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54화>
거대 거북이!
제주도의 수호신이 나타난 순간 함교와 갑판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졌다.
우와아아아-
거대 거북이는 무기력하게 해류에 떠내려가는 중이었지만, 함교의 선원들과 갑판의 보안요원들은 아무도 그걸 알지 못했다.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엄청난 크기!
작은 섬에 가까운 거대 거북이는 뒤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지금 상태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이세영은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기 전에 재빨리 명령했다.
“거대 거북이 바로 뒤로 배를 붙여라! 거대 거북이를 따라 움직인다!”
“알겠습니다!”
카지노 유람선이 빠르게 거대 거북이에게 가까워지는 순간.
이세영은 무전기를 잡고 뱃머리에서 강화 전투복을 장비를 착용하고 대기 중인 제자에게 말했다.
“이제 곧이야! 준비해야 한다!”
-선생님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나요?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제자의 불안한 목소리.
이세영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 힘들기는 하겠지만, 이번일 끝은 아주 좋을 거야. 아,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렴.”
“…….”
무전을 들은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자신에게 강화 전투복과 전투 장비를 가져다준 이태성 길드장.
이태성 길드장은 여전히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 배낭까지 멘 채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무전기를 받더니 말했다.
“야, 너 약속 꼭 지켜! 이번 일 끝나면 내가 시키는 일 바로 하는 거다! 너 이번에도 도망치면…….”
이세영은 이태성의 목소리를 끊었다.
-알았다니까. 그러네. 야, 빨리 내 제자부터 안심시켜 줘.
이태성은 무전기를 잡고 말했다.
“이태성. 내 이름을 걸고 보증한다. 너희 선생님 평소에는 꽝의 여신인데 이럴 때는 믿을 만하다.”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
대한민국 헌터 업계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 보증했다!
그러나 천문석의 가슴속에서 불안감은 점점 커졌고, 선박용 서치라이트에 비치는 거대 거북이의 모습도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휘이이이잉-
그리고 불길한 바람이 육지에서 불어올 때.
콰아아아아-
남서쪽 바다에서 파도 소리를 뚫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어?”
고개가 돌아가는 순간 파도 사이에서 납작한 창날 같은 배가 튀어나왔다!
촤아, 촤아아아-
파도를 꿰뚫는 파랑관통형 고속선, 고속선이 빠른 속도로 유람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저 배는 또 뭐야?”
이태성이 의아해할 때.
촤아아아아-
바다 위에서 크게 원을 그리는 고속선!
뾰족한 고속선의 선수가 유람선 선측을 향하는 순간.
콰아아아아아-
고속선은 사냥감에게 날아가는 창처럼 가속했다!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는 고속선.
선측을 내준 채 앞으로 항해하는 유람선.
진짜 섬처럼 해류에 둥둥 떠내려가는 거대 거북이.
셋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
휘이이잉-
육지에선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킥, 키키킥-?
하늘에선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무전기에서 이세영 선생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지금이야!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외쳤다.
[내가 바로 이세기다!]
[내가 바로 이세기다!]
[내가 바로 이세기다!]
절정의 내력이 실린 목소리가 터지는 순간.
폭탄이라도 터진 듯 대기가 요동치며.
바람 소리, 울음소리, 엔진 소리, 마탄 총성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파도를 뚫는 고속선에서 밝혀진 강렬한 서치라이트가 유람선 뱃머리를 밝혔다!
서치라이트가 비추는 순간 천문석과 이태성은 전력을 다해 앞으로 뛰었다.
쾅, 휘이이잉-
유람선 뱃머리를 밟고 허공을 가르는 두 사람의 궤적을 따라 서치라이트가 움직였다.
-한 번 더!
다시 한 번 무전이 들려왔고, 천문석은 이세영 선생님의 명령대로 외쳤다.
[내가 바로 이세기다!]
휘이잉-
공중을 날아 떨어지며 한 번!
[내가 바로 이세기다!]
쿵-
반발장이 씻은 듯 사라진 거대 거북이의 굴곡진 갑각 위를 구르면서 한 번 더!
촤아아아아아-
이 순간 카지노 유람선으로 접근하던 고속 공작선이 급선회해서 거대 거북이를 향해 돌진했다.
데굴데굴데굴-
그리고 거대 거북이 등 위를 미친 듯 굴러 가는 천문석의 주머니에선 깨진 마안이 빠져나와 굴렀다.
툭, 데구루루-
킥, 킼키키킼-!?
하늘 높은 곳에서 바람을 타고 활강하던 니케의 깜짝 놀란 외침이 울려 퍼질 때.
파앙, 파앙, 파아앙-
고속 공작선에서 수십 발의 신호탄이 거대 거북이 위로 쏘아졌다!
파스스스슥-
천천히 떨어지는 신호탄 조명 아래.
데굴데굴데굴-
굴렁쇠처럼 굴곡진 갑각 위를 구르는 천문석의 모습이 환하게 드러났다.
파앙, 파앙, 파아앙-
이 순간 고속 공작선에서 강습 포트가 발사됐다.
통, 통, 통통통-
십여 개의 동그란 강습 포트가 거대 거북이 갑각 위에서 튕기다가 멈추는 순간.
파스슥-
파스스슥-
압축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나고 포트 안에서 완전무장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괴수 반발장. 수치 제로!”
“예상대로 거대 거북이는 침묵 중입니다!”
“바로 움직인다! 타겟을 확보하고 바로 빠져나간다!”
국가안전부 8국의 정예 공작팀!
전장의 상태를 확인한 정예 요원들은 능숙하게 진형을 짠 후 각성력을 끌어올리고 돌진했다.
스스로 이세기라고 외치고 갑각 위를 구르는 사람을 향해서!
팀장은 이세기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세기!?”
이름이 들려오는 순간 구르고 있던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완전무장한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갑자기 고속선에서 발사된 탱탱볼 같은 물체들.
이 물체에서 완전무장한 각성자들이 쏟아졌다!
이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이 각성자들이 ‘이세기’를 찾고 있었다!
삼합회에 이어 두 번째로.
이세기를 찾는 사람이 왜 이리 많아!?
천문석은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때 쾅- 단단한 갑각을 박차고 몸을 날리는 각성자들!
무장한 각성자들이 가까워지는 동시에.
염동력장이 몸을 내리누르고 마력장이 움직이며 아찔한 마법 현기증이 느껴진다!
휘익, 휘익, 휘익-
그리고 하늘을 날아오는 낯익은 물체들!
타겟 표시용 점착 수류탄이다!
톱니처럼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이 녀석들은 어설픈 삼합회와는 완전히 다른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다!
순간 천문석은 절정의 내력을 끌어올려 땅을 박찼다.
쿵-
데굴데굴 구르던 천문석이 직각으로 꺾이는 순간 거대 거북 갑각 위에 떨어져 폭발하는 점착 수류탄!
팡, 팡, 파아앙-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점착 가루가 사방으로 쏟아질 때.
천문석은 이미 염동력자를 향해 몸을 던지고 있었다.
“이세기! 타겟이 여기 있다!”
염동력자는 외치는 동시에 손을 뻗어 역장으로 타겟의 몸을 내리찍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스스로 역장으로 들어가며 내력을 폭발시켰다.
들끓는 내력이 역장을 밀어내는 타이밍!
염동력자의 팔을 잡고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쏟아붓는다!
그러나 상대는 완전무장한 상태!
파스스슥-
천문석의 내력이 쏟아지는 순간 강화 전투복에서 방어 마력장이 치솟고 스파크가 일어났다!
파파파파팟-
일기일원공의 내력과 방어 마력장이 뒤엉켜 새파란 마력 스파크가 우수수 쏟아지는 순간 고압에 감전된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천문석의 팔이 부르르 경련할 때.
맞은편 헌터용 헬멧 너머에서 들려오는 억눌린 고통이 담긴 목소리!
“마력장이 날아가는 순간 끝장내주마!”
이 순간 뒤질 것 같은 고통을 참던 천문석은 깨달았다.
상대가 입은 강화 전투복이 내 거보다 좋은 거구나!
당연히 상대가 느끼는 고통이 더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차피 전투는 근성!
천문석은 고통을 참고 몸을 움직여 상대의 목을 감고 앞으로 굴렀다.
데굴데굴데굴-
으악, 으억, 커어억-
천문석과 염동력자가 하나로 뒤엉켜 새파란 마력 스파크를 뿌리며 굴렀다.
적과 동료가 뒤엉켜 구르는 상황!
공작원들은 타겟을 따라 달리며 외쳤다.
“방심하지 마라!”
“한 수가 있는 놈이다!”
“멈추는 순간! 일제히 들이친다!”
그러나 공작원들이 가까워질 때마다, 천문석은 갑각을 발로 때려 구르는 방향을 바꿨고 당구공처럼 휙휙- 방향이 전환됐다!
엄청난 속도로 구르는 천문석과 염동력자.
그 뒤를 쫓아 달리는 8국의 정예 공작원들.
서치라이트와 신호탄으로 환하게 밝혀진 거대 거북이 갑각 위에서 잠시 추격전이 이어졌다.
그리고 크게 한 바퀴 원을 그려 처음 구르기 시작한 장소로 돌아온 순간.
쿵-
천문석은 땅을 박차고 일어나며 염동력자를 던졌다!
“동료 받아라!”
휘이이익-
인간 쿠션이 되어 구르던 염동력자가 기절한 채로 날아오자 공작원들은 재빨리 좌우로 펼쳐지며 외쳤다.
“받지 마라!”
“좌우로 흩어져!”
“거리 유지!”
“잔머리에 능한 놈이다!”
쿵, 데구루루-
동료 염동력자가 갑각 위를 구르는데도 시선조차 주지 않는 공작원들!
공작원들은 천문석을 반 포위 한 채로 빠르게 접근했다.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바짝 긴장한 몸,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벽하게 착용한 각성 헌터용 장비!
탁, 탁, 탁, 탁-
일사불란하게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전신을 저릿저릿하게 울리는 각성력과 오감을 자극하는 살기까지!
염동력자의 역장이 몸을 누르고, 마력 각성자의 현기증 마법이 펼쳐질 때.
마탄 각성자의 섬뜩한 사선이 느껴지고, 육체 각성자는 언제라도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다!
게다가 마음속에서 불쑥불쑥 치솟는 분노와 절망, 고뇌와 고통!
처음 겪지만 당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텔레파시 능력자의 사념 폭탄!
사념 폭탄이 쉴 새 없이 날아오고 있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한 명 한 명이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런 놈들이 완벽한 장비를 갖추고 호흡까지 맞춘 상태.
이대로 싸우면 결국 사냥당하는 맹수처럼 잡힌다!
위기감에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순간.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대응방법들이 순간적으로 머리에 툭툭 떠올랐다.
천문석은 가장 간단한 대응방법을 선택하고 바로 외쳤다.
“으아앗! 뒤에! 뒤에 랭커가 나타났다!”
천문석이 경악한 목소리로 외치며 접근하는 각성자 뒤를 가리켰다!
“하, 멍청한 녀석!”
“누가 그런 얕은수에 당한다고…….”
“텔레파시 능력자는 본능적으로 적 위치를 알아!”
공작원들이 어이없어할 때.
갑자기 발아래 드리워진 그림자가 앞으로 길게 자라났다.
그리고 등 뒤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빛!
“……!?”
경악한 공작원들이 몸을 돌리는 순간.
화르르르륵-
마치 불타는 듯한 표상 오러 가 폭발하고 공성추 같은 주먹이 날아왔다.
콰아아앙-
텔레파시 능력자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날아갈 때.
표상 오러를 휘감은 용 가면을 쓴 남자가 외쳤다!
“진짜 있어! 새끼들아!”
그리고 폭풍 같은 전투가 시작됐다.
이태성이 전차처럼 돌진해 공작원들을 헤집는 순간.
천문석은 이태성 뒤를 바짝 따라 달리며 이삭줍기를 했다.
표상 오러 가 실린 주먹과 발이 꽂히는 순간 파스스슥- 산산이 흩어지는 방어 마력장!
하아앗-
이태성은 기합을 지르며 적들에게 일격씩만 때려 박고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전투는 기세다!
기세와 주도권을 잡은 순간 폭풍처럼 몰아쳐야 한다!
공작원들은 다급히 거리를 벌리고 이태성의 뒤를 잡아 돌진력을 죽이려 했지만, 이태성 뒤에는 천문석이 있었다.
핑, 핑, 핑-
빙글빙글 팔을 돌리며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폭발하듯 쏘아지는 카지노 칩!
“플라스틱 칩? 장난하냐! 이세기!”
육체 각성자가 비웃으며 쏟아지는 카지노 칩으로 돌진하는 순간.
쾅, 쾅, 쾅-
칩에 맞을 때마다 굉음이 울리고 강화 전투복에서 마력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어이없게도 이 가벼운 카지노 칩에 맞을 때마다 방어 마력장이 요동치고 돌진력이 훅훅 까여나갔다.
으아아악-
육체 각성자는 괴성을 지르며 땅을 짓밟고 달려 기어이 쏟아지는 칩을 뚫었다!
그리고 황소 같은 태클을 넣으며 외쳤다.
“잡았다! 이세기!”
그러나 근접 개싸움은 무공을 배우기 전부터 천문석의 특기!
천문석은 태클이 들어오는 순간 픽- 허깨비처럼 뒤로 넘어가며, 돌진하는 육체 각성자와 함께 뒤로 굴렀다.
그리고 땅을 박차고 일어나며 안전 헬멧에 손가락을 넣어 흔들었다!
쿵쿵, 쿵쿵쿵-
머리가 미친 듯이 헬멧 속에서 흔들려 순간적으로 정신을 놓고 균형 감각을 잃었을 때 이태성 앞으로 집어던진다!
휘이이잉-
꽈당탕탕-
육체 각성자와 적들이 뒤엉키는 순간.
표상 오러 가 일렁이는 이태성이 이 위를 짓밟고 뛰었다.
콰드득-
쾅, 쿵, 쿵, 쿵-
공작원들은 뭘 어떻게 해 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아작이 났다.
공작팀 팀장은 돌연한 상황에 정신이 멍했다.
상황이 예상과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세기!
타겟은 혼자 있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오러 각성자와 같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적은 단둘이다!
그런데도 정예 공작원 17명이 뭘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밀리고 있다!
으어억-
꺄아아-
꺼어억-
사방에서 들려오는 건 팀원들의 고통스러운 비명뿐!
이때 커다란 웃음소리와 한국어 외침이 들려왔다.
카캬카카캌-
“봤냐!? 이게 한국 헌터의 저력이다! 너희도 삼합회처럼 아작을 내주마!”
이세기가 비열하게 웃으며 외쳤다!
‘삼합회!’
이 외침을 듣는 순간 팀장은 직감했다.
갑자기 연락이 끊긴 삼합회!
삼합회가 이세기한테 당했구나!
뒤이어 처음 이세기를 확인한 상황이 떠오른다.
이세기는 뱃머리에서 서서 자신이 이세기라고 스스로 밝히고 뛰었다!
“……!?”
머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과 함께 팀장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깨달았다.
이세기는 이미 자신들이 오는 것을 알고, 동료와 모든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들이 있는 이곳은 이세기가 준비한 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