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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37화 (33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37화>

이 순간 번개같이 등짝에 떨어지는 스매시!

철썩-

으앗-

“잠깐, 잠깐만! 할머니!?”

류세연이 다급하게 변명하려 했지만, 등짝 스매시가 연속으로 날아왔다!

철썩, 철썩, 철써억-

으앗-, 으앗, 으아앗-

“세연이 너! 사람한테 폭죽을 쏴서 불을 질렀다고!?”

“뭐!? 불을 질러!? 내가!?”

찰싹-

으앗-

“잠깐! 내 말 좀!”

찰싸악-

으아악-

“할머니! 미수야! 미수! 하려다 못한 거라고!”

류세연은 열심히 변명했지만, 임옥분 여사의 매서운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천문석 옆에 류세연이 나란히 엎드렸다.

이얍, 얍얍얍!

쓱쓱, 쓱쓱쓱-

다시 한 번 특급 헌터의 힘찬 기합이 울려 퍼지고, 양손에 들린 물파스가 류세연의 등 위에서 엄청난 속도로 원을 그렸다.

아앗, 아아앗-

“따가워! 살살, 살살 해 줘!”

물파스의 화한 감각이 퍼져 나갈 때.

천문석이 얄미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카캬카-

“……삼촌 두고 봐!”

류세연이 이를 가는 순간.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특급 헌터! 10단계 출력으로!”

“10단계 출력 발사!”

순간 물파스가 들린 특급 헌터의 손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이야압, 얍얍얍얍얍!

파바바바바바바바팟-

으아아아앗-

“따가, 따가, 따가워!”

류세연은 파르르- 떨며 비명을 질렀다!

“애송이. 우리를 이기려면 멀었다!”

“맞아! 우리는 무적이고! 알바는 훌륭해!”

카캬카카-

우히히힛-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동시에 악당처럼 웃었다.

“와, 와! 둘이 뭐야!? 진짜 이러기야!?”

류세연이 분통을 터트릴 때.

마당 구석 평상 위에선 김철수가 지친 표정으로 톡을 보내고 있었다.

몇 시간째 쉴 새 없이 주고받는 톡에 뜨끈뜨끈해진 핸드폰.

[2번째 옷이 더 괜찮아 보이네요.]

톡을 보내자마자 새로운 톡이 쏟아졌다.

톡, 톡, 톡-

읽지 않아도 내용이 짐작되는 톡.

2번째 옷이 왜 더 괜찮은지 물은 다음에 , 사이즈가 너무 작다고 고민한 후에, 다이어트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다이어트 이야기가 시작되면 1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어젯밤 그랬던 것처럼!

“…….”

김철수는 슬슬 후회되기 시작했다.

호텔 식대를 받기 위해서 전화번호를 가르쳐 줬는데.

식대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어제부터 몇 시간째 톡만 하고 있었다!

류세연의 사촌 언니 강화영과!

“이건 뭐지…… 신종 괴롭힘인가……?”

김철수는 머리를 잡고 괴로워했다.

이렇게 김철수와 류세연이 괴로워하고, 천문석과 특급 헌터가 악당처럼 웃었다.

제주도 휴가 3일 차, 아무 일 없이 한가한 늦은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천문석은 시원한 대청마루에 엎드린 채로 생각했다.

할 일 없는 오후.

이거야말로 바쁘게 살아온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휴가였다!

역시 첫날 감귤 따기, 둘째 날 거대 괴수와의 격전을 치른 게 액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빈둥빈둥 놀다가 집에 돌아가면 된다!

이때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특급 헌터가 해변에서 오이를 주고받아온 카드!

주머니에 넣어 둔 카드를 꺼내 펼치자 유려한 필체로 인쇄된 문장이 눈에 띄었다.

[삼합 카지노 호텔]

[카지노 유람선에서의 환상적인 밤! 카지노 나이트에 초대합니다.]

[이 카드를 가져오신 VIP 손님분께 1000$의 칩을 환전해 드립니다.]

1000$면 1,101,900원!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특급 헌터를 봤다.

오이를 주고 1000$짜리 카지노 교환권을 받아오다니!

역시 특급 헌터 이 꼬맹이는 보통 녀석이 아니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결정했다.

오늘 밤은 카지노 나이트다!

거대 괴수 코어를 획득한 자신의 운은 완벽한 상승세!

카지노 호텔에서도 분명 대박을 칠 거다!

카캬카카카-

천문석이 대박의 예감에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주방에서 임옥분 여사님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맛있는 제주 삼합 먹자!”

역시 대운이 왔다!

“특급 헌터 삼합 먹으러 가자! 카캬카-.”

“삼합 먹으러 출발! 우히힛-.”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신나게 웃음을 터트리며 주방으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천문석은 등짝 스매시를 맞았다.

처어얼썩-

으아아악-

“다 큰 녀석이 마루에서 뭐 하는 거야!”

* * *

노을 지는 저녁.

부산에서 출발해 완도를 경유한 시본 앙코르 호가 제주도에 도착했다.

불과 하루 동안의 여행이었지만, 선착장에 내리는 학생들의 표정은 한껏 밝아져 있었다.

“내 트위터 봐봐! 장난 아냐.”

“우와- 이거 뭐야! 무슨 팔로워 가 이렇게 많이 늘었어!?”

“크루즈선 찍어 올렸거든. 그런데 아무도 안 믿더라고. 흐흐흐-.”

“당연하지! 누가 수학여행을 크루즈 선으로 간다고 생각하겠어?”

학생들은 환한 얼굴로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아쉬워했다.

“그런데 그냥 여기서 자면 안 되는 거야?”

“숙소 여기가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얘들아 빨리빨리 움직이자. 바로 숙소로 이동하고 일정 시작해야 해.”

이때 선생님들이 나서서 크루즈선에서 내린 학생들을 반별로 모았다.

그리고 인원 확인이 끝난 후, 준비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30분 후 숙소 앞에 내린 순간.

학생들은 환호하고 선생님들은 어이없어했다.

[삼합 카지노 호텔]

우와아아아-

“카지노 호텔이래!?”

“와,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우리 학교 장난 아니네!”

“진짜 이사장 바뀐 거 아냐!?”

“아니 무슨 카지노 호텔을 고등학교 수학여행 숙소로 잡아!?”

“학생 주임 선생님. 여기가 진짜 숙소 맞나요!?”

“잠시만 저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때 깔끔한 정장을 입고 호텔 로고가 달린 명찰을 단 여자가 학생 주임 선생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삼합 카지노 호텔. 총괄 매니저 진교은이라고 합니다. 현대 고등학교 선생님들 맞으시죠?”

“아, 네. 그런데 뭔가 착오가 있나 보네요. 숙소가 카지노 호텔이라니…….”

“걱정하실 것 없으세요.”

진교은은 손을 들어 멀리 선착장에 있는 유람선을 가리켰다.

“카지노는 저 유람선에 분리돼 있어요. ‘학생‘들이 투숙할 호텔은 평범한 호텔입니다.”

에에에에에-

학생들의 야유가 터져 나올 때, 진교은은 빙글 몸을 돌려 학생들을 향해 미소 지었다.

“호텔에 맛있는 제주 삼합과 축하 공연이 준비되어 있어요.”

“제주 삼합이요?”

“축하 공연이요!?”

진교은은 미소 지으며 몇몇 연예인의 이름을 말했고 학생들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우와아아아-

“선생님! 저희 먼저 갈게요!”

“빨리 밥 먹고! 앞에 앉자!”

“꺄아! 웬일이니! 캬-.”

학생들은 일제히 호텔로 뛰어갔고, 주차장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텔 직원들은 재빨리 학생들에게 붙어 안내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호텔로 달려가고 남겨진 것은 십여 명의 선생님들뿐.

진교은은 미소 지으며 선생님들에게 카드를 한 장씩 건넸다.

“이 카드 받아 주세요.”

“이 카드는?”

“오늘 밤 있을 카지노 나이트 VIP 초대장이에요.”

“VIP 초대장이요?”

의아해하며 카드를 펼친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놀랐다.

1000$의 카지노 칩 교환권!

진교은은 선생님들에게 설명했다.

“부담가지실 필요 전혀 없으세요.”

“VIP 손님께 모두 돌리는 초대장이거든요.”

“오늘 밤 카지노 유람선에서 선상 파티와 공연, 마술 쇼가 이어질 예정이니 꼭 참석해 주세요.”

설명을 끝낸 진교은은 힐끗 의뢰인이 말한 타겟을 살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주름진 얼굴.

겉모습만 봐서는 교감이나 교장을 할 나이인데 담임 명찰을 달고 있는 선생님.

‘이세영.’

타겟은 초대장을 보고도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시큰둥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주위의 선생님들이 한마디씩 하자, 곧 카지노 나이트에 모든 선생님이 참석하는 거로 결정이 났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환해진 얼굴로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호텔로 들어갔다.

진교은은 내심 환호성을 지르며 주차장을 지나 해변으로 걸었다.

타겟을 카지노 유람선에 태우는 일, 이번 일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성공했다.

이로써 서울에서 온 거물의 의뢰는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막대한 의뢰 보상도 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거물과의 관계 그 자체!

모든 일이 자신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진교은은 노을 지는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서 빙글 몸을 돌렸다.

[삼합 카지노 호텔]

거대한 카지노 호텔의 ‘삼합’이란 글자가 눈에 박히듯이 들어왔다.

삼합회의 삼합(三合).

삼합 그룹의 초기 자본은 삼합회에서 나왔지만, 벌써 20년도 더 된 게이트가 열리기도 전의 일이었다.

이미 삼합 그룹에서 폭력 단체의 색은 완전히 빠진 상태.

제주도 삼합 그룹의 직원들은 그냥 회사원들이었다.

삼합회와 연결된 선은 아버지가 진 선생이라 불린다는 것과 그룹 이름이 삼합(三合)이라는 것뿐이었다.

아버지는 제주도 토박이인 엄마를 만나 완전히 제주도 사람이 다 되셨고, 삼합이란 이름은 제주도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기에 문제 될 게 없었다.

삼합회와 삼합 길드는 이제 각자의 길을 갈 때가 됐다.

그래서 진교은은 천천히 삼합회와 갈라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초기 투자금은 100배가 넘는 액수로 돌려줄 준비가 끝난 상황이고, 삼합회에서 원한다면 몇몇 사업체도 완전히 넘길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삼합회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달랐다.

지분을 정리하고 셈을 치렀다고 쉽게 갈라설 수는 없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인맥과 관계였다.

그래서 진교은은 준비했다.

제주도 현지인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임옥분 어르신과 깊은 관계를 맺었고.

제주도에 거주하는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은퇴한 헌터들의 거래를 주선하며 인맥을 조금씩 넓혔다.

이렇게 갈라서기 위한 준비를 끝마치고 적당한 기회를 기다리고 있을 때 거대 괴수가 출현하며 난장판이 됐다.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큰 사건이 일어나면 삼합회 탈퇴 같은 작은 일은 묻히는 법이니까.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본토의 삼합회에서 몇 년 만의 명령이 내려왔다.

‘이세기‘라는 사람의 행적을 조사하라는 너무나 조심스러웠던 명령.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삼합회에 주는 결별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진교은은 구두를 벗고 노을 지는 해변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번 일이 마지막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삼합회와 삼합 길드는 갈라선다.

모든 준비는 끝났고, 엄마에게 꽉 잡혀 사는 아빠도 이미 동의했다.

이때 바다 향이 물씬 담긴 바람이 불어왔다.

진교은은 한참 동안 노을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맨발로 새하얀 모래 위를 걸었다.

휘이이이잉-

검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미소 짓는 진교은.

이 노을과 바람, 붉게 물든 바다와 발아래 모래까지.

진교은은 제주도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이제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 버리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때였다.

이때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상해 단주의 딸로 태어났지만, 삼합회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자라난 친구.

최설.

최설은 삼합회로 돌아가 상해 단주인 아버지 곁을 지키다가 이세계를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그리고 삼합회 상해 지단은 무섭게 세력을 확장 중인 철검장에 밀리고 있었다.

칼로 일어선 이는 결국 그 끝이 좋지 못한 법이었다.

“…….”

진교은은 모래를 한 줌 쥐어 노을 지는 하늘에 뿌렸다.

파스스슥-

새하얀 모래가 노을 속에서 연기처럼 흩날릴 때.

진교은은 아주 먼 훗날 자신이 죽어서야 다시 볼 수 있을 친구에게 말했다.

“내 친구 최설 안녕. 그리고 고마워. 네 덕분에 삼합회를 떠날 용기를 낼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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