코어.

구멍이 여럿 뚫린 속이 텅 빈 주먹 크기의 무쇠 공.

“…….”

천문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무쇠 공을 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대 괴수 코어를 쓰기에는 아까웠다.

‘모자라면 그냥 몸으로 때우자!’

마안(魔眼)은 마공(魔功)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반응한다.

전생의 천문석은 마공 중의 마공 천마신공으로 극에 달했던 천마!

맛이 간 마안의 사념이 약간 흘러넘쳐도 심상 공간에서 태워 버릴 수 있다.

결심과 동시에 한 손은 무쇠 공에 다른 손은 거대 거북이 목에 올리고 심상을 일으킨다.

희노애락애오욕, 칠정(七情)!

심상 공간에서 일곱 감정을 일으키는 순간.

쿵-!

육체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정신없이 구르던 마안의 사념이 반응했다.

칠정중 노(怒), 분노에.

‘이 마안 분노에 삼켜진 놈이구나!’

깨닫는 동시에 심상 공간에 산이 담길 듯 거대한 화로를 만들어 낸다.

이 화로에서 타오르는 것은 전생 천마의 분노!

화르르르륵-

심상 공간 전체가 분노 그 자체인 열기에 달아오르는 순간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어 이 거대한 분노를 전한다!

쿵, 쿵, 쿵-!

고통에 몸부림치던 마안의 사념이 먹잇감을 본 마수처럼 우뚝 멈춰 섰다.

낚시의 순간!

천문석은 사념이 눈치조차 채지 못하게 조심스레 움직였다.

심상 공간에 만들어 낸 분노를 태우는 화로를 손에 들린 무쇠 공에 투영하고.

무쇠 공을 잡은 손을 전법륜인을 짚어 거대 거북이 목에 올려놓은 손과 바꿔치기한다.

툭-

무쇠 공이 닿는 순간.

기습 공격하는 마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사념.

사념이 무쇠 공에서 타오르는 분노의 화로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쾅, 쾅, 쾅-

폭발하는 불꽃과 줄기줄기 일어나는 거대한 화염!

거대한 화염을 따라 마안의 사념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ㅁㅁ ㅁㅁㅁㅁ!

무쇠 공에 투영된 심상 공간을 무너뜨릴 듯 환희 어린 마안의 외침이 터졌다!

저릿저릿해지는 전신과 심상 공간에서 끓어오르는 요사스러운 사기(邪氣)!

‘어, 사기가 뭐 이렇게 강해!?’

깜짝 놀란 천문석은 재빨리 무쇠 공에 투영한 심상에 장벽을 쌓아 올리고 분노를 태우는 화로에 심력을 쏟아부었다.

‘천지를 태워 버려라!’

이 순간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화르르르륵-

심상에서 타오르던 열기와 빛이 현실에서도 느껴진다!

이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무공의 기초 중의 기초, 기감을 느끼는 것은 결국 구현(具顯)이다.

천지간의 기를 호흡하여 마음을 투영하는 순간.

기에 투영하는 마음에 따라 기는 차갑고 따듯하며, 부드럽고 딱딱하며, 온화하고 서늘하게 구현되어 느껴진다.

그렇기에 심상 공간에서 타오르는 화로에서 따뜻한 열기, 기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이건 그 정도가 아니었다!

화르르르륵-

손에 쥔 무쇠 공에서 쇳물이 끓어오르는 용광로 같은 열기와 이글거리는 청록색 빛이 뿜어진다!

무쇠 공은 천문석이 심상 공간에 구현한 천지를 태우는 화로의 열기와 빛을 그대로 현실에 드러내고 있었다!

요사스러운 청록빛 사기를 태우는 정염(靜炎)의 화로를!

이 순간 무쇠 공으로 빨려 들어간 사념이 절규했다!

ㅁㅁㅁ ㅁㅁㅁ ㅁㅁ!

ㅁㅁ ㅁㅁ!

알아들을 수 없는 절규가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 갑자기 주머니에서 시작된 전율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깜짝 놀라 주머니를 확인하려는 순간.

손에 들린 무쇠 공이 너무나 낯익게 느껴졌다.

“……!”

분명 처음 본 속이 텅 빈 무쇠 공에서 느껴지는 익숙함.

천문석은 알 수 없는 직감에 들고 있던 무쇠 공을 양손으로 잡고 비틀었다.

그르르륵-

상하 반구가 빙글 맞물려 돌아가는 순간 뚫려 있던 구멍이 막히고 불길이 확 줄어든다.

그르르륵-

다시 반대로 돌리는 순간 구멍이 다시 열리고 이글거리는 화염이 치솟는다.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이 구멍은 숨구멍이다.

속이 빈 이 무쇠 공은 화로였다!

무쇠 공이 화로라는 걸 깨닫는 순간.

마안의 사념이 내지르는 절규가 돌연 이해됐다.

ㅁㅁㅁ ㅁㅁㅁ ㅁㅁ!

영혼을 태우는 화로!

ㅁㅁ ㅁㅁ!

사령 화로!

“사령 화로!?”

화로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문득 느껴지는 아득한 인연!

돌연 또 다른 눈이 떠지고 현상과 심상이 시야에 겹친다.

현상을 보던 현실의 눈.

심상을 느끼던 마음의 눈.

두 눈에 수천수만 가닥의 인과의 실이 드리울 때 문득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현상의 푸른 하늘과 심상의 검은 하늘이 교차하는 순간.

천기(天氣), 인과의 실을 드리운 하늘이 마음에 쏟아져 들어온다.

이 순간 마음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장면.

끝없이 펼쳐진 눈 덮인 산.

거대한 산맥을 담은 호수에 떨어지는 별.

휘이이잉-

겨울바람이 떨어지는 별을 스쳐 불어오는 순간.

자욱한 안개가 날아오고 거대한 하늘 고래가 인과가 뒤엉킨 세계 위를 유영한다.

그리고 하늘 고래가 유영하는 세계가 빠르게 변해 갔다.

계단으로 이뤄진 산.

수많은 등불이 밝혀진 나무.

깊은 숲 속에 자리한 복숭아 과수원.

끝없는 녹색의 평원과 갈색의 구릉.

거대한 산맥에 칼로 내리찍은 듯한 협로.

바다처럼 넓은 호수에 띄워진 등을 밝힌 놀잇배.

놀잇배 사이에서 튀어나온 유선형의 날렵한 선체의 배.

날렵한 배는 호수를 지나 거친 강을 타고 내려가고, 수천수만의 몬스터가 들끓는 대지를 꿰뚫고 달렸다.

그리고 어느새 날렵한 유선형의 배는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막 위를 달리고 있었다.

사막의 밤.

별이 펼쳐진 하늘에는 하늘 고래가 유영하고.

새하얀 모래 위에서는 날렵한 배가 바람을 품고 달린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환상처럼 펼쳐지는 이 순간.

이때 작은 촛불이 밝혀진 풍등 하나가 배에서 떠올랐다.

둥실둥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풍등이 밤하늘 한가운데 걸리는 순간.

세상을 모두 덮을 빛의 나무가 나타났다.

그리고 어느새 사막을 달리던 배는 이 빛의 나무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풍등을 따라 하늘을 달리는 배.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자라난 거대한 빛의 나무.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하늘의 별과 지상의 별을 잇고, 원인과 결과, 인과를 매듭지으며, 선택과 결과, 가능성을 향해 자라나는 나무.

자신이 이미 이 나무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의 나무.”

이름이 세계에 울려 퍼지는 순간 깨달았다.

현실의 눈이 닿은 무쇠 화로.

마음의 눈이 닿은 세계의 나무.

무쇠 화로와 자신을 잇는 너무나 아득하여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인과의 실이 세계의 나무에 펼쳐져 있었다.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이 거대한 인과의 실을 되짚으려할 때.

휘이이잉-

거센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키킼, 킼킼키키킼-

낯익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니케!?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재빨리 주위를 돌아보니 찰나의 시간이 지났을 뿐!

여전히 마음의 눈에는 세계의 나무가 드리우고 손에는 무쇠 화로가 들려 있다.

그리고 무쇠 화로에서 시작하여 세계의 나무를 거쳐 자신에게 이어진 인과의 실이 반짝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되짚어 아득한 인과를 확인해 보라는 듯이!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이 또한 미망일 뿐.

물건에 집착하여 미망에 빠지는 순간이 심마에 드는 순간이다.

천문석은 화로를 비틀어 숨구멍을 완전히 막아 버렸다.

그르르륵-

마안의 사념이 내지르던 절규와 용광로 같은 열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자, 제주도의 바다를 닮은 커다란 푸른색 눈동자가 보였다.

이 푸른 눈동자에 담긴 올곧은 마음과 선함 품성이 느껴졌다.

각성 동물 중에 가장 착하다는 제주도의 수호신, 거대 거북이가 정신을 차렸다!

기쁨도 잠시!

여전히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파앙, 파앙, 파아앙-

바닷물 가오리 날개에서 솟아난 촉수가 아직도 거대 거북이 머리를 때리고 있었다.

끼에, 끼에에, 끼에에에-

거대 거북이는 촉수에 쥐어박힐 때마다 슬프게 울고 있었다.

“…….”

* * *

천문석은 직감했다.

용용이는 거대 거북이가 정신을 차렸다는 걸 아직 모르는구나!

주르르륵-

천문석은 재빨리 목을 미끄러져 내려가며 외쳤다.

“거대 거북이 정신을 차렸습니다!”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머리 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

“어!?”

“뭐!?”

깜짝 놀라 고개를 이태성과 이세영은 봤다.

파앙, 파아앙, 파아앙-

바닷물 촉수에게 연신 쥐어박히는 거대 거북이 머리가 세 사람 위에 자리했다.

그리고 마주친 푸른색의 눈동자!

거대 거북이는 혹시라도 피하면 사람들이 다칠까 봐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닷물 촉수를 맞고 있었다.

끼에, 끼에에-

바다를 닮은 푸른 눈에서 뚝, 뚝- 눈물을 흘리면서.

“…….”

잠시 굳어 있던 천문석, 이태성, 이세영은 재빨리 사방으로 흩어지며 외쳤다.

“그만해! 거북이 정신 차렸어!”

“용용이 멍청한 고래 새끼야! 그만 때려!”

“용용이! 듣고 있지!? 거북이 원래대로 돌아왔어!”

……

몇 번이나 소리치던 어느 순간.

뚝-

연신 거북이 머리를 쥐어박던 바닷물 촉수가 거대 거북이 머리에 닿은 채로 멈췄다.

그리고 이 바닷물 촉수가 진동했다.

고오오오오오-

용용이의 강력한 텔레파시가 담긴 초음파가 거대 거북이에게 쏘아졌다!

휘히, 휘힣힣히!?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무서운 대장의 텔레파시!

끼에, 끼에에에!

거대 거북이는 재빨리 심상을 담아 대답했다.

거대한 바닷물 촉수들이 가오리 날개로 돌아가고, 휘파람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휘히, 휘히히히-

휘이이이잉-

곧 거센 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바닷물 가오리가 천천히 바다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대 거북이 너머로 한라산과 제주도가 보였다!

이 순간 천문석과 이태성, 이세영 세 사람은 긴장이 풀려 갑각 위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하아-

천문석이 깊은 한숨을 쉬는 순간.

이태성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 진짜 상상도 못했다. 뭐가 이렇게 빡세.”

“……그래도 끝은 좋잖아? 이렇게 난장판이 됐는데 사망자가 없는 건 기적이야.”

이세영이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순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말이 맞았다.

특급 헌터가 가져온 VIP 초대권에서 시작된 카지노 나이트는 생각지도 못한 난장판으로 이어졌다.

슬롯머신, 이세영 선생님, 룰렛 테이블.

갑자기 날아온 도끼, 깽판을 친 용 형님 이태성 길드장.

갑판까지 도망쳤다가 환전하려 다시 난장판으로 돌아왔는데 마수 경보가 터지고 마수가 몰려 왔다.

이것만으로도 어이없는데 갑자기 제주도의 수호신 거대 거북이가 등장하고 고속선이…….

고속선!

간첩선을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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