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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42화 (34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42화>

천문석과 이세영은 VIP룸 가장 안쪽에 있는 룰렛 테이블로 안내됐다.

룰렛 테이블에는 이미 앉아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요란스러운 하와이얀 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삼선 슬리퍼를 신은 발을 까닥이는 용 가면을 쓴 남자.

용 가면을 쓴 남자는 손을 흔들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악어님.”

그리고 시선을 돌려 이세영에게도 말했다.

“토끼님도 잘 오셨습니다. 혼자 하기 심심해서 매니저님께 같이 게임 할 분들을 부탁드렸는데. 반갑습니다.”

용 가면은 룰렛 테이블의 딜러를 가리켰고, 명찰을 단 딜러 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삼합 카지노 총괄 매니저, 진교은입니다. VIP 고객님들을 모시게 돼 영광입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천문석이 인사하고 룰렛 테이블에 앉으려 할 때, 이세영은 바로 제자의 어깨를 툭 쳤다.

“네?”

“잠시만요!”

딜러 와 용 가면의 양해를 구한 이세영은 제자를 끌고 VIP룸 구석으로 이동해서 속삭였다.

“지금 엄청 수상한 거 못 느꼈어!? 지금 내 감이 말하고 있어! 여기서 엄청 싫은 일이 일어날 거 같아! 우리 그냥 밖에 홀에서 승부하는 게 어떨까?”

이 말을 듣는 순간 악어 가면 속 천문석의 얼굴이 환해졌다.

헛다리의 신!

이세영 선생님의 직감이 움직였다!

‘여기서 대박이 나겠구나!’

천문석은 즉시 이세영 선생님의 귓가에 속삭였다.

“토끼님. 걱정하실 것 없어요. 지금 감이 왔어요! 엄청난 대박의 감이!”

“아니. 그래도…… 지금 굉장히 불길한데…….”

“토끼님 잊으셨어요? 토끼님의 불운과 제 반전 능력이 만든 결과물을!”

“……?”

천문석은 이세영 선생님이 들고 있는 칩 상자를 톡 건드렸다.

“이 칩 상자가 증거잖아요! 지금 토끼님이 불안해하실수록, 저희가 대박을 낼 확률이 올라가는 거예요!”

“앗!”

이세영은 탄성을 터트렸다.

그렇다!

지금 손에 잡힌 이 묵직한 칩이 제자의 필승법이 먹히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때 들려오는 용 가면의 나른한 목소리.

“게임 안 할 건가요? 저부터 하고 있을까요?”

“아뇨. 바로 가겠습니다.”

천문석은 재빨리 대답하고 손을 내밀었다.

“토끼님?”

곧 손에 느껴지는 작은 손.

천문석과 이세영은 다시 한 번 악수하고 룰렛 테이블로 성큼성큼 걸었다.

이 순간, 용 가면을 쓴 이태성과 딜러 진교은의 시선이 마주쳤다.

진교은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룰렛 앞에 섰다.

“이제 시작할까요?”

용 가면이 말하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는 악어 가면과 토끼 가면.

“네, 바로 시작하죠.”

“준비됐어요.”

진교은은 구슬을 잡고 가볍게 심호흡하고,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종이 울리고 베팅 중지 콜이 나오기 전까진 자유롭게 베팅을 바꾸실 수 있습니다. 그럼 게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던져지는 구슬!

파아아앙-

또르르르르르-

구슬이 룰렛 판 위를 빠르게 회전하자, 용가면 이태성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1]에 놓이는 100$ 칩 10개!

바로 이세영이 [홀수]에 10$칩을 놓고, 천문석은 [짝수]에 1500$의 칩을 놓았다.

“첫판부터 화끈하시네요?”

이태성이 휘파람을 불며 감탄했다는 듯이 웃을 때.

토끼 가면을 쓴 이세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 혹시? 우리 언제 만난 적 있나요? 목소리를 어디서 들은 거 같은데……?”

“그런가요?”

이태성은 웃음기 띤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세영의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말의 신뢰도 0%! 전혀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

이태성은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글쎄요? 저도 어쩐지 목소리가 귀에 익은데. 잘 생각이 안 나네요. 얼굴을 보면 기억날 거 같은데. 얼굴 좀 보여 주시겠어요?”

순간 이세영은 움찔했다.

제자가 바로 옆에 있는데 정체를 밝힐 수는 없는 법.

“아뇨. 생각해 보니까. 처음 뵙는 분 같네요.”

땡-

[no more bet.]

이때 종이 울리고 베팅 중지 콜이 울렸다.

또르르, 톡-

그리고 구슬이 멈춘 곳은 [22] 짝수!

이 한 번의 승리로 천문석 앞으로 3000$의 칩이 돌아왔다.

“와, 시작부터 운이 좋으시네요? 휘이이-.”

이태성이 놀랐다는 듯 휘파람을 불고 천문석은 겸연쩍게 대답했다.

“그러게요. 시작이 좋네요. 하하하-.”

그리고 룰렛 게임은 빠르게 진행됐다.

이태성은 크게 잃고 작게 따고, 이세영은 계속 작게 잃고, 천문석은 크게 따고 작게 잃었다.

이렇게 한참 동안 게임이 진행됐을 때.

천문석 앞에는 수북한 칩이 쌓였고, 이태성 앞에 있던 칩은 휑하니 사라졌다.

“제가 오늘 영 운이 없네요.”

이태성은 피식 웃으며 슬쩍 손을 들었다.

바로 달려오는 삼합 모자를 쓴 카지노 직원.

이태성은 카지노 직원에게 카드를 건네며 말했다.

“30만$ 환전.”

1000$ 칩 300개가 놓였을 때.

이태성은 지나가듯 슬쩍 말을 걸었다.

“그냥 룰렛만 돌리는 것도 지루한데, 작은 승부를 끼워 넣을까요?”

“승부요? 룰렛은 서로 겨루는 게 아닌데요?”

“뭐 승부야 조건을 정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이태성은 [00]에 1000$ 칩을 걸며 말을 이었다.

“칩이 가장 많은 사람이 승리자가 되는 승부 어떤가요? 그냥 하면 루즈해질 테니까. 시간을 정해 두고 하죠. 2시간?”

천문석은 자신 앞에 놓인 칩을 가늠했다.

계속 승리했지만 자신 앞에 놓인 칩은 8만$ 정도, 반면에 방금 환전하면서 이태성의 칩은 30만$가 됐다.

천문석과 이세영 선생님의 칩을 모두 합한 양의 3배가량이다.

이태성은 자신 앞에 있는 칩을 적당히 나눴다.

그리고 이 칩 무더기를 천문석과 이세영 앞으로 밀어 주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판돈이 얼추 비슷하네요. 베팅 상한도 올리죠. 1만$ 어떨까요?”

갑자기 4만$ 정도의 칩이 생긴 상황.

“이거 용 가면님에게는 별로 이득이 없는 승부인데요?”

천문석이 의아해하자, 이태성은 룰렛 테이블을 두들기며 웃었다.

“뭐, 그냥 여흥이니까요. 아,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태성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바닥에 놓인 배낭을 테이블에 놓았다.

찌이익-

그리고 배낭을 열고 그 안에서 들어 있던 음료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우리 중 꼴찌는 이걸 마시는 걸 벌칙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이태성이 꺼내 놓은 건 캔 음료였다.

‘솔의 눈.’

호불호가 갈리는, 벌칙 음료로 많이 쓰이는 음료수였다.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말 그대로 돈 많은 부자의 유흥이었다.

“솔의 눈. 맛있는데? 저게 벌칙이라고?”

이세영 선생님이 의아해하는 순간 이태성은 웃으며 말했다.

“토끼님은 동의하시는 것 같고. 악어님은?”

“저도 좋습니다.”

천문석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진교은은 눈을 빛내며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을 봤다.

드디어 판이 깔렸다!

타겟, 토끼 가면.

의뢰인, 용 가면.

제 3자, 악어 가면.

그리고 테이블에 놓인 음료 ‘솔의 눈‘!

‘의뢰인‘의 요구는 ‘타겟‘이 저 음료 ‘솔의 눈‘을 어떻게든 마시게 하는 것이었다!

이미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게 아니라는 확답은 받았다.

이대로 의뢰인의 요구사항을 달성하면 엄청난 뒷배가 생긴다.

태성 길드의 이태성 길드장이라는 뒷배가!

그리고 이곳 VIP룸 곳곳에 자리한 원기륭과 삼합회 조직원들이 이번 일의 증인이 될 거다.

이걸로 삼합회와의 깔끔한 결별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자신의 손으로 구슬을 던져 이 기회를 낚아채기만 하면 됐다.

“그럼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진교은 제주도 최고의 도박 기술자는 기회를 낚아채기 위한 구슬을 던졌다!

파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룰렛 판을 회전하는 구슬!

이 순간, 용 가면 속 이태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숫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8][11][3][23][27][27][00]…….

아무 규칙 없이 나열된 수, 이 연속된 숫자는 약속이었다.

이태성과 딜러 진교은이 미리 약속한 승리를 상징하는 숫자!

이세영, 검은 폭풍은 신기에 가까운 감, 전투 예지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 예지는 불변의 예지는 아니다.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면 당연히 결과가 바뀐다.

양면이 [앞]인 동전을 던지면 당연히 [앞]이 나오듯이, 도박 기술자가 대놓고 기술을 쓰면 이세영의 감은 당연히 빗나간다!

‘이제 곧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다. 이세영! 흐흐흐-.’

이태성은 마음속으로 웃으며 1만$의 칩을 [8] 번에 밀어 넣었다!

이 순간 토끼 가면이 [짝]에 칩을 걸고, 악어 가면이 당연하단 듯이 [홀]에 칩을 넣었다.

땡-

[no more bet.]

곧 딜러의 베팅 중지 콜이 나오고 회전하던 구슬이 힘을 잃고 룰렛 숫자 위를 구르기 시작했다.

또르르르르, 톡, 톡, 톡-

힘을 잃은 구슬이 멈춰 선 곳은 [23]번 이었다.

* * *

‘이게 뭐야!?’

순간적으로 경악했으나, 이태성은 게이트 전쟁이라는 아수라장을 헤쳐나온 헌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티를 낼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았다.

곧 상금 배분이 끝나고 딜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계속 계획대로 간다는 의미!

파아아아앙-

구슬이 던져진 순간.

이태성이 [11]에 1만$를 걸자, 구슬은 [30]에 멈춰 섰다.

“…….”

그리고 게임은 빠르게 이어졌다.

파아아앙-

땡-

[3]에 걸자 [0].

파아아앙-

땡-

[23]에 걸자 [7].

파아아앙-

땡-

[27]에 걸자 [6].

연이어 5게임을 치렀을 때 이태성의 칩은 확 줄어 있었다.

그리고 토끼 가면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 가면님 괜찮으세요? 어떻게 거신 곳 바로 옆 칸으로만 구슬이 들어가네요. 숫자만 노리지 마시고. 홀짝, [1-12]. 이런 곳에도 걸어 보세요.”

“하하하- 네, 아무래도 그래야겠네요.”

이태성은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한 번도 구슬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무의식중에 계속 번호 칸을 노렸다.

번호 칸에 구슬이 들어갈 확률은 1/38.

들어갈 확률도 낮지만, 바로 옆 칸에 잇달아 들어갈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이태성은 이세영의 눈치를 살피며 딜러에게 농담하듯이 말했다.

“제가 딜러님에게 밉보였나 보네요? 딜러님 잘 좀 부탁드려요?”

농담하는 듯한 어조, 웃음기 어린 목소리였다.

하지만 진교은은 이 말에 담긴 뼈를 느낄 수 있었다.

제대로 하라는 경고!

그러나 지금 가장 당황하고 있는 건 딜러인 진교은이었다.

분명 제대로 던졌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마지막 순간에 한 칸씩 좌우로 빗나가고 있다!

영점이 틀어졌나 싶어서 옆 칸을 노리자, 노렸던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구슬!

진교은은 귀신에라도 홀린 듯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때 들려오는 악어 가면의 목소리.

“게임 안 하나요?”

“앗- 죄송합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진교은은 당황한 얼굴로 구슬을 잡다가 구슬을 떨어뜨렸다.

톡, 톡, 툭-

테이블에서 튀어 올라 카펫으로 떨어지는 룰렛 구슬!

“죄송합니다.”

진교은은 떨어진 구슬을 줍기 위해 몸을 숙이는 순간 의뢰인에게 재빨리 신호를 보냈다.

왼손을 펼치고 오른손 검지로 다섯 손가락을 훑는다.

미리 약속했던 섹션 베팅을 하라는 신호!

“그럼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이태성은 바로 5개의 숫자 칸에 베팅했다.

[3][25][0][32][15]

룰렛 판에서 잇달아 있는 숫자 칸, 섹션에 하는 베팅!

이렇게 하면 좌우로 구슬이 흘러도 문제가 없다!

진교은은 신중하게 섹션의 중앙 [0]을 향해 구슬을 굴렸다.

파아아아앙-

땡-

[no more bet.]

그리고 벨이 울리고 베팅 중지 콜이 울린 순간.

또르르르-

톡, 톡, 톡-

힘을 잃은 구슬은 천천히 [0] 섹션의 중앙을 향해서 움직였다.

‘하아-’

진교은이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고.

“와, 계속 지더니. 어떻게 한번 맞췄나 보네요. 하하하-.”

이태성이 웃음을 터트릴 때.

[0] 칸에 들어간 구슬이 쏘아지듯 룰렛 밖으로 튕겨 나왔다.

통, 통,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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