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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39화 (34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39화>

끼이이익-

호텔 앞에 차를 세우자마자 발렛 파킹을 위해 달려오는 직원.

천문석은 직원에게 차 열쇠를 넘기고 고개를 들어 호텔을 올려다봤다.

[삼합 카지노 호텔]

삼합!

이 단어를 보자, 오늘 저녁으로 먹은 임옥분 여사의 제주 삼합이 떠오른다.

흑돼지, 문어, 전복 삼합 요리!

삼합 카지노 호텔이라니 왠지 감이 아주 좋다!

천문석은 호텔 로비 데스크로 다가가 카드를 내밀었다.

“이 초대장을 받았는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VIP 고객님.”

데스크 직원은 천문석의 몸을 유심히 보더니, 바로 데스크에서 나와 안내를 시작했다.

“저를 따라서 오시면 됩니다. 고객님.”

특이하게도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가득한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데스크 직원.

“여기 선상 카지노 아니었나요?”

천문석이 로비 유리창 너머 유람선을 가리키며 묻자, 직원은 7층 버튼을 누르며 대답했다.

“선상 카지노는 이 호텔 7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객님.”

땡-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7층에 올라갔고, 천문석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안쪽으로 걸어갔다.

곧 보안 요원들이 지키고 있는 카지노 출입 관리 게이트가 나왔다.

“이 게이트를 지나면 선상 카지노로 이어지는 통로가 나옵니다.”

데스크 직원은 친절히 설명한 후, 보안 요원에게 천문석에게 받은 카드를 건넸다.

“카지노 나이트. VIP 손님이십니다.”

카드를 받은 보안 요원은 천문석을 스캐너로 안내하고 지퍼백이 담긴 안전 상자를 내밀었다.

“마력 스캐너입니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같은 전자기기는 이 지퍼백으로 봉인하셔야 하고, 무기류는 가지고 탑승하실 수 없습니다. 무기류는 이 안전 상자에 넣고 비밀번호를 설정하시면 내리실 때 찾아가실 수 있습니다.”

가져온 무기는 없으니 안전 상자는 필요가 없었다.

안전 상자를 밀어낸 천문석은 주머니를 뒤집었다.

스마트폰과 만 원짜리 2장, 가족 카드 한 장이 들어 있는 지갑.

놓고 올 수 없어 가져온 검은 동전과 깨진 마안, 코어가 나왔다.

천문석은 스마트폰을 지퍼백에 담고, 검은 동전과 깨진 마안, 코어, 현금과 카드가 담긴 지갑을 통째로 내밀었다.

“이거 가지고 들어갈 수 있나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보안 요원은 스마트폰이 담긴 지퍼백에 봉인 처리를 하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검은 동전과 깨진 구슬, 그냥 구슬, 지갑을 담아 스캐너를 통과시켰다.

아무 소리 없이 스캐너를 통과하는 플라스틱 바구니.

“그냥 소지 하셔도 괜찮으실 것 같네요.”

곧 천문석은 마력 스캐너를 통과했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겼던 물품과 VIP 카드를 챙겼다.

보안 요원은 천문석의 몸을 유심히 살피고 말했다.

“이 게이트를 통과하셔서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바로 선상 카지노로 이어지는 통로가 나옵니다. 그 VIP 카드는 카지노 환전소에서 제시하시면 바로 바우쳐나 칩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천문석은 가벼운 걸음으로 통로 안쪽을 들어갔다.

그리고 쭉 뻗은 두 줄의 무빙워커가 나타났다.

카지노로 들어가는 빠른 무빙워커.

카지노에서 나오는 느린 무빙워커.

천문석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무빙워커에 올라섰다.

기이이이잉-

모터 소리와 함께 무빙워커가 빠르게 이동했다.

곧 통짜 유리로 되어 주변이 모두 보이는 통로가 나오고, 이 통로 너머 화려한 조명이 밝혀진 카지노 유람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람선에서 빛나는 LED 조명이 그리는 글자.

“카지노 나이트!”

무빙워커 앞쪽, 무리 지어 있는 사람들에게서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탄성이 들려왔다.

순간 천문석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기다려라, 특급 헌터!

내가 1000$를 몇 배로 불려서 돌아갈 테니!

천문석은 자신이 있었다.

절정에 달한 내력과 직감!

게다가 도박에 가장 필요한 운이 최근 최절정기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이 주머니에 있는 거대 괴수 코어.

지금 자신은 돈을 잃으려야 잃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이때 멀리 무빙워커 앞쪽에서 탄성을 질렀던 사람의 호기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카지노는 잘 알아요. 선생님들 모두 저만 믿으세요. 블랙잭, 룰렛, 슬롯머신 모두 전문갑니다. 하하하-.”

천문석은 내심 웃었다.

단체 여행 온 선생님들이 호기롭게 카지노에 온 것 같은데 곧 도박의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

잠시 후 무빙워커가 끝나고 거대한 유람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지노 유람선 입구,

흑돼지, 문어, 전복 인형이 달린 모자를 쓴 카지노 직원이 깊게 허리 숙이며 환영 인사를 했다.

“삼합 호텔 카지노. ‘카지노 나이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고객님.”

그리고 천문석의 유심히 살피는 카지노 직원.

몇 번이나 같은 일을 겪어 상황을 짐작한 천문석이 슬쩍 말을 걸었다.

“혹시. 누구 수배범이라도 떴나요?”

“앗! 죄송합니다. 제가 일한 지 몇 달 안 돼서……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직원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더니 가면이 가득 담긴 쟁반을 내밀었다.

“오늘 카지노 나이트 컨셉은 가면무도회입니다. 마음에 드시는 가면으로 고르시면 돼요.”

천문석은 문득 주위를 확인했다.

무빙워커를 통과한 손님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카지노 유람선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얼굴을 드러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흑돼지, 문어, 전복 인형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감이 왔다.

삼합(三合) 인형 모자.

흑돼지, 문어, 전복!

“인형 모자를 쓰고 얼굴을 드러낸 사람들은 카지노 직원이군요?”

“네 맞습니다. 고객님. 저희 호텔이 삼합이잖아요. 그래서 카지노 유람선의 직원들은 전원 호텔 상징인 삼합 모자를 쓰고 있어요.”

처음 호텔에 들어올 때 생각하던 게 맞았다.

삼합 호텔의 삼합은 제주 삼합의 그 삼합이었다!

천문석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마침 눈에 띈 가면을 집었다.

악어 가면!

천문석은 악어 가면을 쓰고 카지노 유람선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카지노 나이트가 시작된다!

* * *

원기륭은 멍한 얼굴로 손에 들린 가면과 인형이 달린 모자를 봤다.

“저 방금 뭐라고 하신 거죠?”

원기륭이 다시 묻는 순간.

진교은은 선한 미소를 지으며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카지노 나이트에 형제자매님들의 힘이 필요해요.”

진교은의 길고 가는 손이 가면을 가리켰다.

“손님으로 참가하셔도 좋고.”

손이 옆으로 움직여 인형 모자를 가리켰다.

“그 삼합 모자를 쓰고 직원으로 참가하셔도 괜찮아요.”

“…….”

이번 일의 리더 원기륭이 침묵하는 동안, 그 뒤에 서 있는 30여 명의 삼합회 정예들은 자신의 손에 들린 가면과 모자를 황당하단 눈으로 봤다.

“아니…… 이 인형 모자가 왜 삼합 모자야?”

“흑돼지, 문어, 전복…… 삼합? 뭔가 아주 이상한데…….”

“원기륭! 우리에겐 임무가 있다. 지금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야!”

“맞아! 가면에 인형 모자라니 이게 무슨 장난도 아니고!”

……

황당해하고.

어이없어하더니.

결국, 분통을 터트렸다.

이때 진교은은 테이블에 놓인 폴더를 들어 펼쳐 보였다.

“여기 타겟의 헌터용 몽타주가 있어요.”

“……!”

순간 분통을 터트리던 목소리가 순식간에 잦아들고, 모두의 뜨거운 시선이 진교은의 손에 들린 폴더로 향했다.

헌터용 헬멧과 마스크를 써서 얼굴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몽타주.

그러나 헌터들은 거의 항상 헬멧을 쓰고 있기에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렇기에 헌터용 몽타주를 그릴 때는, 텔레파시 능력자가 목격자의 기억을 읽어 장면 전체를 염화지(念畵紙)에 현상한다.

중요한 건 가려진 얼굴이 아닌 육체의 윤곽과 밸런스, 보는 순간 받는 인상과 느낌이다!

전원 각성자인 삼합회의 정예들은 몽타주를 보는 순간.

그림에서 전해지는 인상을 빠르게 잡아챘다.

“밸런스가 특이한데? 육체 각성자?”

“아니, 육체 각성자라기에는 신체 능력은 높지 않아 보여.”

“무공 각성자 아냐?”

“무공 각성자 특유의 칼날 같은 긴장감이 없는데.”

“얼어붙은 바닥과 저 짧은 검을 보면 오러 각성자 아닐까?”

“냉기 오러? 가능성은 있는데 분위기가 너무 특이해?”

“맞아. 분위기가 이상해.”

“여유 있어 보이는데 또다시 보면 개같이 구른 것 같기도 하고…….”

……

탁-

이때 진교은은 펼쳐진 폴더를 닫았다.

“앗- 지금 무슨 짓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이 가장 중요합니다!”

삼합회 정예들의 깜짝 놀란 외침이 들려올 때.

진교은은 선한 얼굴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제자매님들이 도착하신 지 하루도 안 됐네요.”

“그동안 정보원을 섭외해 타겟의 정보를 얻었고.

“염화 몽타주를 얻어서 그룹 직원들에게 모두 뿌렸어요.”

“게다가 정말 어렵게 구한 제주 흑돼지구이까지 대접했는데…….”

진교은은 짧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에휴- 어쩐지 저 혼자만 열심히 움직이는 것 같네요.”

“…….”

삼합회 조직원들이 멍한 얼굴로 서로를 볼 때.

원기륭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진 선생님의 말씀은?”

진교은은 테이블에 가득 쌓인 삼합 모자와 가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형제자매님들이 오늘 밤 저를 도와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네요.”

“…….”

삼합회 정예 30여 명이 각자 삼합 모자와 가면을 선택해서 썼다.

“아주 잘 어울리시네요. 그럼 모두 카지노 나이트를 즐기러 가 볼까요?”

진교은이 빙그레 웃으며 걷는 순간, 원기륭을 선두로 한 삼합회 정예들은 홀린 듯이 그 뒤를 따라 카지노 유람선으로 향했다.

* * *

“손님! 바우쳐와 칩 중 무얼로 드릴까요?”

VIP 카드를 받은 환전소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천문석에게 물었다.

카지노에 왔다면 당연히 칩이다!

“전부 10$ 칩으로 주세요.”

“알겠습니다.”

환전소 직원은 칩이 빼곡히 채워진 상자를 건네며 주의사항을 말했다.

“이 1000$의 칩은 환전할 수 없으십니다. 이걸로 따신 칩은 당연히 환전 가능하시고요.”

당연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몸을 돌려 카지노 입구로 걸었다.

VIP 카드와 환전한 10$ 칩 100여 개!

묵직한 칩을 쥔 천문석은 자신감이 팽배해 있었다.

그런 천문석의 첫 선택은 카지노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슬롯머신, 그것도 칩을 사용하는 기계식 슬롯머신이었다!

이게 최선의 선택이다!

절정 고수의 내력과 감각이면.

레버를 타고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을 느끼며, 내력을 흘려 넣어 직접 고르는 것처럼 숫자를 나오게 만들 수 있었다!

천문석은 잭팟 금액 $2113의 슬롯머신에 앉아, 호기롭게 10$ 칩 30개를 투입하고 베팅 금액 1$ 게임을 시작했다.

우선은 감을 잡는다!

철컥-

차르르륵-

레버를 당기고 슬롯이 돌아가는 순간 내력을 끌어올린다.

“……!?”

이 순간 천문석은 느꼈다.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불길한 감각!

재빨리 쏟아 내려던 내력을 멈출 때.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손님. 잠시만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삼합 모자를 쓴 건장한 보안 요원이 몇 칸 건너 슬롯머신에 앉은 늑대 가면을 대충 걸친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마침 잘 왔네! 이 슬롯머신이 먹통이 됐어! 이게 뭐야!? 한창 끗발 오르는데!”

쾅, 쾅, 쾅-

남자는 붉은 등이 들어온 슬롯머신을 주먹으로 두들기며 외쳤다.

“손님. 이 붉은 LED 등은 공정한 게임을 위한 각성력 감지기입니다.”

“뭐!?”

“카지노 게임 시 각성력 사용은 카지노 퇴장 사유입니다. 다시 한 번 각성력을 사용하시면 바로 퇴장 조치하겠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각성력이라니! 그냥 기계가 먹통이 됐다니까!?”

남자는 소리를 질렀지만, 주위에서 슬롯머신을 당기던 고객들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쯧쯧쯧-

“꼭 저런 놈들이 있어요. 각성하자마자 카지노부터 달려오는 놈들이.”

“초능력 각성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 아직 카지노가 망하지 않은 걸 보면 감을 잡아야 하는 거 아냐?”

“그러니까 말야. 도박장 운영하는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어?”

“…….”

이 순간 정곡이 찔린 누군가가 움찔했다.

그러나 아직 모른다.

어쩌면 내공은 각성력과 달리 안 걸릴 수도 있었다!

천문석은 슬쩍 팔짱을 끼며, 내력이 담긴 10$ 칩을 튕겼다.

소리도 없이 날아간 칩이 멀리 있는 슬롯머신 동전 투입구로 빨려 들어가고 잠시 후 들려오는 외침!

“저거 봐! 고장이 맞다니까! 저 슬롯머신 아무도 없는데 경고등이 켜졌잖아!”

보안 요원에게 경고를 받은 손님이 벌떡 일어나 천문석이 칩을 던져 넣은 슬롯머신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천문석은 깨달았다.

‘내공도 걸리는구나!’

하지만 아직 괜찮았다!

자신에게는 절정의 경지에 이른 무인의 감이 있었으니까!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리는 생사!

칼끝 위를 걷는 절정 무인의 감은 차라리 예지에 가깝다!

게다가 요새 자신의 운은 최절정기!

이 감과 운만으로 승부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철컥-

차르르륵-

천문석은 호쾌하게 슬롯머신의 레버를 당기고!

절정 무인의 감에 따라서 정지 버튼을 눌렀다!

땡, 땡, 땡-

시작은 꽝이었으나 괜찮다!

손끝에 경험이 쌓이며, 직감이 마음속에서 속삭인다!

‘대운이 다가오고 있다고!’

철컥-

차르륵-

철컥-

차르르륵-

철컥-

차르르르륵-

……

게임이 빠르게 이어지고, 마침내 슬롯머신에 같은 그림 셋이 걸린 순간!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슬롯머신에서 5.0배!

1$ 칩 5개가 튀어나왔다.

“…….”

천문석은 슬픈 눈으로 상자에 담긴 칩을 봤다.

절정 무인의 예리한 감으로 손으로 세지 않아도 상자에 남은 칩의 개수를 알 수 있었다.

10$ 칩 50개.

방금 딴 1$ 칩 5개.

총액 505$.

카지노 입장 20분 만에 1000$로 시작한 자본은 반 토막 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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