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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49화 (35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49화>

이야압!

천문석이 기합을 지르며 레버를 돌리자.

기이잉, 기이이잉-

고속 구명정을 고정한 와이어 가 풀려나오고, 유람선 선측에 매달린 고속 구명정이 바다를 향해서 빠르게 내려갔다.

“힘들지 않아!? 내가 좀 돌릴까?”

이세영 선생님이 외쳤지만, 천문석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흐흐흐- 선생님 하나도 안 힘들어요! 이제 우리는 부자가 되는 거잖아요!”

“선생님 아니라니까! 어, 부자?”

이세영 선생님이 발끈하셨지만, 어차피 그건 사소한 일일 뿐이다.

이제 곧 부자가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

이때 이세영 선생님의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우리가 부자라니 무슨 말이야?”

천문석은 허리 벨트에 걸어 둔 칩 상자를 탁- 두들기며 말했다.

“카지노 칩! 제가 선생님 몫까지 챙겨 왔어요. 여기에 우리가 딴 카지노 칩 있으니까. 나가서 환전한 다음에 반 드릴게요! 흐흐흐-.”

“어……?”

이세영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카지노 칩이 카지노 밖에서도 환전이 되는 거였어?”

“네……?”

“처음 들어올 때. 카지노는 이 유람선에만 있다고 하던데? 호텔은 그냥 일반 호텔이라고 그래서 학생들도 거기에 투숙…….”

무언가를 찾는 듯 주머니를 뒤적이며 말을 잇는 이세영 선생님.

“……!”

이세영 선생님의 뒷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천문석은 번개같이 칩 상자를 열어서 칩을 몇 개 꺼냈다.

[10000$]

앞면의 금액.

[삼합 카지노 유람선]

뒷면에 새겨진 ‘유람선’ 세 글자!

“어!? 이거 설마!?”

천문석이 당황하는 순간 이세영 선생님이 쐐기를 받았다.

“아, 여기 있었네. 여기 카지노 안내 책자에 쓰여 있잖아.”

이세영 선생님의 손에 들려 있는 안내 책자에 적힌 문장이 천문석의 눈에 새겨졌다.

[…… 카지노 나이트에서 획득하신 칩의 환전은 당일 하선 전까지, 삼합 카지노 유람선에서만 가능합니다.]

유람선!

유람선!

유람선!

“…….”

그렇구나.

카지노 나이트가 끝나고 내리기 전에 환전하지 않으면, 이 칩은 돈이 아니라 플라스틱일 뿐이구나.

천문석은 놀라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사건·사고 때마다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더는 놀랍지도 않았다.

천문석은 그냥 말없이 맑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그렇지, 일이 이렇게 잘 풀릴 리가 없었지.

자신은 원래부터 하늘 놈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충성충성?

원래 인생은 ‘자력구제’, ‘독고다이’인 것이다!

천문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 계획을 세우고, 내력을 실어 미친 듯이 레버를 돌렸다.

기이이이이잉, 탁-

고속 구명정이 끝까지 내려간 순간.

촤르르륵-

천문석은 고정 사다리를 내리고 멀리 제주도에서 깜빡이는 불빛을 가리켰다.

“선생님! 먼저 가세요! 저기 불빛이 보이는 곳. 저기가 제주도예요!”

“뭐!? 너 뭐 하려고!?”

“전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제 걱정하지 마시고 먼저 가세요!”

“야, 너 설마!?”

“선생님!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천문석은 바로 갑판을 박차고 달렸다.

“너, 너! 혹시 환전하러 가는 거야!? 그만 멈춰! 위험해!”

등 뒤에서 이세영의 다급한 외침이 계속 들려왔다.

하지만 천문석은 멈추지 않고 갑판을 달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들어갔다.

VIP룸 바닥에서 굴러다니던 칩에는 손조차 대지 않았다.

내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칩은 내 칩, 우리의 칩이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가 딴 칩!

이 순간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반드시 환전한다!’

* * *

제자가 갑판을 달리는 순간.

이세영 선생님은 바로 제자를 쫓아 달리려 했다.

그러나 발을 떼는 순간 뾰족한 물체라도 밟은 듯 발에서 전율이 일었다.

발끝에서 시작된 전율은 순식간에 몸을 타고 흘러 손끝 머리끝으로 흘렀다.

온몸이 전율하는 이 순간 이세영은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휘이이-

시원한 밤바람이 부는 여름밤 맑은 하늘.

차아, 차아아-

잔잔한 파도 치는 여름 바다.

우으으으으응-

미세하게 진동하며 바다를 가르는 선박.

하늘과 바다, 선박을 느끼는 순간, 이세영은 인지와 오감을 넘어 느꼈다.

지금 타고 있는 이 선박을 향해서 하늘과 바다에서 무언가 오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느낀 순간, 이세영의 인지가 물리적 한계를 넘어 폭발적으로 확장됐다.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느낄수 없는 것을 느낀다.

쏟아지는 별빛이 보여 주고, 불어오는 바람이 말해 준다.

하늘이 자아내는 인과와 자신의 선택이 만들어 내는 운명의 엇갈림을!

가면에 가려진 이세영의 두 눈이 별처럼 빛날 때.

콰아앙-

부서질 듯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야, 이세영! 어디 있어!? 잠깐만 나와봐! 잠시 이야기만 하자고!”

룰렛 테이블에서 같이 게임을 하던 용 가면!

그 남자가 각성력을 담아 연신 외치고 있었다.

이 순간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짙은 안개가 낀 듯 기억나지 않았던 이름이 불쑥 튀어나왔다.

“이태성!”

콰아앙-

자신의 이름을 듣는 순간 이태성은 갑판을 박차고 폭발적인 속도로 달렸다.

쿵, 쿵, 쿵-

갑판을 밟을 때마다 무섭게 가속하는 이태성!

풀 사이드의 의자, 테이블, 바를 박살 내며 직선으로 가로지르자 갑판 선측에 선 꿀벌 가면이 보였다.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세영!

“야, 우리 잠깐 이야기만 하자!”

이태성은 이야기만 하자는 말과 달리, 오러를 폭발시켜 주위를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오러 가 닿는 모든 영역이 장악되고 이세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순간.

레이드 메인 탱커이자 커맨더인 이태성은 오른손을 뻗으며 확신했다.

잡았다!

이제 이 녀석을 꽁꽁 묶어서 코를 잡고 ‘솔의 눈’만 먹이면…….

이 순간 이세영은 무언가를 줍듯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휘이익-

이태성의 오른손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몸을 펴는 이세영.

휘익-

숙였던 몸을 잡으려던 이태성의 왼손이 다시 한 번 허공을 가를 때.

이세영은 가볍게 뒤로 걸으며 무언가를 바닥에 던지기 시작했다.

툭, 툭, 투둑, 데구루루르-

아무렇게나 던져져 데굴데굴 구르는 카지노 칩들.

이 순간 이태성은 미리 합을 맞춘 슬랩스틱 코미디언처럼 뿌려지는 칩을 밟고 미끄러지고 균형을 잡고 다시 미끄러지기를 반복했다.

쓱, 쓰슥, 휘릭-

으악, 으아악, 으아앗-

이태성은 쉴 새 없이 미끄러지며 허리가 뒤틀리고, 목이 비틀리고, 다리가 찢어지고, 발목이 꺾이기를 반복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태성의 신체 능력과 감각이면.

볼링공 위에서 몇 시간이라도 버틸 수 있고, 날아오는 마탄조차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태성은 눈앞에서 굴러 오는 칩을 피하지도 밟는 순간 균형을 잡지도 못했다.

너무나 완벽한 타이밍!

카지노 칩을 밟은 이태성은 마치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난간까지 미끄러졌다.

그리고 미끄러진 몸이 기우뚱 몸이 난간 너머 바다로 떨어지려 할 때.

탁-

꿀벌 가면을 쓴 이세영이 이태성의 하와이안 셔츠 자락을 손끝으로 잡았다.

“에휴- 이태성. 너 왜 이리 끈질기니?”

“너, 지금 설마!?”

이태성이 경악하는 순간.

이세영은 빙그레 웃으며 손을 놓고 손가락을 튕겼다.

틱, 핑그르르-

“그럼 만나자마자 안녕!”

“으앗- 야 지금 뭐 하는…….”

이태성이 다급히 외치며 난간을 잡는 순간 어느새 날아와 손끝에 걸리는 칩!

“야아아아- 이세영!”

쓰르륵-

손이 미끄러진 이태성이 바다로 떨어질 때.

이세영은 고속 구명정의 입수 레버를 발로 밀었다.

촤아아아-

끝까지 내려간 고속 구명정이 바다에 내려지는 동시에 그 위로 이태성이 떨어졌다.

이태성은 바로 구명정을 박차고 뛰어오르려고 했지만.

툭, 투득-

머리 위에서 하나둘 칩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 순간 이태성은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레이드 탱커의 직감, 레이드 커맨더의 전투 감각에 걸리는 무시무시한 위기감!

이세영이 던지는 이 아무것도 아닌 칩 하나하나가 그 어떤 마탄, 마도구보다 위기 감각을 자극했다!

“…….”

이태성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서 있는 동안, 고속 구명정은 해류에 실려 빠르게 멀어졌다.

이때 선측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고 몸을 돌리는 꿀벌 가면이 보였다.

이태성은 깨달았다.

각성력이 없는 이세영의 몸에 손조차 대지 못했다. 이게 말하는 건 하나였다.

이세영, 검은 폭풍의 전투 예지가 깨어났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자신은 살기를 품지도 위해를 가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태성은 의문에 휩싸인 순간 깨달았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당장 이세영을 잡아서 ‘솔의 눈’을 먹이는 게 중요했다!

그러나 어떻게?

전투 예지가 깨어난 이세영을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이때 불쑥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름!

“이세기!”

방법을 찾는 순간 이태성은 즉시 고속 구명정에 시동을 걸고 유람선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세기를 먼저 잡는다!

* * *

천문석은 갑판에서 1층으로 내려가자마자 통로를 지나 홀로 달렸다.

홀에서 가면을 벗고 삼합 모자를 쓴 다음에 술잔이 놓인 쟁반을 손에 들고 종업원으로 위장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홀에 들어서는 순간 밖으로 나오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솔의 눈을 던져서 맞췄던 중간 보스 녀석!

그리고 중간 보스도 바로 천문석을 알아봤다.

“벌꿀! 이세기, 이 새……!”

중간보스가 고함을 지르려는 순간 천문석은 목깃을 낚아채 비틀며 몸을 붙였다.

끄억-

순간적으로 깃에 목이 졸릴 때.

천문석은 다리 뒤축을 걸고 밀어붙였다.

목이 졸린 중간 보스는 뭘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뒤로 넘어갔다.

쿵, 데굴데굴-

천문석은 뒤로 넘어가는 중간 보스의 몸 위를 부드럽게 타고 구르며 조르기를 걸었다!

마치 춤을 추듯 유려한 동작!

천문석의 내공 한점 실리지 않은 부드러운 동작에, 강화 전투복의 방어 마력장조차 발동하지 않았다!

‘됐다! 완벽했어!’

천문석이 완벽한 조르기를 넣은 스스로에게 감탄하는 순간.

따가운 시선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

넓은 홀 한가운데 중간 보스 등에 달라붙어 조르기를 넣고 있는 천문석의 주위.

전신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으로 엉망이 된 강화 전투복을 입은 남녀 10여 명이 서 있었다.

삼합회.

“…….”

“…….”

터질듯한 정적이 감도는 홀에 울려 퍼지는 건.

끄르르르르륵-

천문석에게 조르기를 당하고 있는 중간 보스의 숨넘어가는 소리뿐이었다.

“…….”

천문석은 슬그머니 조르기를 풀고 일어나 테이블에 놓인 쟁반을 들고 깍듯이 주위에 고개를 숙였다.

“이 손님이 무례하셔서 예의를 좀 가르쳐 드리느라고. 실례 했습니다.”

“…….”

“그럼 손님 분들 모두 좋은 카지노 나이트 보내십시오. 전 서빙을 해야 해서.”

탁-

천문석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순간.

쿵, 쿵, 쿵, 쿵, 쿵-

10여 명의 삼합회 조직원들이 이순신 장군님 학익진 펼치듯 사방으로 펼쳐져 퇴로를 완전히 막았다.

게다가 몇몇 놈들은 무전기를 잡고 다급히 무전을 보내고 홀에 있던 일반 손님들을 거칠게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곧 홀의 문이 모두 잠기고 이 커다란 홀에는 포위된 천문석과 포위한 삼합회 조직원들만 남았다.

위기의 순간!

하하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천천히 쟁반을 내려놓았다.

“생각해 보니. 그냥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마술을 하나 보여 드리겠습니다!”

천문석은 경계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손을 움직여 칩을 하나 꺼내 들었다.

“자, 제 손을 잘 보세요! 100$짜리 칩입니다!”

팅, 핑그르르르-

가볍게 손을 튕기자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칩.

천문석은 떨어지는 칩을 잡아 주위에 보였다.

“짠! 1000$ 칩이 됐습니다! 이걸 다시 튕기면!”

팅, 핑그르르르-

천문석은 다시 한 번 높게 치솟은 칩을 잡아 주위에 보였다.

“와! 10000$ 칩이 됐습니다!”

“이걸 다시 튕기면 어떻게 될까요!?”

“과연! 이번에도 10배로 불어날까요!?”

타겟이 마술사처럼 외치자, 삼합회 조직원들은 피식피식 웃었다.

어이없게도 쫓던 타겟이 스스로 독 안으로 들어온 상황.

이미 퇴로는 막혔고 연락도 끝났다.

이제 타겟에서 눈을 떼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이렇게 모두의 시선이 모인 순간.

천문석은 10000$ 칩을 공중으로 튕겨 올리며 외쳤다.

“이제 엄청난 마술이 펼쳐집니다! 모두 이 칩에서 눈을 떼지 마세요!”

팅, 핑그르르르르르-

10000$ 칩은 빠르게 회전하며 천장에 닿을 듯 높게 치솟았다.

모두의 시선이 이 10000$ 칩을 따라 움직일 때.

천문석의 여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

완전히 긴장이 풀린 삼합회 조직원들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양손을 머리 위로 든 천문석이 소리쳤다.

“이 카지노에 10만$ 칩은 없어! 새끼들아!”

카캬카캌-

웃음이 터지는 동시에 머리 위로 올린 양손이 부딪혔다.

콰아아아앙-

마른하늘에 날벼락!

하늘을 놀라게 하는 뇌성벽력!

절정의 일기일원공이 실린 굉천수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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