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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34화 (33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34화>

천문석은 처음 임옥분 여사의 저택에 들어왔을 때 깜짝 놀랐다.

엄청 좋은 집이 아니라, 넓은 마당 한쪽에 펼쳐진 풍경에!

커다란 바위에서 쏟아지는 폭포.

폭포 물이 고여 있는 거대한 연못.

그리고 이 연못에서 시작해 바다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길이의 수로!

물이 흐르는 이 거대한 수로를 보는 순간 생각했다.

‘이거 초대형 슬라이드 아냐!?’

나이와 상관없이 남자라면 공유하는 감성, 참지 못하는 일들이 있었다.

-눈이 쌓인 언덕.

-상수도관이 터져 물이 쏟아지는 도로.

-손에 쥔 휴지와 뚜껑이 열려 있는 휴지통.

언덕에선 썰매를 타야 하고.

도로에선 쏟아지는 물로 차를 몰아야 한다.

그리고 휴지는 당연히 휴지통에 던져 넣어야 했다.

그런데 눈앞에 수 km에 달하는 수로가 나타났다면!?

결국,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이 수로를 타봐야 했다!

그러나 천문석은 특급 헌터 같은 애송이와는 달랐다.

애송이가 섣불리 움직였다가 엄마에게 강력한 제재를 당해 물장구치고 다이빙하며 만족할 때, 천문석은 위험을 멀리하는 훌륭한 어른을 연기하며 호시탐탐 완벽한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노렸던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임옥분 여사와 장민 대표가 같이 출근한 것이다!

집에 남은 것은 자신과 특급 헌터, 철수 형, 류세연 네 명뿐.

철수 형은 쉴 새 없이 울리는 톡에 답장을 보내느라 바쁘고, 류세연은 제주도에서도 평소처럼 소파에 늘어져 텔레비전을 시청 중, 특급 헌터는 퐁퐁검으로 마당에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을 그리며 니케, 사슴벌레, 풍뎅이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 중이었다.

천문석은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손을 뻗어 햇살을 느꼈다.

휘이이-

햇살은 따듯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뭉게구름이 떠 있는 하늘과 선명한 수평선까지 기상 조건은 최고!

게다가 모두가 정오의 한가로움에 취해 나른하게 늘어져 있다.

감이 왔다.

‘지금이다!’

천문석은 마당에 쪼그려 앉은 특급 헌터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 던졌다.

“저기 수로 타면 재밌지 않을까?”

특급 헌터가 번쩍 고개 들어 대답하고.

“수로!?”

지친 얼굴로 문자를 보내던 김철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수로라고?”

그리고 소파에 누워 있던 류세연의 눈에 의혹이 깃들 때.

“……삼촌 설마?”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을 쏟아 내는 바위를 가리켰다.

“저 바위에서 쏟아진 물, 연못에 고였다가 저쪽 ‘수로’로 빠져나가잖아. 농장을 거쳐서 바다까지.”

물이 쏟아지는 바위.

물이 고여 있는 연못.

물이 흘러가는 수로.

물이 도착하는 바다.

천문석의 손을 따라 ‘바위, 연못, 수로, 바다‘로 움직이는 세 쌍의 눈동자들.

잠시 후 예상 그대로의 반응이 돌아왔다.

“앗! 아앗!? 아아앗!”

“와, 그러네! 저 연못 수로로 바다까지 이어졌잖아!”

특급 헌터는 잊었던 장난감을 찾은 아이처럼 벌떡 일어나 수로를 손가락질했고.

김철수도 생각하지도 못한 듯 탄성을 터트렸다.

“……!?”

류세연이 당황한 얼굴로 뭐라 말을 하지 못할 때.

천문석은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폭탄을 터트렸다.

휘이이-

“우리 저 수로를 타고 바다까지 가면 어떨까?”

“……!”

“……!”

특급 헌터와 철수 형의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얼굴은 터질 듯 상기되고 나른하게 늘어졌던 몸은 이미 벌떡 일어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찬성하는 건 아니었다.

“삼촌 뭔 생각이야!? 수로를 탄다고!? 그렇게 위험한 일을…….”

당연히 류세연이 반대했지만, 천문석은 이 반대를 간단히 무력화했다.

“찬성하는 사람 손.”

“나나, 나나나! 나는 완전완전 찬성이야!”

“……손.”

특급 헌터가 양손을 번쩍 들고 펄쩍펄쩍 뛰었고, 김철수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3:1 찬성 과반수로 가결! 땅땅땅!”

천문석이 외친 순간, 류세연이 분통을 터트렸지만.

“이런 걸 다수결로 정하면 어떡해!”

천문석, 김철수, 특급 헌터 세 사람은 이미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군들. 수로를 재밌게 타기 위해서는 물썰매가 필요하다!”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와 김철수가 재빨리 움직였다.

“알바! 이 통이면 될까!?”

“문석아 바닥에 이 비닐 대는 거 어떠냐?”

세 사람은 농장 창고에서 자재를 꺼내 순식간에 수로를 타고 달릴 물썰매를 만들었다.

목재로 틀을 만들고, 20L 말통으로 바닥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체에 장판을 깔고 비닐을 겹겹이 둘렀다.

이때 PVC 눈삽을 가지고 달려오는 특급 헌터.

“알바! 앞에 이거 달면 더 잘 달릴 것 같아!”

류세연이 눈삽을 들고 달리는 특급 헌터에게 외쳤다.

“하지 마! 위험하다니까! 특급 헌터 멈춰!”

“걱정하지 마. 세연! 원래 삶은 위험한 거야!”

“야, 그렇게 말하면 진짜 위험한 거 같잖아!”

천문석은 PVC 눈삽을 받으며 세연에게 말했다.

“걱정할 거 없어. 안전은 내가 확실히 책임질게. 나 헌터야 헌터!”

“아니, 아무리 그래도…….”

생각지도 못한 일에 류세연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는 사이 물썰매는 완성됐다.

그리고 헬멧과 고글,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수영복까지 입은 특급 헌터, 천문석, 김철수 세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

“가자-!”

“가자아-!”

“가자아아-!”

물썰매를 번쩍 들고 수로로 달려가는 꼬맹이와 청년 두 사람!

“잠깐만 기다려!”

류세연이 이를 막으려 했지만.

파아앙-

물썰매는 이미 수로에 내려졌고, 천문석은 길이가 변하는 봉으로 수로를 눌러 물썰매를 정지시킨 채 외쳤다.

“철수 형. 특급 헌터! 탑승!”

“탑승 완료!”

“탑승 완료!”

두 사람이 대답하는 순간.

류세연은 최후의 수단을 썼다.

“그만해! 할머니한테! 장민 언니한테 이를 거야!”

그러나 물썰매에 탑승한 세 사람은 흔들리지 않았다.

“미안하다. 세연아.”

“어쩔 수 없어! 세연 누나!”

“맞아. 이건 피에 각인된 본능 같은 거야!”

천문석은 탑승객들을 향해 큰 소리로 물었다.

“깡통이 있으면!?”

순간 주먹을 휘두르며 대답하는 탑승객들!

“걷어찬다!”

“걷어찬다!”

“공이 날아오면!?”

“잡는다!”

“잡는다!”

“물이 있으면!?”

“뛰어든다!”

“뛰어든다!”

외침이 점점 커질 때, 류세연은 스마트폰을 들고 물썰매를 향해 달리며 외쳤다.

“거기 그만! 정지! 잠시 멈춰!”

이 순간 천문석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제군들! 우리 앞에 수로가 있으면!?”

“타봐야 한다!”

“타봐야 한다!”

쏴아아아아-

류세연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물썰매는 수로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갔고.

철없는 세 남자의 환호성은 순식간에 멀어졌다.

카캬카카카-

우와아아아-

끼요오오옷-

딸깍-

이때 장민 대표에게 건 전화가 연결됐다.

-세연이? 집에 무슨 일 있어?

“…….”

-무슨 환호성이 들리는 거 같은데?

류세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언니 아무 일 없어요.”

전화를 끊은 후 류세연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래,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내가 아무 일도 없던 거로 만들 테니까!

류세연은 자동차를 타고 수로의 끝, 저수지를 향해서 질주했다.

* * *

촤아아아아-

좌우 폭 2미터에 달하는 시멘트 수로를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썰매!

천문석, 특급 헌터, 김철수.

세 사람이 탄 물썰매는 엄청난 속도 그러나 안정적이게 수로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 모든 건 길이가 변하는 봉과 절정의 내공이 실린 체중 이동으로 가능했다!

쓰아아아악-

급회전구간에서는 안정적인 접지를.

촤아아아아-

직선 구간에서는 더욱 빠르고 속도감 있게!

탁, 타탁, 타아악-

천문석의 손에 들린 봉은 천변했고, 변화하는 봉에 절정의 경지에 달한 내공이 실렸다!

휘이이이이잉-

물썰매가 바람을 가르고.

촤아, 촤아아, 촤아악-

앞에 달린 PVC 눈삽에 부서진 물방울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 순간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지르는 두 사람.

우와아아아-

끼요오오옷-

물썰매는 하우스 감귤 농장, 양배추밭, 채소밭, 사과 과수원, 해바라기 농장을 미끄러져 지나갔다.

그러나 농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수로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세 사람을 보면서도 놀라지 않았다.

“올해는 좀 늦었네.”

“그러게 말야. 저게 처음이지?”

“맞아. 올해는 저놈들이 처음이야.”

……

물썰매를 조종하는 천문석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이미 이 수로를 달렸던 사람이 있었다.

이때 들려오는 커다란 외침.

“이거 받으세요!”

후두둑-

미끄러지는 물썰매를 향해서 오렌지가 날아왔다!

“특급 헌터!”

천문석은 외침과 함께 특급 헌터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이미 몇 번이나 한 일!

특급 헌터는 능숙하게 두 팔을 휘두르며 괴성을 터트렸다.

끼요오오옷-

툭, 툭, 투드득-

날아오던 오렌지가 순식간에 팔에 맞고 물썰매에 쌓이고, 특급 헌터는 오렌지를 던져 준 직원들에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수로를 내려가기를 30분!

물썰매에는 여러 농장에서 던져 준 오렌지, 오이, 감귤, 해바라기 씨앗이 담긴 주머니가 가득 쌓였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가 보였다!

수로가 끝나는 곳 커다란 저수지가 있고 그 뒤로 새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과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임옥분 여사의 저택에서 바다까지 수로를 타고 내려온 것이다!

“엄청 재밌었어! 카캬캌-.”

“야, 이거 장난 아니다.! 흐흐흐-.”

특급 헌터와 김철수가 이제 끝이라 생각하고 웃을 때.

천문석은 말했다.

“아직 끝이 아니야!”

“뭐가 더 있어!?”

“뭘 하려고!?”

두 사람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천문석은 저수지 너머 바다를 가리켰다.

“우리는 저 바다로 한 번에 들어갈 거야!”

저수지에서 20여 미터 아래에 있는 새파란 바다!

“야, 그게 가능하겠어!?”

“알바! 이건 무리 아닐까!?”

김철수와 특급 헌터마저 의아해하는 순간.

천문석은 선언했다.

“오늘 우리는 수로 타기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거야!”

그리고 봉을 하늘을 향해 펼쳤다!

파아아앙-

10미터가 넘는 길이로 봉이 자라나는 순간.

물썰매를 밟고 뛰어 뒤쪽으로 이동하는 천문석.

탁-

가볍게 물썰매 뒤를 내리눌러 앞이 들리게 하고, 길어진 봉에 내력을 실어 수로를 찍는다!

파아앙-

순간 절정의 내력이 봉을 타고 쏟아져 물썰매를 밀어냈다.

파아, 파아, 파아앙-

봉이 수로를 찍을 때마다, 니트로 추진하듯 가속하는 물썰매!

휘이이이잉-

엄청난 바람이 물어 오고.

촤아아아아-

산산조각난 물방울이 전신에 쏟아졌다.

물썰매에 앉은 특급 헌터와 김철수는 난간을 잡고 몸을 숙여 저항을 최소화했다.

“어, 될 거 같은데!?”

“알바! 우리는 할 수 있어!”

200, 150, 100, 70, 40미터…….

저수지가 가까워질 수록 물썰매는 더 빠르게 가속했고.

물썰매 뒤에 자리한 천문석의 전신에는 절정에 달한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모였다.

이 순간 천문석은 모인 내력으로 신검합일의 무리를 펼쳤다.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수로를 때려 가속하는 봉!

다리 아래 수로를 미끄러지는 물썰매!

이 봉과 물썰매에 내력을 뻗어 영체를 확장한다!

곧게 선 머리는 하늘을 지고, 굳게 선 다리는 대지를 밟는다.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봉과 물썰매 끝에 닿는 순간.

휘이이-

마음속에 바람이 불어오고!

촤아아-

미끄러지는 물살이 발아래 느껴진다!

천문석이 창안한 심법의 비의 그대로.

대지에서 자라난 마음이 하늘에 닿는 이 순간.

가속한 물썰매는 수로가 끝나는 곳에 도착했다!

파아아앙-

천문석은 모든 내력을 폭발시키며 기원했다.

일기일원공은 땅에서 하늘로 마음을 뻗는 심법!

그 뜻 그대로 이 수로에서 하늘 끝까지 비상하리라!

촤아아아아-

엄청난 속도로 미끄러진 물썰매가 하늘로 솟아 올랐다.

끼이이익-

이때 저수지 한쪽에 차가 멈춰 서고, 운전석에서 당황한 표정의 류세연이 내리는 게 보였다.

그러나 늦었다!

이미 물썰매는 허공을 날아 저수지 너머 바다로 날아가고 있었으니까!

끼요오오옷-

이야아아호-

카캬카카캌-

특급 헌터, 김철수, 천문석.

철없는 세 사람이 류세연을 향해 환호성을 터트리는 순간.

철컥-

자동차 조수석 문이 열리고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나타났다.

임옥분 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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