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46화>
“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을 듣는 순간.
원기륭은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원기륭은 전율했다!
이태성!
태성 길드, 이태성!?
그 움직이는 자연재해 이태성이라고!?
경악한 원기륭은 이태성을 가리키며 한껏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설마! 저기, 저 용 가면이……!?”
진교은이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원기륭은 아찔한 현기증에 쓰러질 뻔했다.
‘여기서 갑자기 이태성이 왜 나와!’
늑대 굴에 돌을 던졌더니 검치호 아니, 와이번이 나온 격이다!
원기륭은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때 폭풍처럼 몰아치던 이태성이 외쳤다.
“야, 이 새끼들아! 도끼 어떤 새끼가 던졌냐니까!?”
우르르릉-
단지 크게 외쳤을 뿐인데 폭탄이 터진 듯 공기가 요동치고, 전신을 휘감은 표상 오러 가 폭발하듯 넘실거렸다!
압도적인 존재감!
VIP룸에 순간적으로 정적이 내려앉을 때.
토끼 가면의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앗! 기억났어! 너, 너너! 네가 여기 어떻게!”
순간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던 이태성이 움찔하더니 천천히 몸을 돌려 이세영을 봤다.
토끼 가면을 쓴 이세영이 확신이 담긴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
‘들켰구나!’
이태성은 이세영이 모든걸 깨달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완전히 망해 버린 상황, 이제 더는 용 가면을 쓸 필요도 없었다!
“아, 시바! 이 빌어먹을 새끼들 때문에!”
이태성이 분통을 터트리며 용 가면을 벗으려는 순간.
이세영이 확신을 담아 용 가면의 정체를 외쳤다.
“찬호!”
“……뭐?”
“너 찬호 맞지! 수류탄을 기막히게 던지던 찬호! .”
“…….”
“내 눈은 절대 못 속여!”
“깃발 꽂자고 해놓고는! 돌 던지면서 도망만 치던 찬호!”
“가면 쓰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난 처음부터 네가 찬호인 줄 알았어!”
……
이세영의 확신 어린 외침이 이어지자, 가면을 벗으려던 이태성의 손이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천문석과 이태성이 동시에 탄식했다.
“하- 선생님 제발…….”
“와- 진짜! 너는 전설이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이태성이 고개를 젓는 순간.
어느새 준비를 끝마친 부하들을 확인한 삼합회 중간 보스가 명령했다.
“발사해라!”
팡, 파아앙, 팡-
압축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오고.
촤르르르륵-
마수 포획용 강철 그물이 사방에서 날아왔다!
휘리리리릭-
강철 그물이 이태성의 전신을 칭칭 휘감는 순간.
멍하니 멈춰있던 원기륭과 덜덜 떨고 있던 진교은이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인간재해 이태성한테 무기를 휘둘렀는데!
이제는 마수 포획용 강철 그물까지 쐈다고!?
경악한 두 사람은 바로 전장으로 달려 나갔다.
“멈춰! 당장 멈추고 물러나!”
“멈추세요! 이러시면 정말로 큰일 나요!”
그러나 가뜩이나 3개 지단이 모두 모여 명령 계통이 복잡했고.
이태성에게 한참이나 얻어터진 삼합회 조직원들은 분노에 눈이 뒤집힌 상황이었다!
“잡았다!”
“조져 버려!”
“박살을 내주마!”
“으아악! 씹새끼! 드디어 잡았다!”
……
으아아악-
도끼와 칼을 든 삼합회 조직원들은 괴성을 지르며 강철 그물에 꽁꽁 싸인 용 가면에게 달려들었다!
꺄아-
저지하던 진교은이 뒤로 밀려나 나뒹굴고.
[멈추라니까!]
원기륭이 다급히 광역 텔레파시까지 뿌렸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뒤져라!”
“아작을 내주마! 용 가면!”
살기 어린 외침과 함께 수십 자루의 도끼와 칼이 강철 그물로 떨어지는 순간.
깡, 깡, 깡, 깡, 깡, 깡, 깡-
사람을 때리는 소리가 아닌 쇳덩어리를 때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내려치던 도끼와 칼이 쇳소리와 함께 튕겨 나가고, 도끼와 칼을 내려찍던 삼합회 조직원들이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화르르륵-
그리고 기름을 부은 듯 끓어오르는 표상 오러!
표상 오러에 닿는 순간.
무기에 담은 각성력이 위축되고, 전신에 실린 각성력이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이게 대체!?”
삼합회 조직원들이 경악하는 순간.
이태성이 움직였다.
쿵, 쿵, 쿵-
강철 그물에 둘러싸인 채로 천천히 앞으로 걷는 이태성!
“모두 그물 당겨!”
“시발 지금 바로 공격해!”
“빨리 원거리 공격해! 붙지 말고 무기를 던져!”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
“이 새끼 힘이 엄청나! 그물에 더 붙어!”
“이 새끼 도대체 정체가 뭐야“! 으아아악-.”
삼합회 조직원들이 악을 쓰며 달려와 혼신의 힘을 다해 강철 그물을 잡아당겼지만.
이태성은 꼬맹이와 힘 싸움하는 어른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앞으로 걸어 도끼가 박혀 있는 VIP룸 중앙에 멈춰 섰다.
그리고 주위를 포위한 적들을 둘러봤다.
두툼한 칼과 도끼.
정장 아래 강화 전투복과 그물.
게다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중국어까지.
이태성은 주위를 포위한 적들의 정체를 한 눈에 알아봤다.
비밀 던전 광산에서 간을 보던 놈들과 비슷한 기질!
마수와 몬스터와 구르는 일반적인 헌터가 아닌, 인간과 싸우는 폭력조직의 냄새가 났다.
이 순간 한 이름이 바로 머리에 떠올랐다.
삼합회!
“너희들 삼합회였냐? 하-.”
용 가면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 순간 삼합회 중간 보스들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목소리에 담긴 어이없음과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
용 가면을 쓴 남자는 삼합회의 이름을 말하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저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중간 보스들은 이제야 원기륭이 자신들을 제지하던 것을 떠올렸다.
“원기륭!”
“저놈 정체가 뭐냐?”
중간 보스들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용 가면의 전신에서 일렁이던 오러 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드디어!”
“오러 가 사라졌다!”
“이 새끼. 힘 빠졌다!”
“지금이다! 모두 한 번에 공격해!”
……
그물을 잡아당기던 조직원들이 환호성을 지를 때.
중간 보스들은 전율로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이들은 지금 일어난 현상을 한눈에 알아봤다.
표상 오러 가 사라진 게 아니다.
압착해서 전신에 갑옷처럼 두른 거다!
육체 외부를 보호하는 파괴의 빛, 표상 오러.
그 표상 오러를 압축해서 육체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갑옷으로 만들었다!
이 기술은 탑 클래스 레이드 탱커.
전 세계에 20명도 안 되는 ‘거대 괴수 메인 탱커‘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기술이었다!
게다가 이 엄청난 기술 시전 속도!
영상으로 봤을 때는 몇 분 이상 걸리던 기술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이 사실이 말하는 건 하나였다.
용 가면은 최고등급 오러 능력자다!
오러 능력자가 많은 미국과 유럽에도 거의 없다는 최고등급 오러 능력자!
이 순간 중간 보스들의 머릿속에서 전투 중 알게 된 단서가 빠르게 조합됐다.
표상 오러.
최고등급 오러 능력자.
탑 클래스 레이드 탱커.
거대 괴수 메인 탱커의 기술.
그리고 이곳은 한국의 제주도다.
이 모든 단서가 조합되자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탱커 랭킹 1위.
태성 길드, 길드장.
움직이는 인간재해.
이태성!
* * *
“…….”
“…….”
“…….”
믿기지 않는 결론에 중간 보스들이 굳어 있을 때.
삼합회 조직원들이 무기를 뽑아 들고 각성력과 기세를 끌어올렸다.
“한 번에 들이친다!”
“저 새끼 힘 빠졌다!”
“완전히 아작을 내주마!”
……
부하들의 외침이 이어질 때.
중간 보스들은 좀 전의 원기륭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갑자기 이태성이 왜 나와!’
‘여기서 갑자기 이태성이 왜 나와!’
……
이 순간 무기를 뽑아 든 삼합회 조직원들이 일제히 이태성에게 달려들었다.
“으아악- 죽어라!”
“뒈져라. 새끼야!”
……
“그만……!”
“당장 멈춰!”
“야, 그러면 안 돼!”
“새끼들아! 당장 멈추라고!”
경악한 중간보스들이 부하들을 막으러 달려가는 순간.
이태성의 두 주먹이 맞부딪혔다.
콰아아아앙, 쾅, 쾅, 쾅-
순간 폭탄이 터진듯한 폭음과 충격파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으아앗-
온 힘을 다해 그물을 잡아당기던 조직원들이 뒤로 자빠지고.
커어억-
각성력을 끌어올 리 채 달려들던 삼합회 조직원들이 충격파만으로도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하아앗-
이 순간 이태성이 기합을 질렀다.
쿠르르르르-
기합이 터지는 동시에 거대 괴수가 울부짖는 것처럼 대기가 요동치고 강철 그물이 파르르 진동했다!
휙-
이태성이 뿌리치듯 가볍게 손을 휘젓는 순간.
마수 포획용 강철 그물은 가닥가닥 끊어진 실 무더기가 되어 후드득 떨어졌다.
이태성은 천천히 손을 움직여 옷에 남은 강철 그물을 툭툭 털어 내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봤다.
“…….”
“…….”
난장판이 된 VIP룸 곳곳에 나뒹구는 삼합회 조직원들.
삼합회 조직원들은 용 가면의 위용에 압도되어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한 채, 상급자들을 봤다.
“…….”
그러나 상급자, 중간보스들도 이태성에게 압도됐다.
자신들의 뒤에는 삼합회와 북중국이 있다.
어지간한 대형길드라도 무시할 수 없는 뒷배다.
하지만 이태성은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소문은 이태성이 한일의 1/10도 안 된다!
20년 동안 일어난 수많은 믿기지 않는 일들!
-경고의 의미로 가짜 폭발물을 설치했을 때는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고.
-저격수를 보냈을 때는 북·중·러 접경지대에 있는 마경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다.
-이 일을 지시한 고위층은 실종됐다가 머리가 하얗게 센 채로 돌아와 살이 벗겨질 때까지 미친 듯이 몸을 씻고 씻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들었던 이태성의 악명을 생각하면, 당장 삼합회와 북중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두려웠다.
“…….”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발아래 떨어져 있는 도끼를 집어 드는 이태성.
이태성은 씹어먹을 듯 도끼를 노려봤다.
“…….”
이 도끼가 그 도끼였다.
자신이 승리하려는 순간 룰렛 판에 날아와 박힌 도끼!
이태성은 도끼를 흔들며 말했다.
“이 도끼 룰렛에 던진 새끼 나와라.”
여상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 목소리에 담긴 분노를 느끼는 순간.
침묵하던 삼합회 조직원들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삼합회 조직원 모두는 깨달았다.
도끼를 던진 사람은 이 압도적인 강자한테 박살이 난다!
이때 기회를 노리던 원기륭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고개부터 숙였다.
“용 가면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해라고?”
“네, 사실 저희는…….”
원기륭이 변명하려는 순간.
이태성이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이 도끼를 룰렛에 던진 게 오해라고!?”
“어떻게 오해를 하면 도끼를 룰렛에 던져!?”
“야, 이 새끼들아! 간신히! 정말 간신히! 이길 뻔했는데!”
“하늘이 주신 기회를! 마지막 승리의 기회를 뒤집어 놓고는 오해라고!”
이태성이 외칠 때마다, 공기가 폭발하듯 요동치고, 사방에 널린 잡동사니가 와르르- 무너졌다.
이제야 이들은 자신이 누구와 싸우려 했는지 깨달았다.
정확한 정체는 모르지만, 이 위용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압도적인 강자, 랭커!
용 가면은 한 자릿수 랭커다!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갈 때.
원기륭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전신에 도끼와 칼을 내려치고, 마수 포획용 강철 그물까지 발사했다.
그런데도 이건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지금 이태성 길드장은 룰렛 판에 도끼를 던져 ‘승부를 무효‘로 만든 것에만 분노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계산을 끝낸 원기륭은 재빨리 대답했다.
“제가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 다시 승부하실 수 있도록 판을 깔겠습니다! ‘악어 가면‘과 ‘토끼 가면‘을 데려 와! 당장이라도…….”
이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이태성이 외쳤다.
“토끼 가면!”
이세영을 깜빡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