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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44화 (34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44화>

‘아차!’

하도 자주 이름을 팔아대다 보니, 이름을 묻는 순간 자동으로 이세기란 이름이 튀어나와 버렸다!

천문석은 재빨리 옆에 앉은 이세영 선생님의 손을 톡 건드려 신호하고 룰렛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을 살폈다.

거대 괴수 코어를 날름하고 써놓은 이름이 이세기였다.

혹시라도 군 관계자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같은 테이블의 세 사람 모두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당연했다.

딜러는 가면 같은 미소를 띠고 있었고, 맞은편 두 사람은 진짜 가면을 쓰고 있었으니까!

‘이거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이때 딜러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빨리 좀 하자고.”

“딜러님 잘 좀 던져 주세요.”

그리고 용 가면과 원숭이 가면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이어졌다.

셋은 이세기라는 이름을 듣고도 별 반응이 없었다.

‘모르는구나!’

천문석이 내심 안심할 때.

‘이세기!’

이태성과 진교은, 원기륭은 여상한 겉모습과 달리 머릿속에선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분통을 터트리던 이태성은 깨달았다.

이세기, 이세영!

악어 가면! 이 녀석 이세영 친척이었구나!?

악어 가면이 이름을 말한 순간 팔을 움찔하는 이세영!

이태성은 100% 확실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이세영 친척이었구나! 목소리 봐서는 조카뻘인데. 돌림자가 같은 걸 보면 나이 차가 나는 친척 동생인가? 와, 어떻게 된 게 친척도 비슷하네! 이세영 이상한 게 유전이었던 거야!?’

이태성이 내심 탄성을 터트릴 때.

진교은과 원기륭도 이 기막힌 우연에 어이없어했다.

이런 우연이라니!

두 사람은 기억에 남은 몽타주의 인상과 앞에 앉은 이세기의 인상을 조심스레 비교했다.

가면을 쓰고 있어 인상을 비교하는 게 오히려 쉬웠다.

전혀 긴장이라고는 없이 편안하게 늘어진 몸.

그냥 일반인이라고 생각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게 이세기라고 생각하고 다시 보니 보였다!

무공, 육체, 오러, 마력, 초능력, 마탄.

주요 계통의 각성자와는 다른 이 특이한 기질!

이름을 듣고 몽타주와 인상을 비교하는 순간.

왜 알아보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비슷했다!

진교은과 원기륭은 확신했다.

몽타주에 나온 그 사람, 타겟이 맞다.

‘이세기!’

헌터용 몽타주를 뿌리고 그룹의 직원들을 모두 동원해 찾고 있던 이세기!

그 이세기가 바로 앞에 앉아 있고, 한 시간이 넘게 같이 룰렛까지 같이 한 것이다.

이세기가 확인된 순간 원기륭은 VIP룸 구석에 있는 삼합회 부하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내 앞. 이세기다! 확인해라!]

텔레파시를 받은 삼합회 조직원은 내색하지 않고 일어나 은밀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툭, 툭, 툭-

게임에 열중한 조직원의 어깨를 짚으며 말한다.

“담배 한 대 피우자.”

곧 4명의 조직원이 VIP룸 밖으로 빠져나왔다.

텔레파시를 받은 조직원은 원기륭 팀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세기!?”

타겟이 나타났다는 말에 모두의 얼굴색이 변했다.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다니!

원래대로라면 이번 일의 리더 원기륭이 대응방법을 택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원기륭은 룰렛 테이블에 타겟과 같이 있어 몸을 뺄 수 없는 상황.

이번 일에 동원된 30여 명의 삼합회 조직원 간에도 우열은 있었다.

직급이 높은 중간 보스들은 바로 움직였다.

카지노 유람선에 흩어진 삼합회 조직원들이 한곳으로 모두 모였다.

가장 먼저 남중국의 삼합회에 연락해 밀입국 브로커에게 확인한 내용을 받았다.

지금까지 들어온 사람, 밀입국이 예정된 사람 중에 이세기란 이름을 가졌거나 인상이 비슷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눈썰미가 남다른 조직원들이 보안실에 들어가 CCTV 속 악어 가면과 헌터용 몽타주의 인상을 비교했다.

강화 전투복과 양복.

핏은 다르지만, 기질이 너무나 비슷하다.

모두는 직감했다.

VIP룸에 있는 악어 가면이 이세기다!

‘어떻게 해야 하지?’

삼합회 조직원들은 대응방법을 생각하는 순간 깨달았다.

시간과 장소, 상황이 너무 좋다!

시간은 한밤중, 장소는 제주도 서쪽 바다 위.

타겟은 도망칠 곳 없는 바다 위 카지노 유람선에 타고 있고.

이 유람선에는 삼합회의 정예 30명이 모두 모여 있었다!

30명의 정예라면 어지간한 고등급 헌터라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다.

이세기 본인을 삼합회로 데리고 갈 수 있다면!?

완벽하게 임무를 완성하는 거다!

여기에 걸리는 문제는 하나였다.

이세기를 데리고 중국으로 가는 방법!

해가 뜨기 전에 남중국의 삼합회로 돌아가기 위해선 ‘은폐 마력장 발생장치‘가 달린 고속선이 있어야 했다.

서해로 항로를 잡으면 마수와 몬스터가 없기에 일반 어선으로도 건널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은 바다의 재앙 ‘용용이‘가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든 은폐 마력장 발생장치가 달린 고속선을 구해 제주도 서쪽, 장쑤성 상해로 빠져나가는 게 최선이다.

대응방법이 결정된 순간.

이번 일의 내막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보스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번 일은 삼합회의 세 단주가 모일 정도로 ‘윗선’에서 내려온 명령이다.

이들에게 ‘윗선’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남중국이 개판인 지금 삼합회의 단주를 셋이나 움직일 수 있는 곳은 한곳 뿐이었다.

북중국!

“바로 보고하자.”

“그래. 금방 대답이 올 거다.”

“사진! CCTV 사진을 첨부하도록 하지!”

삼합회 조직원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보안실에서 VIP룸을 찍은 영상을 사진으로 찍어 이세기 발견 사실과 함께 삼합회에 보고했다.

타겟 ‘이세기’를 찾았다는 보고는 순식간에 국가안전부로 올라갔다.

그리고 얼마 걸리지 않아 카지노 유람선에 있는 삼합회 조직원들에게 명령이 내려왔다.

[타겟을 절대 놓치지 말고 주시해라. 인수팀을 보내겠다.]

명령이 전해지자 삼합회 중간 보스들은 무언의 시선으로 서로 대화했다.

“…….”

“…….”

서로의 눈빛에 맺힌 욕망과 열기를 이들 모두는 느꼈다.

“무장한다.”

한 사람이 말하는 순간.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중간 보스들.

내려온 명령의 뉘앙스는 인수팀이 도착할 때까지 타겟을 주시하고만 있으라는 거였다.

그러나 이번 일은 삼합회의 최상위층, 단주가 직접 움직여 지시한 일이다.

중간보스들은 단주와 그 윗선의 눈에 들 절호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삼합회 조직원들은 바로 무장을 시작하고 VIP룸 밖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 * *

삼합회에서 이세기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들어온 순간.

국가안전부 3국 아주 정보국은 제주도에서 발견된 ‘이세기’가 천검이 아니란 걸 바로 알아챘다.

천검, 이세기의 행적은 24시간 위성감시 중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와 제주도와의 거리, 시간을 생각하면 아무리 천검이라도 제주도에 나타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건 이미 예상하던 사실.

중요한 건 ‘이세기‘란 이름을 사용한 사람을 찾았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이 사람이 천검의 과거 행적을 밝힐 단서를 가졌거나, 천검과 혈연, 지연 등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 천검은 폭풍 같은 행보로 남중국을 하나로 통합하고 있었다.

천검에 관한 작은 정보 하나가 대륙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이 사람을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제반 상황이 아주 좋았다.

거대 괴수와의 격전으로 제주 함대의 전력 대부분이 긴급 수리에 들어간 상황.

몇 안 되는 멀쩡한 고속함은 이세기를 찾아 엉뚱한 남중국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게다가 타겟이 제주도 안에 있었다면 064 헌터 부대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따르겠지만, 타겟은 육지가 아닌 바다 위 카지노 유람선에 타고 있었다.

그것도 삼합회의 조직원들이 타고 있는 유람선에!

유람선에서 삼합회 조직원이 확보한 타겟만 쏙 빼내오면 모든 일이 아주 깔끔하게 처리된다.

국가안전부는 타겟을 확보하기 위해 8국의 정예 공작팀을 움직였다.

상해 동쪽 바다에 대기 중이던 군함에서 초고속 공작선이 출발했다.

납작한 화살 형태의 파랑관통형(wave-piercing) 공작선에는 8국의 최정예 팀이 타고 있었다.

8국의 주요 임무는 타국 공작원의 체포와 제거였고, 북중국은 모든 각성자를 국가에서 관리하는 나라였다.

당연히 이 최정예 요원들은 전원 고등급 각성자였다.

이들은 룰렛 테이블을 찍은 사진 속 악어 가면을 쓰고 정장을 입은 남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타겟이 이 녀석이라고?”

“이 녀석 각성자는 맞는 거야?”

“이상한데? 기질이 각성자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여기 딜러 가 오히려 각성자 같은데?”

“원숭이 이 녀석도 초능력 각성자 느낌이 나고.”

“이 악어 녀석이 팀 전체가 움직일 만큼 위험인물인가?”

“그냥 삼합회에 맡겨도 충분할 것 같은데?”

“팀장. 이거 무슨 예행연습 같은 겁니까?”

탕-

공작팀 팀장이 화이트 보드를 때려 주의를 환기시켰다.

“방심하지 마라! 타겟을 카지노 유람선의 그 누구도 모르게 깔끔하게 데려 와야 한다! 혹시라도 제주 함대, 064 헌터 부대에 걸리면 외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팀장 잔소리는…….”

“그걸 누가 모릅니까? 일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그거보다 ‘용용이’ 위치 좀 제대로 확인하라고 사무실에 말 좀 해 주세요!”

“맞아요! 저번에도 후퇴 중에 ‘용용이’ 따라붙어서 뒤지는 줄 알았습니다!”

팀장의 경고에도 요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팀장도 타겟의 사진을 보고는 부하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악어 가면을 쓰고 정장을 입은 채 신나게 카지노 칩을 끌어당기는 타겟의 사진.

사진 속 타겟에게서는 ‘무공, 육체, 마탄, 초능력, 오러, 마력‘같은 주요 각성자 특유의 기질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의미하는 건 둘 중 하나다.

타겟의 각성력이 너무나 미약하거나.

각성력과 기질을 완전히 감출 수 있을 정도의 강자, 최고등급 각성자 랭커라는 것.

정보국의 분석결과 타겟은 랭커가 아니었다.

정보국에서 모든 랭커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랭커라 하더라도 자신과 팀원들이라면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었다.

팀장은 피식 웃으며 화이트보드에 룰렛 테이블을 찍은 사진을 붙이고 외쳤다.

“야, 적당히 하고 좀 쉬어 둬라. 타겟이 있는 카지노 유람선에 도착하려면 1시간은 걸릴 거다.”

“네에, 네에.”

“팀장님. 우리도 카지노 유람선에서 슬롯머신 좀 당길 수 있는 겁니까?”

순간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하하하-

으하하-

팀장의 외침에 팀원들은 장난스럽게 대답하면서 웃었다.

공작팀 정예요원 중 누구도 긴장하거나 이번 일이 위험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긴장의 풀린 8국 최정예 요원들이 모인 사무실 앞.

화이트 보드에 팀장이 붙여 둔 사진이 있었다.

VIP룸의 룰렛 테이블을 찍은 사진 속에는 다섯 사람이 있었다.

-진교은, 삼합 모자를 쓴 도박 기술자.

-원기륭, 원숭이 가면을 쓴 삼합회 중간 보스.

-이태성, 용 가면을 쓴 태성 길드의 길드장이자 한국 탱커 랭킹 1위.

-이세영, 토끼 가면을 쓴 전 게이트 전쟁의 검은 폭풍이자 현 수학여행 온 임시 담임 선생님.

그리고 이세기라는 가명을 사용하여 이 모든 사달을 일으킨 사람.

악어 가면.

전생 천마이자 현생 알바.

무림 던전의 천검 이세기가 남중국에 떨어진 원인.

나찰승, 바라카스 발도가 개고생하다가 제국 군단과 만난 이유.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와서.

거대 괴수 코어를 날름하고, 수로를 물썰매로 달려 등짝 스매싱을 맞고, 꼬맹이가 받아온 VIP 초대권을 들고 카지노로 달려와 대박을 터트리는 중인.

천문석.

8국의 정예 공작원들은 자신들이 납치하려는 이의 정체도.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누군지도 전혀 알지 못한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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