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48화 (34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48화>

타다닥-

이때 다급한 발소리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객님. 잠시만 확인 좀 하겠습니다.”

보안요원들이 통로를 걷는 사람들의 가면을 확인하고 있었다.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악어, 토끼 가면을 찾고 있구나!’

그러나 천문석과 이세영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평범하게 보안요원을 지나쳤다.

천문석의 악어 가면과 이세영의 토끼 가면은 어느새 벌꿀 가면과 꿀벌 가면으로 변해 있었으니까!

벌꿀 가면 천문석과 꿀벌 가면 이세영의 시선이 마주쳤다.

으흐흐-

으하하-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목적지는 갑판!

천문석은 빠르게 걸으며 손에 든 묵직한 칩 상자를 봤다.

이대로 갑판으로 올라가 고속 구명정을 내려서 제주도로 도망치고 호텔에서 환전하면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끝난다!

어차피 제주도 근해를 도는 카지노 유람선.

육지까지는 멀어야 4, 5km 정도일 거다.

눈으로도 제주도가 보이니 조난당할 걱정도 없고, 해양 마수나 몬스터가 나올 리도 없으니 고속 구명정에만 타면 탈출은 아무 문제 없었다.

이제 곧 카지노 나이트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카캬카-.’

천문석이 내심 웃음을 터트리며 행복회로를 돌릴 때 선내 방송이 통로에 울려 퍼졌다.

[고객 여러분께 긴급 안내 말씀드립니다. 악어 가면, 토끼 가면을 쓰신 고객님! 용 가면을 쓰신 고객분께서 간절히 찾고 있습니다. 이 방송을 들으신다면 바로 안내 데스크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천문석은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물었다.

“선생님. 저거 안 가봐도 되세요? 아는 분 같던데?”

이세영은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했다.

“괜찮아. 저렇게 귀찮게 구는 거 보니까. 군에 있는…… 앗!”

대답하던 이세영은 이제야 깨달았다.

바로 옆의 제자는 자신을 몇 번이나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게다가 방금 전 조폭으로 보이는 사람들 앞에선 직접 제자라고까지 말했다!

“……선생님이라뇨!? 사람 잘못 보셨어요! 아까는 제가 당황해서…….”

꿀벌 가면을 쓴 이세영이 손까지 휘저으면서 다급히 변명을 쏟아 냈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

한참 동안 말없이 듣던 천문석은 내심 웃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선생님. 아니 시라고요?”

“네! 진짜로 아니에요!”

“정말, 역사 선생님 아니세요?”

“아니라니까요! 전 토끼, 아니 꿀벌이에요!”

“진짜로 이세영 선생님 아니세요?”

“하하하- 선생님이 수학여행 중에 카지노에 와서 도박할 리 없잖아요?”

이름을 직접 묻자 차마 아니라고 하지 못하고, 은근슬쩍 말을 돌리는 이세영 선생님.

그러나 이미 수학여행 중이라는 사실까지 말했다!

천문석은 음흉하게 웃으며 계속 질문했다.

“으흐흐- 진짜요? 정말로요? 낙동강 전선 참전 메달을 걸고 진짜 아니세요?”

으으으으-

이세영이 가면을 쓴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순간.

타다다다-

여러 사람이 통로를 달리며 소리치는 게 들려왔다.

“반드시 찾아야 한다!”

“악어, 토끼가 아닐 수 있다!”

“무슨 가면을 썼을지 모른다!”

“가면을 보지 말고 인상과 기질을 확인해!”

……

“…….”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삼합회!

‘뭐야!? 용 가면에게 얻어터지고 있어야 할 삼합회 놈들이 왜 여기 있어!?’

이때 벌꿀 가면을 쓴 천문석과 삼합회 중간 보스의 시선이 마주쳤다.

“어!?”

순간적으로 멈춰 서서 벌꿀 가면을 노려보는 중간 보스.

[의혹, 당황, 기대, 흥분.]

시선에 담긴 감정이 빠르게 변화하고 마침내 중간 보스가 외치려는 순간.

휘이이잉, 깡-

번개같이 날아간 물체가 중간 보스의 이마를 때렸다.

으악-

중간 보스가 맞은 이마를 부여잡는 동시에 중간 보스를 맞춘 이세영이 외쳤다!

“도망쳐! 여기는 내가……!”

그러나 이미 천문석은 이세영의 손을 잡고 번개같이 돌진하고 있었다.

“제 뒤에 바짝 붙으세요! 바로 뚫겠습니다!”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칼과 도끼를 꺼내 드는 살기 등등한 3명의 삼합회 조직원들!

“이세기!”

“너구나! 멈춰라!”

삼합회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을 지체하면 적이 더 늘어난다.

지금은 강행 돌파할 때다!

쿵, 쿵, 쿵-

천문석이 보법을 밟으며 타이밍을 잡는 순간.

흐어억-

“멈춰! 바닥! 새끼들아 바닥! 저거!”

이마를 맞은 중간보스가 숨넘어갈 듯 다급히 외치며 바닥을 손가락질했다.

바닥?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내리자, 발아래 바닥을 굴러 오는 음료수가 보였다.

‘솔의 눈.’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 이거 룰렛 테이블 그거!? 이게 왜 여기에?”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말한 순간.

이세영 선생님이 겸연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까 VIP룸 나올 때, 내가 챙겼어. 어쩐지 불길해서 멀리 가져다 버리려고 했는데. 하하하-.”

순간 삼합회 조직원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야, 그걸 왜 들고 가!”

“저 음료수 때문에 개고생했는데!”

“이런 씹……!”

“그만! 말 걸면 안 된다!”

다급히 동료의 입을 막는 삼합회 조직원들!

이들이 발작하듯 외칠 때.

통-

천문석은 가볍게 솔의 눈을 차올려 손에 잡았다.

쿵, 쿵-

그리고 삼합회 조직원 정면으로 전진하며 천천히 주먹을 뻗었다.

“멍청한 새끼! 맨손으로 강화 전투복에 도끼를 상대…… 어!?”

순간 삼합회 조직원들은 입을 떡 벌렸다.

천문석의 손에 주먹 도끼처럼 들려 있는 솔의 눈!

“으아악! 이런 미친 새끼!”

“피해! 당장 피해!”

바닥을 밟고 뒤로 뛰는 삼합회 조직원들!

천문석은 바로 따라붙어서 손에 든 솔의 눈을 주먹 도끼처럼 연신 내리찍었다.

휙, 휙, 휙-

히이익-

흐아악-

삼합회 조직원들은 다급히 몸을 피하며 새된 비명을 질렀다.

눈앞으로 솔의 눈이 지나가는 순간.

삼합회 중간보스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강화 전투복의 마력장에 음료수 캔이 터지기라도 하면!?

“야! 당장 마력장 꺼! 새끼들아!”

순식간에 강화 전투복의 마력장이 사라지고 연이어 터지는 외침.

“피해! 절대 맞지 마라! 혹시 맞을 거 같으면! 부드러운 부위로 맞아!”

중간 보스의 외침을 들으며 천문석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삼합회 녀석들!

왠지 몰라도 이 ‘솔의 눈’이 손상되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즉 지금 이 ‘솔의 눈‘은 공방 일체의 최고의 무기였다!

천문석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전투의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퍽, 퍼퍽, 퍽퍽-

으악, 으아악, 커어억-

천문석은 솔의 눈을 주먹 도끼처럼 휘둘러 순식간에 무장한 삼합회 조직원 셋을 아작냈다.

그리고 번개같이 계단을 뛰어 3층으로 내려갔다!

쿵, 쿵, 쿵-

천문석이 계단 아래로 멀어지는 순간.

솔의 눈에 흠씬 두들겨 맞은 삼합회 중간보스는 재빨리 무전기를 잡고 절규하듯 외쳤다.

“솔의 눈 찾았습니다!”

“솔의 눈! 이세기! 그 새끼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세기는 벌꿀 가면, 동행은 꿀벌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그놈 3층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그 새끼! 솔의 눈을 무기로 쓰고 있습니다!”

무전을 듣는 순간 난장판이 된 VIP룸을 수색하던 진교은은 재빨리 삼합회 조직원들에게 명령했다.

“혹시 모르니 두 분은 여기에 남아서 계속 솔의 눈을 찾으세요! 다른 분들은 3층으로 내려갑니다! 모두 강화 전투복 방어 마력장 최하로 바꾸세요! ‘솔의 눈’이 손상되면 끝장입니다!”

삼합회 조직원들이 3층으로 달려갈 때.

진교은은 CCTV 설치된 보안실로 달리며 이태성에게 솔의 눈의 위치를 알렸다.

“솔의 눈 타겟과 같이 있는 이세기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세기는 벌꿀 가면, 타겟을 꿀벌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무전을 들은 이태성은 즉시 유람선 3층을 향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이렇게 삼합회 조직원과 이태성, 진교은, 보안요원들이 3층 수색을 시작할 때.

3층 계단 옆 객실 문이 살짝 열렸다.

그리고 벌꿀 가면을 쓴 천문석이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탁탁, 탁, 닥, 닥-

사람들이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와 멀리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의 사이 틈이 생겼다!

천문석은 문 안쪽에 말했다.

“선생님 지금입니다. 바로 위로 올라가시죠.”

“와, 와와! 너는 진짜!”

천문석은 감탄하는 이세영 선생님께 씨익 웃어 보이고, 손에 쥔 샴페인을 흔들며 텅 빈 계단을 재빨리 올라갔다.

모두가 3층에서 아래로 수색을 시작할 때.

천문석과 이세영은 반대 방향 갑판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멍청한 놈들!

이제 안녕이다!

카캬카-

* * *

삼합 카지노 유람선 보안실.

진교은은 무전기를 잡고 선내를 비추는 CCTV를 빠르게 확인하고 있었다.

삼합 카지노 유람선은 갑판부터 아래로 층수가 붙었다.

갑판, 1층, 2층, 3층, 4층, 5층. 기관실과 창고들.

갑판에 가까울수록 층 번호가 낮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층 번호가 높아졌다.

타겟 이세기가 ‘솔의 눈’을 들고 3층으로 내려갔다는 보고가 들어온 순간.

진교은은 바로 보안실에서 명령했다.

유람선 3층 출구를 막고, 삼합회 조직원들이 3층에서 아래로 선내를 훑고 보안요원들은 기관실에서 위로 훑도록!

진교은이 초조하게 CCTV를 바라볼 때, 보안요원의 무전이 들어왔다.

-기관실, 하부 창고 모두 확인했습니다! 이곳에는 없습니다!

“문, 창고 모두 봉인 처리하고 올라오면서 수색해라!”

-알겠습니다. 바로 수색을 시작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타겟을 발견하면 절대 잡으려 하지 말고. 반드시 보고부터 해라.”

진교은은 보안요원에게 명령을 마치고 머릿속에 유람선의 도면을 그렸다.

유람선 곳곳에 있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화물용 트레이는 이미 보안요원들이 모두 막고 있다.

위에서는 삼합회 조직원이 훑고 내려가고, 아래에서는 보안요원들이 수색하며 올라오고 있다.

유람선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수색에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에 있는 이상 ‘이세기‘를 찾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솔의 눈‘도 이세기가 가지고 있으니, 이세기만 찾아서 이태성 길드장에게 연락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세기와 이세영.

이세영은 이태성이 노리고 있고, 이세기는 삼합회가 노리고 있었다.

삼합회가 지금은 이태성에게 쥐여 터져서 협조 중이지만, 이미 삼합회 상층부에 보고가 들어간 이상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순간이 다가올 거다.

이태성과 삼합회.

자신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선택의 순간이.

진교은은 복잡해지려는 생각을 지워 버렸다.

지금은 이세기를 찾고 ‘솔의 눈‘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다.

솔의 눈이 손상돼 이태성 길드장이 분노하면, 자신이 세운 모든 계획은 휴짓조각이 돼버리고 선택의 순간 같은 건 오지도 않을 테니까!

하아-

진교은은 문득 한숨을 내쉬며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종일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니. 그나마 다행이네…….”

이때 CCTV에 얼핏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보였다.

“어!?”

자세히 보려는 순간 CCTV에 무언가 뿌려진 듯 화면의 초점이 나갔다!

“저기! 저 두 사람 동선 확인해 봐!”

진교은은 다급히 외쳤다!

곧 벽에 가득한 CCTV 화면이 두 사람이 걷는 동선을 비췄다.

그러나 CCTV 화면에 얼굴이 나타나려는 순간 초점이 나가는 CCTV!

“CCTV 바로 전환해! 저곳에 히든 CCTV 없나!?”

진교은의 외침에 보안실 직원들이 빠르게 동선을 훑어 영상을 확인했다.

“다른 곳 히든 CCTV에 10분 전 녹화된 영상이 있습니다!”

“바로 재생해!”

진교은은 재생을 명령하면서도 아닐 거라고 연신 되뇌었다.

그러나 잠시 후 히든 CCTV에 잡힌 모습을 보는 순간 진교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벌꿀 가면과 꿀벌 가면을 쓴 두 사람!

벌꿀 가면을 쓴 사람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다.

손에 쥔 술병을 미친 듯이 흔들다가 살짝 입구를 막은 손을 치우는 순간.

촤아아아-

새하얀 샴페인 거품이 날아와 CCTV에 착 달라붙었다!

두 사람은 빠르게 걸어가며 CCTV를 계속 무력화하고 있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이것 말고는 히든 CCTV는 없습니다!”

“초점이 나간 CCTV 번호 불러!”

진교은의 명령에 보안실 직원이 빠르게 번호를 불렀다.

“2-A1, 2-A3, 2-A7. 1-B13, 1-B9, 1-B3…….”

이 순간 진교은의 머릿속에서 유람선 도면이 떠오르고, 도면 위에 초점이 나간 CCTV가 있는 위치가 표시됐다.

이 선을 하나로 이으면?

갑판!

CCTV가 날아간 동선이 갑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때 문득 기억나는 게 있었다.

악어 가면이 룰렛 테이블에서 게임을 할 때 했던 말!

[…… 총괄 매니저님 혹시 바로 육지로 갈 수 있을까요?]

이 순간 진교은은 깨달았다.

‘당했다!’

애초에 타겟은 3층으로 내려간 게 아니었다!

두 사람은 갑판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타겟은 갑판에 있는 고속 구명정을 타고 배에서 빠져나갈 생각이다!

‘멍청한! 이런 당연한 걸 놓쳤다니!’

진교은은 바로 무전기를 잡고 외쳤다.

“전원 갑판으로 달려라!”

“길드장님! 타겟은 갑판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타겟은 갑판에서 고속 구명정을 타고 빠져나갈 생각입니다!”

상황은 진교은의 예상대로 흘러갔지만, 무전을 보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천문석은 갑판에 도착해 고속 구명정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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