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35화 (33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35화>

“……!”

“……!”

천문석과 김철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때.

특급 헌터는 할머니를 향해 신나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앗, 할머니! 나 여기 있어!”

우히히힛-!

“이거 너무 재밌어!”

“알바가 생각해 냈어!”

“역시 알바는 특급 알바야!”

……

‘그만, 제발 그만해!’

천문석이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으나, 특급 헌터는 목이 터져라, 범인을 지목하고 범행 사실을 외쳤다.

순간 천문석과 임옥분 여사의 시선이 마주쳤다.

긴장으로 시간마저 천천히 흐를 때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는 무표정한 시선이 쏟아졌다.

“…….”

꿀꺽-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순간.

임옥분 여사는 천천히 손을 뻗어 검지로 천문석을 가리켰다.

그리고 엄지를 세워 목을 그었다.

“…….”

여사님. 연세도 있으신데, 그런 제스처는 어떻게 아시는 건가요……?

이렇게 물썰매는 하늘을 날아 저수지를 통과했다.

그리고 저수지 너머 20여 미터 아래 바다 위로 미끄러졌다.

촤아아아아아-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 바다 위로 미끄러지는 물썰매.

해수욕장에 가득한 피서객들의 환호성이 터지고 깜짝 놀란 시선이 모였다.

우와아아아-

“와! 저거 뭐야!?”

“저 배! 하늘을 날았어!”

“이야! 몇 미터를 날아서 떨어진 거야!?”

“저 사람 깡이 아주 그냥! 장난이 아니네!”

……

수많은 사람과 환호와 탄성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길어진 봉으로 해변을 향해 물썰매를 밀었다.

얍얍얍얍-!

특급 헌터가 기합을 지르며 손으로 노를 젓고, 김철수도 손으로 노를 저었다.

말통을 엮어 만든 물썰매는 순식간에 해변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해변이 올라가자.

특급 헌터는 물썰매에 가득한 오이와 오렌지를 양손에 들고 벌떡 일어나 외쳤다.

“특급 헌터입니다! 오이랑 오렌지가 아주 맛있어요!”

그리고 몰려든 사람들에게 건네지는 오이와 오렌지, 감귤, 해바라기 씨앗들.

환호성을 지르며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갑자기 건네진 과일과 채소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다.

“이거 사야 하는 건가?”

“이거 얼마 주면 되니 꼬마야?”

“오늘은 특별히 공짜입니다! 모자라면 말하세요! 알바랑 저기 농장 가서 또 이거 타고 내려 오면서 가져오면 됩니다!”

우히히히힛-

“그렇지 알바!?”

특급 헌터는 신나게 웃으며 외쳤지만, 천문석은 그러자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한여름 햇볕보다 더 뜨겁고 한라산보다 무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저수지 난간에 서서 내려다보는 임옥분 여사님의 시선이!

“철수 형. 우리 괜찮을까요?”

“…….”

그러나 들려오지 않는 대답.

문득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철수 형은 사라졌고.

특급 헌터만 신나게 물썰매에 가득 담긴 과일과 야채를 나눠 주고 있었다.

“오이오이! 감뀰감뀰! 오렌지오렌지!”

“철수 형. 언제 튄 겁니까…….”

천문석이 탄식할 때, 하늘에서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

부으으으응-

남서쪽에서 제주 국제공항으로 날아오는 비행기였다.

천문석은 당장이라도 저 비행기를 타고 도망치고 싶었다.

툭-

이때 다리를 건드리는 손이 느껴졌다.

“알바! 이거 받아! 저기 허리 짚고 있는 아저씨가 오이 맛있다고 줬어!”

특급 헌터가 내민 손에는 작은 카드가 들려 있었다.

“삼합 카지노 호텔. 카지노 나이트에 초대합니다?”

* * *

항저우발 제주행 비행기가 도착하고, 비행기에서 삼합회에서 보낸 조직원들이 내렸다.

삼합회 3개 지단에서 중간 보스급의 각성자들만 추려서 보낸 삼십여 명의 정예들.

이들은 깔끔한 비즈니스 슈트를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폭력단체의 조직원들이 아닌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기업인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건 이들 나름의 위장이었다.

안전지대 제주도는 세계 각지의 유력자가 모여드는 곳 가능한 눈에 띄지 않아야 했다.

“이제 어디로 가나? 원기륭?”

다른 지단 중간 보스의 질문에 이번 일의 리더 원기륭이 주위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공항으로 제주도를 맡은 책임자께서 직접 나오시기로 했다.”

이때 문득 눈에 띄는 깃발!

[환영! 삼합 카지노 호텔!]

20대로 보이는 여자가 삼합 카지노 호텔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삼합 카지노 호텔!?”

“원기륭. 설마 너희 제주도 책임자가 저 여자냐!?”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던지는 질문들.

원기륭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여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진 선생님이십니까?”

순간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원기륭 팀장이시죠?”

제주도를 맡은 책임자면 부단주급!

20대에 부단주급이라고!?

“이번 일을 맡은 원기륭입니다. 진 선생님.”

깜짝 놀란 원기륭과 조직원들이 고개를 숙이려 할 때 어깨를 짚는 부드러운 손.

“저한테 고개 숙이실 필요 없어요. 이곳 책임자 진 선생님은 제 아버지세요. 전 아버지 대신에 나왔습니다.”

“네? 그게 무슨……?”

“진교은이에요. 제주도 삼합 그룹 일은 제가 총괄하고 있어요.”

진교은은 손을 내밀어 원기륭과 악수하며 설명했다.

“원래는 아버지, 회장님께서 나오셔야 하는데. 요새 하우스 감귤 수확 철이라. 감귤 나르다가 허리를 다치셔서 요양 중이세요. 그래서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

‘제주도에 투자된 모든 사업체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감귤을 나르다가 허리를 다쳤다고……?’

원기륭의 어이없어하는 시선이 생글생글 웃고 있는 진교은에게 향했다. 그리고 이 시선이 손에 들린 깃발로 움직였다.

‘환영! 삼합 카지노 호텔!’

“……삼합이란 이름을 이렇게 대놓고 사용하셔도 됩니까?”

원기륭이 속삭이듯 묻는 순간, 진교은은 고개를 갸웃하며 오히려 반문했다.

“제주도에 있는 회사 이름이 삼합 그룹이잖아요? 사무실을 마련한 곳도 삼합 카지노 호텔인데……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오셨나요?”

삼합회에서 제주도에 투자한 건 비밀이라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전 세계 유력자들이 모이는 안전지대다.

그런 곳에서 회의 이름을 이렇게 대놓고 드러낸다고!?

“그 이름을 써도 진짜 괜찮습니까?”

조직원들의 당혹스러운 시선이 쏟아지자.

진교은은 피식 웃으며 깃발을 흔들었다.

“여기 제주도에서는 ‘삼합’이란 이름 아무도 신경 안 쓰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오히려 맛있어 보이는 이름이라고 생각할걸요. 그럼 이동하죠. 밖에 차를 준비했어요.”

진교은은 삼합 카지노 호텔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며 앞장서 걸었고 그 뒤로 삼합회 조직원들이 얼떨떨한 얼굴로 따라갔다.

진교은의 말대로였다.

주위의 관광객, 보안 요원, 고등급 헌터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누구도 ‘삼합’이란 깃발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공항에서 빠져나오자 ‘삼합 카지노 호텔’이라고 도색된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탑승부터 하세요. 원래 여기 버스 세우면 안 되거든요.”

이때 들려오는 보안 요원의 다급한 외침!

“거기!”

원기륭과 삼합회 조직원들이 바싹 긴장할 때 보안 요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야! 너 또 여기다가 버스 세웠어!?”

“빨리! 빨리 타세요!”

진교은은 재빨리 삼합회 조직원들에게 외치고 보안 요원을 몸으로 막았다.

“미안, 미안. 바로 출발할게!”

“야, 자꾸 여기다가 버스 세우면 안 돼! 저번에도 김 계장한테 한소리 들었어!”

“미안! 다음부터는 진짜로…… 안 세우지는 않고! 가끔만 세울게!”

진교은은 친구의 어깨를 툭 치고 머리를 파바밧- 쓰다듬더니 탑승을 끝내고 출발하는 관광버스로 뛰어올랐다.

“야!”

보안 요원이 외치는 순간 버스에 탄 채로 손을 흔드는 진교은.

“나 간다! 하하하-.”

부으으으응-

진교은이 타는 순간 관광버스는 속도를 올려 바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진교은은 관광버스 통로 앞에 서서 말했다.

“마침 점심시간이네요. 비행기 타고 오시느라 배고프시죠? 우선 점심부터 드시고 호텔에 준비된 사무실로 이동하죠. 제주 흑돼지 삼겹살을 준비했어요.”

원기륭은 고개를 저었다.

“3개 지단이 모두 동원된 중요한 일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원기륭은 버스 뒤쪽을 향해 외쳤다.

“통신 기술자!”

“네!”

대답과 함께 몸을 일으키는 한 남자.

원기륭은 남자를 가리키며 진교은에게 말했다.

“가능한 한 빨리 저 사람을 이곳에 있는 헌터 부대로 잠입시킬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장비 설치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대략 45분 정도면 끝납니다. 전기, 통신 기술자로 넣어 주시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습니다.”

“45분? 너무 오래 걸리는데…….”

진교은은 삼합회 조직원의 대화를 들으며 내심 한숨이 나왔다.

역시 아빠 대신에 나올 길 잘했다.

헌터 부대에 도청 장비를 설치하겠다니!

제주도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위험부담만 크고 얻을 건 별로 없는 방법이었다.

진교은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미 정보원을 포섭했으니 도청 장비를 설치할 필요는 없어요.”

“네……? 정보원이요?”

명령을 받고 날아온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정보원을 포섭했다고?

원기륭의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에 진교은이 고개 숙여 귓가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제가 064 헌터 부대 식당일 하시는 아주머니랑 아주 친하거든요. 그 식당에서 헌터 부대와 제주 함대가 모두 식사해요. 그 아주머니께 ‘그 이름’에 관해서 알아봐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식당 아주머니가 정보원이라고!?’

원기륭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그 표정을 본 조직원이 물었다.

“원기륭, 정보원이 누군데!?”

“…….”

원기륭이 차마 답을 하지 못할 때.

진교은의 전화기가 울렸다.

“잠시만요. 정보원이네요.”

진교은은 잠시 몸을 돌려 통화를 하더니 말했다.

“정보원이 그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네……?”

아니, 식당 아주머니가 뭘 알아냈다고?

원기륭이 얼빠진 표정으로 반문할 때.

진교은은 버스에 앉은 삼합회 조직원들에게 빠르게 설명했다.

“나이는 20대 초중반, 주 무기는 검. 성별은 남성. 지금 거대 괴수 코어를 가지고 남중국 해안 3개 성. 장쑤, 저장, 푸젠의 해안으로 가고 있다고 추정된다고 하네요.”

“그걸 전부 그 아, 정보원이 알아냈다는 건가요?”

원기륭의 질문에 진교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아주 유능한 정보원이거든요. 동네 소식을 모르는 게 없으세요. 몽타주도 곧 손에 들어올 것 같네요.”

그리고 원기륭의 귓가에 작게 속삭이는 말.

“아주머니께서 퇴근하실 때 몽타주 주고 가신다네요.”

“…….”

원기륭은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3개 지단의 단주가 모여서 긴급회의를 하고 전원 각성자인 중간 보스급 조직원 30여 명을 파견했다.

바짝 긴장한 채 제주도로 날아와 군부대를 도청할 생각까지 했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정보를 알아냈다고!?

원기륭이 멍하니 앉아 있을 때.

정보원의 정체를 모르는 다른 중간 보스가 진교은에게 질문했다.

“타겟은 언제 남중국으로 출발했다고 합니까?”

“제주도에서 출발한 추정 시간은 어제 오후에서 밤사이에요.”

진교은의 대답을 듣는 순간 중간보스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코어를 가지고 있다면 검색이 철저한 비행기는 안 된다.

배를 타고 이동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저장성은 우리가 확인할 테니. 장쑤성은 너희 쪽에서 확인해라.”

“알았다. 밀입국 브로커를 확인하고. 코어라면…… 암시장 거물들을 훑으면 되겠네.”

“푸젠성이 문젠데? 그쪽은 지금 우리 회가 움직일 상황이 아니지?”

푸젠성이란 말이 나오자 버스 안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푸젠 군벌의 수장 리웨이 사령관이 천검을 폭탄으로 날려 버리려다가 오히려 목이 날아간 후 지금 푸젠성은 살얼음판이나 마찬가지다.

“거긴 헌터 군벌들도 몸을 사리는 판국이야. 움직였다가 조금이라도 눈에 거슬리면 단숨에 박살 난다.”

“젠장. 어쩔 수 없네. 푸젠은 간접적으로 알아보는 거로 하지.”

중간 보스들은 순식간에 방침을 정하고 휴대폰을 들어 장쑤성과 저장성의 삼합회 조직을 움직였다.

이 모든 게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이제 제주도 안을 훑어서 타겟의 정보를 알아볼 차례였다.

원기륭이 고개를 들고 말하려는 순간.

“저…….”

진교은이 웃으며 원기륭이 하려는 말을 했다.

“몽타주 나오면 그룹 소속 카지노, 호텔, 회사에 배포하고 확인 시작하겠습니다.”

“…….”

“…….”

부으으으응-

도로를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 적막이 감돌았다.

삼합회의 중간 보스들은 무력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서 보내졌다.

즉, 타겟인 이세기의 제주도 내 행적이 확인되기 전인 지금은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이때 진교은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진짜 흑돼지구이 안 드실 거예요? 이게 진짜 구하기 어려운 거예요! 원래는 정해진 거래처에만 들어가는데, 아는 어르신이 농장에 연락하시는데 끼어서 간신히 구한 거예요!”

“…….”

“…….”

버스에 탄 30여 명의 삼합회 조직원들은 말없이 서로를 봤다.

그리고 잠시 후 삼합 카지노 호텔 관광버스는 방향을 돌려 흑돼지구이가 준비된 식당으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