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23화 (32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23화>

안전지대 제주도가 뚫린 지금 사방에서 난리가 났다.

중국은 나이트 아머의 공중 강하를 맹렬히 비난했고,

일본은 호위대군 함대의 엄청난 피해에 아연실색하면서도 정신없이 누군가를 찾고 있다.

한국의 헌터 부대는 사라진 거대 괴수 코어 때문에 발칵 뒤집혔고,

7함대는 특이 개체와의 전투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속력으로 이동 중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두 초거대기업, 재금 연구소와 W. S. 인더스트리의 특별 조사단마저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 보험사들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생각 중인 보험사들!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이 보험사들이 임옥분 회장을 만나러 온 이유였다.

장민은 임옥분 회장을 향해 조심스레 말했다.

“회장님. 지금 약간의 곤란을 겪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도움을 좀 드려도 괜찮을까요?”

“도움이라고요?”

임옥분이 의아해할 때,

장민은 가방에서 폴더를 꺼내 임옥분에게 건넸다.

임옥분이 폴더를 펼치자 첫 페이지에 12개 보험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몬스터 재해 보험을 든 보험사 이름 위에 형광펜으로 체크가 되어 있었다!

깜짝 놀라 페이지를 넘기자 나타나는 문장.

[제주도 사태 합동 대응 매뉴얼]

임옥분은 폴더 안 문서를 내용을 빠르게 훑었다.

자신이 직접 본 고객 대응뿐만이 아니다.

문서에는 보험사들이 지금 어떻게 움직이는지 나와 있었다.

보험사들은 이미 주요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리고 정치권, 대형 로펌과 접촉 중이었다.

이번 제주도 사태 피해자를 위해 자치 정부와 중앙 정부에 거액의 성금을 내겠다는 보도자료.

대형 로펌과의 접촉은 장기간에 걸친 자문 계약을 위해서라고 나와 있었다.

임옥분은 보험사들의 의도를 깨달았다.

정치권, 언론과 접촉해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대형 로펌과 장기 자문 계약을 맺어 이해상충을 핑계로 상대편이 고용 자체를 못하게 하려는 꼼수다.

보험사들은 생각보다 더 빠르고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임옥분은 자신이 너무 상황을 낙관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상태라면 60% 합의안은 먹히지 않는다.

재판으로 몇 년 동안 진을 빼고 기껏해야 1, 20% 합의안을 들이밀 거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지고 아찔한 현기증마저 일어났다.

임옥분이 휘청이는 순간 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

장민이 임옥분의 손을 잡아 소파에 앉히며 다시 한번 말했다.

“회장님. 이 일 제가 도움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아니, 어떻게?”

“이런 쪽에는 약간의 영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 자정까지는 좀 더 빠른 수단도 사용할 수도 있고요.”

장민은 시계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고,

임옥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민은 바로 움직였다.

“J.S. 화재보험 김 사장님 연결해 주세요.”

장민이 명령하는 순간 비서가 바로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스피커폰에서 바짝 긴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장민 대표님. 급한 용무라니 무슨 일이신지? 설마 사업체에 문제가……?

“아뇨. 제 사업체는 아직까진 큰 피해가 없습니다.”

-……

묘한 뉘앙스를 느낀 보험사 J.S. 화재보험 김 사장이 침묵할 때 장민이 침묵을 깼다.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오더군요.”

-이상한 이야기요? 무슨 말씀이신지……?

장민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이번 제주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보험회사들이 연합해서 블랙 컨슈머 프로그램을 돌린다는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사실인가요?”

-그럴 리가요! 헛소문입니다!

“그럼 몬스터 재해 보험금은 언제 나올까요?”

-잠시만, 확인 좀 하겠습니다.

곧 의아해하는 김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회사에서 몬스터 재해 보험을 든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데…….

“제주도의 임옥분 농업 지주회사에서 든 몬스터 재해 보험이 있을 거예요.”

한참의 침묵 후 억눌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지금 좀 너무하시군요.

“…….”

-갑자기 전화해서는 본인도 아닌 다른 회사보험금 지급에 대해서 참견하시다니. 듣기 거북합니다.

“…….”

-대표님과 회장님과의 친분을 생각해서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다시는 연락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억눌린 분노 어린 목소리가 이어지고 전화가 끊기려 할 때.

장민은 여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 사장님. 제주도에 나이트 아머가 강하한 건 아시죠?”

뜬금없는 이야기에 임옥분과 전화기 너머 김 사장 모두 의아해할 때.

장민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한국 정부에서는 이번 나이트 아머 강습 작전에 대해서 완전한 면책권을 줬습니다. 오늘 자정까지, 대한민국 전체에 대해서 말이죠.”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장민은 말했다.

“광화문 J.S 타워. 대전 J.S. 홀딩스 빌딩. 부산 마린 스위트 홈…….”

-……

휴대폰 너머 김 사장이 숨소리마저 죽였다.

J.S. 그룹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부동산들이다.

그룹 오너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들!

“아, 성북구 202번지 회장님 자택을 빼놓을 뻔했군요. 지금 당장 이 건물의 사람들 대피시키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대표님 그게 무슨……!?

장민은 미소 지으며 친절하게 말했다.

“이건 제감인데. 면책권을 받은 나이트 아머가 이 빌딩에 떨어질 것 같군요.”

-……

짧은 침묵 후 김 사장이 소리쳤다.

-대표님! 왜 저희한테 그러십니까!? 이건 다른 보험사와 같이…….

“김 사장님.”

장민은 상대의 말을 끊고 물었다.

“J.S. 보험은 왜 그랬죠?”

-……

장민은 침묵하는 김 사장을 대신해 대답했다.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게 더 큰 이익이 되니까.”

“적당한 가입자를 후려쳐 본을 보이려 한 것 아닌가요?”

쾅-

장민은 휴대폰이 놓인 테이블을 내리치며 외쳤다.

“저런 큰 회사도 합의했다!”

“당신들도 만족하고 합의해라!”

크게 외친 장민은 돌연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같습니다.”

-……

“할 수 있는 일이고, 본을 보일 수 있으니까요. J.S. 그룹 오너 일가의 부동산이 박살 나고. 김 사장님이 잘리는 걸 보면 다른 회사들도 바로 움직이지 않을까요?”

-……제가 뭘 해야 합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 보험금을 지급하세요.”

김 사장은 다급히 외쳤다.

-대표님. 이대로 몬스터 재해 보험금을 지급하면 회사가 휘청입니다! 제발 사정 좀 봐주십시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수만…….

“…….”

장민은 긴 변명을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변명이 끝났을 때 물었다.

“몬스터 재해 보험금을 전부 지급하면 보험사가 휘청인다고요?”

-네. 그렇게 되면 다른 보험 가입자분들도 피해를…….

장민은 다시 시작된 김 사장의 변명을 끊고 여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사가 휘청이는 게 망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이 순간 스피커폰에서 오늘 하루 제주도에서 몇 번이나 울려 퍼진 소리가 들려왔다.

쐐애애애애액-

물체가 음속을 넘어 대기를 나는 소리, 음속 폭음!

초음속 폭격기가 하늘을 나는 소리가 스피커폰을 통해 울려 퍼졌다.

장민이 준비한 대로!

“회장님께는 제가 따로 연락을 드리죠. 갑자기 날벼락을 맞는데. 누구 때문에 그 날벼락에 맞았는지는 아셔야죠.”

* * *

“철수 형! 이거 내가 주웠어!”

실의에 빠진 김철수 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종이.

“…….”

특급 헌터가 내민 종이는 마력 각성자의 연락처였다.

그러나 이미 이 연락처는 가짜란 게 밝혀진 상황.

“그거 그냥 버려 주라…….”

김철수가 힘없이 말하자,

특급 헌터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내가 완전 잘 버려 줄게! 친구들!”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바로 빠르게 다가오는 사슴벌레와 풍뎅이, 니케.

평소 뭉그적거리던 니케가 제일 먼저 달려와 힘차게 울었다.

킥, 키킥-!

“훌륭해! 니케 한국 다람쥐는 이렇게 빨리빨리! 움직여야 해!”

특급 헌터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슴벌레와 풍뎅이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이거 찢어 줘!”

구으으-

사슴벌레가 종이를 물고 전투 함성을 터트린 순간 톱니 집게가 부르르 초진동하며 종이가 산산조각이 나고,

띠디딛-

풍뎅이가 반전결계로 산산조각이 난 종이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흩어지지 않게 뭉쳤다.

특급 헌터는 산산이 찢긴 종이를 손으로 동글동글하게 잘 뭉쳐서 니케에게 줬다.

“니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버려 줘.”

킥, 키키킼-!

니케가 씩씩하게 대답한 순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뭉친 종잇조각.

이로써 마법사가 인과를 찾기 위해서 걸어 둔 고도의 마법 술식과 혹시나 해 붙여 둔 꼬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 힘들었다!”

이마의 땀을 닦는 특급 헌터에게,

뒷정리를 끝낸 천문석이 물었다.

“뭐가 힘든데?”

“원래 사는 건 힘든 거야.”

“…….”

학교도 안 간 꼬맹이의 대답에 천문석이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을 때.

식기 세척기를 돌린 류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후식으로 수박 감귤 화채 먹어!”

커다란 쟁반을 들고 와 평상에 내려놓는 류세연.

“수박 감뀰 화채!”

특급 헌터가 신나게 외치는 동시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부으으으응-

한두대가 아니다.

10대가 넘는 자동차가 임옥분 여사의 저택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할머니 오시는 것 같은데? 직원들도 같이 오나?”

류세연이 말한 순간 화채를 먹으려던 특급 헌터가 깜짝 놀라 외쳤다.

“앗! 할머니 오기 전에 할 일이 있어! 알바! 빨리 와! 할머니 오면 우리 못하잖아!”

“뭐?”

천문석이 의아해할 때.

특급 헌터는 어느새 마당을 가로지르며 티셔츠와 신발을 휙휙 집어던지고 있었다.

특급 헌터가 뭘 하려는지 깨달은 천문석이 다급히 외쳤지만.

“야! 멈춰 그만!”

“우히히히힛- 재밌겠다!”

특급 헌터는 이미 반바지만 입은 채 계단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

경악한 천문석이 대문과 집을 번갈아 보는 순간.

소리 없이 대문이 열리고 임옥분 여사가 마당으로 들어왔다!

“어서 들어와요. 여기 아이들 다 있을 테니. 편하게…… .”

이 순간 들려오는 신나는 외침!

끼야호오오-!

특급 헌터가 커다란 환호성과 함께 2층 창문에 나타났다.

그리고 말릴 틈도 없이 단숨에 창문을 밟고 뛰어.

빙글빙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다가.

첨버어엉-

단숨에 연못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촤아아아-

연못에서 튀어 오른 물보라가 붉은 저녁노을 아래 흩날리는 순간.

천문석은 돌처럼 굳어 버렸다.

파바밧, 파바밧-

이때 들려오는 힘찬 물장구 소리.

2층에서 다이빙해 연못에 뛰어든 특급 헌터가 능숙한 개헤엄으로 물가로 다가오며 신나게 외쳤다.

우히히히힛-

“엄청 재밌어! 할머니도 해 봐! 이거 아주 재밌어! 하나도 안 위험…….”

특급 헌터의 외침이 돌연 멈췄다.

그리고 질식할 듯 깊은 침묵이 마당에 내려앉았다.

특급 헌터와 천문석뿐만 아니라,

류세연과 김철수마저 돌처럼 굳었다.

깊은 침묵 속, 연못 안의 특급 헌터는 연신 눈을 비비며 확인하고 다시 확인했다.

“진짜야? 꿈 아냐!?”

특급 헌터는 작은 손을 뻗어 한 사람 한 사람 가리키며 말했다.

“알바.”

“세연 누나.”

“철수 형.”

“할머니.

……

그리고 할머니 옆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청바지에 검은색 블라우스.

방금 벗어 한 손에 든 선글라스.

익숙한 얼굴에 드러난 환한 웃음.

웃고 있는데도 너무나 무서운 저 사람은.

“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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